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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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제가 살았던 고향은 낙동강의 지천인 내성천이 앞을 지나는 마을이었습니다. 여름 홍수에는 다리가 잠길 정도로 물이 차지만 대부분의 경우 물은 발목 정도이고 깊은 곳이라야 어른의 무릎정도가 다였습니다. 양쪽 강변에 모래가 참 고왔지요. 어쨌든 그곳에서 거의 매일 산과 강에서 뛰어 놀았습니다. 거기서 많은 놀이를 했습니다만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놀이는 모래사장에서 하는 두꺼바 두꺼바 헌집줄께 새집다오 하는 놀이입니다. 모래로 굴을 파고 집형태를 만들면서 부르던 노래인데요. 비록 헌집일 망정 새집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저 사람이 좋은 이야기를 하면 저것도 되고 싶고 이 사람이 이런 것이 좋다고 하면 그것도 되고 싶어하지요. 일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작은 재주로 이것도 할 수 있다 저것도 할 수 있다 하다가 일이 몰려 힘들어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헌 집도 가지고 싶고 새 집도 가지고 싶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난주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말이 바로 “무엇을 포기”할래 라는 말입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한 주였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졸업식을 앞 둔 아이의 전화였습니다.
회사에서 동료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제가 해결하기로 나서는 바람에 일이 바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근래에 안하던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언제와?
응 일 좀 더하고..
아빠 졸업사진 나왔는데 아빠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게 있는데…
응 바쁜 일이 있어서 늦게갈 것 같은데..
그러고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왜 일을 하는지 나의 첫번째 키워드가 가족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내가 내일 조금 일찍 일어나서 조금 더 하면 되겠지만 아이가 말하고 싶어하는 지금의 순간은 오늘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일도 좋아하지만 가족이라는 말이 나를 더 기쁘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짐을 챙겨 바로 퇴근을 했습니다.
완벽한 일꾼이고 싶고 완벽한 아빠이고 싶지만 그 둘을 충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둘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잘 하기에도 벅차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늘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컴퓨터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지만 책이 여러 권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책도 읽고 싶고 그런데 제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까지 한번도 짊어지고 다니는 책을 모두 읽은 적이 없습니다.
아침에 출근길에 읽을 책을 가방에 넣을 때면 늘 갈등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넣을지 말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보기 전에 또 다른 책을 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욕심을 이긴적이 별로 없습니다. 이제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 지금 읽고 있는 책 지금 하고 있는 책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집중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것을 포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도 이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꿈을 찾아가는 길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의 진정한 꿈이 아닌 다른 것을 포기하는 방법을 배워야 진짜 꿈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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