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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2일 00시 24분 등록

북리뷰 No.46 – 알랭 드 보통 불안

 

1. 저자에 대하여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은행가이며 예술품 수집가인 아버지를 둔 덕택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통하다. 알랭 드 보통은 스물세 살에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책들은 현재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2003 2월에 드 보통은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명예인 예술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자르 에 레트르」라는 기사 작위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츠베탕 토도로프, 로베르토 칼라소, 티모시 가튼 애쉬, 장 스타로뱅스키 등과 같이 유럽 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수여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 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내용에 바탕을 둔 TV 다큐멘터리 제작에 오랫동안 관여해왔다. 『프루스트는 어떻게 당신의 삶을 바꿨나』는 BBC 영화제작팀에서 랄프 파인즈와 펠리시티 켄들을 주연으로 하여 제작됐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영국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동시에 영국에서 「철학: 행복으로의 안내」라는 제목으로 6부작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방영됐다
.

그의 대표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놀랍도록 기이한 첫 만남에서부터 점차 시들해지고 서로를 더 이상 운명으로 느끼지 않게 되는 이별까지, 연애에 대한 남녀의 심리와 그 메카니즘이 철학적 사유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기술되어 있는 작품이다. 알랭 드 보통은 미국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는데, 20대의 재기와 30대의 깊이가 뛰어난 조화를 이룬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로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글쓰기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 책은 전기 형식으로 문학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저자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으로 버무린 인생학 개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비롯한 프루스트의 편지와 메모들을 인용하며, 프루스트가 겪은 잡다한 사건들은 물론 사생활까지도 인정 사정 없이 들춰낸다
.

그는 또한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으로 철학의 대중화를 시도해왔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에서는 철학사 속에서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다룬 가장 탁월한 여섯 명의 정신에 눈길을 돌린다. 그리하여 돈의 결핍, 사랑의 고통, 부당한 대우, 불안, 실패에 대한 공포와 순응에의 압력 등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의 처방전이 소개된다
.

2009
년에 출간된 『일의 기쁨과 슬픔』은 로켓 과학자에서 비스킷 공장 노동자, 유조선 일등 항해사부터 택배 배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특유의 위트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자주 도망치고 싶은 이 ‘일’의 세계가 결국 우리 삶에 근본적인 ‘의미’를 주는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런던 히드로 공항에 상주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은 『공항에서 일주일을』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공항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면면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

이외에도 유머와 통찰력으로 가득한 철학적 연애소설 『우리는 사랑일까』,『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여행에 관한 에세이『여행의 기술』, 독특한 문학평론서 『프루스트 선생에게 물어보세요』, 불안에 관한 인간의 상념을 고찰한 에세이『불안』, 다양한 건축물을 조명한 『행복의 건축』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2012년 출간을 목표로, 작가 정이현과 함께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책을 공동집필 중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에 이르는,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 현재까지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켰다. 자전적 경험과 풍부한 지적 위트를 결합시킨 이 독특한 연애소설들로 그는 ‘90년대식 스탕달’ ‘닥터 러브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현재 가족과 함께 런던에 살고 있다.

 

작가 홈페이지 www.alaindebotton.com

 

[참고자료]

일의 기쁨과 슬픔 저자 소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29443

불안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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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그의 책은 처음이었다. 그의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 보니 머리 숱이 없어서 그렇지 아주 귀여운 인상이었다. 스위스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인 같은 이름이지만 영어로 책을 쓰는 그의 영국식 영어 액센트로 듣기 나쁘지 않았다. 그는 이 책에서 철학, 역사, 문학, 미술을 넘나들며 그의 광대한 지적 영역을 보여준다. 남편의 말대로 그는 알랭 드 '보통'이 아니라 알랭 드 '비범'이다. 

 

여성과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고 두 아이를 둔 아버지라니 나의 주제인 여자의 휴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를 만나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정의

 

P9 지위에 대한 갈망은 다른 모든 욕구와 마찬가지로 쓸모가 있다. 이것은 자신의 재능을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자극하며, 남들보다 나아지도록 고무하며, 남에게 해를 주는 괴팍한 행동을 못하게 억제하며, 공동의 가치 체계를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들을 결합한다. 그러나 모든 욕구가 그렇듯이, 이 갈망도 지나치면 사람을 잡는다.

