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최우성
  • 조회 수 6250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2년 3월 26일 06시 57분 등록

기도는 하느님의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다만 기도하는 자의 마음을 바꿀 뿐이다.

- 키에르케고르 -

 

 

병원의 복도 한 켠에 소원과 희망을 적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오고 가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소망을 적어 기도나무에 꽂아두는 것인데, 설치한 지 두 달 만에 풍성한 꽃을 피웠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씩 모여진 682명의 소망 메시지는 교직원 미사 때 봉헌되었습니다.

 

소망나무.jpg

 

아픔과 고통 중에 있을 때의 바램은 회복입니다. 건강의 회복을 기원하는 내용들일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었지만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출근이 빠른 날 기도나무로 가서, 소망 메시지를 살짝 들춰보았습니다. 예상대로 가족의 건강과 행복, 병의 쾌유를 기원하는 내용들도 있었지만, 의외의 소망들도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하게 해주세요. 동물조련사가 되고 싶어요.’,

‘이번에 박사 논문이 통과되면 좋겠어요.’

‘배가 아야 해요..배 좀 안 아프게 해주세요.’

‘취직 좀 되게 해 주세요.’

‘로또 1등 당첨되게 해주세요.’

‘대장에 있는 용종을 제거해야 하거든요. 수술 날짜가 잡혔어요,

  그런데 제가 OOO 환자라 출혈이 있을까 겁나요. 성모엄마 도와주세요.’

‘건강의 은총을 주셔서, 당신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사연을 읽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듭니다.‘하느님도 참 힘들겠다. 이 소원들을 다 들어주려면 얼마나 바쁘실까?’‘답은 준다면 어떻게 답을 주실까?’하느님 외에는 아무도 고민하지 않을 그런 종류의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던 ‘하느님과의 인터뷰’라는 글이 생각났습니다.

 

******

나는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신이 말했습니다.

“네가 나를 인터뷰 하고 싶다고 했느냐 ? ”

 

저는 대답했습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신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나의 시간은 영원이다..무슨 질문을 하고 싶으냐 ? ”

“사람들을 보실 때 어떤 것이 가장 신기한지요? ”

 

신이 대답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지루해 하는 것, 서둘러 자라나길 바라고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길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서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돈을 잃어버리는 것..”

“미래를 염려하다가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결국 미래에도 현재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살더니, 결국 살았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죽는 것.”

 

신이 나의 손을 잡았고, 우리는 잠시 침묵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질문했습니다.

“아버지로서 어떤 교훈들을 당신의 자녀들에게 해주고 싶으신가요?”

 

“다른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단지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너 스스로를 사랑받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부자는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너희에게 사랑을 표현 못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사람 중에서도 너희를 진실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을 용서할 뿐만 아니라, 나 자신 역시도 용서해야만 된다는 것을..”

(후략)

 

기도와 질문은 사람을 알게 합니다. 당신이 어떤 기도를 하는지 알려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내가 어떤 기도를 하는가를 살피면 됩니다. 그래서 기도는 현재입니다. 그러나 질문은 미래입니다. 어떤 질문을 하는가를 보면 어떤 사람이 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질문을 찾아가는 것이 삶이니까요.

 

스스로 인터뷰를 해보지만 아직도 삶은 의문투성이입니다. 궁금하군요. 당신은 기도나무에 어떤 소망을 꽃피우고 싶은지, 어떤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지 말입니다.

IP *.30.254.21

프로필 이미지
2012.03.26 12:49:58 *.1.160.49

가슴 따뜻해지는 글.

역시 글은 사람을 닮게 마련인가 봅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6 슬픔에 기쁨으로 응답할 때 file [1] 부지깽이 2009.07.31 3286
1375 마음을 살피는 또 하나의 마음 문요한 2007.05.01 3287
1374 영화 한 편을 추천 드립니다! 연지원 2014.02.24 3289
1373 위대한 그가 바보에게 당하는 이유 [6] 부지깽이 2010.05.14 3293
1372 춤추는 나침반 [1] 박승오 2008.03.03 3295
1371 때로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신종윤 2010.09.27 3296
1370 축제 - 내 삶 속의 이 시(詩) 한 편 [2] 구본형 2008.04.25 3297
1369 단순함의 미학 [2] 김도윤 2008.06.26 3297
1368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 file [1] 승완 2010.06.01 3297
1367 경계를 넘어서 -제1회 시민연극교실 file [2] 단경(소은) 2009.07.21 3300
1366 늘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구본형 2007.05.11 3301
1365 오래 가는 사람은 매일하는 사람 file [6] 승완 2010.04.20 3301
1364 인생이 당신에게 요구한 것 file [1] 부지깽이 2009.08.21 3303
1363 신이 머무는 그 곳 박승오 2008.02.04 3304
1362 가까워진 이유가 멀어지는 이유로 [1] 문요한 2011.04.27 3304
1361 농부는 죽을 때도 밭두렁을 베고 죽는다 [3] 부지깽이 2010.07.09 3305
1360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삼아야할 준거 하나 [1] 김용규 2014.02.06 3306
1359 누구도 관계를 피해갈 수 없다 [2] 한명석 2007.11.08 3309
1358 무게중심을 낮춰라 [2] 문요한 2010.09.01 3311
1357 노력은 다시 시작하는 것 [2] 연지원 2013.09.30 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