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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5일 14시 54분 등록

구 선생님의 '깊은 인생'을 읽고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깊은 인생'을 처음으로 본 것은 작년 10월, 처음 보았을 때 아 참 좋은 책이다..였던 인상만 남아있을 뿐, 그 때의 구체적인 느낌은 사실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금주 두 번째로 '깊은 인생'을 읽었습니다.

전에는 그냥 읽었지만 이번에는 연구원 선배님의 팁 대로, 내 생각을 기록해가며 읽었습니다. 

책의 울림이 커졌고 그만큼 내 안의 소리도 커져서, 그래서 그렇게 본 내가 안스러워서 주책스럽게도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좀 더, 현업에 매달려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 잘 나가지 못하는' 마케터 입니다.  ( 이 말을 하는데 무지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미 이 분야에서 20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나 스스로 내가 전문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내가 감히..라는 생각도 컸고, 무엇보다 최근 6년, 현재 회사로 이직하면서 업무 수준의 업그레이드는 커녕

다운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현실에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부엌전문가라고 삼월이를 초빙해놓고, 현실은 삼월이에게

마당을 쓸도록 하는 상황이랄까요, 그것도 남들이 청소기를 사용하는 시대에, 싸리빗자루를 던져주면서 말이죠. 

효율성 보다 농업적 근면성을 강조하는 시스템에 질렸지만 입 다물고 시키는 일만 했습니다. 

지적자극은 점점 사라졌고 이 조직에서 마케터로서 사는 부분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사를 쓰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내 삶에서 마케팅이라는 부분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년간 이 일을 해왔고 이 경력으로 몇 번의 이직을 하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나의 천직 혹은 재능이라고 생가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만큼을 했는데도 뚜렷한 성과가 없고, 주변 동기들에 비해 승진을 못 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들었고

그래서 자꾸 다른 먹을꺼리를 찾았습니다. 연구원 활동도 그런 먹을꺼리 찾는 활동 중의 하나였습니다.

저는 그것이 수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loser로서의 나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는

것이었으니까요. 더 이상 의미없는 삽질을 중단하고 1인 기업으로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꺼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저도 알고 싶습니다.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언제 일어났을까?'

누구나 영웅의 원형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히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을 텐데, 그러면 나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일까?

간디처럼, 마사 그레이엄처럼, 그런 찰나의 깨달음이 나에게도 있었을까?

그리고 그런 찰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처칠처럼 삶에 달라붙었는가?

20년을 마케터로서 살아왔는데 1만 시간은 훨씬 넘은 것 같은데 왜 나는 그것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가? 

최근의 6년 때문에 왜 내가 좌절해야만 하는가?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불평과 심통만 부리면서 시간을 낭비해 온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습니다. 구 선생님의 실제 삶이, 내가 억지로 월급을 받기위해 머무르는 이 시간과, 반쯤 발을 빼고 반쯤 발을 넣은 이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나를 바꾸는 것. 지레 물러나는게 아니라 한 번 더 자신을 믿고 미친듯이 일에 매달려 보는 것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올해부터 상황이 바뀌어서 빗자루 질을 벗어나 본래의 부엌일, 그 상위의 일도 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번 더 도전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냥 열심히가 아니라, 내가 전문가가 되겠다, 전문가다, 라는 확신을 갖고 공부를 하고

실제 적용해보고... 구 선생님처럼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후에, 다시 연구원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그 때쯤이라면 연구원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도 훨씬 많아지겠지요.

 

 어렵게 얻은 기회인데 여기서 중단하는게 아쉽기는 합니다만 분명 동시에 다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는 멋대로 굴어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같이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8기 예비 연구원 참여자들께 미안함과 격려를

전하면서 레이스 중단의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다들 이해하시고 격려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덧붙임.

이번 연구원 race를 통해 2가지를 일상에 접목해보려고 합니다.

1) 하루에 한가지씩 마케팅 프로그램 만들어보기(업무 포함)

2) 책을 읽을 때는 칼럼 작업의 tip 대로 기록하고, 나름의 칼럼을 만들어보기.

   (정말 유용했습니다. 이렇게 읽은 첫 책이 '깊은 인생'이었는데 이런 결정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IP *.195.24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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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5 21:30:48 *.187.211.82

안지수님, 안녕하세요?

함께 지적레이스를 하고 있는 정나라라고 합니다.

안지수님의 결단을 보고 용기있다 느꼈습니다.

