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선
- 조회 수 545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구상에서 완성까지 60년이 걸린 대작
괴테의 대표작인 희곡 [파우스트]는 구상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무려 60년이 걸린 대작이다. 대학 졸업 직후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미완성 상태로 간행된 [파우스트 단편](1790)을 읽은 실러가 감탄하여 완성을 독려하자, 괴테는 1797년에 가서야 다시 집필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1808년에 [파우스트] 제1부가 간행되었지만, 이 일을 누구보다 기뻐했을 실러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애초에 구상했던 제2부의 집필은 그로부터 또다시 한참이 지난 1825년에 시작되었고, 6년 뒤인 1831년, 괴테가 사망하기 바로 전 해에 끝났다.
마법사 파우스트는 16세기에 독일 전역에 유행한 전설의 주인공이다. 그는 악마와 계약한 대가로 평생 갖가지 향락을 즐겼지만 결국 천벌을 받아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이 단순한 교훈담을 보다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바꿔놓은 사람은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 최고의 극작가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말로였다. [포스터스(파우스트) 박사의 비극](1592)에서 주인공은 마법사가 아니라 학자이며, 일신의 쾌락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는 차마 도달할 수 없는 갖가지 지식을 손에 넣기 위해 악마와 계약한다. 오래 된 전설의 이처럼 신선한 해석은 괴테의 희곡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서재에 있는 파우스트를 묘사한 렘브란트의 삽화(왼쪽)와 그레첸을 만난 파우스트를 묘사한 들라크루아의 삽화(오른쪽).
[파우스트]에는 세 편의 서막이 들어 있는데, 그중 하나인 ‘천상의 서곡’에서는 하느님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만나 지상에 있는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벌이는 장면이 일종의 복선으로 등장한다. [파우스트] 제1부는 일명 ‘그레첸 비극’으로 지칭되는데, 괴테가 젊은 시절에 접한 어느 미혼모의 유아살해 사건에서 소재를 얻은 것이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사실에 그만 좌절한 중년의 석학으로 묘사된다. 이때 메피스토가 파우스트 앞에 나타나 마법의 힘으로 그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제안한다. 파우스트는 자신이 만족한 나머지 어떤 순간을 가리켜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하게 된다면 패배를 시인하고 영혼을 내놓기로 계약한다. 마법의 힘으로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는 순진한 처녀 그레첸을 유혹해서 타락시킨다. 그레첸이 미혼모로 낳은 아기를 죽이고 사형 언도를 받자,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힘을 빌려 그레첸을 탈출시키려 한다. 하지만 그레첸은 도움을 거절하고 순순히 사형 당함으로써 죄값을 치르고 영혼을 구원받는다.
제2부에서 파우스트는 전설의 미녀인 트로이의 헬레네를 저승에서 불러낸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오이포리온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자, 헬레네는 저승으로 돌아가고 파우스트는 다시 혼자가 된다. 이제 파우스트는 자신의 쾌락이 아니라 인류의 유익을 위해 살기로 작정하고 대규모의 간척 사업에 돌입한다. 그리고 공사를 마치자 자신의 업적에 만족을 느끼며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진다.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이 말과 함께 파우스트는 죽어서 쓰러지지만, 메피스토와 맺은 계약에 따라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그레첸의 도움으로 구원을 얻는다.
[파우스트]는 문학사적으로 질풍노도(슈투름 운트 드랑)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를 관통하며 형성된 작품이다. 시대와 함께 변화한 저자의 생각을 반영한 까닭에, 제1부와 제2부는 분위기가 현격히 다르다. 제1부가 중세를 배경으로 마법을 이용한 개인의 욕망 실현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제2부는 근대를 배경으로 기술을 이용한 인류의 욕망 실현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극단주
오늘 이루어지지 않은 일은 내일도 못 하는 것이니,
단 하루도 헛되이 흘려보내서는 안 되느니라.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과감하게 결심하고
즉시 그 기회를 포착해야 하리라.
