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이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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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이 글을 쓰기 위해 몇 분의 활동적인 시인들을 조사 해 보고 싶었다. 그 분들이 발표한 시 와 노래들을 감상도 해 보고, 특히 정호승 시인께서 강연 하는 곳을 찾기도 했다.
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해 사무실을 가는 중에 무심코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었다. “이 곳은 지하철이 숨쉬는 곳 입니다.” 그리고 조그만 글씨가 보였다.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나는 그 글귀를 보면서 재미있는 표정을 짓고 한 참을 쳐다 봤다. 지하철 내 구간에서 외부로 환풍을 하기 위해 뚫어놓은 장소이면서 환풍기 배관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 곳에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하면 안될 것 같았다. 은유적이지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적 표현들… “지하철이 숨쉬는 곳” 으로 표현을 접하다 보니 훨씬 설득력이 있고, 다정 다감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적인 표현들을 우리 삶 속에 끌고 들어오면 우리의 감성이 훨씬 풍요로워지고, 잊어진 옛 생각 같은 것이 나를 뭉클하게 만들어 감동을 느끼게도 한다.
직장 생활 하면서 시를 잊고 살다시피 했지만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시”가 있는데 소개 하고 져 한다.
나는 배웠다, 오마르 워싱턴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
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선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또무슨일이 일어나는가보다
그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고 떠나야함을.
더 못가겠다고 포기한 뒤에도 훨씬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깊이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낼 줄 모르는 이가 있다는 것을.
내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남을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이 계속되듯 사랑 또한 그렇다는 것을.
가끔은 절친한 친구도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그래도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 사람이 다툰다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또 나는 배웠다. 때론 남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두 사람이 한 사물을 보더라도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 앞선다는 것을.
친구가 도와달라고 소리칠 때 없던 힘이 솟는 것처럼
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글 쓰는 일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
가장 아끼는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과
내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리고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전 직장 사장님께서 가끔 술 자리에서 이 시를 들려 주시면서 일상의 소소한 지혜와 너그러움을 일깨워주고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신데다, 자신의 인생 철학까지 그대로 담겨 있다고 말했다.
나는 직장 생활에서 동료나 위 상사에게 사랑 받고 싶어 고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 때마다 떠오르는 시가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내가 행동을 잘 해서 다른 사람이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행동은 시원찮게 해놓고 남이 자기를 좋아하게 하는 건 불가능 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곤 한다. 정말로 정직하게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방법이란걸 배웠습니다.
또 한가지는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표현은 정말 대단한 통찰력인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과 사물엔 양면이 있지만, 나는 이 두면을 다 보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 시에서 배웠습니다. 시는 나에게 깊은 오달샘에서 얻은 시원한 물처럼 깨달음을 주는 배움의 장소 입니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볼때 쫓기는 사람처럼 앞만 보면서 회사의 목표 달성을 쳐다보며 조급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낙타의 삶처럼 피곤하고 지친 날이 엄습해 오곤 했지요. 그때 마다 이 시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곤 했습니다. 시는 나에게 위로를 주는 쉼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정호승 시인이 쓰신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를 이야기 하려고한다.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그림자처럼
산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이 시를 지은 정호승 선생께서는 한 여름날 너무 연로하셔서 육체적으로 이제는 볼품없는
어머니가 방에 누워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측은히 느껴져 이 시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빠져 버린 이, 틀니도 없는 홀쪽한 모습…허리는 굽어 마치 보리 새우 처럼 보여진 어머니의 모습 속에 생각나는 것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모습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어머니의 주검, 시체의 모습, 어머니의 죽음을 위해 뭘 준비 할까?
그래서 붙친 제목이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라고 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위해 그 동안 시를 써 왔지만, 어머니의 죽음을 위해 글을 써 보고 싶었다고 한다. 할미꽃, 채송화, 민들레…등 어머니를 대신 에 선택한 은유적 표현들은 할미꽃, 산그림자, 꽃신발등을 통해 사랑의 근원인 어머니를 생각하며,잊혀진 사랑의 마음을 되돌린다.
시란 무엇인가? 품은 뜻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품은 뜻은 무엇인가?
뜻은 마음이 가는 바이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어느 시인은 말한다. 시는 침묵으로 이루워 진다. 모든 걸 다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 말을 할 때 침묵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말을 해라.
묵언의 정신, 침묵의 정신으로 시를 쓰고, 읽는다고 한다. “내 몸 안에 있는 것만 배출 하지 말고,
내 마음속에 있는 번뇌, 망상 등을 밖으로 내 보내라”그러는 동안 우리 몸과 마음이 정제되어 진정한 나와 대면하게 되고 우리는 시인이 되고 삶은 시가 되다(구본형)는 의미인 것 같다.
시는 나에게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가 나에게는 시적 표현들로 닥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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