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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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과제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보았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였다. 지금까지 나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지 않아서인지 마지막 제출하기 전까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쓴 ‘나의 이야기’을 보았을 때 가슴 벅차고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나는 이번 탐구를 통해서 ‘나라는 존재는 결코 혼자일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나 혼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생각하고 말하는 현재의 순간들이 나를 주도해가고 있다. 그리고 지나온 과거의 사실들은 현재 생각들과 만나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주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도 개인들의 삶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역사를 이루고 있었다. 나의 존재도 마찬가지로 부모님, 그 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고 더 나아가 수 많은 조상들이 나와 연결되어 있다. 내가 있기까지 조상들의 삶은 과거이지만 ‘나’로 인해 앞으로 생겨날 삶들은 미래이다. 그 삶의 한 가운데에서 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두 아들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큰 아들에게 ‘나의 이야기’을 제본해서 건네 주었다. 한달 동안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을 때 어깨 너머로 계속 쳐다본 아들이었다. 아마도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 했을 것이다. 아들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씩 웃고는 앉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똑같은 핏줄의 부모 자식관계보다 더 끈끈하게 나의 과거와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어릴 적 나의 영웅이셨던 아버지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를 생각했던 것처럼 아들은 나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아들은 나의 역사를 통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것이고 어려운 순간이 왔을 때는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나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에게 있어 역사는 나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고, 내 주변에 모든 인연을 연결해주는 매듭과 같은 존재이다. 실제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과제는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주었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해외 문화체험 여행Project’에서 나의 팀은 똑같은 주제로 해서 이번 주에 최종 당선이 되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우리가 가고자 하는 여행지는 ‘역사’의 주무대인 ‘터키’(이미 1년 전에 선정하였음)였다. 책을 읽으면서 준비한 발표자료는 검증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질문들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이번 연구원 과제에도 터키를 공부하면서 얻은 고대 페르시아의 문명의 정보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써낸 과제는 지나간 과거였지만 새로운 기회를 통해서 재발견되고 ‘멋진 여행’이라는 미래를 만들어 냈다. 앞으로도 나는 ‘나의 역사’을 순환시켜 나가고 싶다. 역사의 순환이 정체되지 않고 끊임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현재의 순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