- 새벽산책
- 조회 수 3092
- 댓글 수 5
- 추천 수 0
[월요편지]-저의 아내로 산다는 것 (아내의 일기)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돈 되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데, 바쁜 척은 혼자 다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월요편지를 월요일날 올려야되는데, 내일부터 충북 괴산으로 1박2일 구본형 사부님과 함께 좋은 꿈벗님들과 세미나를 갑니다. 월~화요일은 깊은 자연 속으로 가족 여행을 갑니다.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이처럼 글이 빨리 올라왔으면 왔지 늦게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월요편지]는 아무리 늦어도 월요일 아침 9시 이전에는 올라옵니다.^^
오늘은 저의 아내의 일기를 훔쳐볼까 합니다. 아내의 블로그에서 그대로 따왔습니다.
남편이 1박 2일 워크샵을 다녀와서는
대뜸 돌고래가 그려진 그림 한 장을 내밀었다.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는 웃는 얼굴이었으며
여러 색의 크레용으로 색칠되어 있었다.
워크샵 참가자 중 미술치료를 공부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그림을 통해 참가자들의 심리 상태를 알려 주셨다는 것이다.
20여 장의 그림 중에
각자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고 색칠했는데...
남편은 특이하게도 동심이 가득한 그림을 골랐으며
파도를 여러 색으로 칠하는가 하면
여백은 크레용을 눕혀 파스텔처럼 칠해서
미술치료 하시는 분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피카소래, 피카소!! 자기가 2년 동안 이 일을 해 왔지만
나처럼 그림을 고르는 사람도 없었고
나처럼 그림을 칠하는 사람도 없었대.
나처럼 독특하고 창의적인 사람은 없을 거래..."
남편의 격양된 목소리와 웃고 있는 돌고래가 오버랩되면서
'피카소'와 '고흐'가 떠올랐다.
피카소와 고흐.
그들은 천재 화가였지만 그 인생은 달랐다.
피카소는 명성과 부를 누리며 살았지만
고흐는 고독과 가난에 시달렸다.
"당신은 그 창의성을 피카소처럼 쓸래요? 고흐처럼 쓸래요?
당신의 선택이 중요하겠네요..."
"피카소라는데... 갑자기 웬 고흐?"
남편은 피카소를 꿈꿀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그리고 나도 피카소를 꿈꾼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하지만
고흐의 예술을 향한 집념과 열정은 경이롭다.
그 누구에게도 인정 받지 못하고
그 어떤 것도 풍요롭게 누루지 못했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독특함을 고집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죽는 그 순간까지...
그의 삶은 불행했지만...
그의 존버(존나게 버티는) 정신은 위대했다.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세상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쉽지만,
세상이 등을 돌려 버리면
자신을 지키기조차 어려워진다.
고흐...
그의 거친 붓터치는...
세상에 맞서며... 힘겹게, 아주 힘겹게...
자신을 지켜온 그를 이야기 해 주는 듯하다.
그리고 고흐가 페이드 아웃되면서
남편의 얼굴이 떠오른다.
솔직히 남편의 현실은 고흐에 가깝다.
그 사실이 때로는
남편을, 그리고 나를 힘겹게 한다.
고흐의 아내로 사는 것은
분명 욕심 많은 나에게 버거운 일이다.
마음의 욕심을 덜어야 행복이 채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욕심을 붙들고 번뇌에 갇히는 나...
그리고 이를 안타까워 하는 남편...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존.버. 정.신.
작가 이외수씨의 말처럼
존나게 버티면 봄은 올 것이다!
봄이 오면 꽃은 피고 새는 노래할 것이다.
그리고 남편은...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날개를 펼칠 것이다.
비록 그가 피카소가 되지 못한다 해도...
고흐의 존버 정신을 이어 받는다면...
그 누구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다 갈 것이다.
인생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알면서도
자기다움을 포기하며 사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진정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남편이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남들과 다른 방향을 가겠다 했을 때...
그를 무책임하다 비난했지만...
누군가의 남편으로, 누군가의 아버지로, 누군가의 자식으로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임을 알기에...
곁에서 그를 응원해 주고 싶다.
