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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2일 23시 4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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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 작가


약력

1915년 프랑스 북부 쉐르부르 출생

파리대학 고전문학

1940년 파리대학 교수

1953년 프랑스 국립과학센터에서 어휘학과 기호론 연구

1960년 에콜 프라티크 교수

1976년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문학적 기호학 강좌 개최

1980년 사망


주요 저서

1953년 영도의 문학(글쓰기의 영도)

1965년 기호학 개론

1966년 비평과 진실

1970년 텍스트의 즐거움


프로필

바르트는 출생과 성장과정에서 다양성에 대해 열린 태도를 체득했다. 청년시절 폐결핵으로 고등사범학교 진학과 교수자격시험을 포기한 바르트는 소르본느에서 고전 문학을 전공한 후 젊은 시절 루마니아와 이집트의 대학에서 프랑스어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바르트가 프랑스 지성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53년 「글쓰기의 영도」와 1957년 「현대의 신화」를 잇달아 발표하면서부터다. 문학비평에서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저작은 1970년에 발간된「텍스트의 즐거움」이다. 이 책에서 바르트는 저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을 선언했다.

그 이전까지의 독서와 문학비평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저자가 던져놓은 문장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르트는 문학작품이란 완벽하게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선조들과 문화가 남겨놓은 것을 조립한 것에 불과하다는 관점에서 저자가 아닌 「필사자(scripteur)」라는 용어를 썼다. 바르트에 따르면 저자와 독자는 일방적인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텍스트 속에서 서로를 찾고 만나고 텍스트를 즐겨야 할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만화, 사진, 패션 등 현대 부르주아 사회를 둘러싼 신화를 읽어내고 그 베일을 벗겨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던 그는 1980년 미테랑 사회당 당수가 주최한 회식에 참석하고 걸어서 귀가하다 트럭에 치인 후유증으로 한 달 후 사망했다.


저작에 대하여

그는 마르크스주의자, 구조주의자, 후기 구조주의자 등 '현기증 나는 전이'를 통해 현대 프랑스와 세계에 가장 활력적인 사유 체계의 개척자로 손꼽힌다. 소설, 영화, 만화, 사진, 패션 등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다양한 상징들에 대한 「읽기」를 시도하며 1960년대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현대문학과 이론의 전위적 움직임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기호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비판한 자서전이다. 20세기 후반 가장 탁월한 프랑스 지성 가운데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오늘날까지도 프랑스 문단의 표징(表徵)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학비평가이자 구조주의 작가로서의 바르트의 문학관과 글쓰기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사랑의 단상』은 괴테를 비롯한 치열한 '사랑의 담론들'에 대한 지극한 글읽기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의 '사랑의 단상'은 '사랑의 이야기'나 '사랑의 철학'이 아니다. 저자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나 수필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극'화한 글쓰기이다.



2. 내 마음을 무찌른 글 귀


밝은방, 사진에 관한 노트

김웅권 옮김, 원저1980, 한국 발행 2006


사르트르의 <상상적인 것>에 경의를 표하며


마르파는 아들이 다음과 같이 말했을 때 매우 감동했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게 환상이라고 항상 말씀하셨죠. 아버님의 아들이 죽는다면, 그것도 환상인가요?"

그러자 마르파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내 아들의 죽음은 최고의 환상이지."

<티베트 도의 실천>


Ⅰ.

16. 사진이 무한히 재현하는 것은 단 한 번만 일어났다. 그것은 실존적으로 결코 더 이상 재생될 수 없는 것을 기계적으로 재생한다.

17. 한 장의 사진은 그것은 그것, 그거야, 이게 그것이야! 라고 말하지만 그 외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19. 사진의 구성법칙들 따위가 내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27. 카메라 렌즈 앞에서 동시에 나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자이고, 내가 사람들이 나라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자이며, 사진작가가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가 자신의 예술을 전시하기 위해 이용하는 자이다.

