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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2년 2월 16일 20시 10분 등록
 

수도사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여자다. 여자를 쳐다보는 순간 악마는 잽싸게 남자의 머리카락을 꽉 붙들어 잡는다. 그러면 그때부터 악마가 그 남자의 주인이 된다. 그것이 그들의 상상이다. 그러니 여자는 악마의 공범자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클루니 수도원의 규율은 어떤 이유에서든 여자가 수도원의 경계를 넘어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시토 수도원의 규율은 더 엄하다. 그곳에서는 여자가 수도원의 문 앞에 나타나는 것조차 금한다. 문지기로 종사하는 수도사는 여자가 주는 기부금도 거절하도록 교육받았다. 여자가 만일 수도원 안으로 들어 올 경우는 난리가 난다. 당장 수도원의 모든 업무는 중단된다. 수도원장은 이 중대한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하며, 모든 수도사들이 빵과 물을 끊고 금식해야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  기독교 성서에 따르면 이브 Eve는 남자를 유혹하여 신에게서 받은 영원한 생명을 박탈당하게 만든다. 이 일 이후 낙원의 문이 닫혔다. 신도 더 이상 에덴의 동산으로 쉬러오지 않는다. 여성은 아름다우나 결국 '악마의 문'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 파국의 국면은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그 해결의 열쇠는 마리아에게 주어졌다. 이제 마리아의 처녀성은 신을 위한 문이 되었고, 그녀의 모성은 '천국을 향한 문'이 되었다. 에바 Eva, 즉 이브라는 이름이 전도되어 아베 Ave 가 되었다. 여성은 남자를 유혹하여 악마에게 인도하는 지옥의 문이었으나 신의 어머니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전환되면서 구원의 상징이 되었다. 성모는 천상의 여왕이며, 순수한 영혼인 천사들의 찬송과 기도를 받는다. 여성은 남자의 구원이 되었다.

 

동양에서도 이런 전도(顚倒)는 수시로 나타난다. 산스크리트어로 샤크티라는 단어는 '힘, 에너지, 잠재력'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원래 남성신의 에너지와 활력을 의미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샤크티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영적인 힘을 의미하게 되었다. 여성화된 샤크티는 씨앗을 열매로 만들고, 감싸고 보호하고 생산하는 자궁의 힘 속에서 작동한다. 여성의 샤크티는 남성을 유혹하여 새로운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을 실현하도록 이끈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이것을 '천국과 지옥의 결혼'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것을 자신의 시집의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 속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동굴의 좁은 입구를 통해 만물을 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만일 우리가 인식의 좁은 동굴 문을 박살낸다면, 만물은 그 자체의 무한한 모습을 인간에게 드러낼 것이다. "

 

우리를 가두는 좁은 인식의 문을 깨뜨리는 것, 이것이 파괴다. 과거의 우리는 깨어지지만, 우리의 인식은 새롭게 개안한다. 그러므로 파괴는 부활이다. 바로 여기서 중국 선불교의 6조 혜능의 기가 막힌 명언이 태어난다. "우리의 순순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

 

단테의 '신곡' 속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구원으로 이끈다. 괴테는 신비의 합창을 통해 다음과 같은 마지막 문장으로 '파우스트'를 끝낸다.

 

이 지상에서 이룰 수 없는 것이

천상에서 이루어지며

말할 수 없는 것이

여기서는 성취되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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