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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6일 21시 13분 등록

아... 미치겠다.

글을 못쓰겠다.

머릿속에서 단편적인 생각들이 이리저리 요동친다.

나에 대해 쓰라니... 미치겠네 진짜....

 

잘 보이고 싶어서일까?

다른 사람에 대해서라면 그냥 쭉쭉 써질 것 같은데...

아주 사적인. 그래서 어려운... 

 

솔직해야 한다.

거기서 딱. 막혀버렸다.

감추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걸까?

죽겠다.... 

 

이때 조수미가 나에게 속삭인다.

Que sera, sera

 

쿵작짝, 쿵작짝 쿵작짝 쿵작짝

 

Que sera sera,

what ever will be, will be

the future's not ours to see

Que sera, sera

 

The future's not ours to see

Que sera, sera

 

갑자기 머릿속에 환해진다.

 

그래...Que sera sera

될대로 되라.

그게 무엇이든지.

(우선 쓰자. 이러다 밤새겠다)

 

오늘도 나는 노래에서 답을 찾는다.

어려서부터 난 음악과 함께였다.

언제부터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의 추억에는 항상 배경음악이 깔린다.

 

초등학교 시절,

영어선생님이셨던 어머니 덕분에 나는 외국어를 일찍 시작했다.

최고의 뮤지컬 ‘Sound of music’과 함께.

‘Do re mi song'은 나에게 A.B.C를 알려줬고,

‘When I was seventeen'은 첫사랑을 꿈꾸게 했다.

그리고 ‘On the hill' 은 인생의 지혜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어머니는 직접 ‘Sound of music'의 악보를 제본해서 내게 주셨고,

나는 매일매일 그 악보집이 모서리가 닳아 없어질 때 까지 보고 또 보았다.

 

중학교 시절,

내 기억속의 새벽은 항상 ‘Good morning pops'와 함께다.

6시의 시보가 울리면,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성식의 Good morning pops~'

부엌에서는 어머니가 아침을 준비하시고,

정겨운 도마소리와 함께 나는 pop song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매일매일 pop song의 한구절을 외우며 자연스레 영어를 내 것으로 만들어 갔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치밀한 전략이었던 그 새벽의 영어 학교는

내게 언어습득의 즐거움과 함께 가사를 음미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의 강점인 언어능력과 예술가적 기질은 그렇게 형성된 것이다.

 

예술가적 기질이라 써 놓고 보니 거창해 보이지만 별거 아니다.

자유로움을 사랑하는 마음.

음악과 춤으로 가득 찬 인생.

뻔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 매력을 느끼는 천성.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적 기질이다.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무엇이든 내 마음이 동해야 한다.

일이든 놀이든 사랑이든 내 마음이 가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20대는 방황의 역사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방황했고, 내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단적인 예로 20대 때 내가 가졌던 명함만 6개. 외국계 명품회사 마케팅 팀, 문화기획회사 기획팀, 음악기획회사 기획팀, 대기업 해외투자팀, 해외취업 그리고 정부 소속기관의 연구원까지 정말 다채롭다. 혹자는 얘기한다. 너 끈기가 너무 없는 거 아니야? 난 받아친다. 왜? 난 지금 후회없어. 그 방황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솔직히 말하면, 후회가 왜 없을까. 내가 거친 회사들 중에는 그 분야에서 소위 잘나가는 회사들도 있으니, 그 회사에서 20대를 몸 바쳐 일했다면 지금쯤 10년 이상의 경력이 쌓여 나 역시도 잘나가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후회없다고 말하는 건, 그 때 마다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했고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 상황이 되면 그만두었을 것이란 게 내 판단이기 때문이다.

 

30대의 중반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 그 방황이 내게 준 건 나란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이고 ‘감정기복’이라는 기질적 단점을 찾아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을 다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난 하루하루 더 아름다워질 것이고, 내가 방황을 통해 선택한 지금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것이니 그만둔 회사들에 대한 미련도 없다. 그저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난 지금의 내가 좋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 열심히 방황하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을 다하는,

음악과 춤과 사람을 사랑하는,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자유로운 영혼' 정나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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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10:52:54 *.123.71.120

부럽네요.

제가 못가지고 있는 재능 두가지를 가지고 계시는...

또한 제가 제일 가지고 싶은 두 가지 재능을 가지고 계시는...

저는 책 읽을 때 음악들으면서 못한다는....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만...책을 읽을 때는 책만...

한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는 체질...ㅠㅠ

좌뇌형들이 주로 그렇다고 하던가..암튼 쫌 남자 체질이지요.

근데, 일명 자뻑 기질은 저랑 닮은 듯해요.

저도 제가 좋은데....ㅎㅎㅎ

우리 서로 자신을 열심히 사랑하면서 더 이뻐지도록 해요^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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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11:19:03 *.154.223.199

안녕하세요? 정나라님^^

정나라님께는 노래가 맨 앞에 나오는군요. 신기합니다.

재주가 많으실 듯 합니다.  

아, 제가 정신없을 때 댓글을 달아주신 터닝포인트님이 정나라님이셨군요.

아직 닉넴과 이름을 매칭 못 시키고 있답니다.

그때 많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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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19:38:04 *.33.136.150

^^ 글에서도 자유로운 영혼임이 물씬 풍겨납니다. 

저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학생들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지요. 

왠지 만나게 되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지도.. 

음악와 춤을 좋아하신다는 말이 눈이 번뜩

춤?? 왠지 배우고 싶은데요. (몸치지만. ㅋㅋ 리듬감은 좀 있다는 (스피닝 선생님의 말씀을 빌려서))


즐겁게 글을 읽었습니다. 

글이 리드미컬하고, 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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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1 06:39:08 *.47.75.74

서두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저도 처음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대목에서 똑같은 마음이었거든요~^^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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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문윤정
2012.03.02 23:41:04 *.85.249.182

아주 행복하고 의미있는  어린시절과 청소년시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전 영어  잘하는 사람이 부럽고요, 팝송부르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음악은 뇌파를 자극하여 창의성을 높인다고 들었습니다.

장나라님의 글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창의력이 빛나는 기획자로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

만나서 음악에 관한 이야기 들으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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