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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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가 그렇고 일주일이 그렇고 그러다 보면 월급날이 다가오고 아이들이 쑥쑥 커가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젊은 시절에 했던 잘못에 대한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아내가 어떤 젊은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 젊은이가 아마도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다녔나 봅니다. 그런데 그 학생을 본교 출신의 대학원 생들이 따돌렸나 봅니다. 뒤에서 수근거리고 끼워 주지도 않고 공식적인 행사에도 메일을 보내지 않고 그랬나 봅니다. 한번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다른 학생이 와서 그러더랍니다. 어제 왜 안나왔어? 아마도 공식적인 행사였는데 이 친구에게만 연락을 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런데 자존심이 상해서 그 친구는 일이 있어서 못나갔다고 그랬다고 합니다. 학력세탁이라고 비웃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 학생의 친구들을 비난하거나 요즘 세상을 한탄하거나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이야기에 저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때는 운이 좋아서 그랬던지 그런 주위의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뭐라하건 별로 신경 안쓰는 경향이 조금 있어서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7~8년전 쯤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제가 면접 심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주 잘 팔리는(?) 대학원의 석사과정을 이수하고도 6개월 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이 대학교때 편입을 하고 많이 힘들었다고 말입니다. 대학원 가서도 많이 힘들었다고 말입니다. 그때 저는 학교는 그래도 자신이 노력하면 회사보다는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일텐데 거기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자기 입으로 이야기를 하다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면접점수를 최하로 주었습니다. 학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나 자신을 납득시키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그 친구를 학력이 가장 좋은 친구인데라고 뽑으셨습니다. 그 친구에게 불행하게도 그 친구가 제 밑에 와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3개월의 수습기간 얼마남지 않았을 때 그동안 작은 눈에 띄는 실수들을 많이 저지른 관계로 저는 그 친구에게 수습이후에 채용하겠다는 싸인을 못하겠다라고 통보를 했습니다. 그 다음날 결근을 하고 그 친구의 부모님까지 회사에 와서 헤프닝을 벌이고 결국 채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일에 대하여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저의 모남과 철없음과 잘못들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사람과의 관계라 한쪽만의 잘못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아내와 대화에서 알게 된 것은 제가 요즈음의 학교가 어떤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상대방을 판단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님에도 그저 저의 경험을 잣대로 상대방을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그 친구가 겪은 환경과 내가 경험한 환경이 다르다는 기본적인 사실도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오해를 쌓아갔지요.
저의 판단은 저의 경험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렇지만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래서 좀 더 다른 사람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나를 넘어서고 싶다고…”
어떤 면에서는 소박하지만 아주 큰 욕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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