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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1일 18시 34분 등록

1. 작가에 대하여

 

문화인류학자. 환경운동가. 한국계 일본인으로 한국 이름은 이규(李珪)이다. 코넬 대학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메이지가쿠잉대학 국제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슬로라는 컨셉을 축으로 전 세계적으로 환경운동과 문화운동을 하는 한편, 환경공생형 비즈니스에도 참여하고 있다.

 

나무늘보는 그에게 특별한 동물이다. 남미 에콰도르에서 벌인 환경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그곳에서 나무늘보라는 동물에게 매료되어 1999나무늘보와 친구들이라는 NGO를 결성해 슬로 라이프를 되찾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게으르고 둔한 동물로 인식되어 온 나무 늘보에서 그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발견하고, ‘느림의 철학으로 정리하여 세상에 전하고 있다.

 

그는 영어에 존재하지 않는 슬로 라이프(slow life)라는 말을 처음으로 세상에 퍼뜨린 인물이기도 하다. 일본에 슬로 라이프 물결을 일으킨 슬로우 이즈 뷰티풀외에도 캐나타-일본 저술상을 받은 스톤 보이스 블랙 뮤직만 있다면, 슬로 비즈니스 등의 책을 썼다.

 

참고기사_세계일보 2009 9 22

서울 온슬로 라이프창시자 쓰지 신이치 교수 기자 간담회

 

돈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어… ‘뺄셈의 경제해야

우리는 풍요함에도 불구하고 바쁜 것이 아니라 풍요하기 때문에 바쁜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풍요를 위해 행복해야 할 시간을 버리고, 이렇듯 악착같이 일만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문화인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쓰지 신이치(57) 일본 메이지학원대학 국제학부 교수가행복의 경제학’(장석진 옮김, 서해문집)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서울을 방문, 22일 서울 인사동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

한국계 일본인(한국명 이규)인 신이치 교수는 슬로 라이프를 되찾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나무늘보 클럽(The Sloth Club)’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슬로 이즈 뷰티풀’, ‘슬로 라이프’, ‘벌새의 물 한 방울등을 저술했다. 미 코넬대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00만인의 캔들 나이트홍보대사이자슬로 라이프를 최초로 제창한 인물로 유명하다. 슬로 라이프는천천히 사는 삶, 지구와 주변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는 삶을 의미한다
.

경제라고 하는 것 때문에 인간이 불행해지고 있습니다. 경제는 진정한 의미의풍요한 사회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 구성원이 행복해지는 것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큰 힘으로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빼앗거나 서로 행복을 빼앗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

경쟁을 하듯 하루하루를 급박하게 살기보다는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과의 조화를 되찾고, 주변 사람들과 유대를 쌓고, 느린 시간을 살 때 비로소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는 그는이제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는 현 경제를 벗어나 인간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갖춘 새로운 경제, 행복의 경제()’를 만들어갈 때라고 역설한다
.

탐험대가 정글을 이동할 때 고용한 인디오 원주민들이 어느 날 돌연 앞으로 나아가길 거부하다 한참만에 다시 걷기에 물었더니너무 빨리 걸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답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한 신이치 교수는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풍요라는 보물을 찾아 너무나도 서둘러 왔기 때문에행복이 우리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져 버렸다고 말했다
.

그가 알려주는 행복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뒤도 안 보고 치닫는경제성장이니풍요니 하는 신앙에 참가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다
.

우리 사회는 성장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덧셈의 경제사회이고, 사람들은 오로지 덧셈만 하고 있어서 뺄셈은 잊어버린 지 오랩니다. 이제 뺄셈의 경제를 해야 합니다
.”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참고자료]

슬로 라이프 저자 소개

세계일보 기사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090922003455&subctg1=&subct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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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일본인인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돌아가신 선친이 계셨다면 당신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이 책을 읽는 기쁨을 누렸을 거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의 아버지와 그가 일본 사회에서 한국인으로 살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까 잠깐 생각해 보았다.

