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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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1년차를 정리하고, 2년차를 시작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글로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1.12.18 에 쓴 글을 보충하고 다시 수정)
끝
2005년부터 구본형 선생님은 매년 10명의 연구원을 모아 수련을 도와주기로 마음먹는다. 연구원 과정의 구체적 목표는 2년 안에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하여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8기가 되었고, 매년 10명 이내의 연구원들이 탄생하였다. 그가 밝히는 연구원 선정기준은 이렇다. "자신에 대한 역사를 기술할 수 있는 사람. 자신과 세상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지금 자신에 대한 강한 분노와 창조적 증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지금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그는 이를 한마디로 '창조적 부적응자'라고 이름 붙였다. 여기에 7기 연구원 1년차의 구체적인 경험을 정리해본다. 이 길을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먼저 1월에 자기에 대한 역사를 20페이지로 기술하고 지원하면 1차 후보자들이 선정이 된다. 그리고 2월엔 정해진 4권의 책을 읽고 리뷰하고, 4개의 주제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 이것은 매주 35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이 과정을 꾸준히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시험이기도 하다. 스스로 이 과정을 따라 갈 시간과 뜻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단계다. 8기 2차 레이스를 마치면서 구선생님은 올 해의 선발 방법을 밝혔다.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선배 연구원 5명이 각 주의 Top5, 전체 Top 5를 뽑는 방식이다. 기준은 창의성, 성실성, 설득/공감력이라고 밝히셨다. 아래 링크가 그 전문이다. 선생님 성격상 아마도 내년에는 또 바뀔 것이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life&page=2&document_srl=276258
이 과정을 통해 선발된 사람들은 3월의 면접여행을 가게 된다. 1박2일로 진행되는 면접여행은 전 기수 선배들과 몇몇 이전 기수 선배들이 함께 한다. 연구원 모든 행사가 그렇듯이 정해진 틀은 없다. 전 기수 선배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러니 분위기는 매년 달라진다. 유끼들은 락카페(또는 노래방 회식) 분위기를 만들었고, 땡칠이들은 힐링캠프를 떠올리며 준비를 했는데 어떻게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8기가 정성껏 준비해준 아침식사인 해물라면에 감동했다. 면접여행의 중요한 일정으로 구본형 선생님과의 일대일 면접이 있고, 면접 대상자들의 발표시간이 있다. 발표시간에는 특별한 미션(8기때는 시 암송)과 공헌 3가지, 장기자랑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선배들과의 대화의 시간이 곁들여진다. 몇 일후 10명 이내(7기는 8명, 8기는 10명)의 연구원이 결정된다. 선생님은 발표와 함께 느닷없이 또 다른 미션을 주신다. 주로 누군가를 찾아가서 말씀을 듣고 자신을 위한 글을 받아오라는 미션이다. 6기 때는 남도의 박남준 시인의 집에 찾아가서 한 말씀 듣고 오는 미션이었고, 7기 때는 '신'의 저자 김용규 선생님을 모시고 강의를 듣는 것이었다. 8기는 '한시미학산책'의 저자 정민 교수님을 인터뷰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구본형 선생님이 약속을 잡아주거나 얘기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도 안면이 없는 분이 많다. 그러니 각 기수가 약속을 잡고 힘을 모아 만남을 주선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미션은 또 다른 스승을 만나는 자리가 되었고, 7기 연구원들에게는 '삶을 기뻐하는 삶'이라는 주제를 선물로 받는 계기였다. 이 만남은 2011년 7월 오프수업 때, 다시 김용규 선생님을 모시고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희대의 명강의로 이어지게 되었다. 8기들은 어떤 주제를 선물 받았을까,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까 궁금해진다.