28. 사진을 찍힐 때마다, 사실 나는 주체도 대상도 아니고 그보다는 대상이 되어간다고 느끼는 주체이다. 그때 나는 죽음의 미시-경험을 체험한다.

32. 사진의 매력 : 그것은 차라리 내적 동요이고 축제이며, 또한 노동이고, 스스로를 말로 표현하고자 하면서도 표현될 수 없는 그 무엇의 압박이다.

34. 모험 : 어떤 사진은 사건처럼 닥치고 어던 것은 그렇지 않다.

35. 사진 자체는 전혀 생기 있는 게 아니지만, 그것은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

41. 사진들에 대해 느낀느 것은 평균적인 정서, 즉 거의 길들이기에 속한다. -->스투디움

42. 스투디움을 방해하러 오는 요소, 푼크툼!(punctum) 그것을 찾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것이 장면으로부터 화살처럼 나와 나를 관통한다. 푼크툼은 또한 찔린 자국이고, 작은 구멍이며, 조그만 얼룩이고, 작게 베인 상처이며-또 주사위 던지기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푼크툼은 사진 안에서 나를 찌르는 그 우연이다.

43. 스투디움은 사랑하기가 아니라 좋아하기에 속한다. ... 막연하고 잔잔하며 무책임한 관심이다. 그것들은 정보를 주고, 재현하며, 현장에서 포착(놀라움을 주다)하고 , 의미를 띠게 하고,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49. 나는 너무 현상학자이기 때문에 내 시각 능력에 맞는 외관 이외의 다른 것을 좋아할 수가 없다.

50.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복을 통해서 사진은 그것이 사진 찍은 것을 주목할 만하다고 선언한다. 그리하여 '아무것이나' 가치의 궤변적인 절대치가 된다.

 ☞ 사진을 찍힌 대상을 주목할만하다고 선언하는 것. 가치없는 사물을 가치있게 보이도록 하는 것? 아니면 사물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사진으로 일상을 채집하는 것의 의미가 이것인가?

51. 위대한 인물 사진가들은 위대한 신화학자들이다.

55. 사진은 겁을 주고, 격분하게 하며 상처 줄때가 아니라,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전복적이다.

61. 푼크툼은 도덕이나 고상한 취향을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푼크툼은 버릇없는 것일 수도 있다.

61. 윌리엄 클라인의 뉴욕 이탈리아 거리의 아이들 사진에서 내가 집요하게 보는 것은 '어린 소년의 썩은 치아'이다.

 ☞ 바르트의 이 말에 윌리엄 클라인은 반격을 가했다. 사진작가가 집요하게 보는 것은 '잘려진 머리, 9월의 더운 아침, 체크무늬 남방, 뉴욕시의 광기'라고 말했다. 이미지의 의미는 어디서 발생하나?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작가와 독자의 의도가 충돌한다.

66. 의도된 대조는 나에게 아무런 효과도 주지 못한다.

66. 사진작가의 투시력은 '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존재하는 데 있다.

67. 푼크툼의 읽기는 순간적이고 능동적이며, 야수처럼 웅크린다.

70. 내가 명명할 수 있는 것은 진정으로 나를 찌를 수 없다. 명명할 수 없는 무력감은 동요의 좋은 징후이다. 그것은 예리하면서도 짓눌려 있고, 침묵 속에서 외친다. 이상한 모순이지만 그것은 떠도는 섬광과 같은 것이다.

74. 내가 사진을 그것의 통상적 객설, 예컨대 '테크닉' '현실' '보도''예술' 따위로부터 구해낼 때, 그것은 나를 감동시킨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눈을 감으며, 세부 요소만이 정서적 의식으로 올라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79. 내 즐거움이 불완전한 매체이고, 쾌락주의적인 기획으로 귀결된 주관성은 보편적인 것을 알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Ⅱ.

