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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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장자에 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초월이나 도피가 아닌 삶에 대해서 긍정하고 타자와 만나는 삶의 세계로 새롭게 출발하는 방법이라고 해석을 하는
젊은(?) 철학자 강신주의 책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바닷새 한마리가 노나라에 날라들었습니다.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아름다운 궁궐의 음악을 연주해 주고, 소와 돼지, 양을 잡아 대접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 하고 슬퍼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결국 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나에게 따끔하게 충고하는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복지관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해 보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아서 올해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갔을 때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나는 너희들을 좋아하지만 너희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단다. 그래서 노나라 임금처럼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것을 너희에게 줄 수 밖에 없지. 그런데 그것이 나에게만 좋은 것일 뿐 너희들에게도 좋은 것인지는 알 수 가 없구나. 노나라 임금님은 불행히도 새와 이야기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는 서로 말을 할 수가 있다는
것 아닐까?
아이들이 어떻게 이 이야기를 받아들였는지 저는 알 수 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경계를 조금 더 뚜렷하게 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집에 있는 아이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부모인 저는 아이들에게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실수하거나 무례한 행동을 할 때에 예전에는 엄청나게
야단을 쳤습니다. 그러나 어릴적 저를 돌이켜 보면 무수한 실수를 했어도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는 속담처럼 마치 실수를 하면 안되는 냥 야단법석을
부렸지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내가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욕심을 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함에 노나라 임금님의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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