그러면 결심은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며,
그러지 않을 수 없기에 계속 일을 추진할 것이다. [12]
주님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14]
비극 제1부
파우스트
공상이란 평상시에는 대담한 날개를 펴고
희망에 부풀어 영원한 것으로까지 확대되다가,
기대했던 행복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연달아 파멸하면,
이젠 조그마한 공간으로도 만족해버리고 만다.
근심은 곧 마음속 깊은 곳에 둥지를 틀게 되고,
거기에 남모르는 고통을 움트게 하고,
불안스레 흔들거리며 기쁨과 안식을 방해하는도다.
근심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면을 뒤집어쓰니,
집과 농장으로, 아내와 자식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불과 물, 비수와 독약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대는 온갖 상관없는 일들 때문에 떨게 되고,
잃지도 않은 일 때문에 항상 눈물을 지어야만 하는 것이다.
파우스트
나는 그저 놀기만 하기에는 너무나 늙었고,
아무런 소망도 없이 살기에는 너무나 젊도다.
이 세상이 대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결핍을 참아라! 없는 대로 만족하라!
이것이 영원한 노래인즉,
그 소리 누구에게나 귓전에 울려오고,
우리 한평생 긴 세월 동안,
시시각각 목이 쉬도록 마음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저 씁쓸한 눈물을 흘리며 울고만 싶어지니,
온종일 다 가도록 한 가지 소망도,
단 한 가지도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또한 모든 쾌락에 대한 예감조차도
집요한 비판으로 인해 감소되며,
내 가슴속에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마저도
갖가지 추악한 세상사로 방해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이 내려깔릴 때에도 나는
불안스런 마음으로 자리에 누워야만 하나니,
잠자리에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고,
사나운 꿈들의 시달림을 받아야 하느니라.
내 가슴속에 살고 있는 신은
외부를 향해 아무것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내겐 존재한다는 것이 무거운 짐이 되고,
죽음이 갈망되며, 산다는 것이 증오스럽구나. [46]
메피스토펠레스
자신만 믿으면, 곧 사는 방법도 알게 될 것이외다. [59]
메피스토펠레스
당장 저 바깥 들판으로 나가셔서,
괭이로 갈고 땅을 파는 일을 시작하시고,
당신의 몸과 마음을
극히 제한된 생활권 안으로 국한하고,
가공되지 않은 음식으로 몸을 보양하고,
가축과 더불어 가축으로 살면서, 추수할 밭에다
몸소 거름 주는 일을 약탈이라고 언짢게 여기지 마시오.
이것이 믿을 수 있는 최선의 요법이니,
팔십 고령에도 당신을 젊게 유지해줄 것이오! [69]
두 합창
오늘도 오를 수 없는 자는,
영원토록 버림받은 놈이니라.[118]
마녀들의 합창
고약은 마녀들에게 용기를 주나니,
넝마라도 돛으로 달 수 있고,
반죽통이라도 훌륭한 배가 된다.
오늘 날지 못하는 자, 영원히 날지 못하리라. [118]
메피스토펠레스
우린 다시 또 지혜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오. 당신네 인간들은
정신을 잃고 실성하게 될 것이외다. 끝까지 해낼 수도 없으면서,
당신은 무엇 때문에 우리와 손을 잡았소이까? 날고는 싶지만 현
기증이 나서 자신이 없다는 것이오? 우리가 당신에게 달라붙었
소. 아니면 당신이 우리에게 달라붙었소? [129]
5막으로 구성된 비극 제2부
재상
권세 있는 공범자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놈은
극악무도한 짓을 하고서도 큰소리를 치고 있사오며,
죄 없는 자가 자기 자신만을 의지하게 된다면,
유죄! 라는 언도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세상은 산산이 조각나고,
당연한 것을 파멸시키려 하고 있으니,
우리를 오로지 올바른 길로 인도할
판단력이 어찌 전개될 수 있겠습니까?