 

저자의 글은 다소 환경운동가이자 교수인 그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다소 학구적이기도 하고 선동적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하다. 그가 이야기한 슬로라이프를 위한 70가지의 키워드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나 또한 슬로 라이프를 살고 싶어진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머리글_새로운 세계의 입구에서

 

우리는 돈, 효율, 경제성장 같은 것을 우선시하는 사회에 살면서, 삶의 사소하고도 당연한 즐거움, 아름다움, 편안함 등으로부터는 멀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패스트 라이프를 돌아보면서 이제 인생에 있어 가치의 우선 순위를 바꿔놓기 시작한 당신은, 이미 새로운 삶의 국면을 위한 중요한 키워드를 포착한 것입니다.

 

아무도 꽃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꽃은 작고,

들여다보는 일에는 시간이 걸리니까.

그렇다, 친구를 사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       조지아 오키프

 

P17 은퇴 후의 느긋한 삶을 위해 지금은 맹렬하게 일한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빠르고 더러운 경제가 슬로 라이프를 가져다 준다는 것은 세계화 경제가 전 지구를 풍요롭게 한다는 식의 논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소박하고 느긋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역시 풍요로운 자연에 기반을 둔 지속 가능한 친환경 경제의 구상과 창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각자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씩 뺄셈을 시작하여 서서히 줄여가는 길밖에는 없다.

 

멈춰 서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       오사다 히로시, <멈춰 서다> 중에서

 

P21 슬로 라이프의 첫걸음은 산책을 되찾는 일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곧게 뻗은 길을 버리고, 샛길로 들어가 한눈을 팔거나, 멀리 돌아가면서 이것저것 살펴보는 것을 자신에게 허용하는 일이다. 자동차를 타는 대신 천천히 걸어보는 사치를 자신에게 허락하자. 어디 한번, 느릿느릿, 어슬렁어슬렁 걸어보자.

 

노는 즐거움, 자신이 어딘가 목적지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생각에서 해방되어 지금을 사는 자유, 그저 거기에 존재함으로써 얻는 기쁨을 인정하자. 그 역시 다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라 여기면서, 단순한 취미나 여가로 속하는 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방식으로서, 본질적인 시간의 사용 방식으로서 말이다.

 

걷기의 인 발바닥은 노래한다.

멈춰 섬 또한 좋은 일이라고.

-       나나오 사카키 <걷기의 신, 발바닥> 중에서

 

P31 영어의 인더스트리 industry’라는 말은 산업과 근면을 동시에 의미한다. 서양에서 산업주의와 근면 사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독교 전통에 있어서 태만은 죽음에 값할 만한 7대 죄(기원후 6세기에 교황 그레고리 1세가 모든 죄의 근원을 규정한 것으로, 이 죄를 짓다가 죽을 경우에는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선포했다. 분노, 시기, 탐식, 교만, 태만, 탐욕, 정욕이 7대죄의 내용이다.) 가운데 하나다.

 

영국의 철학자 버틀런드 러셀이 지는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보면, 사람들은 일이나 노동 자체를 훌륭한 것으로 믿고 있는데, 실은 그것이야말로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 일의 내용보다는 일한다는 것 자체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P32 역사적으로 볼 때, 과거에는 생산물을 힘으로 빼앗은 지배자들이 생산자들에게 노동의 존엄성이라는 도덕을 강하게 심어줌으로써, 착취 구조를 은폐하려 했다고 러셀을 지적한다. 생산자들의 노동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지배자들의 생활을 지탱시킨다는 사실이, 노동의 존엄 사상을 통해 가려진 것이다. 지배자들은 생산자들을 물리적으로 강제하거나 통제하는 것보다 이런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전쟁의 세기인 20세기. 수많은 전쟁을 관통하는 사상으로 생산주의와 경쟁주의가 있다. 러셀은 그것들이 노동의 존엄이라는 신화로 지탱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현대인은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이 다른 일의 목적이 되어야만 가치 있게 여긴다며, 세기를 넘어 번성하고 있는 공리주의와 효율주의의 함정을 비판한다. 그것이 무엇인가를 위한 것이 아니면 무의미하다고 보는 사회. 그곳에서 지금은 장래를 위해 투자되어야만 하는 시간이다. 또한 거기서의 여가란 내일의 노동력을 준비하는 재생산일 뿐이며, 소비는 경기를 향상시키고 GNP를 높이는 재투자다. 그리고 자연;은 그것이 인간을 위해 소용이 닿을 때만 자원이라 간주된다.

