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역사란 무엇인가
위인과 개인
‘역사’란 교과서 혹은 책 속에 박제되어 있는 그 무엇으로 항상 느껴왔고 그렇게 이해했다.
역사가 나와 숨 쉬고 소통하는 것이라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역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텍스트에 있다. 역사책을 통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역사란 위인의 전기” 혹은 “제왕들의 사실적 기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저런 책들을 집필하면서 인도의 역사서와 중국의 역사서와 오스만투르크의 역사서를 읽어보았다. 거기엔 제왕들의 탄생과 성장. 그들의 정치적인 철학 혹은 치정(治定)에 관한 것, 왕들의 여성편력과 왕의 여자들의 견제와 투쟁, 이러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 어디에도 개인의 삶과 관련된 것들이 많지 않았다. 역사책에는 개인의 삶, 서민의 삶에 관한 기록이 별로 없기에 나와는 동떨어진 기록으로 생각되었다. 지극히 소박한 서민의 삶, 한 개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역사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것에 대해 어떤 책임의식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식이 없으면 지성인이 아니라’는 그 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정기문 역사학자는 “과거는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 숨쉬고 있고 현존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투쟁의 장소”라고 했다. 나는 내 육체에 관한 ‘생물학적 역사’에 대해서라면 정기문씨의 말에 동의할 수 있다.
내 호흡에는 고대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주몽, 이성계 등등의 인물들이 들이쉬고 내뱉은 숨 일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내 육체를 구성하고 있는 살과 뼈와 피는 두껍고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기에 내 육체는 역사적인 산물임에 틀림없다.
이런 논리로 따지고 보면 내 개인적인 삶에도 생물학적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 길고 긴 역사를 내포하고 있다. 나의 생활방식과 생각과 행위 등 지금 현재 나를 규정하고 있는 모든 것은 사회로부터 획득한 것이며 그 사회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고 축적되어져 온 그런 것이다. 내 삶 또한 역사적인 산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왜 역사를 의식하고 인식하는데 무관심했을까? 역사책의 터무니없는 위인숭배에 그 원인이 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적인 것만 기록된 것이 아니라 과장되고 미화되고 조작된 그런 내용에 관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인식하고 있는 모든 것은 약간의 굴절과 왜곡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역사에 관해서는 그렇게 편협한지 모르겠다.
E.H.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위인에 대해 “위인이란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면서 대행자이고 동시에 세계의 양상과 인간의 사상을 바꾸는 사회적 여러 힘의 대표자이며 창조자인 뛰어난 개인”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러한 “위인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역사란 “하나의 사회과정이며 개인은 사회적 존재로서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시대의 대표자이자 창조자인 위인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그 과정에 익명으로 불리는 ‘개인’들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역사만들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인 혹은 왕들의 역사만들기에 개인은 하나의 도구로 쓰여진다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이다. 이때의 개인이란 나와 동일시되면서 비천하고 무지한 그런 존재로 해석되어지기에 화가 난다.
톨스토이는 일찍이 “인간은 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면서 인류의 역사적이고 보편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고 간파했다. 톨스토이의 ‘인류의 역사적이고 보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나는 혹은 개인은 인류의 역사만들기에 이미 참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구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하나의 도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개인의 ‘역사만들기’가 곧 인류의 역사와 국가의 역사와 사회의 역사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앞으로 나는 변화경영연구소를 통해서 보다 나은 나의 ‘역사 만들기’를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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