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 조회 수 1002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에 담긴 시를 읽는 시간은 울림과 침묵의 연속이었습니다. 시인의 ‘다른 시선’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현상의 뒤를 보고, 사물의 옆을 놓치지 않고, 위에서 상황을 볼 수 있구나.’ 그런 몇 개의 시를 아래 옮겨 봅니다. 시와 시의 구분은 ‘*’로 표기했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옷깃 여며라
광주 이천 불구덩이 가마 속
그릇 하나 익어간다
시인의 ‘자유로운 해석’도 놀라웠습니다. ‘아!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구나. 모두가 사연이 있구나. 마음을 열면 보이고 들리는 구나. 세상에 별거 아닌 것들은 없구나. 잠든 정신이야말로 별거 아닌 거구나.’ 그런 시 2개 소개합니다.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함박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
생각했습니다. ‘다른 시선에서 나와 자유로운 해석으로 응축된 시가 진부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 시들이 괴상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보고, 낯선 것을 낯익게 표현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고은 시인은 <순간의 꽃>의 ‘시인이 쓰는 시 이야기’에서 “시쓰기보다 시를 버리는 시간 속에서 그 모순의 힘에 의한 시가 비극적으로 잉태되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답합니다.
“시와 삶 사이의 종종 있는 불화의 되풀이는 결국 다음의 시를 위해서 있어야 할 오르막길 언덕일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뭇 역려(逆旅)인들 어찌 저마다 시의 동산 아니랴.”
* 고은 저, 순간의 꽃, 문학동네, 2001년 4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6 | 짐마차를 이끄는 작은 손 | 구본형 | 2006.04.07 | 9586 |
35 | [수요편지] 잡념, 상념, 걷기 [1] | 불씨 | 2024.04.17 | 9632 |
34 | 새로운 편지 [3] [2] | 구본형 | 2006.03.21 | 9732 |
33 | 비교하지 마십시오 - 행복숲 칼럼<1> [3] | 변화경영연구소 | 2006.03.23 | 9744 |
32 |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인공지능 시대에 영어 공부는 왜 해야 하나요? [2] | 알로하 | 2021.03.28 | 9771 |
31 | 자립하는 삶을 일궈내는 법칙 [2] | 김용규 | 2010.12.16 | 9781 |
30 | 실수 [4] | 김용규 | 2013.03.07 | 9825 |
29 | 생각이 많은 사람 VS 생각이 깊은 사람 | 연지원 | 2013.07.29 | 9922 |
» | 순간의 꽃 | 승완 | 2012.02.28 | 10020 |
27 | 너는 너로서 살아가는가? | 문요한 | 2006.03.28 | 10185 |
26 | 땅을 떠나지 마라 [4] | 부지깽이 | 2009.11.13 | 10506 |
25 | 고전(古典, classic)이란 무엇인가 | 승완 | 2011.08.09 | 10588 |
24 | 봄이 온다 [8] | 부지깽이 | 2013.02.16 | 10606 |
23 | 행복학 원론 | 구본형 | 2006.03.24 | 10630 |
22 |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 김용규 | 2013.06.27 | 10657 |
21 | 첫눈에 반한 사랑 [1] | 승완 | 2012.09.18 | 10775 |
20 |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 승완 | 2012.04.17 | 10830 |
19 | 피에타(Pieta) [2] [3] | 승완 | 2012.11.13 | 11019 |
18 | 포기 하지 말자.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6] | 박미옥 | 2013.09.27 | 11326 |
17 | 영감을 부르는 기도문 | 승완 | 2012.06.19 | 118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