è  내가 쉬지 못하는 이유, 실용최우선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레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은 꼭 읽어봐야겠다.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일은 무가치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쉬는 것과 노는 것은 그 자체로는 시간의 낭비일 뿐이다. 노동력의 재생산이나 오락 산업의 번영을 위한 것일 때라야 비로소 가치가 있다.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용서받기 힘든 일. 그냥 걷기 위해서 걷는다거나 그저 빈둥거리고 싶다거나 또는 그저 멍하니 경치를 바라보는 일은 게으름뱅이나 하는 짓이다. 그저 살아가고 살아 있으니까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도무지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P36 슬로 디자인이란 주거에 한정되지 않고 더 나아가, 입고 먹는 문제까지를 포함하는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다시 디자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P39 패스트푸드란 단순히 시간이 걸리지 않아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음식이나 요리법뿐만 아니라,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생활, 인간관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산업 구조 등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양식이자 사상이다.

 

P40 패스트푸드에 대항하는 우리들의 슬로다운’ slowdown (감속, 줄이기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패스트푸드화한 일상을 조금씩 줄여 나간다는 뜻으로 쓰임)이 잊혀져 가고 있던 먹는 일의 진짜 쾌락을 하나하나 되살려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로 가슴 설레는 싸움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기 위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닌가.

 

P49 어리석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 빠른 생활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물질에 대한 추구를 자제하는 것입니다. 감성의 기쁨과 느림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는 것이야말로, 효율성에 대한 흥분으로 인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무리로부터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P50 다소 거창하게 말한다면, 슬로 푸드란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천천히 되묻는 작업이다. 자신과 친구, 자신과 가족, 자신과 사회, 자신과 자연, 자신과 지구 전체의 관계를 말이다.

 

P53 E. F. 슈마허의 명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첫 줄은 이렇게 시작한다. “현대사회는 몇 가지 아주 치명적인 오류를 안고 있는데, ‘생산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신념이 그 중 하나이다.”

 

슈마허는, 먹거리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시간을 사는 것인데, 인간이 안이하게 그 과정에 개입하거나 마치 자신들이 생산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P55 상대가 자연이든 사람이든,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게 하는 일에 점점 더 서툴러지고 있다. 요컨대 함께 살아가는 일에 점점 더 서툴러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왜냐하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기다리고 또 기다려주는 일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는 지금 남을 사랑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기다림을 뺀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P64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 말은 우리 세대가 즐겨 쓰던 말이다. 우리는 늘 자신의 일상과 관련된 헛된 시간을 저주하며, 또한 자신 안의 비효율을 책망한다.

è  나도 이 말을 자주 혼자 되뇐다. 빈둥대는 걸 못 참는 내 성격 탓!

 

P65 인생이란 애당초 이러한 잡일의 집적이 아니던가. ‘할 수만 있다면 하지 않고 지나가고 싶다고 여기는 일들이 실은 우리들이 삶의 보람이라 느낄 만한, 우리에게 깊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의 흐름들은 아닐는지.

 

잡일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성가시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말처럼, 작은 꽃을 들여다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 친구를 사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시간도 걸리지 않고, 조금도 성가시지 않은 일들 속에서 우리가 대체 어떤 즐거움을 발견해 낼 수 있을까.

 

P68 사회가 처음부터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은 목표를 향해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장소는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결승점이 어떻게 다 같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경쟁을 무조건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경쟁 원리가 사회의 기본 원리라는 믿음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가령 그러한 사회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회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P69 현대 일본 청소년과 어른 대부분이 경쟁에 지쳐 있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안고 있는 이 문제는 경쟁이 이제 더 이상 삶의 보람이 아닐 때라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경쟁밖에 없다고 하는 생각에서 놓여나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장소로서의 사회에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다.

