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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6일 00시 51분 등록

41. 괴테의 시와 진실()

1. 저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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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스승들>

1)    루소

볼테르와 더불어 한 시대가 끝났고 루소와 더불어 또 한 시대가 시작된다.”라는 괴테의 말에서 루소에 대한 괴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루소는 대혁명 전의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로 정규교육을 받지 않다가 독학으로 학문의 길을 나아갔다는 것과 전 생애동안 대학이나 학술 단체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홀로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유럽 근대사상에서 매우 특이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는 1745년 디종의 학술원에서 무엇이 인간 불평등의 근원인가?”라는 주제로 학술연구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해 정치, 사회제도에 관해 골몰, 소유권 제도와 사회 조직의 발전으로 생긴 불평등과 비참함을 자연 상태의 자유롭게 평등한 상태와 대립시켜 설명했다. 이 학술연구는 훗날 그의 저서 <사회 계약론>의 바탕이 된다. 이 책을 통해 자유와 평등의 자연권을 국가 상태에 있어서 확정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로서 사회 계약론을 전개하고 인민 주권의 이론을 완성하게 된다. 권력 행사가 정당화되는 유일한 조건으로서 항상 정당한일반 의지를 설정하고, 실제에서는 그것이 직접적인 다수결에 의하여 확인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루소는 사상 최초로-아마도 서구사상 최초겠지- 인간평등 문제를 파고든 철저한 평등주의자이다. 또한 모든 사회악과 사회 갈등의 근원이 경제불평등에 있다고 단언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사회문제가 만연해지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정의와 선을 이루기 위해 평등이 구현되어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 평등으로 공동체 모두의 이익을 보장하여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공화주의의 근본이념이 된다. <사회계약론>에서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사회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다>고 하는데, 문명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하지 못한 문명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대안은 바로 자연의 낭만성과 야성이라기보다 원시공산사회의 평화롭고 자유로운 평등한 사회의 원형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소가 18세기 후반의 독일문학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특히 질풍노도기의 문학은 루소의 사상을 많이 받아들였고, 각 작품 속에서 루소의 사상을 변형하고 발전시켰다. 특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등장하는 로테는 루소에 의해 제시된 여성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소설의 2부에서 로테가 결혼하기 전까지 아버지와 여덞 명의 형제들과 사는 그녀의 가족은 조화로운 공동체의 삶이자 이상적인 시민가족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루소의 사상을 반영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루소의 저서 <신 엘로이즈>를 언급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헤르더

괴테가 요양을 할 당시 자아성찰과 종교적 신비주의에 몰두했고, 연금술, 점성술, 신비철학에 도취해 있었고, 이들의 결과물이 바로 <파우스트>이다. 건강이 회복되고 스트라스부르에서 법학공부를 지속하기로 했는데, 이 때 괴테의 삶과 작품에 전환점을 맞이한다. 프랑스지방의 독일 중심지이던 이 곳에서 괴테는 라이프치히이 세계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반동을 경험하고, 대성당의 영향으로 고딕풍의 독일적 이상으로 전향을 하게 된다. 이 때 눈 치료를 위한 헤르더를 만난다. 헤르더를 통해 괴테는 정신을 고양시키는 데 있어서 촉각의 역할, 감정을 표현하는 형식을 창출하는 창조자로서의 새로운 예술가상, 인간의 가장 독창적이고 생명력있는 언어로서의 새 시론, 새로운 문체 및 성서나 호메로스의 서사시, 3세기 켈트 족이 쓴 <오시안> 등에 간직되어온 원시 종족들의 시와 민요가 지닌 가치를 알게 된다. 헤르더와의 만남이 이후의 괴테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참고자료>

1)     http://k.daum.net/qna/view.html?qid=39IAK

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루소의 영향

http://210.101.116.28/W_kiss9/68900274_pv.pdf

3)     장자크 루소

http://ko.wikipedia.org/wiki/%EC%9E%A5%EC%9E%90%ED%81%AC_%EB%A3%A8%EC%86%8C

4)     헤르더로 파우스트 읽기

http://blog.aladin.co.kr/enoch/popup/563295

5)     질풍노도기의 작품 http://blog.daum.net/hungry0000/1248

 

 

2. 내가 저자라면 내 책에 활용하기

- 책 하권을 읽는데 왜 이리 힘이 드는지. 읽는 진도가 안 나갔다. 계속 몇 장 있다가 책을 덮어 버리게 된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더니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 하권의 경우, 400페이지에 달한다. 특히 14장까지는 장당 페이지수가 엄청 많다. 사실 페이지 수보다 더 문제는 괴테가 각 장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의 내공이 많이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솔직히 괴테의 이야기에서 절반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고, 그가 겪었던 사건들이다. 그 사건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읽어 내려가는 것이 꽤 힘들었나보다. 괴테가 이 책을 써내려 간 것과 비슷하게-물론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내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로써는 무척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나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된 키워드나 핵심 메시지를 독자가 명확하게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이 이야기를 왜 하는 거야?’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엄청난 흡입력으로 읽힐 수 있게 쓰지 못 할거면, 길이라도 짧아야 한다는 것. 괴테의 글도 이런데, 내 글은 오죽하랴ㅜㅜ.

- 괴테는 글을 쓰는데 타고난 소질이 있어서겠지만, 인물묘사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무거울 수 있는 정치나 사회적 상황들을 굉장히 가볍게 글 속에 녹여내는 능력이 있다. 나 역시, 나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이 살아가기 팍팍한 이 시대적 상황들을 글 속에 어떻게 재치있게-전체적인 글이 재치가 있어야겠지만.;;- 녹여낼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3.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내 책에 적용하기

3부 나무는 자라도 하늘까지는 닿지 않게 되어 있다.

11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사실과 관련시키지 않고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이 좋았고, 또 그것을 딴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그들 역시 좋아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시로 돌아와서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일이 전보다 힘이 드는 것을 느꼈다. 천성이 활동적인 인간은 분에 넘치는 계획을 세우고는 과중한 일에 허덕이는 법이다. 그럼으로써 사실 또 일이 잘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인 고장이 생겨서 역량이 계획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지게 마련이다. p9

 

나는 겨우 두서너 시간 깊은 잠을 자고는, 그때까지 가시지 않은 흥분으로 잠을 깼다. 근심과 후회가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는 인간을 습격하는 것은 이런 때 이런 상태인 경우가 보통이다. p20

 

하지만 무엇보다 나쁜 것은 그러한 망상은 자취를 감춘 후에도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기의 때이른 애정이 아무런 영속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그러한 상태에 대해 진지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남긴다는 점이다. p23

 

사랑하는 것에 대한 관계는 결정적인 것으로서 환경은 그다지 중요한 의미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환경이 어울리고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기를 요구한다. 나는 눈앞에 있는 일체의 사물에 민감했기 때문에 이 순간의 모순에 순응할 수가 없었다. p31

 

프리데리케는 다른 옷으로 차려 입을 염두에도 없었고 어디를 가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기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리비어는 이와 같이 훌륭하게 차린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하녀같이 눈에 띄는 복장을 차리고 나타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p32

è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며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리고 이는 자존감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토론은 나의 식탁 친구들을 반대론자로 삼고 이루어졌는데, 매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p37

 

개인의 순수하고 조용하며 끊임없는 진보를 서술할 수 있는 전기는 드문 것이다. 우리들의 생애는 우리를 포함하는 전체와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방법에 의해서 자유와 함께 필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들의 의욕이란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도 행동을 하게 될 그런 것의 예고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들은 그들의 독특한 방법으로 우리들을 잡는 것이다. ‘무엇은 우리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 ‘어떻게는 좀처럼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고 우리들은 질문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들이 라고 질문한 것을 비난하는 것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p42

 

전부터 늘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감정의 진실과 솔직, 그리고 감정의 단적이고 솔직한 표현 이외는 무엇이건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우정.사랑.동포애

그것들은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p47

 

언제나 노인의 판단에만 귀를 기울이는 민중은 쉽사리 건방져지는 법이다. 미숙한 두뇌에 받아들여진 원숙한 판단보다 더 쓸모 없는 것은 없다. p50

è  보수적인 부모님을 보고 라는 질문없이 똑같이 보수적인 자녀들을 보면 이런 느낌.