89. 고다르 : "정확한 이미지는 없고 오직 이미지만이 있다"

94. 온실 사진을 보여줄 수 없다. 그것은 나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98. 하나는 평범함의 목소리(모든 사람이 보고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특이함의 목소리(나에게만 속했던 감정의 모든 비약으로 이 평범함을 구제하는 것이다)이다.

98. '사진적 지시 대상' : 사진이 존재케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카메라 렌즈 앞에 위치되었던 필연적으로 현실적인 것이다.

98. 사진에서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점은 사물이 거기 있었다는 것이다. 현실과 과거라는 이중적 위치가 결합되어 있다.

99. 사진의 노에마라는 명칭은 '그것은-존재-했음', 혹은 '완고한 것'이 될 것이다.

 ☞ 그 어떤 초상화도 아무리 잘 그렸다해도 그것이 현실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나에게 강제할 수 없다.

101. 죽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배우들을 어떤 영화에서 보거나 다시 볼 때 우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우울함은 사진의 우울함 그 자체이다.

102. 흔히 사진을 발명한 것은 화가들이라고 말한다. 그게 아니라 화학자들이다.

103. 사진은 문자 그대로 대상의 발산이다. 거기 있었던 현실적 물체로부터, 여기 있는 나와 접촉하러 오는 복사광선들이 출발했다.

 ☞ 온실 사진이 아무리 희미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나의 어머니로부터 바로 그날에 발산되는 광선의 보고이다.

104. 사진은 과거를 회상시키지 않는다. 그것이 나에게 미치는 효과는 파괴된 것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있는 그것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105. 사진은 부활과 관련된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107. 날짜는 사진에 속한다. 날짜가 어떤 스타일을 드러내기 때문이 아니라, 머리를 쳐들과 삶과 죽음, 세대들의 냉혹한 소멸을 헤아리게 하기 때문이다.

107. 나는 모든 사진의 지표이고, 그 점에서 사진은 나에게 왜 나는 여기에 지금 살고 있는가? 라는 근본적 질문을 나에게 하면서 나를 놀라게 만든다.

107. 사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존재했던 것을 다만 확실하게 말한다.

109. 따라서 과거는 이제부터 현재만큼이나 확실하다. 세계의 역사를 공유토록 하는 것은 사진의 도래이다.

111. 사진, 과거에 속하는 현실의 발산물, 예술이 아니라 마술

113.사진에는 아무런 미래 지향(미래에 대한 현재의 의식작용)이 없다. 반면에 영화는 미래 지향적이고 따라서 전혀 우울하지 않다.

114. 사진은 본질상 추억이 결코 아닐 뿐 아니라, 이 추억을 차단하며 신속하게 대항 추억이 된다. - 사진은 사물을 돌출 시킬 뿐이다.

115. 사진은 폭력적이다. 그것이 폭력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매번 그것이 시각을 힘으로 가득 채우고, 그 안에서는 아무것도 거부되고 변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117.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사진은 움트는 은 알갱이로 태어나 한순간 피어났다가 시들어 간다. 빛과 습기의 공격을 받으면 그것은 퇴색하고, 쇠약해져 사라진다. 그러면 그것을 내던져 버리는 수밖에 없다.

119. 사형집행을 앞 둔 청년의 사진 : 푼크툼은 그가 곧 죽는다는 것이다 .내가 동시에 읽는 내용은 그 사실은 존재할 할 것이고 그것은 존재했다는 것이다.

121. 베들레햄 가는 길 사진 : 나의 현재, 예수의 시대, 사진작가의 시간이라는 세 개의 시간이 '현실'의 심급을 통해 나의 의식을 뒤흔들어 놓는다.

121. 사진이 우리들 각자 하나하나에게 말을 걸러 오는 것은 사진 안에 미래의 나의 죽음에 대한 그 절대적인 기호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123. 사진에서 전문가로 올라가 있는 것은 아마추어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가 사진의 노에마에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 노에마 : '그것은-존재-했음', '완고한 것'

124. 애석하게도 나는 탐색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 나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내가 확대한다 해도 그것은 인화지의 결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131. 나는 정지된 표면처럼 시선으로 사진을 쓸고가는 일밖에 할 수 없다. 사진은 모든 의미에서 평평하다는 사실

133. 얼굴의 분위기는 분해 불가능하다.

