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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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하여
조셉 캠벨
그의 이름에서는 유독 색깔이 느껴진다. 하늘색과 레몬색. 그리고 덧붙여 오렌지색, 보라색, 녹색 정도면 적당하다. 바람처럼 그려진, 아니 바람 위에 입힌 가벼운 붓질 같다. 아마도 그의 태생이 미국이고 속세의 강박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가 준수한 용모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무릇 그의 사상만큼 인물이 멋지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인물은 사상을 좇아가는 모양이다.
나는 그를 구본형의 <깊은 인생>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시작이 좋았다. 깊은 인생에서 조셉 캠벨은 매우 멋진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박사학위와 같은 감투를 마다하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배짱, 그리고 그 와중에 느끼는 두려움을 위트있게 이겨내는 인간미. 나는 캠벨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그를 <깊은 인생>을 통해 소개받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조셉 캠벨(1904-1987)은 미국의 중상류층 로만 카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뉴욕역사박물관에 아버지가 데려간 이후, 그는 원시미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캠벨이 비교신화학을 하게 된 첫 번째 계기였다.
그의 시대는 세계 대전의 시대였다. 1차 세계 대전(1914-1918)이 있던 당시, 그는 10살에서 14살이었다. 당시 사회는 세계대전으로 전에 없는 참혹함과 절망으로 허덕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철학사조로서 <실존주의>가 나타났다. “실존이 본질에 우선한다.”는 사르트르의 말이 상징하는 바와 같이, 캠벨의 철학도 이와 닮았다. 사람은 시대를 떠나서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다트머스 대학에서 생물학과 수학을 배웠다. 후에 자신의 관심대로 인간사를 다루는 부분으로 방향을 그려갔지만, 캠벨이 생물학과 수학을 공부했다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물의 한 종으로서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이론의 뼈와 같은 수학을 통해 그는 세상을 보는 프리즘을 다각화할 수 있었다. 캠벨이 “life lives on life."(삶은 삶 그대로를 사는 것)를 주장하며, 사람은 존재하는 것 그 자체라는 인생관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에는 분명, 과학도 있다. 생물과 수는 이유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으로 옮긴 후, 영문학 학위를 받고 중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달리기에 두각을 나타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모이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계주 주자로서의 경험을 “절정 경험”의 예로 들었었다.
1924년(20세)에 그는 가족과 함께 유럽을 여행했다. 배에서 그는 우연히 크리스나무르티(1895-1986, 29세)를 만났다. 그들은 동양철학에 대해 토론하였다. 그 때 힌두와 인도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캠벨은 이 여행 이후 가톨릭 신자의 삶을 버렸다.
그는 1927년(23세)부터 유럽에서 팰로우쉽을 하여 고전 프랑스어, 산스크리트어를 배웠다. 이 시기의 캠벨을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1차 세계대전(1914-1918) 이후 사회에 환멸을 느낀 미국의 지식인 청년층을 의미)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가 가족들과 함께 했던 유럽 여행과 함께, 당시 미국 지식인층의 동향이 계기가 되어 그도 유럽으로 갔을 것이다. 유럽에 있는 동안 캠벨 자신은 특히 제임스 조이스(1882-1941)를 이 시기의 인물로 기억했다. 토마스 만(1875-1955), 폴 클리에, 파블로 피카소, 프로이트와 칼 융(1875-1961)에게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의 정신적 색채를 한껏 다양하게 물들일 기회가 되었다.
1929년에 돌아온 후(1929년부터 1940년대까지 세계대공황 시기였다. 캠벨은 아마도 경제적 문제를 이기지 못해 미국으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산스크리트어와 현대 예술, 중세 문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어했으나, 교수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다. 이 일이 있은 몇 주후부터 캠벨은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구본형의 <깊은 인생>에서는 이 시기의 해석이 약간 다르다.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않은 것은 캠벨의 의지였으며, 그 후 아무 생각 없이 5년 간(1929-1934) 오두막에서 책을 읽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캠벨은, “하루에 4시간씩 4개의 시기를 둔다면, 3개의 시기를 잃는데 쓰고 나머지 한 시기는 자유롭게 썼다. 나는 하루에 9시간씩 읽었고, 이를 5년 간 지속했다.”고 말했다. 빌 모이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아주 잠깐 나오는데 여기에서도 역시 캠벨이 박사학위를 자의적으로 포기했다는 구절이 있다. 박사학위를 얻고자 했더라면 아마 어떤 방법으로든 취득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캠벨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학자로서의 길을 염두해두었을 법한 사람으로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를 정지시키는 행위였으리라. 캠벨에게도 중대한 결정이었음이 틀림없다. 그것을 우울로 불러도 크게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5년간 책을 읽은 행위는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벌인 사투였다. 그러나 그는 서랍장에 고이 모셔둔 지폐 한 장으로 위안을 삼으며 즐겁제 책 속으로 침전하였다. 바로 이 때문에 캠벨은 범인에서 초인으로 부활하였다.