 

우리들은 성실주의와 계속적인 노력에 의해서 모든 사물에서 무엇인가가 얻어지는 것이며, 일관된 열성을 통해 비판과 더불어 비판의 근원까지도 발표할 수 있는 점에까지 마침내 도달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위대하고 훌륭한 사회가 우리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루소는 진실로 우리들의 뜻에 맞기 때문이다. p52

è  알고 보니, 곳곳에 루소에 대한 괴테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구절이 있어구나.

 

모든 예술의 최고 과제는 가상을 통해서 더한층 높은 현실의 착각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가상을 지나치게 현실화함으로써 결국 평범한 현실만이 남게 하는 것은 잘못된 노력이다. p53

 

우리들에게는 철학적 방법으로 계몽이나 격려를 받으려는 충동이나 집착도 없었다. 종교적인 문제에 대해 우리는 자기가 이미 계몽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의 철학자들과 승려간의 분쟁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했다. 소각을 선고 받은 금단의 서적은 그 당시 큰 물의를 일으켰으나 우리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호기심으로 손에 든 <자연의 체계>를 대표적으로 말하겠다. 이 같은 서적이 어째서 위험한지 우리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음산하고 망령같이 생각되며 그것을 참고 읽어내는 데 힘이 들었고, 마치 유령이 앞에 나타난 것같이 몸서리쳐질 정도였다. 저자는 서문에서 노쇠한 자기가 무덤 속에 들어감에 있어 자기 세대와 후세에 진리를 알려주고 싶다고 단언하고 있으며, 그것이 그가 특히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라고 믿고 있다. p56

 

도드 <셰익스피어 정수> p58

 

어느 서적에서 자기와 직접 관계가 있는 부분에 줄을 긋지 않는가? 특히 철저한 교양을 지니지 못한 젊은 사람들이 훌륭한 부분에서 흥분하는 것은 칭찬해야 할 일이다. 내게 있어 앞서 말한 작품으로 특징지워지는 시기를 나의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서 지금껏 기억하고 있다. 그의 뛰어난 개성, 위대한 격언, 적절한 묘사, 유머러스한 필치 등 하나하나가 모두 강력하게 내 가슴을 울렸다. p59

è  이런 책은 도대체 어떻게 쓸 수 있는 것일까??

영향을 끼치려는 대중에 대해서는 단순한 번역이 언제나 가장 훌륭한 번역인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우리 슈트라스부르크 친구들 사이에 번역 또는 원서를 통해서, 단편 또는 전집으로서 또는 발췌나 초본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성서에 정통한 것처럼 점점 셰익스피어에 골몰하여, 그를 통해서 알게 된 그의 재롱에 의해서 최대의 기쁨을 맛보았고, 또 번안을 하거나 감히 독창을 통해서 그와 경쟁하기도 했다. p60

 

누구나 젊었을 때는 떠들고 싶어하는 경향을 거침없이 표면에 나타내다가 세월이 가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차츰 속에서 사라지게 마련이다. p62

 

그러나 어떤 장소를 떠나야 할 경우에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마지막이 가까워오자 만사가 한꺼번에 밀어닥쳤다. p66

 

그러나 사물의 관조와 고찰을 통하여 고심한 끝에 비로소 어떤 개념을 파악한다는 것은 나에게 부여된 운명이기도 하다. 그런 개념을 만일 타인이 나에게 전해주었더라면, 아마도 그것은 내 마음을 그다지 끌지 못했을 것이고 또 풍부한 결실도 가져오지 못했을 것이다. p67

 

물론 외저가 즐겨 이런 초상에 대해서 이야기한 일들은 마치도 수수께끼 같은 소리들이었다. 대체 왜 세상 사람들은 초심자에게 예술의 궁극에 관한 개념을 주려고 하는 것일까? p68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집단의 첫인상을 묵묵히 아로새기며 나는 내 주목을 가장 많이 끄는 조각 쪽으로 걸어갔다. 그것은 벨베데레의 아폴론이었다. 거상으로 알맞은 크기, 날씬한 체격, 감동의 자유로운 표현, 박진감에 넘치는 시선 등에 의해서 이것이 모든 다른 것들보다 훨씬 더 우리의 감각을 압도하며 승리를 얻고 있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p69

 

괴테 <프로필레엔>

이 중대한 그리고 전 생애를 통해서 줄곧 나에게 영향을 끼친 이 젊은 날의 관조는 그러나 바로 그 다음 시기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나는 이런 서술로 한 장을 끝내느니보다는 오히려 시작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 훌륭한 진열실을 나와 문이 닫혀지자마자 나는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했고, 그뿐 아니라 그 조각들이 오히려 무거운 짐으로 생각되어서 나의 상상에서 밀어내려고까지 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회를 거듭한 끝에 비로소 이 세계로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분석적인 비판을 삼가고 향락하면서까지 자기 속으로 받아들이는 이러한 인상이 암암리에 풍부한 수확을 거두는 것은 참으로 귀중한 일이다. 청년은 비판적 태도를 취하려 하지 않고 우수하고 훌륭한 것을 탐구하거나 분석함에 있어, 오로지 자신에게만 영향을 끼치게끔 내버려둔다면 이와 같은 최대의 행복을 누릴 수가 있을 것이다. p70

è  그렇다. 때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판의 시각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보고, 듣고, 느껴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비판할 부분에 대해서는 최소한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는 않을까 싶다.

 

12

누이동생은 지휘자의 태도를 취하지 않았지만, 자연적으로 지휘자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총명함이 많은 일을 통찰하고 선량한 마음씨가 여러 가지 일을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경쟁자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신뢰받는 친구의 역할을 하는 입장에 섰기 때문이다. p72

 

나무랄 데 없이 질서정연한 몇 개나 되는 방의 서적과 서류 소에 묻혀 사는 것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생활이었다. p73

 

이 사람들이 나에게 얼마나 활기를 주고 격려를 해주었는가 하는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들은 내가 완성한 작품이나 손을 대기 시작한 작품을 읽어주면 기꺼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마음 속에 계획하고 있는 것을 터놓고 자세히 이야기하면 나를 격려해 주었으며, 내가 새로운 구상이 머리에 떠올라 전에 시작했던 것을 뒤로 미루어버릴 때는 나를 비난했다.

15세기와 16세기의 연구에 분주했고 저대성당의 건축이 내 마음 속에 매우 엄숙한 인상을 남겨놓았다. 이 인상은 이러한 나의 작품에 대해서 적합한 배경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p76

 

이제 나는 나의 취미에서 한편으로는 문학적 혹은 다른 목적으로 조국의 고전 문헌을 열심히 연구했으며, 그것들을 눈앞에 그리려고 했다. p77

 

이리하여 언어나 방언이나 습관이나 문체, 마지막으로 문자도 역시 일체의 정신적 저작의 육체로 보아야 한다. 이것들은 물론 내적인 것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지만 악화와 파괴의 위험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어떠한 전승이라 할지라도 그 성격상 완전히 순수하게 전해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설령 순수하게 전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언제나 완전하게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순수하게 전해지지 않는 것은 그것이 전승되는 기관의 불충분함 때문이며,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시대와 장소의 차이, 특히 인간의 능력과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그래서 해석자들은 절대로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법이다. p79

 

<신약성서> 역시 나의 검토 아래서는 온전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것에 대해서도 나의 분석욕으로 용납지 않았지만, 나의 애정과 호의로 나는 복음서와 작가들이 아무리 서로 모순되어도, 복음서 자체에 모순이 없으면 상관없다.”라는 유익한 말에 찬성했다. p81

