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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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
나는 20대 말을 최고의 환경에서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26살의 나는 세계인의 축전 서울 올림픽의 한국 펜싱 국가대표 코치가 되었다. 그건 정말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이었다. 태능선수촌... 대한민국의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제일 잘하는 코치 감독과 제일 잘 하는 선수들만 모여 있는 곳, 세계적인 규모의 태능 선수촌, 거기다가 올림픽을 위해 세계의 우수 대학과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원이 50명이상 모여 있는 스포츠과학연구원에서 교육을 받았고, 막강한 정책적 지원 아래 초청되어오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특별 강연을 듣고 배우며 하루 24시간을 훈련과 수양으로 채웠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그 시절, 출국을 하게 되면 가문의 경사였으며, 거창한 모임을 갖고 양복을 새로 장만하던 시절에 나는 입던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펜싱의 본고장인 유럽행 비행기를 타곤 했었다.
한민족의 정신력과 조국에 대한 사명감을 강조하던 시절에 나는 첨단의 스포츠 과학에 눈을 떳다. 과학적 방법론이 가져다주는 인간행동에 관한 혁신적인 접근과 이해는 환상적인 것이었다. 북경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우연하게 알게 된 우슈와 중국의 사상들을 통해서 인간의 무의식과 자연의 신비로운 힘들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졌다.
서구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 그리고 과학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은 내게 이율배반적인 대립과 함께 모순의 존립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실재하지만 증명할 수 없는 것들, 완전히 이질적인 것들의 기묘한 통일성을 느끼고 있었다. 난 그런 것들을 통합하려 했고 아주 오래 동안 ‘개똥철학’으로 취급받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물리적 공간 내에서 물질적 존재인 인간의 생리적, 역학적 기능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정신과 심리의 내면적 역동성에 관한 체험적 기록들과 사상들에 심취해 있었다. 그것은 가장 구체적인 것들과 가장 상징적이고 환상적인 것들의 만남이었다.
돌이켜보건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행동의 메카니즘을 통해서 의식적 활동의 한계에 당면해 있었지만 의식과 관계없이 통제되어지고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선수들의 행동을 설득력있게 설명해내기 위해서는 무의식과 보다 더 본질적인 정신세계에 대한 이해가 요구될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할 수 없는 시간에 생각할 수 있고, ,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원래 펜싱 타임 즉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이 찔렀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차이는 1/20 ~ 1/24 초 즉 0.05초에서 0.042초 정도이다. 그 시간 사이에 두사람이 동시에 찌르면 함께 득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시타가 너무 많아져서 1/30 ~1/35 초 0.033초에서 0.028초로 축소 조정되었다.
정상적인 중력안에서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 공중에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0.3초를 전후한다. 찰나라고 말하는 시간, 사람이 의지적으로 눈을 한 번 깜박하고 감았다 뜨는 시간은 0.2초 이상 걸린다. 이 짧은 시간, 순간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사이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것을 느낄 수 있고 의지적으로 조정된 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즉 생각의 속도보다 더 빠른 반응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행동주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렇게 해서 나는 선수들의 행동과 태도를 일으키는 심리적인 메커니즘과 본질들을 깊이있게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일과 활동에 수단이 되었다.
펜싱을 통해서 배웠으나 펜싱과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일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아니 보다 더 본질적인 공통성을 통해서 다른 상황으로 전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칼을 다루든 가위를 다루든 생리 역학적인 메커니즘은 같고 사람을 상대하는 심리적 메커니즘도 같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인성에 대한 아주 상징적인 또 다른 형태다 .이전에 제시한 흰색 정육면체가 실재에 대한 존재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면 이것은 실체들의 역할과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실재에 대한 보다 더 구체적인 실례이다. 과일이나 열매, 꽃 곡식들이 적절한 위치와 거리를 확보함으로써 인디언 추장의 얼굴이라는 새로운 전체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종합선물 셋트같은 것이 아니라 인디언 추장이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상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학문적으로 우리는 ‘보는 것은 보이는 것(무언가가 우리의 눈으로 들어오는 것) 이상이다.’ 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볼 때,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경험과 지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인간의 모습을 본적이 없는 우주인이 본다면 이것은 그냥 여러 요소들의 집합상태일 것이다.
인성을 구성하고 있는 실체들이 lickona 의 주장하는 것을 인용한다면 11가지 요소들이지만, 그것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속성이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따라 상호작용하면서 태도와 행동이라는 전체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림 속의 요소들의 위치와 관계를 조율하면 우리는 다양한 얼굴을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동일한 사람을 보고 다양한 전체성을 떠올릴 수 있다. 교실 창가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학생의 그림을 보여 주며 그에 대해 묘사해 보라고 하면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침에 늦잠 자서 혼난 생각을 하고 있다.’ ‘친구생각을 하며 다음에 만나서 할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 다음 주에 있을 시험 생각을 하고 있다’ 등등...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투사’ 라고 한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형사의 눈에는 사람들이 모두 범죄자로 보이고 예술가의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작품을 구상하는 아이디어들로, 장사꾼의 눈에는 물건을 팔 가능성의 여부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모든 전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즉 역할과 관계를 규정하는 본질은 바로 ‘가치와 의미’라고 생각한다.
인성을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태도와 행동은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한 태도와 행동을 결정짓는 ‘가치와 의미’ 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인성의 교육 즉 태도와 행동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인성을 구성하고 있는 11가지 요소들은 ‘가치와 의미’ 따라 주어지는 문제와 상황에 적절하게 관계지어지고 속성들을 발휘하여 태도와 행동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불안, 갈등, 포기, 회의, 혹은 자신감, 열정, 도전, 만족 같은 심리적 현상들은 이러한 가치와 의미에 따라 태도와 행동의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적인 심리적 현상이다.
그래서 이러한 2차적인 현상들은 그 자체로서 수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것들을 일으킨 일차적인 요소들과 방향성을 규정하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수정함으로서 개선되어지는 것이다.
오랜만에 주말 내내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썼다.
바쁘게 돌아간 지난 몇 달을 정리하기도 하고 다가올 시간들에 대한 준비이기도 했다.
변경연의 일원이 된 것은 내가 받은 최고의 축복중의 하나였다.
주막집 같이 도력높은 편안한 스승의 그늘과 가슴에 불덩이 하나씩 품고 있는 동료들, 그 창조적 부적응자들 사이에서
나는 세상을 헤매고 분노와 원한에 찬 가슴을 묻고 새 삶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성실하고 진지한 솔직한 글들과 한성깔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많이 배웠고 또 배울 것이다.
출판된 책을 받아 들었을 때,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덜컥 겁이났다. 걱정이 밀려왔다.
변경연의 많은 동료들 덕분에 마칠 수 있었고, 인심좋은 출판사 젊은 사장 덕분에 책이 되었다.
책속의 마무리 글처럼,
나는 뭔가를 이루었다는 생각보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 맞으며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나를 사랑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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