 

P74 육아, 사회화, 교육 등은 모두 시간이 걸리는 느린 과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에서의 느림만은 아니다. 사랑이란 본래 시간을 포함하는 일이다. 그것이 본질이기에 시간을 절약하거나 속도를 높이거나 효율화하는 일은, 그것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밖에는 없는, 그야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일지도 모른다.

 

가장 하찮은 인간일지라도

꽤나 위대한 것이지

 

그 자를 사랑하기에도, 인간의 일생으로는 너무나 짧구나.

-       오사다 히로시 <옛 스승의 죽음>중에서

 

P78 암흑 속에 존재하는 공포다.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가난해질지 모른다’ ‘거지가 될지 모른다고 하는 공포다, 혹은 병에 걸리면 의사에게 가야 하는데, 어쩌면 병원에 갈 돈조차 없을지 모른다고 하는 공포다.

 

P81 공포란 자신들의 미약한 생각이나 힘 등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것이기에 공포하고 믿는 것이다. 공포의 기원은 대단히 애매하여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신화이다.

 

어찌 보면 현대사회가 바로 공포의 체제인 듯하다. 거기서는 돈으로 안심을 사들이고, 경쟁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일종의 의자 빼앗기게임과도 비슷해서, ‘더 많이, 더 빨리라고 외치며 늘 앞으로 고꾸라질 듯한 아슬아슬한 자세로 영원히 얻을 수 없는 안심을 뒤쫓고 있다. 그것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공포 시스템은 우리에게 온갖 믿음을 강요해 왔다. 공포만이 성장을, 진보를, 발전을 가능케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식물의 씨앗을 한번 들여다 보자. 그곳에 공포할 존재하지 않는다. 공포 없이도 성장하고 성숙하며, 곡물이나 야채로 자라나 우리들 생명을 키워 낸다. 그것은 이른바 안심의 씨앗이다. 안심이 씨앗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키워 내는 농사라는 인간의 행위 안에도 존재한다.

 

그렇다, 씨앗이 자라나는 속도를 넘어선 곳에는 공포만 있을 뿐, 안심은 있을 수 없다.

 

P86 우리는 역시 즐거움편리함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빠른 쾌락을 손에 넣기 위해서, 느리고 깊은 즐거움과 편안함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P100 우리는 물질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희소성을 둘러싼 정신없이 빠른 경쟁 세계의 아득한 심연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삶의 방식이 전 세계의 빈곤을 한층 더 폭력적인 것으로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마도 풍요로움은 안정된 생태계와 자족적인 공동체를 토대로 한, 느리고 성숙한 삶 속에 있을 것이다.

 

P118 나시무라는 말한다. 흙은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아주 오랜 세월을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그것을 불과 반 세기의 시간도 흐르지 않은 어중간한 과학기술로 이해하려 든다거나 바꾸려 드는 것은 인간의 오만일 뿐이라고 말이다. 우선 우리는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각각의 고유한 시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 작물의 시간을 이해해야 한다. 흙과 오랜 세월에 걸쳐 사귀어 온 작물들로부터 우리는 그 유장하고도 온화한 사귐을 겸허히 배워야만 한다.

 

P126 능률주의, 효율주의, 합리주의, 경제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진정한 정신 활동이 생겨나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속도를 늦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달리고 있는 사람은 걷도록 한다. 걷고 있는 사람은 잠시 멈춰 선다. 멈춰 서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보자. 그러면 먼 발치에 핀 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에 들어온다. ‘분발!’을 조금만 늦춰보면, 분명 눈 앞의 풍경이 달라 보인가. 세상의 남자들이여,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도 얼마쯤은 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è  나 같은 인간에게 필요한 조언. 속도를 늦추고 삶을 관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P126 도호쿠의 민속 연구가이자 음식 문화에 조예가 깊은 유키 도미오는 없는 것 애달파하는 대신 있는 것 찾기로라는 모토 아래 도호쿠 각지의 지역 조성 사업에 직접 관여해 왔다.

è  근사한 모토인 것 같다. 사람들은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가지고 있는 것 중 근사한 물건들이 많이 있기 마련이다.