 

하만의 모든 발언의 결론은 인간이 성취하려고 하는 모든 일은 그것이 행동에 의해서 태어나는 것이건 말을 통해서 혹은 그 밖의 어떠한 방법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건 그것은 총체적인 힘의 결합에서 나와야 한다. 무엇이건 분리된 것은 배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원칙인가! 그러나 이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론 생활과 예술에 관해서는 타당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언어를 매개로 하는, 더구나 시적으로 전달하지 않는 경우에는 커다란 곤란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언어가 무엇을 말하고 나타나기 위해서는 전체에서 분리하지 않을 수 없고, 개별화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엇을 말할 때 그 순간은 일면적으로 되지 않을 수 없다. p84

 

이 책자들은 그 자체만을 놓고 고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이 책자가 논하는 신탁을 피난처로 삼는 기회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도 무신적이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자들은 어느 부분에 숨겨진 뜻이라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들을 감동시키고 자극하기 때문에 언제 펼쳐보아도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같다. p85

è  좋은 책 읽기

 

그뿐인가, 우리들은 작자 자신이 후에 가서 배척했던 시를 읽어도 항상 유쾌하고 기뻐했다. 아름다운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은 비판을 통해서 전문화되는 일이 적으면 적을수록 자유롭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p87

 

나의 창작욕은 한이 없었으나 이미 창작해놓은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다만 사교장에서 내가 즐겁게 이런 작품들을 낭독하여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을 새롭게 할 때만 이것들에 대한 애착을 새로이 느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나의 대소 작품들에 대해서 기꺼이 관심을 나타냈다. 왜냐하면 나는 다소라도 창작에 대해서 애착이 있고 기량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방식대로 무엇이건 독창적으로 써보라고 촉구했고, 동시에 나 자신도 여러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시작을 집필할 것을 요구 받았기 때문이다. p90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사랑에 의해 고무되지 않는다면, 혹은 어떠한 종류의 것이건 연애가 그들 마음 속에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지 않는다면, 그들은 도대체 무엇에서 최대의 관심을 찾아낼 것이며 또 어떻게 동년배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겠는가? p91

 

나는 노상에서 살며 심부름꾼처럼 산악과 평야 사이를 왕래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때때로 나는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함께 나의 고향 도시를 아무 인연 없는 장소처럼 지나갔으며, 파르가세의 어느 주막에서 식사를 하고는 계속해서 놃은 세계와 자유로운 자연을 방황했다.

그러나 프리데리케가 처한 고통이 나를 괴롭히던 때여서, 전에 하던 대로 이번에도 또 시작에서 구원을 받으려고 했다. 나는 이러한 자책적 참회를 통해서 내적 면죄를 받기에 합당하도록 상례적인 문학적 고백을 시도했다. <괴츠폰 베를리힝겐> <클라비고>에 나오는 마리라는 여성과 그의 애인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나쁜 인물은 이와 같은 참회적 관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 시절의 상처나 질병은, 유기적 생명의 건전한 조직이 병적 조직을 밀어낼 수 있으며 건강을 회복할 시간적인 여유를 주어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게 마련이다. 내 경우도 다행히 좋은 기회를 얻어 신체운동을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하여 이런 운동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원기를 회복했고 새로운 삶의 기쁨과 향락을 되찾게 되었다. p93

 

인간이 일을 계속함에 있어 범하는 일반적인 오류는 역시 고등법원의 최초이자 영원한 근본적인 결함이 되었다. 목적은 컸지만 사용수단이 불가능했다. 배석판사의 수가 너무 적었다. 어떻게 그 인원으로 곤란하고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누가 제도의 완비를 촉진시키겠는가! 황제는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보다 손해가 되는 제도를 후원해 줄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가 자기 자신의 재판소, 즉 추밀원을 완전한 것으로 만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편 의회의 관심을 살펴보면 의원들에게는 원래 출혈을 중지시키는 것만이 문제가 되고, 상처가 치료되었는가의 여부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p97

 

이와 같은 무정부시대야말로 유능한 인물이 가장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선행을 하려는 사람은 적합한 자리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p101

 

그와는 반대로 평화 시에는 인간의 자유정신은 점점 두드러지는 것이다. 자유로우면 자유로울수록 자유를 원하는 법이다. 우리들을 지배하는 것은 아무것도 용서하지 못한다. 우리들은 압박당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또 아무도 압박을 당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병적이라고 해도 좋은 이 민감한 감정은 아름다운 정신 속에서 정의감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같은 정신과 마음이 그 당시 도처에서 나타나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압박을 당하는 경우에도 이 사람들을 우연적인 압박에서 해방시키려고 했다. p107

 

우리는 그 후 이 운동과 반동의 세계 속에서 신문, 잡지의 집필자들이 정의의 깃발 아래 일종의 열광에 사로잡혀 야기시켰던 지극히 격렬한 고발과 선동을 경험했던 것이다. 그 때 그들은 공중을 설득하여 진정한 법정은 그들 앞에 있는 것이라고 믿게 하고는 더욱 대담무쌍하게 서둘러 일에 착수했다. 그러나 어리석은 짓이었다! 왜냐하면 공중은 집행권이 없으며 더구나 분열하는 독일에 있어서 여론은 아무에게 이익이나 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108

 

만일 과거의 위대한 작품이 다시 떠올라 일반에게 보급되는 날이 온다면, 이런 문학시대야말로 언제나 행복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작품들은 완전히 새로운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호메로스의 광휘가 또다시 우리들에게 새로이 빛을 던졌다. 그 빛은 원래 이 같은 출현을 크게 조성했던 시대 정신에 들어맞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사람들은 언제나 자연을 목표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드디어 고대의 작품까지도 이런 면에서 관찰하는 것을 배웠던 것이다. p111

 

직무의 소홀과 태만, 부정이나 수회 등에 관한 길고 긴 세세한 풍문이 선을 요망하고 그 의기로 자기의 마음을 수양하여 모든 젊은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이 얼마나 불쾌했던가 하는 것은 성실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던 일이다. 이러한 사정 아래서 어찌 법률이나 사법관에 대한 존경심이 일어나겠는가? 설령 검열제도의 효과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진보적이고 쾌활한 청년들에게는 여기서 하등의 광명을 찾아내지 못했다. 소송 형식에만 구예되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일이 지연되는 원인이었다. 다소라도 수완을 보이고 중요시되려면, 언제나 부정한 자, 즉 규탄을 받는 자와 결탁하여, 억지로 발라 맞추거나 몸을 잘 피하는 검술적 책략에 익숙해야 했다.

왜냐하면 훌륭한 예술작품은 도덕적 효과를 갖고 있으며 또 가지게 될 수도 있겠지만, 예술가에게 도덕적 목적을 요구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일을 파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p113

 

여자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보이기 위해서 몸을 치장한다. 서로 경쟁을 하여 아무리 몸을 치장해도 지칠 줄을 모르는 존재이다. 그러나 친구요, 장래의 신랑이 될 사람 앞에서 검소하고 청초한 차림을 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서 하는 차림인 것이오, 그렇게 해서 일생 동안 허식도 사치도 없이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무언의 보증을 하는 여자가 나에게는 가장 사랑스러웠다.

