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12년 4월 6일 09시 51분 등록

 

파이드라라는 여인을 기억하는지요 ?   그래요. 젊은 의붓아들과 비극적인 사랑에 빠져 자살한 여인입니다.    젊은 파이드라는 의붓아들인 히폴리토스에 대한 절망적인 사랑에 빠져듭니다.   불륜의 사랑에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마음을 걷잡을 수 없었지요.   그러나 히폴리토스는 파이드라에게 무심했습니다.   그녀의 사랑을 알게 되자 그는 이 불륜의 사랑을 추악한 것으로 몰아붙였습니다.   파이드라는 절망했습니다.   스스로 그 사랑을 부끄러워하다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증오로 바뀌었기 때문에 죽음으로 히폴리토스를 파멸시키고자 했지요.   그녀가 죽고 히폴리토스의 아버지 테세우스의 손에는 그녀가 마지막 남긴 유서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유서 속에는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유혹하고 겁탈하였기에 자결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테세우스는 불같이 화가나 아들을 저주합니다.

 

"이 편지가 크게 외치는구나. 낱말들이 말을 하고 그것들에게도 혀가 달려 있구나. 내 아들이 내 아내를 범했구나.

 오, 신이여, 아들을 저주하는 제 말을 들으소서. 이 저주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격분한 테세우스는 히폴리토스를 추방했습니다.  억울한 분노와 쫒겨난 침울함으로 히폴리토스는 마차를 몰고 아테네를 떠났는데, 억울한 마음을 품은 채 사고로 죽게 됩니다.   비탄에 빠진 테세우스 앞에  아르테미스 여신이 나타나 유서가 거짓이며,

 사랑을 품었다 그것을 증오로 바꾸어 히폴리토스를 음해한 것은 바로 파이드라였음을 밝혀줍니다.

 

죽음으로 거짓말을 진실이 되게 만들었으니 이 정도면 목숨을 건 지독한 거짓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억울할 때 죽음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죽음으로 자신의 거짓을 사수하기도 하니 인간은 나면서부터 거짓으로 채워진 허위와 모순의 덩어리인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위장합니다. 선한 의도를 지닌 하얀 거짓말부터 목숨을 걸고 상대를 죽여야하는 지독한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색깔의 스팩트럼 뒤로 몸을 숨깁니다.   호메로스도 말합니다. "죄악에는 허다한 도구들이 있지만 그 모든 죄악의 공통점은 거짓말이다" 멋진 지적입니다. 그러니 이 눈먼 시인들의 시에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나는 이 지점에서 작가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작가란 거짓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무모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기가 막힌 허구를 만들어 내어 진실보다 더 강한 임팩트를 줌으로써 삶을 비춰 보려합니다. 그래서 까뮈는 말합니다.

"진실은 빛과 같아 눈을 어둡게 한다. 반대로 거짓은 아름다운 저녁노을처럼 모든 것을 멋지게 보이도록 한다"

 

그런 뜻에서 모든 작가는 노을 빛 구라쟁입니다. 오징어의 먹물처럼 거짓이 인간의 태생적 조건이며 능력이라면 거짓을 바꾸어 창조성으로 전환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창조적 거짓인 구라와 관련된 몇 개의 우스운 원칙을 정해 두었습니다.

 

1. 구라로 이득을 보는 거짓말은 하지마라. 왜냐하면 나는 장사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쓸데없는 거짓만 지껄여라. 구라의 목적은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혼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구라의 순수성이다. 이 세상에 거짓이 없다면 심심해 죽을 것이다.

 

2. 구라의 생산성을 최대한 발휘하라.  마르틴 루터는 '한마디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려면 일곱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 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알렉산더 포프는 '한 마디의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물다섯 가지의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구 말이 옳은 지 모르겠다. 두 사람 다 거짓말쟁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거짓은 그 거짓을 지탱하기 위해서 더 많은 거짓과 더 큰 거짓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거짓의 생산성이다. 창조적 구라를 칠 때는 이 급속하고 무한한 '뻥'화(化)의 힘을 빌려야 한다.

