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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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에 담긴 시를 읽는 시간은 울림과 침묵의 연속이었습니다. 시인의 ‘다른 시선’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현상의 뒤를 보고, 사물의 옆을 놓치지 않고, 위에서 상황을 볼 수 있구나.’ 그런 몇 개의 시를 아래 옮겨 봅니다. 시와 시의 구분은 ‘*’로 표기했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옷깃 여며라
광주 이천 불구덩이 가마 속
그릇 하나 익어간다
시인의 ‘자유로운 해석’도 놀라웠습니다. ‘아!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구나. 모두가 사연이 있구나. 마음을 열면 보이고 들리는 구나. 세상에 별거 아닌 것들은 없구나. 잠든 정신이야말로 별거 아닌 거구나.’ 그런 시 2개 소개합니다.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함박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
생각했습니다. ‘다른 시선에서 나와 자유로운 해석으로 응축된 시가 진부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 시들이 괴상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보고, 낯선 것을 낯익게 표현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고은 시인은 <순간의 꽃>의 ‘시인이 쓰는 시 이야기’에서 “시쓰기보다 시를 버리는 시간 속에서 그 모순의 힘에 의한 시가 비극적으로 잉태되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답합니다.
“시와 삶 사이의 종종 있는 불화의 되풀이는 결국 다음의 시를 위해서 있어야 할 오르막길 언덕일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뭇 역려(逆旅)인들 어찌 저마다 시의 동산 아니랴.”
* 고은 저, 순간의 꽃, 문학동네,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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