이런 여자들은 그렇게 자기 일에만 분주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겐 외부 세계를 관찰한 시간도 있고, 또 외부 세계에 순응하여 그것을 따를 만한 여유도 있다. 그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현명하고 분별 있는 사람이 되며 자기 교양을 위해서 많은 책이 필요치 않다. p117

è  여성에 대한 괴테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을 보면, 그녀의 여동생을 제외한 당시 모든 여자에 대해 루소의 영향을 받아 가지고 있던 평등의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괴테의 생각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여자는 일 년의 일에 마음을 쓰고 살면서도 단지 현재의 순간을 위해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즐겨 나의 동반자가 되었다. 나는 그녀의 옆을 떠날 수가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에게 일상생활의 중개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우리는 여러 가지 나날의 일 속에서, 혹은 농장에서, 혹은 밭이나 목장에서, 혹은 채소원이나 화원에서 떨어질 수 없는 반려자가 되었다. 약혼자도 여가에는 함께 참여했다. 우리 세 사람은 붙어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으며, 어찌하여 이렇게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우리는 즐거운 한 여름을 보냈다. p118

 

사람들이 말하듯이 동경 속에 최대의 행복이 있다면, 그리고 진실한 동경은 도달할 수 없는 것에만 향해야 하는 것이라면, 우리들은 여기서 지금 그 방황한 자취를 더듬고 있는 청년을 가장 행복한 청년으로 만들기 위한 모든 조건을 발견할 수 있었던 셈이다. p121

è  희망, 나의 행복한 순간

 

그러나 사물을 그의 연관에서 떼어 놓아도 생명을 주고 그것을 생생하게 눈앞에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이 나로 하여금 어느 세기나 학문의 어느 부분이든 그 전후에 관한 아무 지식 없이도 환하게 알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어떤 종류의 이론적, 실천적 정신이 내 마음에서 눈을 떴기 때문에 나는 사물에 관해서 그것이 어떠했는가 하는 것보다 그것이 어떻게 존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설명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설명은 하등의 철학적인 연관은 갖지 못했으나 비약적으로 적절한 바가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매우 쉽게 사물을 이해하는 능력과 타인의 의견이 나의 확신과 완전히 모순되지 않는 이상, 그것을 호의로서 받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p126

 

왜냐하면 사람이란 누구나 타고난 반감이 있는 법이다.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를 특히 멀리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 저런 것이 마음 속에 반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p129

 

13

왜냐하면 그 당시는 어떤 개인에게 이야기나 편지를 한다는 것은 동시에 여러 사람을 향해 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그 당시 사람들의 공통된 경향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봄과 동시에 타인의 마음을 살폈다. p134

 

그 부인은 모든 것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으나, 아무것도 그녀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온화했고, 모든 것을 참을 수 있었고 고통을 당하는 법이 없었다. 남편의 농담에도 친구들의 애정에도 어린애들의 애교에도 모두 한결같이 대했다. 따라서 이 세상의 선이나 악에 의해서, 혹은 우수한 혹은 졸렬한 문학 작품에 의해서 마음을 빼앗기는 법이 없이, 언제나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슬프고 괴로운 운명에 부딪혔는데도 불구하고, 부인이 고령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성격 탓이었다.p138

 

그러나 이와 같은 유쾌한 상태 속에서도, 내부에는 부조화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이 부조화의 씨는 교양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건 교양이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건 대개는 불쾌한 결과를 나타내는 법이다. p139

 

각본이 언제나 받을 수 있는 대갈채는 바로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그런 성격에서 생기는 것이다. p144

 

그것이 더욱 나를 자극하여 나는 다음날도, 3일재도 계속해서 썼다. 매일 보고할 때마다 누이동생은 차츰 희망을 갖게 되었다. 더구나 소재가 철저히 내 것이 되었기 때문에, 일보 전진함에 따라 모든 것이 더욱 생생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나는 작품을 중단함이 없이 일로매진했고 우왕좌왕함이 없이 뒤로 돌아보지 않고 계속하여, 6주일 후에는 가철한 원고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을 갖게 되었다. p149

 

그는 나를 조소하며 도대체 끝없이 제작하고 개작하는 것이 무슨 뜻이 있는가, 하고 반문했다. 그런 것을 통해서 작품들은 다른 것이 될 뿐이지 절대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하나의 작품이 어떠한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보고 나서 다시 새로운 작품을 계획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적당한 때에 울타리에 널면 기저귀는 마르는 법이야하고 그는 격언 비슷하게 외쳤다. 또 지체하거나 주저하는 것은 자신 없는 인간을 만들 뿐이라고 했다. p151

 

인생에 대한 그와 같은 혐오에는 육체적인 원인과 정신적인 원인이 있다. 전자는 의사에게, 후자는 도학자에게 연구하도록 위임하자. 우리들은 자주 충분히 연구한 제재에 대해서 그러한 현상이 가장 명확하게 나타나는 주요점만을 주의해보겠다. 인생의 모든 향락은 외부적 사물의 규칙적인 회귀에 기인한다. 주야, 사계절, 개화와 결실의 순환, 기타 시기에 따라 돌아오는 우리가 향락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상 생활의 원동력인 것이다. 이 같은 향락에 대해서 개방적이면 개방적일수록 우리들은 한층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 앞에서 이와 같은 종류의 현상이, 우리들의 관여도 없이 기복회전할 때, 우리들이 호의적인 제공을 감수하지 못하면, 거기서 최대의 불행과 최악의 질병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인생이 지겹고 무거운 짐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날마다 옷을 입고 벗기가 싫어서 목매달아 죽었다는 영국인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어느 큼직한 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정직한 정원사를 알고 있었는데, 그는 어느 날 화를 내며 이렇게 외쳤다. “도대체 1년 내내 서쪽에서 동쪽으로만 흐르는 비구름을 쳐다보아야 한단 말인가!” 또 우리나라의 어느 훌륭한 인사는 봄이 다시 푸르러지는 것을 보자, 화를 내면서 변화 있게 한번 좀 빨갛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상태는 사실 인생 권태의 징조로서, 이 권태는 마침내는 자살이 되는 수도 적지 않으며, 사색적이고 내성적인 인간에 있어서는 상상 이상으로 자주 나타나는 것이다. p158

 

진정한 시는 현세의 복음으로서, 내면적 쾌활함과 외부적 쾌활함에 의해서 우리들을 압박하고 있는 지상의 무거운 짐을 제거해주는 점에 있다. p160

 

사람들이 내게 명랑한 작품이나 쾌활한 시들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는 것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것의 대부분이나 혹은 가장 뛰어난 것들은 반드시 비교적 옛 시대에 속하는 것들이며, 그런 부류로 칠만한 비교적 새로운 것은 한결같이 풍자적이었고 신랄하여 특히 여인들을 경멸하는 것들이었다. p162

 

비탄에 빠지기 쉬운자는

자연이 준 상처보다 더 많은 상처를 알았으리라.

그이 망상이 비참의 모습을 어둡고 관념적인 가공의 색조와 공포로 그려내는 동안.

 

자살에 대해서는, 이미 수없이 논의가 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모든 인간의 관심을 끌며 어느 시대에 있어서나 논의를 거듭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 본성에 관한 것이다. 몽테스키외는 자기 작품 속의 영웅이나 위인들에게 마음대로 죽음을 택하는 권리를 부여하였으며, 자기 비극의 제4막을 자기가 끝내고 싶을 때 끝내는 것은 각자의 자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극히 평온한 환경 속에서 살며 본래 활동이 부족하여 자기 자신에 대한 과다한 요구로 인해서 인생이 싫어진 사람들을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이 그런 경우에 처했고 그때 내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으며, 또 그 고통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 얼마만한 노력이 필요했는가를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여기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갖가지 죽는 방법을 고찰한 것을 숨김없이 말해보려고 한다.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서 이탈하고 자기를 해칠 뿐 아니라 멸망시키는 것,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대개 기계적인 수단을 취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외적 수단이며 적이다. 그 적과 인간은 동맹하여 자기 자신에 저항한다. p164

 

그래서 나는 자살을 함에 있어 오토처럼 행동할 수 없는 자는 자기 마음대로 이 세상에서 떠나는 것이 용서될 수 없다고 확신했다. 이와 같은 확신으로 인해서 나는 자살할 결심보다도 차라리 화려한 평화시절에 게으른 청년의 마음 속에 스며들었던 자살의 망상에서 벗어나던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나는 자기를 조소하고 일체의 우울증적인 어리석은 행동을 포기하고 살아나갈 것을 결심했다. 그러나 생존을 명랑하게 해나가려면 시인으로서의 임무를 실행하고 내가 이 중요한 제목에 대하여 느끼고 생각하고 공상한 것들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때문에 나는 2,3년 동안 마음 속에 꿈틀거리고 있었던 재료를 모았고, 나를 가장 괴롭히고 불안하게 했던 경우를 눈앞에 다시 떠올려 보았다. 즉 나에게는 그것들이 구체화될 수 있는 사건이나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다. p165

è  책 전반에서 알 수 있지만, 괴테의 창작활동은 대부분의 그의 경험과 주변인물에서 나온 것 같다.