 

3. 메모리는 제 것을 써라. 기억력을 최대한 발휘하라. 시시한 거짓말쟁이는 거짓에 거짓을 보태다 보면 어딘가에서 삐걱이기 마련이다. 앞뒤가 안맞고, 지리멸렬하여 그 거짓이 금방 들통이 난다. 앞에서 무슨 소리를 했는지 기억하고 있으려면 메모리 용량이 커야한다. 모르는 것이 생기기만 하면 스마트 폰으로 달려가다 보면 속이 빈 바보천치가 되기 십상이다. 겨우 Made by Jobs 인 기기에 의존하지 말고, Made by God 인 진짜 두뇌 속 메모리를 뒤져 체득한 경험과 지식으로 구라를 빚어야한다. 그래야 그 구라가 싱싱한 생명이 된다.

 

4. 한 번 구리를 칠 때 그 속에 하나의 진실을 담아야 한다.  바이런이 한 말을 잊지마라. "거짓이란 곧 변장한 진실일 뿐이다. " 그러므로 수시로 구라와 진실의 세계를 들락거려야한다. 둘 사이의 심연을 건너는 외줄의 다리 하나는 늘 확보해 두어야 한다

 

나는 우리들 모두 자신의 삶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작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이라는 마법의 잉크로 한 줄 한 줄 적어가는 당신의 삶의 이야기가 웃고 떠들만한 신나는 이야기이기를 바랍니다.

IP *.160.33.67

프로필 이미지
2012.04.09 00:20:57 *.75.12.25

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삶이라는 마법의 잉크로 한 줄 한 줄 적어가는 당신의 삶의 이야기가 웃고 떠들만한 신나는 이야기이기를 바랍니다. 에서

공감이 갑니다.나의 삶이 이약기가 웃고 떠들만한 신나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금감을 만들고 그 글감을 통해 표현하는 기술이

이어야 하겠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6 [자유학년제 가족 독서 #02] 신화의 힘 [2] 제산 2018.04.30 969
1375 이제 가는 길은 달라도 [2] 차칸양 2018.05.01 778
1374 [일상에 스민 문학] - 남북정상회담의 무거움 정재엽 2018.05.02 754
1373 목요편지 - 새소리를 들으며 운제 2018.05.03 796
1372 [금욜편지 35- 성격이 운명이다] 수희향 2018.05.04 988
1371 가족처방전 – 어버이날 아버지 선물 준비하셨나요? file 제산 2018.05.07 961
1370 당신은 지금 누구를 보고 있나요? -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를 보고 file [2] 차칸양 2018.05.08 847
1369 [일상에 스민 문학] 마음편지의 무거움 [6] 정재엽 2018.05.08 773
1368 목요편지 - 나의 취미 빙상 [2] 운제 2018.05.10 773
1367 [금욜편지 36- 중년들의 인생2막 대처법] file [2] 수희향 2018.05.11 1092
1366 고인돌 [4] 제산 2018.05.14 823
1365 매일 축제처럼 살 수 있다면 file [2] 차칸양 2018.05.15 763
1364 [일상에 스민 문학] 미투(Me-Too)시대의 김지영씨. 정재엽 2018.05.16 778
1363 목요편지 - 장미의 계절 운제 2018.05.17 818
1362 [금욜편지 37- 추신: 지난 10년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4] 수희향 2018.05.18 823
1361 가족처방전 – 이상한 정상가족 file 제산 2018.05.21 863
1360 5월의 맛, 고소함과 향내 가득한 아카시아꽃 튀김 file 차칸양 2018.05.22 856
1359 [일상에 스민 문학] 물포기의 노래 정재엽 2018.05.23 767
1358 목요편지 - 5월의 노래 [2] 운제 2018.05.24 766
1357 목요편지 - 5월의 노래 운제 2018.05.24 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