올바르고 착한 사람도 결국에는 아첨하고 뇌물이나 쓰는 인간으로 기울어지고,
법대로 처벌할 수 없는 재판관은
결국엔 범법자와 한 패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소인이 검게만 말씀드린 것 같사옵니다만,
차라리 두꺼운 포장으로 그 그림을 덮어버리고 싶나이다.
(잠시 쉬었다가)
이젠 결단을 내리심이 불가피하게 되었사온즉,
모두가 가해자가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날이면,
폐하의 엄위마저 도둑맞게 될 것이옵니다.[146]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 부족함 없는 곳이 어디 있겠나이까?
여긴 이게 없고 저긴 저게 없는데, 이 나라엔 돈이 부족합니다.
물론 마룻바닥에서 돈을 긁어모을 수는 없지만,
지혜의 힘을 빌리면 아무리 깊은 것이라도 파낼 수가 있지요.
산중의 광맥이나 돌담의 밑바닥에서도,
주조한 금화나 주조되니 않는 걸 찾아낼 수 있나이다.
그런데 그것을 누가 캐낼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재능 있는 사나이의 본성과 정신의 힘이라고 말하겠나이다. [148]
천문박사
마음이 산란하다면 목적에 다다를 수가 없나이다.
선한 것을 원하는 자는 우선 자신이 착해야 하며,
즐거움을 원하는 자는 자신의 혈기를 달래야 할 것이며,
술을 갈망하는 자는 무르익은 포도알을 짜야 할 것이며,
기적을 원하는 자는 자신의 믿음을 굳게 해야 할 것이외다. [153]
메피스토펠레스
업적과 행복이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저 바보 놈들은 결코 깨닫지 못하는구나.
저자들이 비록 현자의 돌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 돌에는 현자가 따르지 않는단 말이다. [153]
술주정꾼
나를 길 잃은 놈이라고 말하지 마라.
이래도 난 마음 내키는 곳에 와 있는 것이다. [160]
메게라
아무도 소망하던 바를 품안에 간직하고 있지는 못해요.
최고의 행복에 곧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면, 누구나
어리석게도 보다 소망하는 거 무엇을 동경하게 되지요.
태양을 멀리하고, 차가운 서리를 따뜻하게 하려는 격이에요. [163]
희망
오늘도 어제도 당신들은 벌써
가장 무도회에 흥겹게 빠져 있지만,
내일이면 모두가 그 가면을 벗으리란 걸,
난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횃불 아래서는
우리 별나게 즐겁진 않지만,
명랑하게 햇빛 비치는 대낮에도
우리들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으니,
때로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때로는 혼자서
아름다운 들판을 자유로이 거닐기도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쉬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며
근심 걱정 모르는 생활 속에서
아쉬운 것 없이 언제나 노력하고,
어디서나 환영받는 손님이 되어,
우리는 안심하고 삶을 살아가지요.
틀림없이 어디에서라도 최고의 것을
찾아낼 수 있게 마련이지요. [165]
수레 모는 소년
알고보니, 당신은 가면에 관한 건 잘 전해주는데,
껍질 속에 쌓인 본질을 파헤치는 일은,
궁정 의전관이 맡아야 할 소임이 아닌가 싶군요.
그런 일에는 좀더 날카로운 안목이 필요하지요. [170]
플루투스 (수레끄는 소년에게)
이제 너는 성가신 이 일에서 벗어났으며,
자유로이 해방되었으니, 이제 힘차게 네 영역으로 가거라!
여긴 너의 영역이 아니다! 여기서는 일그러진 형상들이,
잡다하게 뒤엉키어, 사납게 우리에게로 몰려들고 있다.
네가 명료하게 사랑스런 명료함을 바라볼 수 있는 곳,
오직 네가 네 자신의 것이 되며 자신만을 믿을 수 있는 곳,
미와 선만이 마음에 드는 그곳,
그 고독의 영역으로 가거라! - 거기서 너의 세계를 창조하라. [172]
파우스트
그런 틀에 박힌 말은 안 해도 되리라 생각한다.