 

자기가 낯설고 새로운 관계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언제나 불행한 일이다. 우리들은 자주 우리들의 의사와는 달리 잘못된 관계에 유혹되며, 이런 상태의 미완성이 우리들을 괴롭히고 게다가 그런 상태를 개선하고 거부할 수단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p166

 

나는 외부와 아주 인연을 끊고 친구의 방문까지도 거절했으며, 또 내면적으로도 여기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것은 모두 옆으로 젖혀 놓았다. 그 대신에 나의 계획에 다소라도 관계가 있는 것은 전부 모았고, 또 아직 그 내용을 시적 소재로 이용하지 않았던 최근의 나의 생활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반복해보았다. 이와 같은 사정 아래서 오랫동안 남몰래 여러 가지 준비를 끝마친 뒤, 드디어 <베르테르>를 전체의 설계나 부분적인 취급에 대해서 하나도 미리 메모해놓지도 않고 4주일만에 써버렸던 것이다. p168

 

현실을 시로 바꿈으로써 나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었으나, 나의 친구들은 시를 현실로 바꾸어 이런 소설을 모방하고 끝내는 자살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이 작품 때문에 혼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처음에는 일반 대중에서도 이러한 혼란이 일어나 나에게는 매우 효과가 있었던 이 작은 작품이 몹시 새로운 것이라는 악평을 받았다. p169

 

강력한 지뢰를 폭발시키려면 조그만 도화선만 있으면 되듯이 이때 대중 속에서 일어난 폭발은 젊은 세대가 이미 스스로 동요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강렬했으며, 그 진동은 각자가 극단적인 요구나 메워지지 않는 정열이나 망상적인 고민을 폭발시켰기 때문에 더욱 컸던 것이다. 일반 대중에게 정신적 작품을 정신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바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내 친구들에게서 경험했듯이, 실제로는 내용과 소재만이 주의를 끄는 것이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인쇄된 책이 갖는 품위에서 나오는 선입견, 즉 그 속에는 교훈적인 목적이 있으리라는 종전의 선입견이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진실한 묘사는 목적이 없는 것이다. 진실한 묘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저 생각과 동작을 순서를 따라 전개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계몽도 교훈도 하게 되는 것이다. p170

è  내게 정말 큰 힘이 된 문단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건데. 진실한 묘사를 통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 그런데 목적이 없는 글을 잘 읽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정보들이 필요한 것 같다.

 

성실하고 공로와 학식이 풍부한 이 사람은 매우 편견적이어서 자기의 의견을 순수하고 유일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 의견에 맞지 않는 것은 모두 억제하고 배척했던 것이다. p171

 

우쭐한 그 사내가

나를 위험하다고 소리쳐도 좋다.

수영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물을 비난하려는가!

베를린 추방령도 나에겐 아무 소용이 없다.

몰취미한 허풍쟁이 같은 것!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놈은

더 잘 읽도록 배우도록 해라. p173

 

내가 이 작품을 쓸 당시 나는 저 미술가가 베누스의 상을 만드는데 몇 사람의 미인들로부터 좋은 부분만을 따가지고 옴으로써 매우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로테를 만드는 데 있어서 주요한 특징은 가장 사랑하는 애인에게서 땄지만, 그 외의 여러 아름다운 소녀들의 용모와 성격을 따오는 일을 했다. 그래서 탐색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여인들이 유사점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또 여인들도 자기가 로테처럼 보이는 것이 반드시 대수롭지 않는 것만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러 명의 로테로 인해서 나는 무한한 고통을 받았다. 왜냐하면 나를 보는 사람마다 도대체 실제로 로테는 어디에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p174

 

나는 작가와 대중이 거대한 심연으로 갈려 있으며, 동시에 다행히도 그것을 쌍방이 전연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이 같은 일을 당해서 너무나 똑똑히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서언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일찍이 통찰했다.

그러나 순수한 제작을 촉진시킬 수 잇는 적막과 조명과 암흑에서 그는 백주의 소란한 환경 속에 끌려 나오고 말았던 것이다. 거기에서 타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망각하게 되며, 관심과 냉대에 의해서 혹은 찬양과 힐책에 의해서 현혹되고 마는 것이다. 왜냐하면 외부와의 여러 가지 접촉은 결코 우리들의 내면적 교양의 시기와 일치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 없고, 반드시 해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현실의 산만보다도 작가가 비교적 큰 작품에 착수하고 완성하는 것을 더욱 방해하는 것은 그 당시 그런 친구들 간에 지배적이었던 욕망, 즉 인생에 나타나는 조금이라도 중요성이 있는 곳은 전부 희곡화하려는 욕망이었다. p176

 

그리고 이와 같은 그의 취급 방법은 경탄할 만한 것이다. 완전한 실업가인 그는 국민에게 현명하고 친절한 정부의 계획과 실천에 대해서 사실대로 명확히 이해시키려고 주간지에서 말하고 있다. 그것도 결코 교훈적이 아니고 시적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좋은 의미에서는 수사적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 대상을 초월하고 극히 엄숙한 사물의 쾌활한 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수법을 알고 있다. 때로는 가면 뒤에 숨어서 또 때로는 자신의 말로써 언제나 완전하고 충분하게 논술하며, 동시에 유쾌하게 풍자도 섞어가며 어디까지나 힘차고 진지하고 친절하게 이야기한다. 또 더러는 퉁명스럽고 과격한 때도 있지만,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필자의 정신, 지성, 경쾌, 수완, 취미, 성격 등에 대해서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인적 대상물의 선택, 깊은 통찰, 자유로운 관망, 교묘한 취급, 심각한 동시에 쾌활한 해학 등에 관해서 나는 프랭클린을 제외하고는 그와 견줄 수 있는 인물을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이 존중하고 숭배하고 있는 것을 가능한 한 자기 것으로 할 뿐 아니라, 그런 것을 자기 자신 속에서 만들어내고 표현하고 싶은 것은 우리들의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공상이며, 그 떄문에 인생에 있어서 많은 고통이 생긴다 해도 우리들은 그것을 단념할 수가 없는 것이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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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성격은 솔직, 성실하다고 평가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의 내면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책략에 대해 철저한 애착, 즉 바로 책략 그 자체를 좋아했으며, 본래의 목적, 곧 명백하고 주관적이며 성취할 수 있는 목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언제나 기발한 것을 머릿속에서 생각했으며, 기발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게는 끊임없는 즐거움이 되었던 것이다. p182

è  늘 기발한 것은 아니지만, 기발한 것이 즐거움이 되는 것은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실험.

