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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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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8일 06시 12분 등록

예전에 목매달아 죽기 위해 줄을 매려고 나무에 올라간 적이 있소.

그런데 나무에 달린 체기가 눈에 띄어 무심결에 먹어 보니 너무도 달더군.

그래서 계속 먹다 보니 산등성이에 태양이 떠올랐소. 모든 세상이 너무 밝다는 게 느껴졌소.

붉은 태양은 찬란하게 빛났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소리는 너무도 평안했지.

그래서 아이들에게 체리를 따서 던져 주고 나무를 내려왔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향기>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장면이 그려지시나요? 남자는 나무를 올라갑니다. 자살을 하기 위한 줄을 메기 위해서지요. 하필이면 체리나무에 올라가 하필이면 체리가 먹고 싶어집니다. 무심결에 체리를 따 먹은 남자는 떠오르는 태양과 등교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신기한듯 바라봅니다. 그리고 나무에서 내려오지요. 문득 체리가 먹고 싶어지는 군요. 남자가 따주는 체리 말이예요. 그건 어떤 맛일까요?

 

어느 겨울의 하루가 생각이 납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지요. 새하얀 눈이 춤을 추듯 내려와 세상을 하얀색으로 바꾸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마치 모든 것을 덮어버릴 기세였습니다. 방안에 누워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신비한 기운이 흐르는 듯한 날이었지요. 나쁜 일도 좋은 일로 바뀔 것 같은 신비한 힘이 흐르는 그런 날. 눈물이 나려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날에 나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연락할 곳도 만나러 갈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력서를 내 놓은 곳에서는 연락 한통 없었습니다. 그저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막 스물아홉이 된 싱글맘이었습니다. 사랑에 철저히 실패했지요. 이렇다 할 경력도 자랑할 만한 스펙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도 없었습니다. 그냥 딸아이와 잘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지요. 하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모아놓은 돈도 없었던 저는 아이의 기저귀 값이나 분유 값을 댈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변변한 일자리하나 잡기도 힘이 들었지요.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선 도시. 그 안에 아무런 할 일도 없고 할수 있는 것도 없는 제가 있었습니다. 정지한 느낌이었습니다. 나만 시들어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제 나에게 다시 설레임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나를 알게 되는 다른 이들도 나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지요. 그러기에 나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순간에 처해지더라도 나의 사랑스러움을 믿고 자신을 안아주며 멋지게 살아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발도 움직일 수가 없네요.

 

나무를 기어오르던 남자는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남자의 대사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의욕을 불어넣습니다. “그래. 아직은 살아볼 만한 세상이잖아. 태양은 아름답고 아이들은 귀엽지.” 이런 생각이 들지요. 나는 이 남자가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이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살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예요. 아마 누군가가 줄을 메기 위해 올라가는 남자를 보았다면 분명 말렸을 겁니다. 아직도 살만한 세상이 아니냐면서 말이예요. 어쩌면 떠오르는 태양과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보라고 말했을지도 모르지요. 남자 또한 자신의 행동이 최선이 아님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할 만큼 힘이 들었겠지요. 그를 말린 건 체리 한 알의 맛이었습니다. 이런저런 말이 없었지만 체리 한 알은 그에게 다시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 주었습니다. 때론 이런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하나가 내가 최선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나는 우리들도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몰라요, 자살이 최선이 아님을 알고 있었던 남자처럼 말이예요. 다들 알고 있지 않나요? 둘러보면 일상은 너무도 아름다운 것이고, 그 속에 살고 있는 나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예요. 당신은 알고 있을 거예요. 당신을 사랑하는 법과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말이예요. 당신에게 부족한 것은 체리뿐인지도 몰라요. 단 맛과 같은 느낌말이예요. 너무나 확실해서 부인할 수 없는 그런 강렬한 느낌. 그것 하나가 부족한 지도 모르지요.

 

이 책은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그것은 내가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던 순간과 그것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방법들입니다. 그 방법들은 아주 간단하죠. “겨우 이거?” 이런 생각이 드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방법들은 그러기에 더욱 매력이 있는 방법입니다. 이 순간도 지긋지긋한데 방법까지 어려우면 해볼 마음이라도 드시겠어요? 앞에서도 말했듯 나는 이미 우리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 우리의 생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이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아는 것도 바로 우리지요.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이미 알고 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용기와 사랑, 희망과 같은 거겠지요. 이 방법들은 그런 것들을 실어 날라 줄 거예요. 손끝에서 느껴지는 듯이 생생하게요.

당신이 탑을 쌓고 있다면 큰돌의 흔들거림을 잡아줄 수 있는 돌과 돌 사이의 끼임돌 같은 것이겠지요. 당신이 등산을 하고 있다면 사이사이 먹는 초콜렛 같은 맛이겠지요. 당신이 사막을 횡당하고 있다면 잠시 내 입술을 적셔주는 물 한모금일 겁니다.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있어서 탑을 완성하고 등반에 오르며 횡단에 성공할 수 있겠지요. 이런거 없이도 성공할 수 있지만 그건 매우 힘들일이니까요.

 

나는 당신에게 체리를 드릴 거예요. 먹을건지 먹지 않을건지는 당신이 결정하세요. 하지만  정말 맛있는 체리랍니다.

 

이른아침 붉은 태양이 물드는 하늘을 본 적이 있소?

보름달 뜬 밤의 고요함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소?

누구의 삶이나 문제가 있게 마련이지. 하지만 생각해봐요.

삶의 즐거움을. 막 떠오르는 태양의 아름다움을.

맑은 샘물의 청량함 그리고 달콤한 체리의 향기를

IP *.23.18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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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09:55:53 *.128.229.50

내 삶의 체리 한 알,  이게 서문 제목이구먼. 

좋아 보인다.   

 

 "이 책은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그것은 내가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던 순간과 그것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방법들입니다. 그 방법들은 아주 간단하죠. “겨우 이거?” 이런 생각이 드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방법들은 그러기에 더욱 매력이 있는 방법입니다. 이 순간도 지긋지긋한데 방법까지 어려우면 해볼 마음이라도 드시겠어요? 앞에서도 말했듯 나는 이미 우리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 우리의 생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이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아는 것도 바로 우리지요.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이미 알고 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용기와 사랑, 희망과 같은 거겠지요. 이 방법들은 그런 것들을 실어 날라 줄 거예요. 손끝에서 느껴지는 듯이 생생하게요."   ---> 이걸 사족이라고 한다. 군더더기지.  힘이 쪽 빠지잖아.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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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13:34:01 *.163.164.179

좋겠다. 루미야. 그 어렵다는 제목뽑기...그 고민을 사부님께서 간단 해결해 주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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