 

P130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이름은 알 케차노’. 이탈리아 풍의 이름은 사실 그곳 사투리인 아루케차노(아아, 여기 있었구나!)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 멀리 있는 것만을 바라보던 사람이 문득 자신의 발밑에서 가치 있는 것을 재발견했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

 

P138 딥 에콜로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인류는 특별하지도 않고 유달리 빼어난 종도 아니며, 다양한 종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우리는 자각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제까지와 같이 자연계에 대해 특별 대우만을 요구해 온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지구에게 지워 온 막대한 부담을 조금씩이라도 줄여 나가야 한다. 어떤 생물이든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들이 서로 얽히고 서로 의지함으로써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인간 또한 예외일 수 없다.

 

P139 모든 자연의 요소들은 본래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살아가기 위한 자기 조직화의 능력 자체가 바로 그들의 가치인 것이다.

 

P144 빠빠라기는 시간에 대해 아주 호들갑을 떨며, 너무나도 어리석은 말들을 늘어놓는다. 그렇다고 해 봐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이상, 시간이 절대 더 있을 리 없는데도, 빠빠라기는 결코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P147 독일의 문명 비평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볼프강 작스(독일 그린피스의 전 의장이자 부퍼탈 기후 에너지 환경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는 대부분의 현대인이 속도병에 감염되어 있다고 한다. 어째로 이러한 병이 만연하는 것일까? 경제성장만을 우선하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세계에서는 가속이 성장을 채찍질하고, 성장은 가속을 더욱 촉진시킨다.

 

바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오히려 좋지 않다. 바쁘지 않은 사람들은, 남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 인기 없는 사람,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인지 사람들은 바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듯하다. 한자의 바쁠 망이라는 글자는 마음이 없어진다는 의미인데 이제는 오히려 바쁘지 않으면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여기는 듯하다.

 

P148 작스의 지적처럼, 우리들의 시대는 움직이는 일에 매혹되어 있다. 그리고 더 빨리 움직이는 것만을 생각한다. 고도의 기동성이 마치 성공의 징표라도 되는 듯하다. 더 빨리 도착하고, 더 빨리 떠나는 일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머무는 일의 가치를 잊어 버렸다. 우리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삶의 어려움들은 아마도 이러한 문제들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는 움직이는 기술에만 밝은 현대인들은 이제라도 머무는 기술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함께 사는 일또한 일종의 머무는 기술이자 지혜일 것이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함께 사는 일은 점점 더 멀어진다. ‘함께 사는 일이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시 한 번 머무는 일을 배워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이는 일을 배우기 바란다.

 

머무는 일은 시간이 걸린다. ‘함께 사는 일은 더욱 시간이 걸리며, 성가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이 없다면, 인생이 과연 살아 볼 만한 것일까.

 

P152 내가 좋아하는 호피족의 격언 가운데 이런 것이 있지. ‘인생에 있어 가장 긴 여행, 그것은 머리에서부터 마음에 이르는 여행이라고. 머리만으로 생각하는 빠르고 경박한 사고를 전통문화는 높이 평가하지 않았지. 중요한 것은 충분한 학습 과정인 거야. 예를 들어 예의라든가 관습이라든가 생활 기술을 익히는 방식들은 멀리 돌아가고 시간이 걸리고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문화가 생생히 이어져 온 것은 그러한 학습 방법 덕분이었다고 생각하네. 거기서는 느림이 바로 키워드인 셈이지.

 

P154 모토카와에 따르면,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시간을 빠르게 진행된다. , 쥐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시간도 빠르게 흐른다. 한편 코끼리의 경우는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는 어떠할까? 현대인들은 점점 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시간의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물론 동물의 생물학적인 시간과 에너지 소비를 인간의 사회 생활에 단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다. 무리라 치자, 그렇다 해도 사회생활이 점점 바빠진다는 것, 시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은 몸으로 마음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지 않은가.