 

렌츠의 작품은 도외시할 수 없는 몇 가지 현저한 특징을 내포하고 있었다. 가장 어리석고 기괴한 장난 속에 일종의 사랑스런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독서에 소비했던 시간은 탁월한 기억력에 의해서 많은 수확을 가져왔고, 그의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여러 가지 재료에 의해서 풍부히 했기 때문에 놀 수 있는 더욱 많은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p183

è  역시 독서를 통해 얼마나 얻느냐는 기억력의 문제였던가

 

마치 한없이 자질구레한 일에 몰두하여 끝도 없는 실을 목적도 없이 잡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일은 그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일이었다. p184

 

특히 그레트헨의 파멸을 들려주었다. 그는 이 재료를 택하여 비극 <영아살해>에 이용했다. p186

 

그러나 그와 같은 유능한 성격의 견인력은 그것이 세속적, 실무적 생활을 통하여 유지된다면, 또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의 취급 방법이 많은 사람들 눈에 거칠게, 아니 무법적으로 보일지라도 적절한 시기에 사용되고 가장 확실하게 목적을 달성한다면 더욱 가치 있는 것이 된다. p189

 

대체로 우리는 정신이나 감정에 관한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대중으로부터, 아니 친구들로부터도 멀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사고방식과 교양 정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과도 서로 이해하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라바터는 전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따. 그는 자기 의견을 과장하여 남에게 퍼뜨리는 것을 좋아했다. 또 사람들 속에서 일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따. 그것은 대중을 가르치고 즐겁게 하는 특수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재능은 저 뛰어난 관상의 천분에 기인하고 있었다. 그는 타인의 인간성과 정신을 정확히 식별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과 접촉하여 바로 그 기분을 알아보았다. 그 위에 누가 정직한 고백이나 성실한 질문을 할 경우에, 내외 양면의 풍부한 경험에 입각하여 누구에게나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p196

 

멀리 떨어져서 그에게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도 곁에 있으면 친밀감을 느꼈다. 그러나 나의 작품을 통해서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도, 완고하고 배타적인 인간과 만나면 환멸을 느꼈던 것이다. p197

 

모두이며 무엇을 믿는가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신앙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커다란 안정의 감정이며, 이 안심은 엄청나게 위대하고 강력한, 탐구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신뢰에서 생겨난다.

신앙은 신성한 그릇이며 그 속에다 각자는 가능한 한 자신의 감정, 오성, 상상을 기꺼이 넣어서 바치는 것이다. 한편 지식은 이것과 사정이 전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아는가, 어떻게 잘, 어떻게 많이 아는가 하는 것이다. p200

 

그와는 달리 어린이들을 주위에 모아놓고, 일상생활을 모아서 엮어낸 진기한 동화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매우 다행한 것은 청중의 어느 누구도 이야기 속에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조작인가를 귀찮게 물어대는 아이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p206

 

좋은 기분에 잇는 타인을 슬프게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나 친구에게 과분한 친절을 베푸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만심에 속한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p209

 

머리로 생각했던 일이나 눈으로 본 형상 같은 것은 오성이나 상상으로 재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감정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감정은 되풀이되지 않는다. 특히 열광적인 순간을 다시 눈앞에 전개시킨다는 것은 힘든 일인 것이다. 그러한 순간은 예상도 하지 않은 순간에 내습하는 것이며, 우리들은 무의식 중 그것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에 대해서는 당사자보다도 그때 우리들을 지켜보던 타인이 오히려 더 명확하고 순수한 견해를 갖게 되는 것이다. p210

 

야코비가 나에게 말한 범사상은 그의 순수한 감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가 절대적인 신뢰감으로 가장 심오한 혼의 요구를 나에게 숨김없이 고백했을 때, 그것이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감동시켰다. 이 욕구, 정열, 이념의 신비로운 결합에서, 아마도 후일에나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될 그 예감만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이 방면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훈련을 쌓아 어느 비범한 한 인물의 생활이나 사고방식을 이미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것은 사실 불완전하고 생소한 것이었으나, 그래도 나는 거기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와 같이 나를 강하게 움직이고 내 사고방식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스피노자였다. p213

 

신을 진실로 사랑하는 자는 신이 자기를 사랑해주기를 원해서는 안 된다.”

이 놀라운 말이 그 말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모든 근본 사상과 거기서 나오는 모든 결론과 더불어 나의 모든 사고를 남김없이 충족시켰다. 만사에 있어서 무사한 것, 사랑과 우정에 있어서 가장 무식한 것이 나의 최대 욕구이며 주의이며 실천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 여기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은, 본래 가장 긴밀한 결합은 대립에서만 생긴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조화시키는 스피노자의 평온은 일체를 동요시키는 나의 성향과 대립했으나, 그의 수학적인 방법은 나의 시적인 사고방식 및 표현방식과는 정반대였다.

나의 이와 같은 혼동상태를 털어놓고 보여 준 최초의 사람이 프리츠 야코비였다. 본성이 역시 가장 심오한 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그는 나의 고백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주었으며, 그도 역시 마음을 터놓고 대해주었고, 나를 자기 사상 속에 이끌어 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도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인 욕구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도 타인의 조력으로 그것을 가라앉히지 않고, 자기 힘으로 그것을 만들어내어 해명하려고 했다. 그가 자기의 심경을 나에게 고백한 것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p215

 

왜냐하면 두 번째 본 것은 첫 번째 본 것과 머릿속에서 혼합되는 것이 상례이며, 또 나는 사색에 잠겨 경험한 여러 가지 사건들을 정리하고 인상을 받은 것들을 소화시키는 데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p217

è  괴테를 만든 것은 재능도 있지만, 역시나 노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깨달음

 

15

즉 나로 하여금 동포 교단이나 기타의 존경하는 기독교 신자들로부터 떨어지게 한 것은 교회가 이제까지 수차 분열했던 원인과 똑 같은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인간의 성품은 인류 타죄에 의해서 부패했으며, 뼛속까지 털끝만큼도 선을 발견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인간은 자기의 힘을 완전히 단념하고 모든 것에 있어 하나님의 은총을 바라며 그의 영향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p224

 

그러나 속세에만 마음을 기울이고 있던 그 제화공은 우리의 구세주에 대해서는 특별한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 호감은 주로, 그로서는 그 정신을 이해할 수 없는 이 고귀한 분을 자기 식의 사고방식과 실행방식으로 개종시키려는 생각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p226

 

우리가 모두 짊어져야 할 인간 보편의 운명은 정신적으로 비교적 일직 광범위하게 발달한 사람의 어깨에는 가장 무겁게 놓이는 것이다. 우리는 양친이나 친척의 보호를 받고 성장할지도 모른다. 형제나 친구들에게 의뢰할지도 모른다. 또 친지에게 부양되고 애인에 의해서 행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하간 종말에는 언제나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p228

 

나도 어떤 뜻있는 것은 세상과 격리되어 고독할 때만 창조된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사회의 칭송을 받은 나의 작품들도 고독의 산물이었다.

나의 성격과 사고방식에 있어서는 항상 하나의 의향이 다른 모든 것을 떠밀어버리기 때문에 그들과의 결별도 그만큼 무리 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p229

 

대체로 그리스 신화는 끝없이 풍부하게 신과 인간에 대한 상징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 때 얼마나 내가 활발하고 쾌활하고 그리고 신속하게 일을 했는가는 많은 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시들은 예술적 자연과 자연적 예술을 감격적으로 전하며, 그것이 성립하는 순간에 나와 친구들에게 언제나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던 것이다. p231

 

클로프시토크는 자기 자신이 가치 있는 인물로서 더 높은 존재, 즉 종교, 도덕, 자유의 대변자로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사교가로서의 다른 특색도 겸비하고 있었다. 즉 상대방이 대화를 기대하거나 원할 것 같은 제목에 관해서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나 문학에 관한 것에 대해서는 거의 듣지 못했다.