 

원인

 

I. 사랑결핍

 

P15 정치적 이론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단어로 우리가 바라는 것을 요약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사랑. 먹을 것과 잘 곳이 확보된 뒤에도 사회적 위계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은 그곳에서 물질이나 권력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명성, 영향력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보다는 사랑의 상징으로서 그리고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 더 중시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P16 불편은 모욕을 동반하지만 않으면 오랜 기간이라도 불평 없이 견딜 수 있다. 병사나 탐험가들이 그런 예다. 그들은 사회의 극빈층이 겪는 것보다 훨씬 더 궁핍을 기꺼이 견디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존경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버텨낸다.

 

P17 마찬가지로 높은 지위가 주는 유익은 물질적 부에 한정되지 않는다. 부자들 가운데는 다섯 세대가 써도 남을 만큼 돈을 축적해도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모으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은 놀랄 일은 아니다. 부의 창조를 경제적인 이유만 가지고 설명하려 할 때에만 그들의 노력이 이상해 보일 뿐이다. 그들은 돈만큼이나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존경을 추구한다. 탐미주의자나 쾌락주의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존엄은 거의 모두가 갈망한다.

 

P18 부자가 자신의 부를 즐거워하는 것은 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략) 아무도 우리에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가장 열렬한 욕구의 충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은 두 가지 커다란 사랑 이야기로 규정된다.

-       첫 번째, 성적인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       두 번째, 세상이 주는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P21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이 판단에 좌우된다.

 

II. 속물근성

 

P28 속물근성(snobbery)이란 말은 처음에는 높은 지위를 작지 못한 사람을 가리켰으니, 곧 근대적인 의미, 즉 거의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상대방에게 높은 지위가 없으면 불쾌해하는 사람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P29 속물의 독특한 특징은 단순히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이다.

 

속물은 시대에 따라 군인(스파르타, 기원전 400), 주교(로마, 1500), 시인(바이마르, 1815), 농민(중국, 1967) 등 여러 특정한 집단에 영합했다. 속물의 일차적 관심은 권력이며, 권력 구조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리고 순식간에 속물의 존경 대상도 바뀌기 때문이다.

 

P34 이 문제를 이해하려다 보면 결국은 두려움이 모든 일의 근원이라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자리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남들을 경시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지 않는다. 오만 뒤에는 공포가 숨어 있다. 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

 

P36 눈에 두드러지는 집단의 속물근성은 모든 사람을 사회적 야심의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럼 야심을 못마땅해하다가도, 어느새 그것이 사랑과 인정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하게 확실한 수단인양 쫓아다니게 된다.

 

P38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

 

III. 기대

 

P55 서양문명 2000년의 장점은 이제 익숙하다. 무엇보다도 부, 식량, 과학 지식, 소비 물자, 신체적 안전, 기대 수명, 경제적 기회 등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이 현상이란 서구의 보통 시민에게 지위로 인한 불안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즉 자리, 성취, 수입을 놓고 걱정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실제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P56 부나 존중의 적절한 수준은 결코 독립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준거집단, 즉 우리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조건과 우리의 조건을 비교하여 결정된다. (중략) 오직 우리가 함께 자라고, 함께 일하고, 친구로 사귀고, 공적인 영역에서 동일시하는 사람들만큼 가졌을 때, 또는 그보다 약간 더 가졌을 때만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P57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야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다.

è  동의한다. 나보다 능력이 월등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동료의 승진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불평등을 고려할 때 질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가 모두를 질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축복을 누리며 살아도 전혀 마음이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약간 더 나을 뿐인데도 끔찍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P58 18세기와 19세기의 위대한 정치 혁명과 소비자 혁명은 인류의 물질적 운명을 크게 개선시키는 동시에 심리적 고뇌도 안겨주었다. 그 중심에 자리 잡은 특별하고 새로운 이상, 즉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평등하며 누구나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P65 불평등이 사회의 일반 법칙일 때는 아무리 불평등한 측면이라도 사람들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대체로 평등해지면 약간의 차이라도 눈에 띄고 만다. 그래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민주사회의 구성원이 종종 묘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평온하고 느긋한 환경에서도 삶에 대한 혐오에 사로 잡히는 것이다.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1835)

è  매우 통찰력있는 고찰이다.

 

P67 이렇게 무제한의 기회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 처음에는 특히 젊은 하인들 사이에 명랑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들 가운데 가장 재능이 뛰어나가나 운이 좋은 사람은 목표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수는 상승에 실패한다. 토크빌은 그들의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울화 때문에 생기를 잃고, 자신과 주인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갔다.