여기에서도 마녀의 부엌 같은 냄새가 풍기는데,
이건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지난날의 냄새로다.
이제까지 나도 세상과 교제하지 않았더냐?
공허함을 배우고, 공허를 가르치지 않았더냐?-
내가 관조한 바를 이치에 맞게 말할라치면,
그 반대의 소리가 갑절이나 드높게 울려왔었지.
그리하여 그 귀찮은 세상일들을 피하여,
고적한 곳으로, 황량한 곳으로 도망쳐야만 했었다.
그런데 완전히 버림받은 채 홀로 살지 않으려고,
결국엔 악마에게 내 몸을 맡기고 말았노라. [188]
메피스토펠레스
그런데 당신이 망망대해를 헤엄쳐 다니면서,
끝없이 아득한 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다고 하신다면,
물속에 빠져죽을까봐 두렵긴 하겠지만,
거기에선 그래도 계속 밀려오는 파도를 볼 수 있었을 것이오.
아무튼 무엇이든 볼 수가 있지요. 고요한 바다의
푸른 물속을 지나가는 돌고래라도 볼 테지요.
흘러가는 구름이나 해와 달과 별들이라도 보겠지요-
그러나 영원토록 공허한 저 먼 곳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당신이 걷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몸을 쉬려해도 견고한 자리조차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189]
메피스토펠레스
씨를 뿌려 놓으면, 언젠가는 수확을 하기 마련이로다. [203]
메피스토펠레스
젊은 사람에게 순수한 진리를 말해주면,
아직 주둥이도 노란 것들이 전혀 좋아하질 않는단 말이야.
그러나 그 뒤에 여러 해가 지나서,
모든 것을 직접 자기 피부로 경험하고 나서는
그것이 마치 자기 머리에서 나온 것처럼 착각하며,
선생님은 바보였노라고 떠들어댄단 말이야. [206]
만토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는 자, 전 그런 사람을 좋아해요.
들어가세요. 과감한 분이시오, 그리고 기뻐하세요!
이 캄캄한 길은 지하의 여신 페르세포네로 통하고 있어요.
그녀는 올림푸스 산의 공허한 기슭에서,
남몰래 금지된 인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언젠가 저는 여기서 오르페우스를 몰래 들여보내 주었어요.
그분보다 더 잘해보세요! 기운 내세요! 마음을 단단히 하세요! [231]
메피스토펠레스
누구나 버리고 온 것을 그리워하는 법이거늘,
자기가 살던 고장은 언제나 천국과 같은 곳이지. [245]
내레우스
뭐 충고라고! 충고 따위가 인간에게 도움이 된 적이 있었던가?
현명한 말도 굳어버린 귀에는 마비되고 마는 법이지.
저지른 일로 인해 화를 내며 수없이 자책하고 있을지라도,
인간 족속은 예나 다름없이 제 고집만 부린단 말이야. [250]
합창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 수 없으니,
왕비님이시여, 용기를 내시어,
앞으로 나아가소서!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인간에겐 기약 없이 닥쳐오지요.
미리 안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믿지 않아요. [266]
파우스트
아주 쉬운 일이지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면 됩니다.
그리고 가슴이 그리운 정으로 넘쳐흐르게 되면,
뒤를 돌아보며 묻지요-
헬레나
누가 즐거움을 함께할 것이냐고요.
파우스트
이제 마음은 앞을 내다보지도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으니,
지금의 이 현재만이-
헬레나
우리들의 행복이에요. [290]
파우스트
행위가 전부이며, 명성이란 아무것도 아니다. [319]
파우스트
파도는 아무리 넘친다 해도,
언덕이 있으면 그 모두를 피해 돌아가느니라.
