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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6일 03시 16분 등록

모두들 좋은 꿈꾸고 계시는지?

 

게시판 이름이 참 맘에 와닿는 밤입니다.

과제물 올리는 게시 공간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야보니 부담없이 올리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보입니다.

저 숙제말고 부담없이 수다 늘어 놓아도 되는 것이지요?

지적 레이스 기간이 삼주가 지나고 이제 한 주가 남았네요.

정말 정신없이 간 시간들입니다.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에 움추려드는 마음이 한편에 없는 것이 아니지만,

정말 공부하는 것 같은 긴장감이 루틴한 지난 한때를 보상해주는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도 오고, 시집들을 읽다보니.

맴도 멜랑꼴리 해지고,

읽던 시 하나 올리고 이제 잠을 청해 볼까 합니다.

천양희님이 지금의 저를 생각하고 쓴 시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황이 딱이네요.

바람이 붑니다. 살아봐야겠습니다.

 

 

 

10. 그 말이 나를 살게 하고

 

접어둔 마음을

책장처럼 펼친다

머리 끝에는 못다 읽은

책 한권이 매달리고

마음은 또

짧은 문장밖에 쓰지 못하네

이렇게 몸이 끌고 가는 시간 뒤로

느슨한 산문인 채

밤이 가고 있네

다음날은

아직 일러 오지 않는 때

내 속 어딘가에

소리없이 활짝 핀 열꽃 같은

말들, 言路들

 

오! 육체는 슬퍼라. 나는 지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었노라던 말라르메의 그 말이,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悲哀를 알고 있느냐던 김수영의 그 말이, 흠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던 랭보의 그 말이, 누가 나를 인간에 포함시켰소라던 브로드스키의 그 말이, 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떻게 알겠느냐던 니체의 그 말이,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던 발레리의 그 말이……

 

나는 본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내려앉는 말의 꽃이파리들

내 귀는 듣는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말의 발자욱 소리들

나를 끌고 가는

밑줄친 문장들.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IP *.123.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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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07:30:14 *.54.105.141

매일 아침마다 좋은 시 한편 읽기로 다짐했었는데,

이렇게 마음에 와 닿은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귀에도 발자국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네요~^^

 

오늘 아침, 즐거운 문장 안아들고 세상속으로

걸어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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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3:56:40 *.238.85.60

시가 넘 좋아요. 공감이 가서 더 그런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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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문윤정
2012.03.07 06:22:54 *.85.249.182

좋은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나를 끌고 가는 밑줄친 문장들'

마지막 구절이 맘에 듭니다.

책을 읽을 때 저는 밑줄치는 재미로 읽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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