 

P68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성공을 거두어야만 우리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어떤 일에서 실패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모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자존심과 가치관을 걸고 어떤 일을 했는데 그 일을 이루지 못했을 경우에만 수모를 느낀다. 무엇을 승리로 해석하느냐, 무엇을 실패로 간주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다.

 

P69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자기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실제 성취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자존심 = 이룬 것 / 내세운 것

 

이 방정식은 우리의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도 암시한다. 하나는 더 많은 성취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취하고 싶은 일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제임스는 두 번째 방법의 장점을 지적한다.

è  나 같은 인간은 잘 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하고 싶은 일의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잘 해내겠다는 욕심은 나 자신을 지치게만 할 뿐이다.

 

요구를 버리는 것은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만큼이나 행복하고 마음 편한 일이다. 어떤 영역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마음이 묘하게 편해진다. 젊거나 늘씬해지려고 애쓰기를 포기하는 날은 얼마나 즐거운가. 우리는 말한다. ‘다행이야! 그런 환상들은 이제 사라졌어.’ 자아에 더해지는 모든 것은 자랑거리일 뿐만 아니라 부담이기도 하다.”

 

P78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루소는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돈을 주거나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다.

 

P80 우리는 조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대가는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이다.

 

IV 능력주의

 

P92 이 이야기들은 좋은 운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는 세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첫째, 그들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부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며, 따라서 존중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둘째, 세상의 지위는 신이 보기에 아무런 도덕적 가치가 없다는 것. 셋째, 부자는 파렴치하며, 정당한 프로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면 서글픈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차피 존중할 가치가 없다는 것.

 

P108 훌륭하고, 똑똑하고, 유능한데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 하는 문제는 새로운 능력주의 시대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이 답을 해야 하는(자기 자신과 남에게) 더 모질고 괴로운 문제가 되었다.

 

P109 경제적 능력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어떤 영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이제 불운하다고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실패자라고 묘사되었다. 따라서 빈자들은 이제 부자들의 자선과 죄책감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자수성가한 강건한 개인들의 눈에는 오히려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P114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게 된다.

 

V. 불확실성

 

P118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다.

 

P120 승자는 운을 만든다. 이것이 현대의 주문(呪文)이다.

 

P121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면 고용주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해,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P123 조직의 피라미드를 성공적으로 기어 올라가는 등반가는 자신이 맡은 일의 최고라기보다는, 문명화된 삶에서는 지침을 얻기 힘든 여러 가지 음침한 정치적 기술에 가장 숙달된 사람들이다.

 

P130 우리가 실패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성공을 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족의 유대, 우정, 성적인 매력 때문에 가끔 물질적 동기가 부차적인 것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자신의 요구를 온전히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무모한 낙관주의자일 것이다. 인간은 웃어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없으면 좀처럼 웃어주지 않는 법이다.

 

P134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어떤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따라서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변함없이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해법

 

I. 철학

 

P144 우리의 자존심 역시 다른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우리도 성질 급하게 결투에 나서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P145 다른 사람들의 머리는 진정한 행복이 자리를 잡기에는 너무 초라한 곳이다. – 쇼펜하우어, 소품과 단편집(1851)

 

자연은 나에게 가난해지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부자가 되라고 말하지 않았다. 자연은 나에게 독립적으로 살라고 간청할 뿐이다. – 샹포르 격언집(1795)

 

나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사회에서 내가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의 판단이다. 판단은 내가 가지고 다닐 수 있다. …. 판단만이 나의 것이며, 누구도 나에게서 떼어낼 수 없다. – 에픽테토스, 어록(100년경)

 

P147 이 철학자들은 남들이 우리를 보는 눈으로 우리 자신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모욕은 근거가 있든 없든 우리에게 수치를 준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P148 철학자들은 우리의 지위가 장터의 감정이나 변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양심에 의지하여 안정을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은 이성 덕분이라고 보았다.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나빠진다더냐? , 상아, 작은 꽃 한 송이는 어떤가?

 

무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괴로워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경멸하는가? 경멸하라고 해라. 나는 경멸을 받을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다.”

 

P149 철학은 성공과 실패의 위계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 과정을 재구성할 뿐이다. 따라서 철학은 주류의 가치 체계에서는 어떤 사람이 부당하게 모욕을 당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부당하게 존경을 받을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이런 불의가 벌어질 경우, 우리는 철학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칭찬이라는 후광 없이도 사랑 받을 만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고수할 수 있다.

 

P150 우리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서워할 만한 것인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P153 다른 사람의 인정은 두 가지 이유에서 우리에게 중요하다. 물질적인 면에서 보자면, 공동체로부터 무시당할 경우 신체적으로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다. 심리적인 면에서 보자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없다.