133. 분위기는 육체에서 영혼으로 이끄는 잉여적인 그 무엇이다.

134. 분위기는 육체를 따라다니는 빛나는 그림자이다.

 ☞ 말은 멋진데,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구나.

137. 사진은 두 눈으로 똑바로 나를 바라보는 그 힘. 영화에서는 아무도 나를 결코 쳐다보지 않는다.

139. 현실과 진실 : 그것은 존재했다 / 바로 이것이다.

141. 그것은 현실의 광적이고 엷게 문질러진 이미지이다.

143. 사회는 사진을 쳐다보는 사람의 얼굴에서 끊임없이 폭발할 위험이 있는 광기를 완화시키고, 사진을 조용하게 가라앉히려고 애쓴다. 그러기 위해서 사회는 두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하나의 방법은 사진을 하나의 예술로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진을 일반화시키고, 군서적?으로 만들며, 평범화시키는 것이다.

 ☞ 대중들에 의해 대량소비되는 습관적/관습적 사진찍기(인증샷, 기념사진 ...), 그리고 작가들이 추구하는 예술사진, 둘 다 사진의 본질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란 얘기인가? 진짜 사진의 의미는 '광기'? 이게 무슨 말인가? 사진이 은폐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144. 우리는 어떤 일반화된 상상계에 따라 살고 있다. 미국을 보라. 이 나라에서 모든 것은 이미지로 변모된다. 이미지들만이 존재하고 생산되고 소비된다.

145. 이 사회들은 더 자유롭고 덜 광신적이지만 더 '허구적'이다. 덜 진실하다.

145. 무정부주의들, 변방주의들, 개인주의들의 외침은 이미지들을 제거하고 직접적인 욕망을 구제하자는 것이다.

146. 사진적 사실주의가 사랑의 두려운 의식에 시간이라는 글자를 되돌아오게 하면서 절대적이고, 말하자면 본원적이 된다면 미친 것이다. 사물의 흐름을 뒤바꾸고 내가 결국 사진적 황홀함이라 부르고자 하는 본질적으로 유도적인 움직임인 그 시간을.

146. 사진의 광경을 완벽한 환상들의 문명화된 코드에 종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사진 안에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완강한 현실의 깨어남과 대결할 것인가, 이것이 내가 선택해야 할 일이다.

 ☞ 현실의 깨어남과 대결할 것인가? '대결'이 아니라 '마주볼 것'인가. 이정도의 번역이 적당할 듯. 현실의 깨어남을 직시한다는 의미.


역자 후기

155. 본서는 바르트가 <카이에 뒤 시네마>지의 요청과 어머니의 타계를 계기로 사진에 대해 펼쳐낸 단상들을 일관된 구도에 따라 담아내고 있다.

155. "그것은 존재했다"는 과거 현실과의 관계, 혹은 시간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사진가의 창조적 측면은 거의 도외시하고 있다.

155. 그렇기 때문에 본서는 사라진 존재와 관련된 부재의 슬픔과 부활의 시도를 담아낸 '사랑의 텍스트'라 규정될 수 있다.

156. 바르트는 사진을 '촬영자'(사진작가), '구경꾼'(사진을 바라보는 자), '유령'(사진 찍힌 대상이 발산하는 환영적 이미지)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157. 진정한 사진은 한편으로 "그것은 존재했다"라는 노에마의 현실과, 다른 한편으로 부동의 영혼을 담아내는 분위기를 나타내는 "바로 이것이다"의 사토리 같은 진실을 결합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 쉽게 풀어야 한다. 예를 들고, 직접 경험해라.

157. 광기를 다스리기 위해 사회는 한편으로 사진을 예술로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 그것을 일반화, 평범화시키고 증식시켜 군서적으로 만든다. 이미지의 폭주 속에 광기를 잠재우는 것이다.

