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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8일 21시 35분 등록

마가렛 대처의 일생을 그린 영화 철의 여인’.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청혼 장면은 이렇게 그려진다. 스물 여섯의 마가렛은 지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 그때 미래의 남편 데니스가 다가와 말한다.

 

"당신이 왜 졌는지 알아요? 당신은 보수의 이념을 내세웠지만, 아직 미혼 여성이에요.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어필하기 힘들죠. 다음 선거에는 당신이 이기게 해 줄게요. 나랑 결혼을 해주세요."

 

그러자 마가렛이 대답한다.

 

인생은 한번뿐이에요, 데니스. 요리와 청소와 아이들에게 가려져서 사는 것보다 인생은 더 많은 것을 의미해요. 난 찻잔이나 씻으며 죽을 순 없어요.”

 

유쾌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데니스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둘은 결혼했다. 그리데니스는 그녀의 꿈을 존중해주겠다는 약속을 평생 동안 지켰다. 그녀는 남편의 든든한 지원 아래 당당히 의회로 진출하고 보수당 당수에 이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영국의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당신이 데니스 같은 남편을 만났다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데니스 같은 남자를 만나는 행운을 가진 여자가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당신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럼 남의 남편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내 남편을 데니스로 만드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자. 없는 것을 애석해하기보다 있는 것을 재발견하는 접근법은 당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 그 전에 두 명의 여자를 만나 보자. 그녀들이 남편을 대하는 방식은 그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 명은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생 또한 매우 성공적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두 방면에서 불행의 그림자를 떨칠 수 없었다.

 

18세기 유럽 최대의 왕실 가문 합스부르카의 여성 통치자로 내정과 외교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마리아 테리지아. 마리아 테레지아는 오스트리아계 합스부르카의 유일한 상속녀였다. 오빠가 어린 나이에 요절한 후 그녀의 아버지 카를 6세에게는 아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유럽은 여성은 왕위를 계승하지 못한다고 정한 살리카 법이 있어 그녀는 합스부르크가가 독차지하고 있던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자리에 오를 수 없었고 합스부르크가의 영토 일부를 상속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로트링겐 공작 프란츠 슈테판과 결혼해 신성 로마 제국의 황후, 오스트리아의 여대공, 헝가리와 크로아티아의 여왕 겸 보헤미아의 여왕, 파르마 여공이 되었다.

 

그런데 그녀의 러브 스토리가 참 인상적이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남편 프란츠 슈테판은 당시 유럽의 가장 핫한 꽃미남이었다. 마리아 테레지아 또한 전 유럽에서 미모에서는 누구에게든 뒤지지 않는 절세미녀였다. 그녀는 빈으로 유학 온 프란츠 슈테판과 열렬한 연애 끝에 열아홉 살에 결혼했다. 그들의 결혼은 정략적인 이유가 없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결합이었다. 정략결혼이 일반적이던 유럽 왕실에서는 매우 드문 경우였다. 프란츠 슈테판은 결혼 후 정치에는 거의 나서지 않았다. 명예로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자리에 있으면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자연과학 연구에 몰두해 건축, 예술, 문화 면에서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쉰브룬 궁전 안에 식물원과 동물원을 만들고 정원을 꾸몄으며, 곤충이나 광석을 분류한 컬렉션을 만들기도 했다.

 

마리아 테레지아와 프란츠 슈테판은 유난히 부부 사이가 좋았다. 이 부부는 슬하에 열여섯 명의 자녀를 낳아 열 명이 성인으로 성장했다. 그 중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마담 퐁파두르의 주선으로 프랑스 루이 16세와 정략 결혼했지만 결국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비운의 운명을 맞기도 했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유럽 어느 나라의 황제보다 유능하고 강력한 권력을 소유한 군주였지만 가정에서는 매우 순종적인 아내의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정치에서 소외된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했으며 가정의 화목을 중요시했다. 실제로 마리에 테레지아는 평생 동안 남편을 열렬히 사랑했으며 남편이 죽은 후 16년간 상복을 벗지 않고 그를 애도했다고 한다.

 

9-1.jpg  

처녀 시절의 마리에 테레지아와 그녀의 남편 프란츠 슈테판

 

, 이제 조선 중기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결혼 생활을 엿보아 보자. 그녀는 동인의 영수였던 허엽의 딸로 때어나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당시 여성들은 집안을 지키고 후세를 낳아 기르는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요 받았지만 그녀는 글공부를 하고 시를 지으며 오빠인 허성, 허봉, 허균과 함께 문학을 논했다. 그랬던 그녀에게 불행이 닥쳐온 것은 열 다섯 살 나이에 안동 김씨 김성립과 혼인하면서였다. 그의 집안은 5대나 계속 문과에 급제한 문벌이었지만 김성립의 문장은 허난설헌의 경지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이었다. 그의 처남이었던 허균은 그를 문리는 모자라도 글을 잘 짓는 자라고 펑했다. 즉 글을 읽으라 하면 제대로 혀도 놀리지 못하는데 과거의 문장은 우수하였다 한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문으로 시집 온 허난설헌은 시집살이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남편 김성립은 여덟 살에 신동이라 소문난 아내를 버거워하며 바깥으로 돌기만 했다. 역사에 남아 있는 일화 하나를 살펴보자.