 

P154 철학적 접근방법의 장점은 심리적인 면에서 드러난다. 누가 우리에게 반대하거나 우리를 무시할 때마다 상처를 입는 대신 먼저 그 사람의 그런 행동이 정당한지 검토해보게 되기 때문이다. 비난 가운데도 오직 진실한 비난만이 우리의 자존심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의 인정을 바라며 자학하는 습관을 버리고 그들의 의견이 과연 귀를 기울일 만한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사랑을 구하는 사람들의 정신에 존경할 만한 구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다.

 

P157 철학자들은 함께 모여 연구를 한 것도 아닌데 입을 모아 외부의 인정이나 비난의 표시보다는 우리 내부의 양심을 따르라고 권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질책은 그것이 과녁에 적중하는 만큼만 피해를 줄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질책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만만하게 그런 질책을 경멸할 수 있으며 또 실제로 그렇게 한다.”

 

II. 예술

 

P165 예술의 역사는 지위의 체계에 대한 도전, 풍자나 분노가 서려 있기도 하고, 서정적이거나 슬프거나 재미있기도 한 도전으로 가득하다.

 

P171 제인 오스틴은 자신이 우선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서 나머지를 읽기 위해 저녁을 후딱 먹어치울 만큼 마음을 사로잡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맥락 안에서 그 이유를 보여준다.

è  글쓰기 원칙 :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P176 “예술이 사람의 공감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조지 엘리엇은 그렇게 생각했다.

 

P185 일상생활을 묘사한 위대한 화거들은 제인 오스틴이나 조지 엘리엇처럼 세상에서 무엇을 존경하고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속물적 관념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P189 실패의 물질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세상이 실패를 바라보는 냉정한 태도, 실패한 사람을 패배자로 지목하는 집요한 경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심각해진다. ‘패배자라는 말은 졌다는 의미와 더불어 졌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권리도 상실했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는 냉혹한 말이다.

 

P192 다른 사람들의 실패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공감은 우리 역시 어떤 상황에서는 그들과 같은 재앙에 말려들 수 있다는 느낌에서 유래한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이다.

 

P199 플로베르에게 예술은 조악한 도덕주의의 정반대 자리에 서 있는 것이었다. 예술은 인간의 동기와 행동을 깊이 탐사하는 영역이고, 이 영역에서는 어떤 사람을 성자나 죄인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조롱했다.

 

P200 비극은 실패나 패배에 대한 단순화된 관점을 버리게 하고, 우리 본성의 풍토병과 같은 우둔과 일탈을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사람들이 비극 예술에 담긴 교훈을 받아들인 세계에서는 실패의 결과가 우리를 그렇게 심하게 짓누르지는 않을 것이다.

 

P208 농담은 비판의 한 방법이다. 이것은 오만, 잔혹, 허세에 대하여, 미덕과 양식으로부터 이탈한 것에 대하여 불평을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유머는 불만을 제기하는 데 특별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겉으로는 즐거움만 주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은근히 교훈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만화는 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설교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만화를 보면서 낄낄거리다가 권위에 대한 불만 토로가 적절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P216 유머는 높은 지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III. 정치

 

P227 자신이 사는 사회의 이상 때문에 불안이나 실망을 느낀 사람이라면 이렇게 대충 살펴본 지위의 역사에서도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실을 간파할 것이다. 그런 이상이 돌로 만들어져 굳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상적인 지위는 오래전부터 계속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수 밖에 없다. 이런 변화 과정을 묘사하는 데 정치라는 말을 사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P229 성공한 사람이란 인종과 성별을 막론하고, 상업적 세계의 무수한 분야(스포츠, 예술, 과학 연구를 포함하여)의 어느 한 곳에서 자신의 활동(물려받은 유산이 아니라)을 통해서 돈, 권력, 명성을 축적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 사회의 기반은 능력주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성취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거둔 것이라고 이해한다. 부를 축적한 사람은 일단 주요한 미덕이 적어도 네 가지는 있다고 칭송을 받는다. 그 네 가지란 창의성, 용기, 지능, 체력이다.

 

P233 지위와 관련된 근대의 이상에 대한 회의적인 불만의 한 줄기는 바로 이렇게 부에는 품위가 따라붙고 가난에는 상스러움이 따라 붙는다는 생각을 겨냥하고 있다.

