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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5일 22시 41분 등록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드워드 L. 데시가 지은 마음의 작동법』에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소개된다.  

 

리처드 라이언과 캐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수백 명에게서 데이터를 수집해 인생의 열망여섯 가지를 분류했다. 여섯 가지 열망 중 부에 대한 열망, 명예에 대한 열망, 신체적 매력에 대한 열망은 외적 열망으로 분류된다. 이 열망들은 다른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적 성격이 강하다. 돈이 있으면 권력과 재산을 소유할 수 있고, 명예가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며, 외모가 아름다우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이와 대조적인 내적 열망은 자기 능력 인지 욕구, 자율성 욕구, 관계 욕구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은 성숙한 개인이 되고, 공동체에 공헌하고 만족스러운 인간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이러한 내적 열망은 외적 열망과 같이 도구적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만족감을 느낀다는 면에서 외적 열망과는 다르다.

 

이 여섯 가지 열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열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관심을 둔 것은 이 열망들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연구진은 여섯 가지 열망이 각 설문에 응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돈과 명예, 신체적 매력이라는 외적 열망 세 가지 중 하나가 내적 열망 세 가지에 비해 월등히 높으면,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를 테면 물질적 성공에 대한 열망이 유난히 강한 사람은 자기애와 불안, 우울 경향을 보였다. 이와는 달리 내적 열망은 행복감과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마음이 강한 사람은 활력적이고 자기 존중감도 컸다. 외적 열망에 비해 내적 열망을 더 중시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건강했다.

 

서로 다른 열망을 가지게 만드는 차이의 근원은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어머니의 양육 태도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 시도했다. 어머니와 자녀들을 14년 동안 추적 조사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적 열망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18세 청소년들은 통제가 심하고 냉정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경우가 많았다. 반면 따뜻하고 헌신적이며 자율성을 존중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내적 열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의 양육 태도(자율과 통제의 정도)에 따라 자녀는 인생의 열망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의 전제는 어머니가 주양육자라고 가정했을 때인 것 같다. 아이는 부부가 함께 키워야 한다. 어머니에게만 너무 많은 짐을 지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사족을 붙여본다.)

 

에이, 정말 그럴까싶은가? 다른 증거도 있다. 당신 인생의 목표가 성공과 출세라면 다음의 연구 결과에도 주목해 보라.

 

노트르담 대학교의 티모시 저지 교수 연구팀이 717명의 상위 능력자들을 대학부터 은퇴 연령까지 수십 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야심가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연봉이 높은 직업을 얻을 가능성은 높지만, 야심이 덜한 동료들보다 조금밖에 더 행복하지 않고 실제로 수명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생의 5가지 영역(직업, 가정생활, 여가활동, 건강, 인생의 즐거움)에서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해 참가자들을 특정 시점에 조사했다. 그 결과 야망과 행복의 연관성은 강하지 않으며 야망이 강한 사람들은 가장 덜 야심적인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5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공한 야심가들은 자신의 야심 때문에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부과하는 기준을 높여가기 때문에 항상 성공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인생의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어지고 오히려 불행해 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성공이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며 성공 못지 않게 안정된 가족관계와 우정 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의 두 가지 연구 결과로 미루어 보건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유독 강한 사람은 불안과 우울 속에서 불행하게 살다 생을 일찍 마감할 확률이 높다. 에드워드 L. 데시는 이러한 사람들은 자의식이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보다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자기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시는 해결책으로 자신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를 이해하려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남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방식을 자기 이해와 동일시 하지 말고 진지한 내면 탐구를 통해 자기를 이해하려 애쓰라는 것이다.

 

나는 사회적 성취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이른바 야심가다. 나에게는 나 자신보다는 남들의 인정이 더 중요하다. 아니, 타인의 인정이 있어야 나의 인정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일을 맡게 되면 절대 대충하지 않는다. 일의 성과를 통해 나의 능력과 노력을 인정받는 것은 그 어떤 즐거움에 비할 수 없다. 주위로부터는 능력자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나에게 쏟아진다. 그 일을 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욕구로 인해 삶의 다른 부분들, 예를 들면 건강이나 가족 등이 희생당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몸과 마음을 혹사시킨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했다.