파도가 그렇게 오만불손하게 날뛰고 있다 해도,
보잘것없는 언덕이라도 그에 도도하게 맞서며,
보잘것없는 웅덩이라도 그것을 힘차게 끌어들인다. [319]
메피스토펠레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적지 않게 담대해졌는데
산다는 건 곧 방어한다는 뜻이었지요-그렇게 되었습죠. [321]
파우스트
사심 없는 선행이란 이자가 많은 법입니다. [332]
황제
젊고 활기찬 군주는 허송세월을 할 수도 있겠지만,
세월은 그에게 순간이 지닌 의미를 가르쳐주는 법이다. [340]
대헌주관
폐하, 젊은이라 할지라도 신임을 받게만 된다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어른으로 성장하는 법입니다. [341]
대주교
권리와 인내심을 가진 자에겐 언제라도 때가 오는
법입니다. [346]
파우스트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
저 작은 종소리, 저 보리수 향기가
교회나 무덤 속인 양 나를 휘감고 있다.
강력한 의지로 선택한 자유도
여기 이 모래에 부딪히면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354]
파우스트
나는 오로지 이 세상을 줄달음쳐왔을 따름이다.
쾌락이라면 모조리 그 머리채를 움켜잡았고,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 버려두고,
내게서 빠져나가는 것은 그대로 떠나가게 했다.
나는 오로지 갈망하고 그것을 이룩하였고,
또다시 소망을 품고서는 그다지도 기운차게
일생을 돌진해왔다. 처음에는 거대하고 과격했지만,
지금은 현명하고 신중하게 해나가고 있다.
이 지상의 일은 남김없이 다 알고 있지만,
저 천상으로 향할 전망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두 눈을 깜빡거리며 하늘을 향해 눈길을 돌리고서,
구름 위에도 자기 같은 자가 있기를 꿈꾸는 자는 바보로다!
이 땅에 굳건히 서서 이곳 주위를 돌아보도록 하라.
유능한 인간에게 이 세상은 결코 침묵하지 않으리라.
무엇 때문에 영원 속을 헤맬 필요가 있겠는가!
인식한 것은 모두 손아귀에 잡을 수가 있다.
이렇게 지상에서의 날들을 살아가도록 하라.
도깨비들이 날뛴다 해도 자기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떠한 순간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자,
그가 계속 가는 길에는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으리라! [360]
근심
누구든지 제가 한번 잡기만 하면,
그에겐 온 세상이 소용없게 되지요.
영원하나 암흑이 내리덮이고,
해는 뜨지도 않고 지지도 않으며,
외면의 감각은 완전하다 하여도
내면에는 갖가지 암흑이 깃들어 살고,
온갖 보화들 중 그 어느 하나도
제 것으로 만든ㄹ어 즐길 수가 없지요.
행복도 불행도 시름으로 변하고,
풍부한 속에서도 배고파 굶주리며,
즐거운 일이든 괴로운 일이든,
모조리 다음날로 밀어젖히고,
오로지 미래만을 기대하고 있을 뿐,
완성될 날이라곤 결코 없을 거예요. [361]
근심
가야 할 것인가, 와야 할 것인가?
그런 자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지요.
훤하게 뚫린 길 한복판에서
멈칫멈칫 반걸음 내딛다가 흔들거려요.
점점 더 깊숙이 길을 잃고서,
온갖 사물을 비뚤어진 눈길로 바라보고,
자신에게나 남들에게 성가신 짐이 되어,
숨을 쉬면서도 질식할 지경이지요.
숨 막혀 죽지는 않으나 생기가 없으며,
절망은 않는다 해도 몰두하지를 못해요.
이렇게 줄곧 이리저리 뒹굴기만 하고,
그만두자니, 고통스럽고 억지고 하자니 불쾌하고,
때로는 해방이 되고, 때로는 억압을 받으며,
자는 듯 마는 듯 제대로 기운도 차리지 못하고,
꼼짝없이 제자리에 달라붙은 채
지옥 갈 준비나 하게 되지요. [361]
파우스트
인간 지혜의 마지막 결론이란 이러하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에 에워싸여 있으면서도 여기에서는,
아이고 어른이고 노인이고 값진 세월을 보내게 되리라.