 

어느 날 남편 김성립이 접(글방 학생이나 과거에 응시하는 유생들이 모여 이룬 동아리)에 독서하러 갔다. 난설헌은 남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옛날의 접()은 재주()가 있었는데 오늘의 접()은 재주()가 없다'

 

즉 파자를 사용해서 지금의 접은 에서 자가 빠진 (여자)만 남아있다고 하며 방탕하게 노는 것을 꾸짖었던 것이다. 

 

허난설헌은 스물 일곱의 나이로 요절했다. 친정 집의 몰락과 어린 자식들의 죽음,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집안에 가득 했던 그녀의 작품들은 다비(화장)에 부치라는 그녀의 유언에 따라 그녀의 육체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나는 소설가 최문희가 허난설헌의 생애를 기반으로 지은 장편소설 난설헌을 읽으며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녀의 예술적 천재성을 조금만 덜어내 보다 현명하게 남편을 대했더라면 그녀는 그렇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라면 결혼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을 통해 그녀의 예술성이 더욱 꽃을 피워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의 시를 오늘날 더 많이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남편에게 문학적 재능을 이용해 꾸중 편지를 보냄으로써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남편을 문리로 이긴 듯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남인숙은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에서 <남편 사용법>에 대해서 말한다. 그녀는 결혼 후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여자들이 보기에 이해되지 않는 내 남자의 버럭이나 삐짐에는 상처받은 자존심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편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자존심을 북돋아주면 된다.

 

역사에는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마리아 테레지아도 남편에게 그리 했을 것이다. 남편 프란츠 슈테판이 결혼 초부터 정치에 뜻이 없었는지 이후 마리아 테레지아의 설득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아마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국정 운영과 외교에 대해서 그의 의견을 수없이 물었을 것이다. 그가 얼토당토 않는 답을 하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당신이야. 당신은 정말 천재야를 연발했을 것이다. 또한 그의 전공인 건축, 예술, 문화에 대해서는 모르쇠 전략으로 끊임없이 묻고 그의 대답에 감탄하며 눈에서 존경과 사랑의 레이저를 팍팍 쏘았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를 열 여섯이나 낳을 정도로 금슬이 좋지 않았겠는가?

 

난설헌이 자신보다 부족한 남편이지만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이 가르쳐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면 김성립은 못이기는 척 글공부에 매진하고 남편으로의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가? 부족한 것은 남편이고 잘못도 그에 있는데 그렇게 비굴하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드는가?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시시비비를 따져 남편에게 내가 잘못했소라는 소리를 들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지.

 

탈무드에는 결혼을 앞둔 딸에게 어머니가 해주는 말이 있다.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상위 시대로 전속력으로 전진하고 있는 지금,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치부하지 말고 남편 사용법에 유용하게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옮겨본다. 남편을 서포터로 만들지 않으면 당신의 성공적인 인생은 물론 휴식 또한 요원한 일이라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보자.

 

사랑하는 나의 딸아, 네가 남편을 왕처럼 받든다면 남편은 너를 여왕처럼 대접할 것이다.

하지만 네가 하녀처럼 행동한다면 남편도 너를 노예처럼 다룰 것이다.

네가 지나치게 높은 자존심으로 인해 남편에게 봉사하지 않는다면 남편은 자기 힘을 동원해 너를 계집종으로 삼고 말 것이다.

남편이 친구를 찾아갈 때에는 그에게 목욕을 권하고 몸치장을 정성껏 하여 내보낼 것이며 남편의 친구가 찾아오면 힘 자라는 한 최대한 융숭하게 대접을 해야 한다. 그렇데 한다면 남편은 너를 귀히 여길 것이다.

언제나 가정에 마음을 쓰고 남편의 물건들을 소중하게 다루어라. 그러면 남편은 기꺼이 네 머리 위에 애정의 왕관을 바칠 것이다.

 

PS. 허난설헌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나라에는 남편의 자존심을 세워 성공한 사례가 없나 궁금했는가? 물론 있다. 바보 온달을 장군으로 만든 평강 공주 이야기. 우리 모두는 평강 공주의 피를 물려받은 한 민족이다. 당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면면히 내려오는 당신의 유전자 속 평강 공주의 저력을 한번 믿어보라.

 

IP *.143.15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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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9 10:13:47 *.223.3.136

왜지? 이 글을 읽으면서 왜 미선언니가 떠오르는거지? ㅋㅋㅋ

후반부 쯤에 인정받고 싶은 당신이 같은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남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그림이 나오면 어떨까?

난 언니가 참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형부도 멋져 보이고.

그건.. 언니가 형부를 참 잘 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어.

언니는 언니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 것 만큼 다른 이들의 그 욕구를 잘 채워주지 않았을까?

형부한테도 말이야.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런 말들이 들어가면 언니 책의 주제와 더 긴밀해지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음음.. 내 생각이얌~ ㅋㅋㅋㅋㅋ

역시 언닌 명쾌해. 언니가 말하면 힘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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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0 18:15:55 *.143.156.74

미선이는 남편 사용법 전에 남편 고르기편을 먼저 읽어야지. ㅎㅎ

 

내가 남편을 잘 사용하는데 나도 인간인지라 가끔 삐딱선을 타곤 하지.

그래도 난 오래 안 삐져. 금방 사과하지. 근데 울 남편은 2주도 삐져 있어.

내가참아야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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