 

P247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어 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 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è  독일 카를스루에대학의 한병철 교수는 현대를 피로 사회로 규정한다. 현대인은 넌 할 수 있어라고 외치는 과도한 긍정성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일하다 쓰러지면서도 스스로 착취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 현대인은 스스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더욱 불안하다.

 

P249 선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엉뚱한 것을 선망하느라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

 

P250 러스킨은 말한다. “, 즉 사랑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들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하다. … 보통 부유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실 그들의 금고 자물쇠만큼이나 부유하지 못하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영원히 부유할 수가 없다.”

 

P255 사회의 목소리 큰 사람들이 선험적 진리로 여기는 견해들이 사실은 상대적인 것이고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비로소 정치적 의식이 깨어난다.

 

P261 울프의 책은 구체적인 정치적 요구에서 절정에 이른다. 여자에게는 존엄만이 아니라,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1년에 500파운드의 소득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P266 연구를 해보면 지위와 관련된 근대의 이상 역시 자연스럽지도 않고 신이 주신 것처럼 보이지도 않게 된다. 그것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생산과 정치 조직의 변화에서 생겨난 것이며, 그 이후 유럽과 북미로 퍼져나갔다. 신문과 텔레비전에 주입되어 있는 물질주의, 기업가 정신, 능력주의에 대한 열망은 체제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모든 세계의 지배적 관념은 늘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그리고 다수는 이 체제에 의해 생계를 유지한다.

 

IV. 기독교

 

P269 톨스토이는 이 판사의 생활을 이렇게 요약한다. “이반 일리치가 일에서 얻는 기쁨은 자만심이 주는 기쁨이었다. 사교에서 얻는 기쁨은 허영이 주는 기쁨이었다. 반면 카드로 휘스트 놀이를 하면서 얻는 기쁨이야말로 진짜 기쁨이었다.”

 

P271 그는 자신의 성장, 교육, 일을 돌이켜보며, 다른 사람들 눈에 중요해 보이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그 모든 일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자신의 이익과 감수성을 희생해왔는데, 이제야 그들은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è  그렇다. 우리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것 때문에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희생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것도 아님을 뒤늦게 깨닫곤 한다.

 

P273 톨스토이는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을 살핀 기록인 참회록(1882)에서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로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은 뒤인 쉰한 살 때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가치나 신의 가치를 따라 산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를 따라 살았으며,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강해지고,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불안한 욕망을 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결국 그의 의문을 가라앉힌 답은 신이었고, 톨스토이는 여생을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순종하여 살게 된다.

 

P275 조건부 사랑에 흥미를 잃게 되면, 그것을 얻기 위해 우리가 추구하던 많은 것들에 대한 흥미도 줄어든다. , 위신, 권력으로는 우리의 지위가 유지되는 한에서만 지속되는 사랑밖에 얻을 수 없다면, 그렇게 살다가는 어린 아이처럼 위로를 갈망하며 무방비 상태에서 헝클어진 모습으로 인생을 끝내야 할 운명이라면, 우리가 지위를 얻든 잃든 지속될 수 있는 관계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생기는 셈이다.

 

P276 죽음에 대한 생각의 가장 큰 효과는 아마 나일 강변에서 술을 마시든, 책을 쓰든, 돈을 벌든, 우리가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로부터 가장 중요한 일로 시선을 던지게 해준다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덜 의존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è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 변하나 보다. 나도 그랬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니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P282 <전도서>를 기려 바니타스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부른 이 작품들은 가정에, 주로 서재나 침실에 걸려 있었다. 그림은 대조를 이루는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탁자나 찬장을 보여준다. 우선 꽃, 동전, 기타나 만돌린, 체스판, 월계관, 포도주 병들이 보인다. 이것은 천박과 세속적 영광의 상징들이다. 이런 물건들 가운데 죽음과 짧은 생명의 주요한 상징 두 가지가 놓여 있다. 두개골과 모래시계다.

 

이런 작품들의 목적은 모든 것이 헛되다는 생각으로 그 소유자를 우울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경험의 구체적인 면에서 결함을 찾아낼 용기를 주고, 동시에 사랑, , 신실, 겸손, 친절 등의 미덕에 좀 더 진지하게 관심을 가질 자유를 주었다.

 

P285 기독교에서 이해하는 바에 따르면 죽음이 가장 잔인한 교훈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은 세속적인 것들 때문에 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 즉 부유하고, 아름답고, 유명하고, 권세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P292 폐허는 세속적 권력이라는 불안정한 보답을 얻으려고 마음의 평화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에 대해서 말한다. 낡은 돌들을 보다 보면 성취에 대한, 또는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이 누그러드는 것을 느끼게 되낟.