그래서 2주차 레이스를 어떻게 끝내야 할까

무진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짧은 댓글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안지수님의 용기있는 결단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매력있는 기회인 연구원 생활을 포기하고 싶어질 만큼

자신의 분야에 대한 목마름이 강해진 안지수님의 간절함이 부럽습니다.

비록 연구원 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 많이 아쉽지만

안지수님 안의 간절함이 씨앗으로 발아하여

마케터로서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결심하신 칼럼을 이곳 변경연에 공유해 주세요.

안지수님의 외로운 길에 조금이나마 힘을 드릴 수 있도록

꼭 챙겨 읽고 짧게 나마 댓글로 응원의 메세지 남기겠습니다.

사람의 인연은 어디서 다시 이어질 지 모르니

언젠가 때가되어 만나뵙게 되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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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5 22:38:43 *.116.227.14

안지수님, 저는 예비 연구원들 중 가장 하수인지라 앞으로 살아남게 될지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안지수님과 같은 분과 꼭 같이 연구원 생활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훌륭한 글들 잘 읽어왔기에 오늘 올려주신 결단의 글은 매우 놀랍고 일견 허탈하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 마음은 같은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시간차를 두고서라도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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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6 09:37:47 *.160.33.17

애썼습니다.

'필살기'를 반드시 읽고 그대로 하기 바랍니다.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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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6 09:55:42 *.246.77.192

면접여행에서 볼 수 없게 된 것은 무척 아쉽지만,

레이스 중에 무언가 인생의 중요한 전화점을 맞이하신 것 같아서, 굉장히 기쁘네요~!!^^

 

앞으로 가시는 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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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7 16:14:03 *.123.71.120

한편으로 아쉽지만, 그 마음이 십분 공감이 갑니다. 정말 선생님 글을 읽고 있자면 현업에 대한 의욕이 300프로, 그 이상으로 생겨서 그런 맘이 들어요. 꿈이 풍성처럼 부풀어 오르는 기분, 저도 오랜 만에 다시 느꼈습니다. 진심, 응원합니다.^^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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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8 10:45:33 *.154.223.199

청평에서 한 번 만났던 안지수님의 이름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레이스에 쫄아서 반갑다는 말도 지금 해요.^^;;; 

모닝페이지에서든 꿈워크샾에서든 다시 뵙게 되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어요.

 

지금 필요한 것은, 나를 바꾸는 것. 지레 물러나는게 아니라

한 번 더 자신을 믿고 미친듯이 일에 매달려 보는 것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올해부터 상황이 바뀌어서 빗자루 질을 벗어나 본래의 부엌일,

그 상위의 일도 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번 더 도전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냥 열심히가 아니라, 내가 전문가가 되겠다, 전문가다, 라는 확신을 갖고 공부를 하고

실제 적용해보고... 구 선생님처럼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후에, 다시 연구원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그 때쯤이라면 연구원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도 훨씬 많아지겠지요.

 

===>아, 정말 멋져요. 지수님^^  잘 하실 거예요. 저도 응원합니다.

 

지수님, 하룻밤 자고 나서 든 생각인데요. 

지수님이 덧붙임에 적어두신 두 가지요,

하고 싶은 일이 매일 업 관련된 프로그램을 생각해보고,

좋은 책을 레이스식으로 깊이 읽는 것이라면

단군의후예 프로그램을 지원해서 같이 해보시면 어떨까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 홈페이지의 메인 메뉴에 있어요^^)

하루 2시간을 자신의 필살기를 찾고 계발하는데 쓰자는 것이거든요.

저는 1년 해보았어요. 참 좋았습니다. 좋은 사람도 만났구요. 

마케터 업무에 대해 지수님이 연구하시는 걸 날마다 올려놓고,

거기서 권해주는 책들(이것도 자신을 이해하고 천직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됩니다.)을 알뜰히 읽는데

좋은 동행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역시 자고 나서 생각해봐도 지수님께는 아쉬움의 인사보다

멋진 발견에 대한 축하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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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1 09:45:04 *.47.75.74

한번 동기는 영원한 동기입니다. 일하시면서 막힘이 있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저희 동기를 찾아주세요. 언제든지 시간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레이스는 끊어졌지만 동기의 인연을 항상 잡고

계세요, 어디서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동기들을 만나시겠어요.

어디에서든 항상 행운과 건강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연락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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