 

현대 일본인은 사람이라는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음식물로 섭취하는 에너지의 약 40배에 이르는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한다. 만일 생물학적인 시간과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의 시간도 에너지 소비량에 비례해서 빨라진다고 하면, 우리는 옛날에 비해 무려 40배나 더 빨리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P162 우리는 이제 시바와 함께 생명의 민주주의를 구상해 보자. 이제까지의 민주주의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고, 자연을 수단으로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공리주의에 발목 잡혀 있었다. 우리들은 인간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규칙적인 생명의 민주주의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비폭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인 것이다.

 

P172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진화주의는 하나의 종교적 광신이라고 해도 좋다.

 

P174 다다 미치타로는 <<태만의 사상>>에 나오는 에도 시대의 우스갯소리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노인 : 젊음이란 게 뭐겠어, 벌떡 일어나서 얼른 일을 하라구!

젊은이 : 일을 하면 어찌 되나요?

노인 : 일을 하면 돈을 벌게 되잖아!

젊은이 : 돈을 벌면 어찌 되나요?

노인 : 부자가 되지!

젊은이 : 부자가 되면 어찌 되는데요?

노인 : 부자가 되면 놀면서 지낼 수 있지!

젊은이 : 네에, 저는 벌써 놀면서 지내는 걸요!

 

P178 마스다 지사에 따르면, ‘분발하지 않기란 이제까지와 같이 도쿄나 뉴욕 등의 척도에 비추어서 없는 것을 애석해 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다른 지역과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재발견함으로써 각각의 지역에 맞는 개성과 특성, 각자의 페이스에 맞춘 발전의 길을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개개인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 차원에서 분발하지 않기란 각자의 개성과 특성, 페이스에 맞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를 신체 장애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P189 마침내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 자신의 높은 가치를 증명이라고 해 준다는 듯,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제 거꾸로 바쁘지 않은 자신은 남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고, 오히려 시간이 있는상태를 두려워하게 된다.

 

여백 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자신의 다이어리에 빼곡히 일정이 적혀 있지 않으면, 그 여백으로부터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아서 불안해서 못 견디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러고 있으면 안돼 증후군도 있을 법하다. 다이어리에 여백이 없을 정도로 바쁜 사람이 정작 아무 일도 집중하지 못하고, 이일 저일 옮겨 다니며, ‘이러고 있으면 안 돼라는 생각에 시달리는 것이다.

 

P191 우리는 모모가 필요하다. 우리가 이제까지 입버릇처럼 말해 온 풍요로움, 편리함, 효율성과 같은 말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모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있지 않을까?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돈도 되지 않는, 그저 흥겹고 즐겁기만 한 놀이의 시간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모는 그의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분명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P198 환경과 경제 관계에 대한 사고의 대전환, 즉 환경(에콜로지)이 경제(이코노미)의 일부라고 하는 사고로부터 경제가 환경의 일부라는 사고로의 전환을 뜻한다.

 

P210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분적인 플러그 뽑기의 경험을 통해 우리들이 무엇을 배워 나가는가하는 점이다. 그리고 과거 플러그되어 편리하고 쾌적한 현대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 이상으로, 지금 우리들은 조금씩 생활의 기술을 회복해 가면서 생태계와 공동체에 새롭게 플러그되는 경험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P212 언프러그란 다시 연결하기 히렐 와인트로프(공저) <<playful>>의 한 페이지

 

자신의 콘센트를 좀 헐겁게 만들어 볼까?

그게 없으면 큰일 난다고 여겼던 것,

꼭 이래야 한다고 여겼던 것,

그것들을 몽땅 한번

머리 속에서 스스로 뽑아 놓아 볼까?

자신에게로 돌아가 볼까?

자신의 마음의 문에 귀를 대고, 한번 들어볼까?

그리고 마음의 문에 노크해 볼까?

 

P217 텔레비전은 우리들 내부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필요를 만들고 욕망을 자극시키고 이를 계속 확대시키는 장치인 것이다. 그러한 필요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더 바쁘게 일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가속도로 성장해야 하는 이 경제를 떠받칠 수 있다.

