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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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 칼럼 - 나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나에게 ‘역사’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졸음이 몰려오는 따분하고 딱딱한 과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국사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선생님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국사 수업시간에 깨어있는 것이 너무 곤욕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었다. 안타깝게도 국사선생님께서 개인적인 사유로 퇴직을 하게 되셨을 때 우리 반에 오셔서 반장이었던 내게 하셨던 말씀이 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이 반 반장이 하도 국사 수업시간에 졸아서 내가 그만 두는 거야. 책임져.”
그 순간까지도 졸고 있던 나는 얼마나 민망하고 죄송스러운지, 졸음하나 제대로 통제 못 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미웠었다.
그 뒤로도 나에게 역사란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별로 관심가질 일이 없고 현재를 살고 있는 나와는 무관한 죽어있는 어떤 것, 별로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어떤 것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역사와 나 사이에 연결지점에 대해서 어렴풋이나마 생각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칼 구프타프 융과의 대면이었다. 스위스 출신의 심리학자인 융(C.G. Jung)은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인류가 진화의 과정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경험을 통해서 저장해 온 모든 잠재적 기억흔적’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는 전혀 의식되는 일이 없는 것이지만 인격 전체를 지배하고 종족적으로 유전된 것이며 개인적 경험을 초월한 것이라고 했다. 즉, 집단 무의식은 '옛 조상이 경험했던 의식이 쌓인 것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정신의 바탕이며 경향'이라는 것이다. 옛사람들의 의식적 경험은 상징을 통해 집단 무의식으로 전승된다. 그래서 융과 그의 동료·제자들은 집단으로 전승되는 신화·전설·민담을 집단무의식의 '원형(archetypes)'이 녹아들어 있는 지혜의 보고(寶庫)로 여겨 여러 민족의 신화·전설·민담을 광범위하게 분석했다.
또한 조지프 캠벨은 ‘신화의 힘’에서 개인은 자기 삶과 관계된 신화의 측면을 자기 나름대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우리는 3만 년 전에 살았던 크로마뇽인의 몸과 그 기관이 똑같고 에너지도 똑같은 몸을 지니고 있으며,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인간의 삶을 살건, 동굴에서 인간의 삶을 살건 우리는 똑같은 삶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즉 아기 시절을 거치고 성적으로 성숙한 청년이 되고, 어린 시절의 의존적인 시기에서 독립적인 한 남성 또는 여성으로 변모하는 시기를 거치고, 결혼하고, 그러다 몸이 기울고 점차 힘을 잃어가고, 그러고는 죽는 단계를 거친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역사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나는 역사란 과정의 나와 현재의 나, 미래의 나가 서 있는 그 점들의 연결이라고 생각한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았던 시대에 일어났던 일들이 내 부모님의 육체와 정신을 통해 나에게 전달이 되었고 또 내 딸에게 전달이 되고 있다고 느낀다. 나에게 역사란 지금 현재 진행 중인 어떤 것, 내 자신이 속한 어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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