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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5일 09시 51분 등록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

 

1)  중고등학교 때의 시와의 만남 그리고 K 교수님 : 텍스트 분석의 방법론

     나에게 시란 늘 외워야 하는 숙제였다. 그 시의 맛과 멋을 알아차리기까지...그리고 난 한시미학산책을 읽으며 알아 차렸다.

     이 시기가 나에겐 글만 읽고 그 마음은 제대로 읽지 못했던 시기라는 것을.

 

난 좀 늦게 성숙했는지 그 시의 감칠맛 나는 시의 멋과 함축미등을 대학에 가서나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리학교 국문학과 K 교수님은 이런 감성적인 접근 보다는 텍스트 분석의 방법론이란 교과목으로 우리를 옥죄기 시작하셨다. 난 시 수업 시간이 두려웠다. 그 맛을 좀 음미하기도 전에 해야 하는 시 분석 시간이 참 내겐 어려운 시간이었다. 수업 형태도 우리가 준비해서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런데 그 날은 더더구나 죽음의 시간인 것이 저자의 의도를 잘못 파악 할라치면 교수님의 치도곤이가 이어지곤 하는 것이다. 내가 혼나는 것도 두려웠지만 잘못 분석한 친구들에게 교수님은 여지없이 수치심과 죄책감을 선물로 안겨주시곤 했다.

그래서 난 참 한동안 시가 싫었다. 한 학기 시론 수업을 들은 이후론 나는 시라면 주눅 들고 나를 위축 시키는 이미지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2) 시는 내게 어머님과 같은 따스한 품이었다. : 이해인 수녀님과의 만남

때는 대학 졸업반 초가을로 접어드는 무렵: 밖의 교정엔 스멀스멀 가을 기운이 다가 오고 있었다. 난 우연히 알게 된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받아 들고 하염없이 그 시를 음미하다가 난 부산 베네딕트 수녀원으로 편지를 보냈다. 저자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갖고 싶다는 일념하에...그런데 뜻 밖에도 수녀님께선 내게 새로 나온 책과 한 장의 편지를 보내 오셨다. 나에게 다시 시의 감성들이 살아나며 시에게 받은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순간들이었다. 난 그 이후로 이해인 수녀님의 시 수필집등은 꼬박 꼬박 사 모으며 수녀님에 대한 연모의 정을 새록새록 키워 나갔다. 그러다가 시는... 삶의 여유로움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난 직장인으로 생활인으로 삶을 정신없이 살며 내 시간에서 시는 다시 아득한 문학의 장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이시기는 또 내게 이런 시기였구나 하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갖춰진 환경에서 문학은 설 자리를 잃는다. 욕망이 좌절되고 꿈이 상처 입을 때 비로소 사람의 마음속에 이른바 정서란 것이 생겨난다. 그것이 슬픔과 분노, 격정과 눈물이 되어 터져 나온 것이 바로 시이다. 289 (한시미학산책)

 

3) 시는 내게 다시 깨달음의 광장으로 나가라고 한다. : 시를 매개로 한 소통과 한시미학산책의 만남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최근 SNS를 하며 다시 만난 그리운 싯귀들 - 박목월의 나그네.

내가 근무하는 정림 건축은 일년에 한번 고건축 답사를 한다. 아주 날 좋은 가을 날에 300명정도가 움직이는 대 행사다. 이번엔 특히 카톡이 우리의 여행길을 즐겁게 해 주었는데 왜냐하면 내가 이번 임원들과 소장급들에게 내 준 커뮤니케이션 숙제 때문이었다. 난 이번 여행길에 그저 건축물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들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고 오란 숙제를 낸 것이다.  난 여행 떠나기 하루 전날 저녁에 일단 내 카톡에 저장된 80명 정도의 직원들에게 소통에의 초대를 했다.

 

그런데 뜻밖에 카톡은 고건축 답사 내내 우리의 신나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 우린 12대로 각자 나눠 탄 버스에 일어나는 일등 중계방송을 하며 돌아올 때 까지 즐거웠다.

그런데 답사 마지막 날 영주 부석사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누군가가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을 하고 올린 것이다. 그 때부터 이육사의 청포도를 비롯하여 박목월 선생님의 나그네 등 주로 중고등학교 때 외운 시들이 우리의 소통꺼리가 된 것이다. 그런데 가을 정취에 카톡의 시놀음은 얼마나 멋들어지던지 다들 돌아와서 카톡으로 소통한 시 놀이가 무척 즐거웠다는 후일담을 보내왔다.

 

이번에 정민 교수의 책을 읽으며 받은 느낌은 억울함이었다. 왜냐하면 이렇게 좋은 시책을 그렇게 멀리 두고 아니, 내 인생에 절대로 들어올 것 같지 않은 책을 읽을 기회를 선물 받은 것이다. 난 초반부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더구나 그림이 있어서 그런지- 더 깊은 이해와 함께 속 마음으로는 “ 아 ! 좋다 ” 이렇게 좋은 책을 왜 난 그동안 몰랐던고? 하는 속상함, 아쉬움 자책이 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얼마나 무식한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모르고 살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아주 잘 차려진 밥상을 한 상 받은 느낌이었다. 그 중에서도 의식적인 부분 언령이라던가 말, 글, 생각이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이 마음으로 보는 것만 못하고, 마음으로 보는 것이 이치로 보는것만 못하다. 만약 이치로 볼 수 있다면 만물에 환히 통하게 되어 내 안에서 모든 것이 갖추어진다. 486 두꺼운 책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었다. 시를 마음으로 보는 것을 뛰어넘어 이치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 좀더 성숙해져서 마음과 이치로 보고 싶은  언어의 예술이다.

