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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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긴 시간의 버드나무는 틀림없이 물을 그리워 할 것입니다. 하지만 뿌리가 숨 쉴 틈도 없을 만큼 큰 물이 자신의 발 아래를 덮으면 버드나무도 잠시 비가 멈추면 좋겠다 바라지 않을까... 오늘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선물과 형벌이 늘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붙어 다닌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은 참 기쁘면서도 고단한 하루였습니다.
KBS에서 식목일을 기념하여 <아침마당> '목요특강'에 나를 초대했고,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이후 전화기에 불이 날 듯 통화가 쇄도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쇄도하는 문의에 응대하느라 결국 전화기의 배터리가 방전되고 말았습니다. 어제 방송국 측에서 근처에 숙소를 얻어주었는데 난방용 팬 돌아가는 소리와 인공의 더운 바람 탓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에서 피로를 입었고, 때문에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강의를 한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시청자들은 나름대로 큰 교감을 얻었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오래 전부터 약속되었던 강의를 위해 남쪽 지방에 와 있습니다. 숲으로 돌아갈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 결국 다시 하루를 객지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단 한 차례도 어기지 않았던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보내지 못할 위기까지 맞았습니다. 눈이 감기면서 유혹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사정이 있었으니 다음 주에 상세히 사정을 밝히고 양해를 구한다면 독자들은 한 주 쯤 걸러도 용서해주지 않으실까?
스승님과 또 독자와의 약속은 물리적 실체를 갖고 있지 않지만 참 무거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벌떡 일어나 오늘 하루를 넘기기 전에 이렇게 편지를 드리게 됩니다. 미리 편지를 써놓을 여유도 없었던 지난 한 주를 보냈기에 객지 숙소의 인터넷에서 막바로 편지를 드리게 됩니다. 약속이 지닌 무거움은 몇 번이고 마땅합니다. 그 무거움은 지켜지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양면성을 가졌습니다. 너무 늦은 편지 부디 책망하지 말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깃털처럼 가벼워지지는 못하더라도 이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몸을 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꼭 숲의 봄 향기 담은 편지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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