솔직히 아내의 블로그에 있는 글을 보고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많은 고생을 시키고 있는 아내에게 현재 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매일 아침 ‘굿모닝’ 인사처럼 서로가 눈을 뜨면 하는 우리 부부만의 인사로 그 고마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은지야...사랑하고 고맙고 존경해요....”
P.S.
1. 참, 반지하에서 1층 일반 빌라로 이사했습니다. 걱정하시는 분이 많이 계셔서...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부모님께서 올라오시곤 ‘손자’ 가 계속 아파서, 환경이 괜찮은 곳으로 옮겼습니다. 이제 제가 많이 벌어서 효도해야죠...^^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아래 목차 맨처음부터 월요일마다 나오는 ‘새벽산책’의 글을 보시면 됩니다.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네요...^^;;
페이스북 <우리는 스토리다> 지금 신나는 스토리 경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http://www.facebook.com/#!/groups/275857992480051/
저도 직장동료들과는 다른길을 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경직된 조직에서 자기계발 하겠다고, 동료들을 모으고 승진과 상관없는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 저를 보며 항상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보다는 미래에 펼쳐질 그림들이 저에겐 뚜렷이 투사되어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힘들지 않습니다. 새벽산책님도 본인이 보시는 뚜렷한 영상에 끌려 그 길을 가시는 것이라 믿습니다. 저의 아내도 제 행동들을 처음에는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랍니다. 먼발치에서나마 새벽산책님을 응원하겠습니다. ^^
(드림팩토리란 아이디는 저의 서재이름입니다. 이사오면서 아내가 저에게 만들어준 작업공간이랍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3 | 10줄 스토리 경연대회! <우리는 스토리다 주관> [3] | 새벽산책 | 2012.02.04 | 3250 |
» |
[월요편지]-저의 아내로 산다는 것 (아내의 일기) ![]() | 새벽산책 | 2012.02.04 | 3092 |
31 | [금요편지] 일상의 책들 [2] | 효인 | 2012.02.03 | 2799 |
30 | [목요편지] 혁신의 소통 [4] | 깊고맑은눈 | 2012.02.02 | 2639 |
29 |
[수요 편지] 제주도 명산 ![]() | 탑거인 | 2012.02.01 | 2975 |
28 | [화요편지]꿈을 고민한다는 것. [2] | 햇빛처럼 | 2012.01.31 | 2622 |
27 | [월요편지] ‘성공’ 중심이 아닌 ‘완성’ 중심 설계도의 복지 국가. [4] | 새벽산책 | 2012.01.30 | 3094 |
26 | [금요편지] '오페라의 유령' 영화관람 [3] | 효인 | 2012.01.27 | 3094 |
25 | [목요편지] 신입사원 [2] | 깊고맑은눈 | 2012.01.26 | 2663 |
24 |
[수요편지] 거인의 꿈 ![]() | 탑거인 | 2012.01.25 | 3393 |
23 |
[화요편지]세번째 키워드 "일" ![]() | 햇빛처럼 | 2012.01.24 | 2581 |
22 |
[월요편지]성주야, 너도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라..... ![]() | 새벽산책 | 2012.01.22 | 3156 |
21 | [금요편지] 멋진 생일날 [6] | 효인 | 2012.01.20 | 2904 |
20 |
[월요편지-호외 (號外)편] 민진홍 사용 설명서 ![]() | 새벽산책 | 2012.01.19 | 3880 |
19 |
[수요편지] 거인 연구실 도우미 ![]() | 탑거인 | 2012.01.18 | 4429 |
18 |
[화요편지]가족 그리고 나눔 ![]() | 햇빛처럼 | 2012.01.17 | 3047 |
17 |
[월요편지] 민진홍씨, 그만 두었으면 합니다...... ![]() | 새벽산책 | 2012.01.16 | 3991 |
16 | [금요편지] 나의 강점 프로필 [2] | 효인 | 2012.01.13 | 3168 |
15 |
[수요편지]용 모습의 나라 베트남 ![]() | 탑거인 | 2012.01.11 | 4044 |
14 | [화요편지]가족이야기 [4] | 햇빛처럼 | 2012.01.10 | 31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