 

누구나 자기의 천부적 재능을 기뻐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천분을 발휘하는 데서 이미 스스로 보수를 받지 못하고, 타인이 자기의 업적을 인정하고 정당히 평가해 주는 것만을 기대하고 희망하는 사람은 불행한 경우에 있는 것이다. p247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은 갈채를 아끼며, 칭찬을 에누리하고, 게다가 자칫하면 그것을 비난으로 전환하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이 점을 각오하지 않고 공증 앞에 서는 사람은 불만 이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자기에게서 나타난 것을 과대평가하지는 않을지라도 무조건 존중하는 것인데, 우리들이 받는 평가는 어느 것이나 조건부이기 때문이었다. 또 칭찬이나 갈채를 위해서는 모든 쾌락에 있어서와 같이 어떤 감수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것을 찜머만에게 적용해 보면 여기에서도 역시 이미 내가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은 받을 수 없다.”고 하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p248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할 이 같은 성격도, 만일 그것이 공공연히 화제에 오르지 않았던들 그토록 공헌이 많은 인물이라 나도 그것을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그의 만년에 있어서 자기 자신과 타인을 괴롭혔다는 운명적인 우울증이 그가 죽은 후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자식들에 대한 그 같은 냉혹성도 우울증 때문이며 국부적인 광증이며 지속적인 정신적 살인이었다. 그것은 자식들을 희생시킨 나머지를 자기 자신의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참으로 이 훌륭한 인물은 표면상의 존경,명성,영광,지위,재산에도 불구하고 가장 비참한 일생을 보냈던 것이다. p249

è  평생 희열을 찾지 못한 사람. 불쌍하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설령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또 반드시 순수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해 왔던 것이며, 더구나 경험은 여러 중류의 의도에 따라서 형성되었던 때가 많았다. 이 점을 이해하고 구별하고 선택해야 했다. p250

 

사람들은 길은 개척된 줄로 믿었다. 그러나 사실은 지상의 모든 사물에 있어서 새로운 길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말하자면 배가 헤쳐나간 물결이 배가 지나가면 뒤에 다시 쏟아져 내리듯이 탁월한 사람들이 오류를 헤치고 나가면 그 뒤에는 자연적으로 오류가 이내 다시 모여드는 것이었다. p251

 

습관이란 이상한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차차 이 관계가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녀가 나에게는 점점 그리운 존재가 되었다. 나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아름답고 고요한 믿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래서 만일에 목사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우리는 그리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결혼식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p255

 

작품은 쓰는 대로 이미 파악된 모든 개념을 초월한 것이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많은 것이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만일 당시 내가 조금만 격려를 받았더라면 이런 작품을 한 다스쯤은 쓰기 쉬운 일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더라면, 아마도 그중 3,4편은 무대에서 상연되었을 것이다. p257

 

4

신을 제외하고 신에 맞설 자 없느니라

16

흔히 불행은 혼자서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데, 행복에 있어서나, 또는 조화된 방법으로 우리들의 주위로 모여드는 행,복행 이외의 다른 상태에 있어서도 역시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운명이 우리들에게 운명과 같은 것을 안겨 주거나, 혹은 연관된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을 우리 인간이 지니고 있거나, 그 어느 쪽이든 같다고 할 것이다. p263

 

나는 언제나 어떤 사람이 어떻게 생각했어야 했는가를 제3자에게서 듣는 것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당사자 자신에게서 듣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대체로 논쟁이란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264

 

우리의 육체적 및 사교적 생활, 풍속과 습관, 처세술, 철학, 종교뿐만이 아니라 우발적인 사건,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우리들을 향해서 체념하라고 외치고 있다. 우리는 가장 고유한 것으로서 우리 내부에 소유하고 있는 많은 것을 외부에 나타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의 본질을 보충하기 위해서 외부로부터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고, 이와 반대로 우리에게 있어서 매우 귀찮기도 하고 관계도 없는 많은 일들이 강요당한다. 애써서 획득한 것과 호의적으로 허락 받은 것도 우리에게서 강탈당하고, 그리고 이것을 미처 확실하게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는 자신들의 인격을 버리도록 강요당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일부분이었지만, 나중에는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군다나 그 때문에 거친 행동을 취하는 존경 받지 못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 술잔이 쓰면 쓸수록 오히려 달콤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하며, 얼굴을 찡그려 평안한 방관자의 감정을 해쳐서는 안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서 부여된 변덕이라는 특징이다. 인간은 이 변덕이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도 바로 다음 순간 어떤 새로운 일을 착수하기만 하면 하나하나의 일을 단념할 수가 있다. p265

è  변덕, 실험, 지금까지 여러 실험을 하고, 끝을 못 본 내게는 위안이 되는 말이다., 희망

나의 스피노자에 대한 신뢰는 그가 내 마음 속에 불러일으킨 부드러운 영향에서 기인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의 저작을 전적으로 시인하고 문자 그대로 그의 설을 신봉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같은 말을 읽어도 그 누구도 다른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같은 회화나 같은 독서가 각자에게 다른 사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너무나도 명백하게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p267

 

우리들 자신의 우월성의 관념은 우리에게 이처럼 뿌리깊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외계가 조금이라도 이 우월성을 갖는 것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고 우리와 비슷한 것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우리는 방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와 똑 같은 놀라움은 인간이 일반적으로 승인된 도덕적 법칙에 반해서 도리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자타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무분별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에도 우리를 엄습한다. p268

 

들과 숲을 헤치고

내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이렇게 하루 해를 보낸다.

한밤중에 눈을 떴을 때 영시 똑 같은 일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나의 선배 중 한 사람처럼 가죽 조끼를 만들게 하고, 문득 떠오른 생각을 어둠 속에서도 손으로 더듬어 적어두는 습관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 p269

 

두뇌가 뛰어난 자가 가치 있는 저술에 의해서 공중의 주의를 끌게 되면 세상 사람들은 그가 언제든 다시 똑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극력 방해한다.

바로 이 말 그대로다. 세상과 전혀 교섭이 없는 조용한 청년시절에 어떤 좋은 것, 재치있는 것을 만들어내면 세상의 칭찬을 받기도 하지만 독립과 자주성은 상실당한다. 사람들은 그의 집중된 재능을 분산상태로 끌어당긴다. 이것은 그의 인격에서 무엇인가 뜯어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p276

 

같은 사고방식을 갖는 이런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즐겨 이야기하는 것은 소위 각성이라든가 회심이라는 것이며, 우리는 그 심리적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본래 우리가 학문이나 문학상에 있어서 아페르시-달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어떤 위대한 원리를 인지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천재적인 정신 작용이다. 이 인지에 도달하는 것은 오직 직관에 의할 뿐이고, 사고나 학설이나 전승에 의해서는 도달할 수가 없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인지란 신앙 속에 닻을 내리고, 그 때문에 굽이치는 파도 한복판에서도 태연하게 확신을 잃지 않는 정신적인 힘을 인지하는 것이다. p281

è  서문에 잘 활용해도 좋을 듯.

즉 내게는 남이 하는 말에 대해서는 무엇이든지 항변하려고 하는 불손한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p284

 

17

그러나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일념에서 일을 벌여 거기에 정진하려고 애썼으나, 일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또한 거기에 따라서 나의 오펜바하 방문도 차츰 드물어짐으로써, 일종의 마음 괴로운 곤혹을 초래하게 된 것은 바로 장래를 걱정하는 나머지 현재를 소홀히 하여 그것을 잃는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게 했다. p306

 

내가 이제까지 이러한 일에 일체 무관심했던 것도, 어떤 조건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아름다운 희망이 외부로부터 열려져서 내게 안심과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활발한 정신은 도처에서 발판을 굳히고, 능력과 처분은 신뢰를 얻는 것이다. 오직 방향을 바꾸는 것이 문제임은 세상 사람 누구나가 생각하는 일이다. 고집센 청년은 사람의 애호를 받는다. 천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정한 일에 국한되어 있는데, 세상은 천재가 무슨 일이나 다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p311

 

이 때에는,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친 중간적 시기에 대한 흥미를 갖는 경향이 일반적으로 일어나서 왕성해졌던 것이다. 내게도 울리히 폰 후텐의 작품이 입수되었다. 더구나 참으로 이상하게 여긴 것은 우리들의 새로운 시대에 그 시기에 일어난 것과 똑 같은 일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 일이었다. p317

 

하여튼 시기하는 일을 그만두고, 우리도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자기 소유물로 만들어 우리를 비참하게도 치욕감을 느끼게 한 것을 획득하도록 힘쓰다. p319

 

