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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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좋은 찻잎을 제때 따서 법대로 덖는다. 찻잎을 딸 때는 계절을 따지고 시간과 날씨도 가린다. 덖을 때는 문화(文火)와 무화(武火), 즉 불기운의 조절이 중요하다. 물은 그 다음이다. 좋은 물이라야 차가 제맛을 낸다. 다만 알맞게 끓어야 한다. 물이 덜 끊으면 떫고, 너무 끓으면 쇤다. 이제 차와 물이 만난다. 차를 넣어 우린다. 적당량의 차를 적절한 시점에 넣고, 제때에 따라서 우려낸다.
- 정민, <일침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와 물과 불이 최적의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정민 선생에 따르면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艸衣) 스님은 차 안의 신령한 기운을 다신(茶神)이라 하고, 다신을 불러내려면 차와 물과 불이 ‘중정(中正)’의 상태로 만나야 함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중정의 원리는 찻잎 따기부터 차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 적용됩니다. 중정이란 ‘더도 덜도 아닌 꼭 알맞은 상태’입니다.
찻잎 따서 차를 달이는 과정을 살펴보니, 그 자체가 도(道)입니다. 선불교 관련 책에서 본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남전(南泉) 선사에게 제자 종심(從諗)이 물었습니다. “도란 무엇입니까?” 스승이 답했습니다.
“도는 평상심(平常心)이니라.”
시간이 흘러 한 중이 종심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선(禪)에서 이 질문은 불교의 근본 교리 혹은 도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종심이 스승에게 했던 물음과 같은 질문입니다. 종심 선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
언젠가 다른 중이 종심 선사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선에서 가장 중요한 교리를 가르쳐 달라고 한 것이죠. 종심이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소변을 보러 가야 하거든. 이런 일 같지 않은 일도 나는 몸소해야 한단 말이지!”
다사(茶事)가 다도(茶道)라면 삶의 다른 일도 도(道)입니다. 뜰 앞의 잣나무에서 도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일상이야말로 도장(道場)입니다. 도는 도처에 퍼져 있고, 만물에 깃들어 있습니다. 책 한 권을 고르고 읽고 기록하는 일, 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귀는 과정 역시 도란 생각이 듭니다. 차 만들기에서 볼 수 있듯이 중정의 원리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 경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근면과 성심이 필요합니다. 누가 일러 준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고, 대신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집필, 요리, 운동, 교육, 운전, 여행, 연주 등 여러 직업과 취미는 중정의 원리를 익힐 수 있는 재료이고, 그 안에서 도를 이룰 수 있습니다.
평상심(平常心)이 도심(道心)이라면 일상의 모든 것이 도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마음공부의 재료입니다. 평상시 언행은 도를 표현하는 일이고, 마음가짐과 마음 씀씀이는 언행으로 드러납니다. 나의 일상을 돌아봅니다. 일상사에 임하는 마음새를 살펴봅니다.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도를 묻는 같은 질문에 세 개의 대답이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본질은 통한다. 일상도(日常道), 평상심(平常心). 도(道)는 평범한 일과 일상을 떠나 있지 않다. 선(禪)도 일상과 평상심을 떠나 있지 않다. 도(道) 안에서 차와 선과 일상은 통한다. 단, 몸으로 겪고 마음을 다해 행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
* 정민 저, 일침, 김영사,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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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경영연구소 김성렬 연구원이 신간 <니케의 미소를 보았는가>를 출간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축하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김성렬 저, 니케의 미소를 보았는가, 이상media,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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