 

30대 중반부터 우울과 불안이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검은 바바리 코트를 입은 두 친구는 나의 두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그 때 나는 많은 성취를 했고 주위사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았을까? 나는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을 다그치기 바빴다. 다가올 미래에도 성공하려면 현재의 성과 따위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완전 번아웃이 된 이후에야 나는 많은 것들을 내려 놓고 쉬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기질은 휴식의 시간에도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결국 자기 탐구 과정인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고 인문고전을 읽으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계속했다.

 

연구원 과정의 끝자락에서 내가 얻은 해답은 이렇다. 나는 대충대충 일하며 중간에 만족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가족에 헌신하는 전업주부로 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나를 소진시키며 불행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스승이 나에게 해준 조언은 균형을 가져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 하다가 부러지지 말고 잘 할 수 있는 하나에서만 탁월함을 가져가라. 잘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겸허히 물러서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라고 그는 말한다. 결국 극단은 좋지 않은 것이다. 성공과 출세에 눈 멀어 자신과 가족을 돌보지 않는 사람의 종말도 불행하지만 혼자만의 세계에서 자신의 만족에 안주하며 해야 할 일에 충실하지 않는 사람 또한 인생을 낭비한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의 열망은 어떤 것인가?

모쪼록 당신도 그 열망들의 균형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을 꾸려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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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5 22:45:01 *.143.156.74

글머리 '나비'로 올리는 마지막 글이자 연구원 1년차 과정을 마감하는 글입니다.

지난 1년 동안 46개의 나비 칼럼을 썼습니다.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쓰기도 했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아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기고 했고,

차마 올리기 부끄러운 글도 있었고, 쓰고 나서 흐믓한 글도 있었지만 그래도 46이란 숫자가 든든하기만 하네요.

다음 달 부터는 아마도 다른 글머리로 인사드릴 것 같네요.

 

여러분, 봄입니다.

살고 싶어지는 계절, 눈물나게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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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6 16:52:04 *.166.205.132

끝까지 꾸준히 레이스를 완주한 땡7이 웨버님,

정말 수고많았어요.

겨울이 너무 긴 느낌.

그러나 드디어 봄.

힘들어도 또 함께 웃을 그날처럼.

그러니 한번 웨버는 영원한 웨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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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6 19:50:15 *.143.156.74

이것들이 끝까지 시켜먹을라 그러지? ㅋㅋ

 

경수가 있어 참 좋다.

언제나 그 사람좋은 미소로 우리 곁에 있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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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04:47:04 *.70.31.14

우리 웨버. 기양 가는 거죠 언니?

나 말 잘 들을께~~~~ 충성!!!!!!! 할께

웨버 땔치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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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5:27:50 *.143.156.74

연구원 과정으로 영재가 된 루미가 2년 차 웨버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으나...

 

바로 접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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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1:07:54 *.163.164.177
알랭드보통은 "불안은 욕망의 하녀"라고 주장했다.

좀더 유명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불안을 일으킨다는 것이지.

현대인 중 불안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야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제키만의 노하우를 연구해보면

좋은 하나의 꼭지가 되지 않을까?

완주를 축하해.... 그리고 경수 넘 좋아하는 티 내지마...질투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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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5:27:14 *.143.156.74

병곤선배가 자기 탐구를 계속 해보라고 해서 내 안의 감정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중이예요.

아직은 나만의 관점이나 노하우가 생기지는 않네.

시간이 가면서 보이는 것이 있겠지요.

 

그리고 난 경수보다 훈 오라버니가 더 좋아.

우린 통하는게 많잖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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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8:06:44 *.166.205.131

허허 이 사람들이~  확 소문내뿐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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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8 14:15:47 *.163.164.176

경수야 참아줘~~ 나는 너를 더 좋아해 알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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