상류층 귀족은 시기를 당하지 않고, 거의 주목도 받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 활동했다. 여기에 따르는 제2의 계급은 처음부터 보다 더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나, 유서가 있는 유복한 가정적 기초를 발판삼아 법률이나 국가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두각을 나타내려고 했다. p321

 

18

중세 연애시인은 우리에게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먼저 그 말을 연구해야 했으나 그것은 우리의 일은 아니었다. 우리들은 삶을 원했지 학습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p324

 

지금 내가 일류의 역사가들의 찡그림을 본떠서 당시의 담화 대신 허구의 말을 삽입했다고 의심받는다면, 나는 속기사가 당시 그 자리에서 이 연설을 기록해서 우리에게 전해주었더라면 좋았으리라는 희망을 말해도 좋으리라. 그것은 취지에 있어서는 조금도 다름이 없고, 이야기가 유창한 점에서는 아마도 좀더 경쾌하고 좀더 매력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자의식은 있어도 정력과 재능을 어느 쪽으로 향하여 가야 할지를 모르는 청년의 장황한 요설과 넘쳐 흐르는 힘이 현재의 서술에는 전체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같은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기묘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바로 끊임없이 왕래하는 타국인들이 사람들에게 여러 지방을 생각나게 해서 여행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예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여행욕을 자극받았던 것이다. p330

è  이런 식으로 계속 자극 받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싶다. 여행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누이동생의 운명을 종종 상상해 보았을 때 주부로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자칫하면 수녀원 원장이나 고귀한 교단의 단장으로 생각하고 싶었던 것을 고백해야 겠다. 그녀는 그와 같은 비교적 높은 지위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한편 세속적으로는 필요불가결한 것을 갖고 있지 않았다. 여성의 마음에 대해서 그녀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철저하게 발휘했었고, 애정을 쏟아 젊은 사람들을 사로잡아 내면적인 장점을 가진 정신에 의해 지배했다. 착한 일, 인간적인 일은 아무리 이상한 점이 있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면 차별 없이 이것을 받아들인다는 점은 누이동생도 나와 같았기 때문에, 아무도 자신의 어떤 현저한 천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성벽을 조금도 누이동생에게 감추거나 삼갈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교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언제나 다양하고 자유롭고 예의 바르게, 때로는 대담할 정도로까지 행해졌던 것이다. 젊은 부인들과 바르고 친절하게 교제를 해서 남을 꼼짝 못하게 속박하거나, 또는 남을 점유하는 결과에 이르지 않았던 나의 습관은 그녀에게서 힘입은 것이었다. p337

 

새파란 골짜기의 초원은 다시 냇물을 따라 계속되는 낮은 버드나무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초목을 보고 기뻐했다. 기분은 훨씬 안정이 되었다. 평평한 길을 걷고 있는 동안 힘이 다시 회복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행한 친구는 이다지도 멋지게 꾸며 나를 갑자기 놀라고 기쁘게 한 것을 적지 않게 자랑스러워했다.

목장에는 유명한 우르제젠 치즈가 있었다. 우쭐해진 청년은 꽤 많은 포도주를 기분좋게 마시고 점점 기분이 좋아져 기상천외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p355

 

19

이 날 낮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은 의외로운 사건이 또 다시 화제에 올랐고, 그 친구는 모든 것이 이처럼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시에도 산문에도 재현할 수 없는 인상을 받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음을 몹시 자랑했다. p356

 

동행한 친구가 신이 나서 나에게로 다가와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롬바르디아와 이탈리아는 전연 미지의 다른 나라로서 내 눈앞에 놓여있었다. p358

 

새로운 감상이나 다시 되풀이된 감상을 여러 가지로 가슴에 품으면서, 우리들은 페어발트시테터 호반의 유명한 산들 사이를 통과하여 퀴스나하트에 도착했다. p360

 

그 중에는 놀랄만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순서도 없이 일체가 우연히 혼잡을 이루어, 어디에고 서론이 될 만한 것이 보이지 않고, 또한 전후의 맥락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다른 저작에도 역시 문필가로서의 방법이나 예술감이 나타나 있지 않으며, 그 내용은 오히려 항상 그의 사상이나 의도에 대한 열정적인 설명에 불과하고, 전체로써 이루지 못하는 점은 성실하고 재치 있는 말로 보충되어 있다.

천재란 그의 행위에 의해서 법칙을 부여하는 인간의 힘이라고 단언하게 된 것은 훨씬 후의 일이었다. 그 당시는 다만 기존 법칙을 타파하고, 기존의 규정을 뒤엎고, 모든 구속을 이탈했다고 자칭함으로써, 천재가 실증된 것처럼 생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천재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었고, 언어나 행위 면에서의 이러한 남용이 모든 규칙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이 같은 무질서에 반항케 한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p370-

 

진정한 애인간에는 지금까지 느꼈던 모든 것을 단지 현재의 행복의 준비로서 그들의 생활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토대로 보는 것이다. 과거의 애정은 먼동이 트면서 사라지는 밤의 유령처럼 생각된다. p378

è  과거에 집착해서, 혹은 과거의 연인과 비교해서, 이어지는 영향들로 현재 연애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행복한 연애시절의 끊임없는 감격은 근심이 생기면서 더욱 심해져, 마침내 시가를 남겼다.그것은 과장된 점이 전혀 없으며, 그때 그때의 느낌을 솔직하게 나타낸 것이다. p380

 

20

그리고 이제까지도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도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바랄 수 없는, 혼의 깊은 평화를 얻게 된 것은 자신은 없었지만 실제적인 교양을 따라 노력한 덕택이었다. p383

 

나는 어느 정도의 선천적인 재능과 연습에 의해서 윤곽을 그리는 일을 쉽게 해냈으며, 눈앞에 보이는 자연을 쉽게 그려냈다. 그러나 나에게는 특수한 인체적 형성력도 없었고, 명암을 적절히 사용하여 윤곽에 실체를 부여하는 탁월한 능력도 없었다. 나는 어떤 물건의 형체를 분명치 않게 암시하는데 그쳤고, 내가 그린 인물은 단테의 <신곡> <지옥>에 나타나는 허공에 뜬 환영과도 같았으며, 그림자 하나 던지지 않고 식물의 그림자 앞에서 놀라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p385

è  괴테는 정말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자아 발견, 깨달음

 

아버지는 나를 향하여 이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여장도 차려 놓았고, 이탈리아에 가는 여비와 소개장을 써줄 터이니, 즉시 출발할 결심을 하거라고 말씀하셨다. 중대한 일이기 때문에 의심도 하고 주저도 했으나, 드디어 결심을 하고서, 만약 일정한 시일 내에 마차도 소식도 오지 않으면 출발하기로 했다. p395

 

이런 모든 것을 나는 일체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계획 같은 것을 세우지 않는 나의 성격과 계획성 있는 델프 양과는 완전히 일치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순간의 호의는 감사하게 받았으나, 한편으로는 자나깨나 릴리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나를 즐겁게 하며 내 마음을 끄는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 방해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행 계획의 중대함을 생각하고 조용히 공손한 방법으로 작별하고서 2,3일 내로 여행을 계속할 결심을 했다. p399

 

! ! 이제는 그만둬! 우리들의 운명의 가벼운 마차를 끄는 의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 휘두르는 채찍질을 당하고 있는 듯이 통과한다. 우리들은 정신을 차려 말고삐를 단단히 움켜쥐고, 때로는 좌로, 때로는 우로 마차를 돌게 하며, 이 돌과 저 절벽을 피해갈 수 밖에 없다.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어디서 왔는지조차 생각해 낼 수 없거늘.” p401

è  아 왠지 속이 시원해지는 이 말.

IP *.38.2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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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0 23:16:53 *.153.110.150

정말 성실한 글읽기,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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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2 14:41:43 *.246.77.37

아...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ㅋㅋ..

 

성실하게 읽는건가요;;; 읽긴 읽는데 머리속에 남는 것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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