그러면 드디어 정해진 50권의 책을 매주 읽고 리뷰하고, 칼럼을 쓰는 1년차 과정이 시작된다. 꾸준히 하게 되면 자기 나름의 글쓰기 방법과 자신만의 문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의 탁월한 안목으로 선정된 책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 귀' 들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칼럼과 연결이 되고 그렇게 자료를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된다. 선생님은 글 자체에 대한 세세한 코멘트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동기들의 사랑과 관심이 담긴 반응들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스스로도 다른 동기들의 글을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읽고 코멘트를 다는 것은 기본이다. 글 쓰는 법에 대해서는 스스로 터득해가야 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오프수업이 진행된다. 5월부터 올해의 기수들이 구본형 선생님을 모시고 둘째주 토요일 하루 종일 먹고 마시며 떠드는 것이다. 주제는 미리 정해지는데 '나의 신화에 대하여', '역사와 나', '개인사 중 세 가지 사건', '나는 누구인가', '자신의 키워드 찾기', '어떤 책을 쓰려고 하는가', '내 책의 서문과 목차쓰기' 이렇게 진행이 된다. 한 사람 당 약 5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 시간만큼은 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며, 나 자신도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들은 마치 거울처럼 나를 비춰주며, 때로는 창문처럼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1년 안에 자신의 책의 윤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솔직히 처음부터 방향을 고민하며 잡아가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정신없이 하다보면 중간에 몇 번의 슬럼프가 있을 것이며, 수많은 회의들이 생길지 모른다. "내가 왜 이 과정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 말이다. 개인적으론 첫 오프수업이 끝나고서 그랬고, 자신의 책의 주제를 잡는 과정에서 또 그런 어려움이 생겼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은 처음부터 자신에 대해 솔직히 드러내고, 또 자신이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어야 했다. 어느 순간 그것을 놓치는 바람에 슬럼프가 왔다. 현실적 상황도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자신의 첫 책과 연결시켜서 매 주 글을 써가다 보면 결국 자신만의 주제를 찾게 된다. 게다가 선생님은 매 오프수업 때마다 '첫 책'이라는 목표를 잃지 않도록 도움을 주신다. 사람마다 다른 자신 만의 문제를 찾아서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자꾸 보여주신다. 피곤하고 지칠 때마다 그냥 대충 하려고 해도, 선생님은 이 방향을 놓치지 않으신다. 그러니 자꾸 직면하고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을 찾아야 한다.
이 어려운 과정을 속에서 동기들은 가장 큰 힘이 된다. 매주 숙제를 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만나고, 서로의 글을 주의 깊게 읽어준다. 평소엔 카페와 카톡, 전화와 문자, 가끔 번개 모임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소통한다. 나이와 성별, 관심사는 다를지라도 같은 기수의 단결심은 대단하다. 오프라인 수업과 여름 해외여행, 수시로 선배들의 출판기념회, 송년회, 그리고 앞으로 있을 '프리북페어'와 졸업여행, 면접여행, 연구원 총회 및 소풍까지 주관해서 진행해야할 행사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모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공헌이 필수적이다. 면접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도 이 '자신이 공헌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으로 공헌하면 된다. 억지로 하면 안 된다.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동기들과 선배의 도움으로 채워 갈 수 있다. 특히 중심적 역할을 맡는 '웨버(Weber)'가 있는데 그 많은 일들을 해내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다. 웨버는 구선생님이 만드신 말로 ‘연결자(Web+er)’ 라는 뜻이다.
구본형 선생님은 이 모든 과정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신다. 7기부터 2년 안에 책을 내지 못하면 적금 부은 돈을 30%, 3년 안에 못 내면 100%를 연구원에 내야 한다. 하지만 특별히 개인적으로 수업료를 받으시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 는 비전을 실천하고 계신 듯하다. 도움을 받은 연구원은 성장하게 되고, 첫 책이라는 성과를 얻게 된다. 그러면 자신만의 분야가 생기고 그것으로 선생님을 도울 수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연구원으로서 하는 모든 활동은 문화적 다양성에 조금씩 공헌이 되고 그게 연구원의 힘이 된다. 나또한 그분의 제자로서 '돕는 자'가 되고자 한다. 이제 1년의 과정이 끝났고 2년차 과정을 통해 '첫 책'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게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될 것임을 안다. 이렇게 도움을 받고, 스스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연구원 과정이 아닐 런지.
<사진/양경수>
시작
잘 사는 사람은 삶의 표현을 잘 못하고,
삶의 표현을 너무 잘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삶을 살지 못한다.
