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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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처음으로 연애편지라는 걸 쓰면서 내가 가져다 쓴 시이다.
내게 와서 꽃이 된 사람. 또 그에게 꽃이 되고픈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글을 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언어란 부질 없는 도구다. 말로 무언가를 설명하고 남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했다. 맞는 말이지 않은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지 않은가…. 우리는 늘 말을 한다. 물론 대화도 한다. 요즘은 말을 문자로 한다. 소통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소통의 부재를 나타내는 역설이지 싶다.
부부, 부모와 자녀, 친구 살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의 도구가 말이다.
그 말을 표현하는 형식에 따라 시도 되고, 노래도 되고, 소설도 되고, 그림도 되고, 영화도 된다.
입상진의立象盡意, 이미지를 들러리 세워서 설명하는 것, 상.象.이미지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는다. 상은 몸으로 설명한다는 입상진의론.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는 노력의 일환. 언어를 통한 전달이 불완전함에서 생겨난 일이다.
사람은 살면서 사랑이 몇 번이나 찾아오는가.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이 있는가.
우리는 이야기한다. ‘넌 내 첫사랑이야, 나의 마지막 사랑이야.’ 이런 말들을.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사랑이다. 첫사랑도 아니고 마지막 사랑도 아닌 유일한 사랑이다.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는 말.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단 한번이다. 더 이상 다른 표현을 쓸 수 없는 말이다.
그 느낌을 한 사람에게서 두 번 갖는가! 그렇지 않다. 같은 사람에게 수도 없이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느낌만은 유일한 순간이 있다. 스스로만 알 수 있는 느낌
그래서 사랑이다. 더 이상 다른 표현을 할 수가 없다. 도저히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표현이 안 된다. 그렇게 선택되는 것이 시다.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과 꼭 같을까라는 느낌을 전해주는 언어. 그 전달방식이 시이다.
처음에는 일로 시작했다. 좀 색다르게 나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없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고객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고 동시에 작은 떨림도 전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나의 글은 일이 아니었다. 기쁨이었다. 즐거움이었다.
매일 출근하여 시집을 뒤적이며 마음에 와 닿는 시를 고르는 일. 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시인과 나는 하나가 된다. 그러면 그 시는 그날 내게 온 시이다.그렇게 시 한 수를 골라서 타이핑을 하고 내용 중에 특별한 단어나 문장을 꼭지로 하여 짧은 글을 적는다. 글에는 내가 녹아난다.
유명시인과 초보작가(?)의 만남. 내가 시를 자주 만나게 된 계기였다.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었으면 좀 하다가 그만 두었을 것이다.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이 되다 보니 그 시간이 일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 되는 것을 느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마실 물은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이다.
나를 들여다보고 타인의 삶도 들여다 보아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한편의 시.
오늘아침 정시情詩 한편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