 

P297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의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실제로 또는 예술작품을 통하여 것일 수도 있다.

 

P305 기독교는 사람들 사이의 표면적 차이 너머를 보면서, 보편적인 진리에 초점을 맟추라고 한다. 이 진리를 바탕으로 공동체와 친족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잔인하거나 인내심이 없을 수도 있고, 어리석거나 우둔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공유하는 약점을 인정하면 우리는 서로 붙들고 묶일 수 있다. 우리의 약점에는 늘 두 가지 요소가 있다. 공포와 사랑에 대한 욕망이다.

 

P306 다른 사람들이 이해 불가능하지도 않고 혐오스럽지도 않다는 생각은 지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회적인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평범해지는 것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더 커지기 때문이다. 평범한 삶이 모욕적이고, 천박하고, 초라하고, 추하다고 생각할수록, 그 삶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욕망도 강해진다. 공동체가 부패할수록, 개인적 성취의 유혹도 강해진다.

 

P309 모든 인간이 귀중하다는 인식을 회복할 수 있을 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그런 인식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과 태도를 조성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어둡지 보지 않는다.

 

V. 보헤미아

 

P329 부르주아지는 상업적 성공과 공적인 평판에 기초하여 지위를 부여하는 반면, 보헤미안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우아한 집이나 옷을 살 수 있는 능력보다 당연히 더 중요했던 것은 세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감정의 주요한 저장소인 예술에 관람자나 창조자로서 헌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P336 “대부분의 사치품, 그리고 이른바 생활에 편리한 물건들은 필요 불가결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인류의 향상에 장애가 된다.” 소로우는 그렇게 쓰고 난 뒤에, 물건을 소유하는 것과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을 연결시키는 사회적 태도를 뒤집고자 이렇게 덧붙인다. “사람은 없이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행복해진다.”

 

P337 소로우는 자신의 자신의 상태를 묘사하면서 가난한 생활이라는 말보다는 소박한 생활이라는 말을 쓰기를 좋아했다. 이 말이 강요된 물질적 상황보다는 의식적으로 선택한 상황을 표현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혼에 필요한 것을 사는 데 돈은 필요하지 않다.”

 

P355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 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P356 지위에 대한 불안은 성공적인 삶과 성공적이지 못한 삶 사이의 공적인 차이를 인정할 경우 치를 수 밖에 없는 대가다.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는 지위의 위계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수의 가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치, 다수의 가치를 비판하는 새로운 가치에 기초하여 새로운 위계를 세우려 했다. 이 다섯 집단은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수치와 명예의 구분 자체는 유지하면서, 무엇이 각 항목에 속해야 하는지를 재규정하려 했다.

 

P357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각 세대마다 높은 지위에 대한 지배적인 관념들을 충실하게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패자나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는 잔인한 규정과는 다른 규정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정당성을 얻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삶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는 하나 이상의 길, 판사나 약사의 길과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위로와 확신을 얻을 수 있다.

 

3. 내가 저자라면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이후 목차를 세심히 본다. 이 책의 목차는 매우 간단하다. 정의 원인 해법. 원인과 해법에는 각 5개의 목록이 등장한다. 매우 창의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으며 통찰력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문학, 역사, 철학책에서 뽑아낸 주장과 이론, 그리고 미술 작품 등을 이용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이 책을 읽고 있자면 그가 얼마나 많은 소설책을 읽었는지, 얼마나 많은 화가와 그림에 대해 알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철학자들을 연구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표지에는 세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독창적이며, 위트 넘치는 심리 철학서라는 광고 문구가 붙어 있다. 동의한다. 알랭 드 보통은 매우 지적이고 독창적이며 위트 넘치는 철학자인 것 같다.

 

얼마 전 나현이가 이런 말을 했다.

 

나현 : 엄마, 나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마음이 불안해.

: ? 해야 할 숙제가 많아서?

나현 : 아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뭘 하다가도 내가 이러고 있어도 돼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러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불안해.

 

나현이는 무엇이 불안한 것일까? 드 보통의 진단대로 더 사랑 받고 싶어서, 사람들의 평가가 두려워서, 남들과 비교를 하다 보니, 잘 해내야겠다는 강박 때문에, 불확실한 환경 속에 있어서일까? 4학년이 되었다고 수학 학원을 시작했더니 나현이의 쉬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내 아이가 성공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로만 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겠다. 나현이의 불안감을 덜어 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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