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다
- 조회 수 2338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모두들 좋은 꿈꾸고 계시는지?
게시판 이름이 참 맘에 와닿는 밤입니다.
과제물 올리는 게시 공간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야보니 부담없이 올리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보입니다.
저 숙제말고 부담없이 수다 늘어 놓아도 되는 것이지요?
지적 레이스 기간이 삼주가 지나고 이제 한 주가 남았네요.
정말 정신없이 간 시간들입니다.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에 움추려드는 마음이 한편에 없는 것이 아니지만,
정말 공부하는 것 같은 긴장감이 루틴한 지난 한때를 보상해주는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도 오고, 시집들을 읽다보니.
맴도 멜랑꼴리 해지고,
읽던 시 하나 올리고 이제 잠을 청해 볼까 합니다.
천양희님이 지금의 저를 생각하고 쓴 시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황이 딱이네요.
바람이 붑니다. 살아봐야겠습니다.
10. 그 말이 나를 살게 하고
접어둔 마음을
책장처럼 펼친다
머리 끝에는 못다 읽은
책 한권이 매달리고
마음은 또
짧은 문장밖에 쓰지 못하네
이렇게 몸이 끌고 가는 시간 뒤로
느슨한 산문인 채
밤이 가고 있네
다음날은
아직 일러 오지 않는 때
내 속 어딘가에
소리없이 활짝 핀 열꽃 같은
말들, 言路들
오! 육체는 슬퍼라. 나는 지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었노라던 말라르메의 그 말이,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悲哀를 알고 있느냐던 김수영의 그 말이, 흠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던 랭보의 그 말이, 누가 나를 인간에 포함시켰소라던 브로드스키의 그 말이, 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떻게 알겠느냐던 니체의 그 말이,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던 발레리의 그 말이……
나는 본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내려앉는 말의 꽃이파리들
내 귀는 듣는다
나에게로 세상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말의 발자욱 소리들
나를 끌고 가는
밑줄친 문장들.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