 

P218 최근 슬로 라이프라는 말을 자주 써 가며 여유롭고도 느긋하게 보내는 노후를 팔려고 하는 기업과 미디어가 많다. 그러나 대형 모니터 앞에서 장시간 텔레비전을 보는 삶이 슬로 라이프라고는 생각지 말자. 진짜 슬로 라이프는 자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활기차고도 역동적인 생활 방식에 있을 것이다.

 

P247 생활의 간소화라든가 절약이라는 뺄셈은 경제성장이라는 덧셈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소극적이고 뒷걸음질치는 행위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러미스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래의 쾌락과 풍요로움을 지향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고 방식이다. 그는 또한 시간이 돈이라는 말을 뒤집어서 돈이 시간이라는 발상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즉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는 이제까지의 사고 방식을 버리고, 돈을 줄이더라도 느긋하고 인간다운 시간을 되찾자는 것이다.

 

P252 ‘컬쳐 크리에이티브’, 직역하면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들’, 나는 이들을 CC라 부르고 있다.

 

P278 느슨함이나 흔들림, 틈새 같은 것을 회복하여 타인의 몸과 기분 좋은 소통과 접촉을 되찾게 된 몸을 나는 슬로 보디’ slow body라 부르고 싶다. 만일 우리 신체가 소유하고 관리하고 지배하기 위한 것이라면, 느슨함이나 흔들림, 틈새 같은 것들은 방해만 될 뿐일 것이다. 타자와 확연히 구별되고 격리된 단일체로서의 신체에 비해, 타자와 상호 침투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신체는 소유와 관리가 필요 없고 비효율적이고 얼마쯤은 성가실 적이다. 이것이 바로 몸의 느림이다.

 

P281 그대는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끝장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으며, 더 나은 누군가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P283 중남미 사람들이 그것은 내일이 있지라고 할 때, 그들은 지금 여기를 충분히 즐기고 음미하며 살기 위해서 당장의 일들을 내일로 넘기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내일주의는 사실 오늘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는 오늘주의인 것이다.

 

지금 여기가 없으면 내일도 없고, 내일이 있기에 바로 지금 여기도 있다. ‘지금 여기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내일의 자신이 존재한다. 내일의 자기 자신을 포용할 자세가 되어 있을 때만이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도 있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P284 위대한 모험이란, 같은 얼굴 속에서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내는 일이다.알베르트 자코메티

 

P287 우리가 사는 사회는 지금 경쟁주의나 생산성주의, 우생 사상 등에 크게 경도된 듯이 보인다. ‘빈둥거림주의란 바로 이런 치우침에 대한 일종의 경종이다. 그러나 게으름 피우기를 장려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의 바깥에 있는 참된 자신의 거처를 발견하는 일이다. , 생산성의 가치로부터 벗어나 있는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는 일인 것이다.

 

역자 후기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는 지금 여기를 충분히 음미하고 즐기면서, 느릿느릿, 그리고 어슬렁어슬렁 삶의 기쁨을 맛보기 위함이 아니겠냐고.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에서였다. ‘시간이 돈이 아니라 돈이 시간이라는 그의 주장은 생소하지만 설득력 있게 들렸다. 슬로 라이프를 위한 70개의 키워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차근차근 적은 이 책은, 나 같이 속도에 집착한 삶을 살아온,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특히 여백증후군이나 이러고 있으면 안돼 증후군과 속도, 효율, 공리주의에 집착한 삶은 그 동안의 나의 삶의 태도를 관통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별다른 목차 없이 70개의 키워드를 나열하고 있다. 키워드를 관련 있는 것으로 묶어 보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지금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들이 관심이 있는 챕터만 골라 읽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전 세계를 누비며 직접 찍었다는 사진에는 사람들의 표정과 그들의 이야기가 살아 있다. 재생지에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 쓴듯한 그의 이야기는 속도와 효율에 집착해 살았던 나의 아둔함에 일침을 가한다. 나무 늘보를 안고 있거나, 원시림 숲에 누워 있는 그의 표정은 한 없이 행복해 보인다. 나도 그처럼 느리게 살아봐야겠다. 언제나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아래 현재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분주하기만 했던 나, 이제 느리게 살면서 삶의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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