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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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냐 죽는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대사입니다. 아마 가장 유명한 대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대사 한 마디로 때로는 우유부단함의 대명사로도 일컬어지는 사람이 바로 햄릿입니다. 저 역시 이 대사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은 한 사람을 보게 됩니다. 쿨하게 선택하고 싶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것이 또 우리들입니다. 많은 선택의 순간들 얼마나 쿨하게 선택하고 계시나요?
5003번 버스가 보이네요. 저 버스를 타며 약속 장소까지 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약속이 있는 날입니다. 모임에서 해야하는 행사가 있었고, 그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서 오늘 만나기로 한 것이지요. 저도 해당되는 행사라서 별다른 사정이 없다면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버스를 탈 수가 없네요. 잔뜩 내린 눈도 한 몫 하고 있지만 중요한 이유는 집에 있습니다. 오늘따라 아이가 심하게 울었어요. 나간다고 하면 조금 우는 경우는 있지만 그래도 입을 삐죽이며 눈물을 글썽이며 다녀오라고 말해주던 아이인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었어요. 어떻게든 달래고 나와보려 30분을 지체했지만 점점 더 눈물을 더해가고 그리 좋아하는 초콜렛으로도 달래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할머니 등에 업혀 발버둥을 치며 우는 것을 보고 나오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잔뜩 무거워진 마음이 버스타는 발걸음을 자꾸만 잡아 누릅니다. 이런 저런 계산을 해보지만 어떤 것이 맞는지 무엇이 최선인지 모르겠습니다.
순간 짜증도 솟구칩니다. 이럴때면 보기가 하나인 문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였으면 좋겠어요. 순간 물어볼 곳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물어볼 곳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시간이 갑니다. 옛날 오락프로가 생각나는 군요. 이휘재씨가 주연하던 인생극장 말이예요. 화면이 두 개로 나뉘며 “그래 결심했어.”라는 말과 함께 각자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던 프로. 사는 것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금이라도 앞날을 볼 수 있다면 선택을 하기가 쉬울 텐데요.
선택의 순간은 우리 삶의 곳곳에 존재합니다. 늘 우리는 고민하게 만드는 짜장면과 짬뽕부터 시작해서 어느 날 우울한 친구 전화 한통을 받은 날 사랑스러운 그녀는 오늘 꼭 만나야 한다는 문자를 보냅니다. 이런 선택의 문제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 여기서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선택의 문제는 각자의 독특한 상황속에서 발생합니다. 저는 다른 이들의 상황을 모르고 가치관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당신의 선택에 대해서 말할 생긱은 아닙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간에 당신은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으려 애씁니다. 각자가 선택을 하는 기준이 있고 또 그 선택을 하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했는지 모릅니다. 저는 당신이 아니기에 그 선택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 기준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말을 할 자격이 없고 그런 말을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많은 고민을 낳은 문제 일수록 선택을 한 후에도 끊임없는 뒤끝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미 한 길로 결정을 보았고 그 길에 접어들었는데 마음 속에서 자꾸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저쪽 길이 나앗잖아. 다른 길로 가야했어. 여기가 아니라고.’ 이런 말이지요. 그런 말들이 때로는 결정의 순간을 끊임없이 미루기도 합니다. 더욱 가늠해 보아야 한다며 그 길에 붙잡아 두고 있는 것이지요.
처음 5003번 버스를 보낸 순간 아마도 가지 않을 계획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버스가 멈추고 그 버스가 떠나는 것을 보는 순간 저의 마음은 굳어져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다른 버스가 올때까지 말입니다. 이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을 때 들게 될 생각과 다른 이들에 대한 미안함에 선택을 해 놓고도 움직이지 못했지요. 저는 끝내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집을 나선 이후로도 툭하면 엉엉울고 있다던 딸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어요.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것이 과연 잘한 일일까 끊임없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 선택하면 뒤를 보지 마라고 하는데 이미 선택했으니 가지 않은 길은 잊어버리라고 하는데 그게 그리 쉽게 잊혀지나요? 생각은 끊임없이 맴돌고 자꾸만 이런 생각을 자신이 또 짜증이 납니다. 이게 낫았을까? 그래도 저건 해야 했을까? 과연 옳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맴돕니다. 나는 왜 이리 선택앞에 쿨하지 않은 걸까요? 아니 이미 끝난 일인데 이미 가지 않기로 했는데 왜 자꾸만 이런 저런 생각이 나를 괴롭힙니다. 당당하게 선택하지 못한 내가 정말 못난 걸까요? 선택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옛날 프로스트는 “가지 않는 길”이라는 시를 쓰고 우리는 그 시를 읽는 건가봅니다.