 

 

IP *.118.2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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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2:28:09 *.166.160.151

밑줄 그으면서 해체해버린 시들.

학교시험때문에 외워야 했던 시들.

왜 그렇게 시를 가르켜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초롱 초롱 빛나던 눈망울에 아름다운 시를

아름답게 가르켜주던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던것 같은 느낌은 저만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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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2:56:57 *.107.146.164

ㅎㅎ 길수님도 공감하셨군요? 정민 선생의 책이 아마 우리를 새로운 시의 세계로 데려가는 듯 합니다.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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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3:29:42 *.200.81.18

그 카톡 시놀음에 저도 참여해보고 싶네요. 샐리올리브라는 닉네임이 어떤 뜻인지 궁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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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3:50:05 *.118.21.146

ㅎㅎ 펄펄님 전..이제 펄펄 하면 난다가 생각나게 되었네요  아마도 친숙하단 이유겠죠?

카톡 시놀음  나중에 할 기회가 있겠죠...

샐리올리브란 닉네임은  합성어랍니다 . 두개의 닉네임이 합해진거죠 ..

샐리란 닉네임도 흔하고 제가 어릴때 별명이 올리브인지라 ~  샐리를 가끔 등록하려면 기존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합쳐버렸더니 유니크한 이름이 되더라구요 ㅎㅎㅎ 이제 우리 차차 알아 가자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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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5:12:24 *.161.70.32

아~ 다행히 이해인 수녀님으로부터 구원(?) 받으셨네요.

시란 좋은 것이여! ㅎㅎㅎ

가슴에 와 닿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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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5:45:39 *.107.146.164

ㅎㅎ 흥도 많고 글도 넘 멋지고..다들 선생님을 부러워하네요

감사드리고 ...뵙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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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7:02:40 *.89.208.250

얼마전에 이해인 시인 '희망은 깨어있네'시집을 샀습니다.

암 투병중에도 주변을 돌아보고

아직도 사랑할 시간이 많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많이 가져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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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8:39:31 *.118.21.146

아..그러셨군요 전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샀는데..

진솔한 삶을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웃는 얼굴이 넘 환해서 좋습니다.

짱이야요 ~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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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7:58:34 *.238.85.60

시로 소통하는 회사라... 너무 멋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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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8:40:43 *.118.21.146

그죠? !!! 건축가들이..멋있더라구요 전 건축 전공은 아니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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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문윤정
2012.03.06 08:49:29 *.85.249.182

멋진 일 하시는 군요.

시로 소통하는 멋진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냥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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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7:06:08 *.120.78.130

윤정님 ~ 감사

가을엔...다들 맘이 여유로워지니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무슨일을 하시는지 궁금 하네요\ 윤정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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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3:04:08 *.36.72.193

카톡 시놀음이라.. ^^

즐거운 여행길이었겠어요.

 

'시'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삶을 이야기 해주신 흔적이 곳곳에 묻어납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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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7:06:59 *.120.78.130

카톡 시놀음 ~ 우리도 한번 나중에 해보자구요 ...

방문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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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6:09:12 *.123.71.120

해리의 샐리가 뽀빠이의 올리브가...샐리올리브가 되지 않았나요? 그런 연상때문인지...무지 낭만적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고등학교 때 이해인 수녀님 완전 우리의 스타이셨는데...ㅎㅎㅎ 펄펄님....펄펄 날아보게요...^똥쟁이님 저도 희망은 깨어있네...있는데...지난 여름 암울한 시기에 힘내라고 페친님께서 선물해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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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7:08:13 *.120.78.130

ㅎㅎ 맞아요 딱 맞추셨습니다..

딩 동 댕 ~

이 곳도 여러분과의 소통의 장이 되는 듯 해서 기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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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00:21:14 *.229.239.39

정림 건축에 근무하신다는 말에...1967년 두 형제 건축가의 뜻이 모여 설립한 회사라고 알고 있어요. 40년 남짓한 시간 동안 한국 건축 문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회사인데...건축가들이 많이 모여있는 사무실 공간이 궁금해 집니다. 좋은 건물 설계하기위해....시 적인 설계를 꿈꿔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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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08:47:41 *.120.78.130

네. 맞습니다 올해 4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재작년 형님인 김정철 회장님께서 작고 하셨어요,

사무실 공간은 좀 비슷하기도 하고 디자인된 공간도 있고

장동건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시작되는데 아마도 저히회사에서 촬영을 할 모양입니다.

시적인 설계 듣기만해도 가슴뛰는 말이네요.

 

어제 장기용 건축가를 그린 말하는 건축가 시사회가 있었거든요 ~

말하는 건축가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건축쟁인 아니지만 한 공간에서 호흡한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기회가 되면 공간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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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8 20:36:12 *.154.223.199

정림건축, 이해인 수녀님, 300명이 떠나는 여행에서 카톡 시릴레이를 제안하다......점점 샐리올리브님에 대한 궁금증이 늘어납니다.

치도곤이까지 하는 교수님은 시의 징검다리가 아니라 장애였군요. 저라도 무섭고 싫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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