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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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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6일 00시 34분 등록

작년 여름의 어느 날 저녁, 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고민 때문에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에서는 1년에 한 번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해외 연수를 갑니다. 2011년 여행지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이었고, 르네상스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여행에 꼭 참가하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여행 경비였습니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며칠 내에 경비를 입금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돈이 모자랐습니다. 그날 저녁 르네상스 관련 책을 읽으며 이탈리아 여행을 갈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은 ‘어떻게든 가야 한다’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습니다.

 

고민하는 중에 문득 본 노트북 화면에 e메일이 왔다는 표시가 떴습니다. 메일 제목을 보니 공저한 책의 인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4명이서 함께 쓴 책이라 내게 돌아오는 인세가 적었습니다. 어린이 서적의 특성상 인세율이 높지 않았고, 인세 중 일부는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습니다. 돈을 바라고 쓴 책이 아니었고, 돈이 될 만한 책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메일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인세가 평소보다 3배가 넘었기 때문입니다. 인세 금액의 숫자를 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부족한 여행 경비와 인세가 딱 맞았습니다. 절묘한 우연의 일치였습니다. 숫자나 날짜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이날의 날짜만큼은 뚜렷이 기억합니다. 2011년 7월 5일 저녁 6시 2분. 내게는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를 칼 구스타프 융은 ‘동시성(synchronicity)’이라 부릅니다. 그는 한 논문에서 동시성을 “둘 혹은 그 이상의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여기에는 우연한 가능성 이상의 뭔가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동시성이란 인과적으로 무관한 ‘내적(심리적)인 것’과 ‘외적인 것(외부 사건)’의 ‘의미 있는 연결’입니다.

 

나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탈리아 여행을 꼭 가고 싶다. 그런데 경비가 부족하다. 여행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는 고민이 ‘심리적인 것’에 해당하고, 고민의 순간에 출판사로부터 받은 인세 지급 메일은 ‘외적 사건’에 해당합니다.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이 두 가지 사건은 인과적으로 연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의미 차원에서 보면 두 사건은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부족한 여행 경비에 딱 맞는 인세는 ‘의미 있는 연결’에 해당합니다.

 

이 경험이 내게 준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가라!’ 나는 메시지를 받아들였고, 주저 없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여행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장면들과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메리칸리더십포럼’의 창립자 조셉 자보르스키는 <리더란 무엇인가>에서 동시성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야말로 절묘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순간들을 경험한다.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통제는 고사하고 예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 우리에게 확실한 길을 알려주는 그런 순간들. 그런 순간에 일어나는 제반 상황을 묘사하기에 가장 적격인 단어가 바로 ‘동시성(synchronicity)’이다.”

 

이런 동시적 순간들이 어떤 흐름을 타고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다르게 말하면 긍정적인 동시성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궁금하신 분은 <리더란 무엇인가>를 놓치지 마세요. 이 책은 한 사람이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의 본질 중 하나가 바로 ‘동시성’입니다. 이 책의 원제목이 ‘synchronicity’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시성은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운 개념입니다. 논리적 사고로 이해하고 언어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동시성이라는 신비로운 개념이 한 사람의 삶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생생한 사례로 보여준다는 점이 <리더란 무엇인가>의 매력이자 가치입니다.

 

20120306sw.jpg

* 조셉 자보르스키 저, 강혜정 역, 리더란 무엇인가, 에이지21, 2010년

 

 

IP *.122.237.16

프로필 이미지
2012.03.06 14:47:41 *.216.38.18

흐-- 바로 이 책 주문했습니다.  ㅋ

동시성이 주는 체험에 놀라움을 적습니다.

 

늘 맛깔나는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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