-가스통 바슐라르-
연구원 1년차를 마치면서 이 문장이 마음을 찌른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시간과 노력을 쓰면서 정작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놓치고 있는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족의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데 정작 가족들은 서운함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때이다. 균형을 잡지 못하면 평균대 위에 선 것처럼 바로 흔들리게 된다.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나? 나에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개인적 성장과 표현을 위해 놓칠 수 없는 행위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다시금 생활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방법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큰 돌을 먼저 넣어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이야기와 상통하는 방법이다.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습관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가끔은 큰 돌이 여러 개 임을 잊고, 하나의 큰 돌에만 신경을 쓰는 것도 문제다.
둘째, 지금에 집중하라.
책을 읽을 때는 책을 읽고, 가족과 함께 할 때는 가족에 마음을 두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모든 시간과 노력이 하나에만 집중될 필요는 없다. 포트폴리오를 짜되, 그 순간만큼은 그것에 집중하자. 지금을 살라. 그것이다.
셋째, 솔직 하라.
큰 돌을 정하고 그것에 집중할 때,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벅찬 경우가 생긴다. 혼자서 감당해보려고 발버둥 치고, 아무 문제없는 듯이 행동하다가 일은 일대로 풀리지 않게 되고,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하게 된다. 이때는 주변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솔직히 나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절실하다.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 경우가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넷째, 윤활유를 갈아주어라.
모든 기계들이 동작하기 위해서는 윤활유가 필요하고, 정기적으로 교체 또는 보충해 주어야 한다. 자동차 엔진오일을 일정한 주행거리가 되면 갈아주는 것처럼. 윤활유를 갈아주면 동작이 더 부드러워지고, 소음과 진동이 줄어든다. 기계의 수명도 늘어난다. 삶도 마찬가지다. 효율과 이익만 추구하다가는 삐끄덕 거리기 일쑤다. 나에게 윤활유는 사진 찍기와 여행, 전시회 관람, 산책, 명상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들이다. 쉽게 말하면 느긋하게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고, 가까운 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삶' 자체와 '삶의 표현'의 괴리를 극복하는 것이 지금의 나의 과제다. 위의 방법을 쓰면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 회의감이 든다고 생각해서 '삶의 표현'인 말과 글, 사진을 창조해내는 일을 멈추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 ‘삶’과 ‘삶의 표현’, 이 둘은 같이 가야하는 것이다. 최상의 것을 표현해 내려하고, 그것을 따라 살아가려는 노력이 나를 도약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말한 대로 살려고 노력하게 되어 있다. 삶 자체에만 매몰되어서는 무상함과 지루함의 연속이 된다. 평범하게 보이는 삶의 특별함을 열어젖히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소명일 것이다.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1년이 흘렀으니 내년에는 책을 내야한다. 그들이 작가가 될 것인지 그렇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책을 한 권 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약속이었고, 2년 동안 자신에게 쏟은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희망이 이루어지는 것이 승리다. 승리는 자신을 복제하려한다. 그리하여 성장을 멈추지 않고 지속할 수 있게 한다."
역시나 '책'에 대한 비전을 놓지 않고 보여주신다. 약속이 희망과 승리로 이어지고 그것으로 성장의 지속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의 비전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어떠한 모습의 사람이라도 그대로의 모습으로 최고의 연구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이에 동의했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의 시간과 노력을 쏟을 것이다. 그런데 책은 어떻게 쓰는 것이란 말인가?
잘 읽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넘어 이거야 말로 족보입니다. 족보!
특히 삶의 여러 영역 사이의 균형 잡기에 대한 처방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안 그래도 어떤 돌을 먼저 넣어야할까 살펴보고 있었어요. ^^
(이렇게 글로 쓰니 온건해 보이지만요 아직 시작도 안했으면서 우왕좌왕 좌충우돌이 매련없어요 ^^;;;)
삶의 윤활유가 뭔지도 솔직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어떻게 1년을 보내셨을까요?
완주하신 선배님들께 경의를 보냅니다. 축하드립니다.
저도 완주하고 싶습니다. 하하
2년차에도 땡7이 선배님들이 연구원 칼럼 게시판에 계속 칼럼을 올리시는 거지요? 자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