158. 쾌락주의자적인 면모가 강했고, 택스트의 '즐거움'과 '즐김'의 마야(환상) 놀이를 통해 유물론자의 위상을 드러냈떤 바르트

158. 한 예술가가 어머니의 초상 앞에 바치는 추도사




3. 내가 저자라면



저자의 책을 쓴 동기

바르트가 '카이에 뒤 시네마'지의 요청과 어머니의 타계를 계기로 사진에 대해 펼쳐낸 단상들을 일관된 구도에 따라 담아내고 있다. 인도의 종교에서 빌린 이 '마야'라는 단어로 이 책을 시작한다. 사진이 환상이긴 한데, 굉장한 환상이라는 의미 부여를 한다. 사라진 존재와 관련된 부재의 슬픔과 부활의 시도를 담아내며, 대가다운 지적 통찰을 풍부하게 전해준다.


전체적인 구성에 대하여

이 책은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가 사진에 대해 펼쳐낸 단상들을 전해주는 짧은 책이다. 1부와 2부에 걸쳐서 24개의 꼭지글로 이루어졌다. 사진에 대한 글을 쓴 이유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생전의 사진들을 살펴보다가 떠오른 생각들이 모티브가 된다. 1부에 나오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에 대한 개념은 사진학을 공부하다보면 어디서는 나오는 독특한 개념들이다. 스투디움은 대중적으로 사진이 읽히는 방식이고 푼크툼은 개인적으로 사진에서 자신을 찌르고 들어오는 특별한 그 어떤 것을 말한다. 예들 들면 자신에게만 의미 있는 사진의 작은 소품(신발, 장신구) 같은 것이다. 2 부에서 말하는 '그곳에 그것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 그리고 '바로 이것이다'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진의 가장 큰 특성임을 이야기 한다. 이 개념 외에 '사진은 죽음을 담는다'라는 생각도 사진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많은 사진가들 비평가들이 비슷한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바르트는 사진만의 특성을 날카롭게 정의한 사상가다. 그렇기에 이 '밝은 방'이 사진비평이나, 사진 자체의 특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추천되는 것이리라.


내가 저자라면

작년 '서울사진축제'의 워크샵에서 사진이론가의 해석을 들었던 작품이다. 그때 사놓고 얼핏 보았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때 쓴 글이 '사진과 함께하는 시간여행'이란 칼럼이었다. '사진 안에 미래의 나의 죽음에 대한 절대적 기호가 존재'한다는 그의 생각이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사진은 죽음을 기억하게 한다. 돌아가신 장모님의 사진에서 그것을 확실히 느꼈고, 훗날 나의 아들 민호 또한 나의 사진을 보며 나의 죽음을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삶을 애처롭게 하고, 또 소중하게도 한다. 그래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정리한다. 그 순간을 곱씹는 방법이 사진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기억은 한계가 있다. 우린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글로서 기록하기도 하지만, 사진은 그 어떤 치장도 수식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것이 매력이다.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었다. 다양한 사진철학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으로 펼쳐지고, 단어의 개념, 문장이 잘 와 닿지 않는다. 번역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으나, 명확한 컨셉트가 없이 생각의 흐름대로 왔다 갔다 하는 것 때문이 것 같다. 나의 첫 책의 구상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내가 담고 싶은 많은 짧은 단상을 커다란 그릇에 마구 담아놓고는 한 권의 책으로 내놓으려는 욕심이 문제다. 선생님과 동기들의 고마운 조언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정리하고 분류해서 요리 한 개씩을 한 그릇에 담아 내놓아 보라는 이야기. 이것저것 한 그릇에 다 섞어 내놓으면 그것을 누가 먹으란 말이냐. 그것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운명일 뿐. 그렇다면 나에 묻는 질문 하나는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리 한 개가 무엇인가?"이다. 이제 결정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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