저는 이미 선택을 했습니다.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저는 되돌리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저는 마트에 가서 딸기를 샀습니다. 오늘 밤에는 아마도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저를 괴롭히겠지요. 그리 쿨하지 못하니까요. 그런 자책 앞에 우리는 작아지고 올바른 선택이 아닌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때로는 나는 왜 이렇게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딸기를 샀습니다. 아이가 딸기를 좋아하거든요.
나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던지 즐기기를 바랍니다. 아무런 후회가 없는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것이라면 우리가 선택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을 수도 있지요. 후회가 없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그 시간을 즐기는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했건 간에 그것이 다른 누군가가 보기에는 형편없는 선택이건 간에 우리는 이미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단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러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힘든 선택을 내렸으니 우리는 충분히 즐길 이유가 있지요. 선택을 하고 돌아선 순간에 다른 한 방법의 후회로 내가 한 선택의 시간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후회스러운 일은 없을 거예요. 저는 이미 가지 않기로 했어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 미안한 마음. 이런 것들이 남았지요. 하지만 오늘 밤만은 아니기로 했어요. 아니기로 했어도 떠오를지도 모르는 생각들을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한 딸기를 샀습니다. 아이는 이 딸기를 보고 환호할 것이고, 엄마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미소짓겠지요. 아이가 잠든 후에는 “어떻게하니,,,”로 시작되는 말씀을 꺼내실지도 모르지요. 이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길 바라지만 자꾸만 생각이 나고 못난 자신을 만나게 되는 당신에게 이 방법을 권해요. 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간. 나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을 우리에게 마련해 주는거지요.
어떤 역사가는 말했습니다. “과거는 가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 맞아.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는 끊임없이 의문합니다. 과연 최선이었는가? 이것이 잘한 선택인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그러기에 더욱 더 오늘은 우리에게 파티를 배풀어 줘야 합니다. 오늘만은 힘든 결단을 내린 우리를 축하하며 내일 다가올 일에 대한 내공을 쌓아줘야 하는 거지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그래도 그 날은 좋았잖아. 다음엔 그리 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한 경험을 주는 거지요. 오늘의 선택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더라도 말입니다. 아니. 모르기에 더 그래야 하는 거지요.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선택한 후 후회하지 마라구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을 만한 선택이 있던가요? 어느 순간에 후회하고 지난 일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또 사람입니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는 건 없는지도 몰라요. 후회하지 않는다면 나를 난감하게 만든 선택의 문제가 아닌지 몰라요. 우리는 때로 아주 애매한 두 가지 답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인건 사는 것에는 그리 확실한 정답이 없다는 것이예요. 틀린 선택도 정답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객관식이 아닌 인생의 문제가 아닐까요? 너무 거창했나요?
선택의 순간, 우리에게는 늘 100퍼센트의 정답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확률 51퍼센트에 해당하는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지요. 후회한다고 해서 우리가 선택을 잘못하는 것은 절대 아닐겁니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가지 않은 길”처럼 한 숨쉬며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만큼 고민스러운 선택의 문제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고민될수록 더 그런거지요. 나는 어떤 식으로든 당신이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라도 후회가 남겠지요. 남지 않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고 저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후회를 위해 우리는 오늘의 내공을 쌓아요. 당신만의 파티를 계획해요. 최상의 즐거운 시간을 꾸미고 누리세요.
팁1 나의 선택에 대해
누군가는 당신의 선택이 옳지 않다 말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비난에 약한 것이 또 우리들이지요. 정말 좋은 것은 뭔지 아세요? 즐거운 파티를 벌인 후라면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 난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 그 선택으로 인해 그 파티로 인해 우리는 충분히 즐거웠으니까요. 어차피 따르는 후회. 이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겼으니까요.
나는 여전히 "선택"하면 사마천이 떠오릅니다.
사마천이 택한 궁형을 두고 두고 생각했던 "사기"의 주간에
선택의 정체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내리는 선택은 후회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편한 것, 쉬운 것 등 순간적인 쾌락을 기준으로하는 선택은 언제나 훗날 큰 후회를 낳는다.
제가 조금 심각한가요? 맞습니다. 삶에서 선택이라는 주제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선택한 것을 돌아보는 것, 그래서 후회할 만한 것이 있으면 제대로 후회하는 것도 삶의 방편입니다.
루미님이 추천해 주신 팁 1에 대해서 '음--- 그런가.....?'하고 생각하다고
생각을 쫒아서 소견을 드러내 봅니다.
PS. 눈이 많이 내린 그날 오후 그런 일이 있었구나. 루미야.
아마 나도 경민이가 그랬다면 나오기 쉽지 않았을 거야. 잘 했다. 다시 들어온 엄마를 보고 딸내미가 좋아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