나는 이러한 인간의 무리를 바라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더불어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에다 대고 나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이 세상에 이루어놓은 흔적은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나는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365]
메피스토펠레스
어떤 쾌락이나 어떤 행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상들만 뒤쫓아 다니더니,
하찮고 허망한 이 최후의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아두려 하는구나.
내게는 그렇게도 거세게 항거하던 놈이지만,
세월 앞에 별수 없이, 백발이 되어 여기 모래밭에 누웠구나. [365]
천사들의 합창
너희들의 것이 아니면,
너희들 스스로가 피해야 하고,
너희들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을,
너희들 스스로가 견딜 수 없으리라.
그래도 난폭하게 덤벼든다면,
우리들도 힘차게 싸우리라.
사랑만이 사랑하는 자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리라! [370]
파우스트는 명작임에 틀림없지만 나로서는 한 번 읽어서는 그 깊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책장을 덮는 순간 어찌하여 파우스트는 천국으로 가게 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괴테는 이 책을 쓰면서 어느 순간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는 말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함께. 왠지 모르지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이 울렸다. 내 삶에도 멈추고 싶은 진정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기대도 들면서... 책에 나오는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는 말처럼 내가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의 증거고 그 방황 속에서 한 순간은 멈추고 싶은 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52 | 1.신화의 힘_조셉 캠벨 [1] [2] | 길수 | 2012.04.09 | 2387 |
3151 |
신화의 힘- 조셉 캠벨, 빌 모이어스 ![]() | 세린 | 2012.04.09 | 3325 |
3150 | 신화의 힘 (조셉 캠벨) [1] | 학이시습 | 2012.04.09 | 2479 |
3149 |
1. 신화의 힘- 조셉캠벨, 빌모이어스 ![]() | 샐리올리브 | 2012.04.09 | 3580 |
3148 | #1. '신화의 힘'_ 조셉캠벨 [1] | 한젤리타 | 2012.04.09 | 2495 |
3147 |
신화의 힘 - 조셉 캠벨 ![]() | 레몬 | 2012.04.09 | 3160 |
3146 | 1. 신화의 힘-조셉캠벨 [1] | ![]() | 2012.04.07 | 4974 |
3145 |
49.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 알랭드 보통 ![]() | 미나 | 2012.04.03 | 4642 |
3144 | 아티스트 웨이 - 줄리아 카메론 | 루미 | 2012.04.03 | 2647 |
3143 | [리뷰] <내가정말알아야할모든것은유치원에서배웠다> [4] | 양갱 | 2012.04.03 | 10293 |
3142 |
쉼표 북 하나 – 피로사회 ![]() | 재키 제동 | 2012.04.02 | 3392 |
3141 |
47.드라이브(두번째), 다니엘 핑크 ![]() | 철학하는 인사쟁이 | 2012.03.27 | 4983 |
3140 | 건투를 빈다 - 김어준 | 루미 | 2012.03.27 | 8132 |
3139 |
48. 가끔은 제정신 – 허태균 ![]() | 미나 | 2012.03.26 | 4489 |
3138 |
북 No.48 – 마음의 작동법 ![]() | 재키 제동 | 2012.03.25 | 5546 |
» |
46. 파우스트_괴테 ![]() | 미선 | 2012.03.22 | 5457 |
3136 | 불량하게 나이드는 법 - 세키 간테이 | 루미 | 2012.03.19 | 3164 |
3135 | [리뷰] <철학카페에서 시읽기>_김용규_두번읽기 | 양갱 | 2012.03.19 | 2981 |
3134 |
북 No.47 -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 | 재키 제동 | 2012.03.18 | 3573 |
3133 |
47. 젊은 베르터의 고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 미나 | 2012.03.18 | 5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