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샐리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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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내가 어릴 때 보았던 신문의 한 1면 사진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땐 한창 신라 여러 유적들의 보물들이 발굴 작업과 함께 거의 매일 신문 1면을 장식할 때였다.
늘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보고 저녁엔 A4용지의 작은 스케치북에 정성스럽게 스크랩을 하곤 했다. 난 그러면서 역사. 우리나라 역사라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 같다.
중학교 올라가서는 다행히 나무보다는 숲을 보여주는 세계사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세계사와 역사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늘 그 선생님은 수업에 들어오시면 우선 세계 지도부터 그리셨다.
그 선생님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변해버린 아시아의 위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분의 이야기인즉슨 반드시 우리가 커서 당신만큼 나이를 먹으면 세계대권의 패권이 동쪽으로, 아시아로 오게 되리라는 이야기였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그 당시 미국이 세계 강대국이 된 이야기를 참으로 실감나게 해주시면서 우리들에게 역사에 대한 구미를 당기게 하시곤 했다.
그 땐 정말 그럴까? 반신반의 하며 그러나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며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그러다가 나의 어린 시절 ‘사학과‘를 가고 싶다는 꿈은 어디로 달아나고 그냥 그렇게 역사‘에 대해 돌아볼 겨를도 없이 매일 매일을 살아왔다.
나에게 역사란 무엇일까?를 쓰다보니 2008년 1월 초 뉴욕 타임스퀘어 거리를 지나면서 갑자기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 생각을 난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많은 인종이 뒤섞인 거리를 지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난 세계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잠시 생각이 잠겼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잠시 시간이 멈춰지는 느낌과 역사의 기류를 느꼈다고나 할까? 서브프라임이 오기 6개월 전의 일이었다.
요즘에는 예전에 내가 알았던 역사의 느낌과 지금 나에게 역사라는 것은 참으로 많은 괴리감이 있다.
예전의 역사가 문헌이었고, 그저 지면의 깨알 같은 글씨였다면, 지금 나에게 있어서 역사는 살아 움직이는 힘이요 우주를 휘감고 있는 에너지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난 인간들이 역사에서 배우지 못함을 한탄하셨던 교수님의 얼굴도 오버랩 되었다.
인간의 실수와 잘못을 보면서도 역시 또 인간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래서 역사의 수레바퀴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닐까?
뿐만아니라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읽으며 늘 생각하던 ‘해 아래 새것은 없구나’ 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재 사용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고대 여러 문명에서 이미 시작된 것임을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며 더 본질에 다가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그만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져 버렸던 본질적인 역사로 다시금 나의 궤도를 수정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년 봄 ‘의사 안중근 뮤지컬’을 보았다. 그 때 떠오른 영감 어린 마음을 적으며 나의 역사관에 대해 마무리하고자 한다. 뮤지컬의 마지막 안중근 의사 사형 장면을 보며 난 참 오랜 세월 일본을 깊은 생각없이 미워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우리 민족을 못살게 굴고 나쁘게 한 사람들 하며, 한일전 축구나 여러 가지 대결양상을 부추키며 소모적 에너지를 내뿜고 산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일본을 보는 시각에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 작품은 아니었다. 다만 나의 시각이 바뀌었음을 눈치 챈 순간이었다. 많은 것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새롭게 변화하며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나의 역사관도 계속 변화하며 끊임없이 Up - Date 되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역사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선행작업이란 생각이 들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