캠벨은 1934년에 사라 로렌 대학의 교수직을 제안받았다. 그 곳에서 예전 제자였던 진 에드만과 결혼하였다. 그들은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 그 동안 2차 세계대전(1939-1945)을 지켜보았으며, 1972년에 사라 로렌스 대학을 은퇴할 때까지 38년간 교수로 재직하였다. 이 시기에 자신의 비교신화학의 청중을 대중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1987년에 식도암 합병증으로 83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그는 사망하기 직전에 빌 모이어스와 인터뷰를 찍었고 그 인터뷰는 다음 해 봄에 방영되었다. <신화의 힘>은 바로 그 인터뷰의 내용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북리뷰는 아래에 첨부하였습니다.
내가 저자라면
조셉 캠벨은 1987년에 사망하였다. 당시 그의 나이는 83세였으며 원인은 식도암 합병증이었다. 그는 사망하기 직전에 빌 모이어스와 인터뷰를 찍었고 그 인터뷰는 다음 해 봄에 <신화의 힘>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인터뷰 속의 캠벨은 정정하고 맑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 석학이 건강을 잃어감을 안타까워 하며, 지식인들은 그에게 죽기 전 가르침을 청했을 것이다. 캠벨 역시, 자신의 가치관대로 대중에게 비교신화학과 철학을 알려줄 기회를 승낙하였다. 그리하여 이 인터뷰는 Deathbed lecture, “마지막 강의”가 되었다.
http://www.symbolicliving.com/the-power-of-myth-joseph-campbell/
조셉 캠벨의 인터뷰어는 빌 모이어스라는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캠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고 있다. 캠벨은, 자신의 인터뷰에서 “들을 귀가 준비되어 있는 자에게만 깨달음을 전하는” 동양철학의 근본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모이어스는 확실히 준비된 사람이었다. 대중들은 바로 이 학문의 전당에 청강생으로 참여하여 편하게 들을 수 있다.
두 명의 인터뷰 형식은 매력적인 점이 많다. 한 명의 연사가 강연대에 올라 대중을 향해 일방적인 방향의 강의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책이 강연집의 녹취록이었다면, 사람들은 강연자의 이미지를 생각하곤 반응 없는 청중의 한 사람이 되어 하품이나 해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일방적 강연은 고압적이다.
이에 반해, 모이어스와 캠벨의 대화는 <데미안>의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연상시킨다. 물론 싱클레어는 기가 약한 학생에 불과했고 모이어스는 잘나가는 저널리스트였겠지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 역시 서서히 형식의 양복을 벗고 캠벨과 함께 노니는 동생 같은 친구가 된다. 그가 캠벨에게 자신이 평생 품어왔던 종교적 의문을 묻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훼손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해력을 더욱 증강시켜 준데 대해 감사를 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편안하기 때문에 사유가 자유롭게 확장된다. 인터뷰라는 형식이 주는 매력이다. 오솔길로 가득한 숲길 거닐듯이, 두 명의 사람이 사유의 산책을 한다. 그러나 숲 전체를 거닐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계획이 필요하다. 인터뷰어는 약 8개 정도의 목록이 될만한 대주제를 제시한다.
1. 신화와 현대 세계
2. 내면으로의 여행
3. 태초의 이야기꾼들
4. 희생과 천복
5. 영웅의 모험
6. 조화여신의 은혜
7. 사랑과 결혼 이야기
8. 영원의 가면
사실 목차에서 눈에 보이는 유기성은 없다. 다만 그저 “존재할 뿐”이다. 단점이 있다면, 원하는 대답을 어느 색인의 몇 페이지에서 얻을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의 형식이 주는 자유로움의 매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모이어스가 선택한 전략은 바로 이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초반에 하게 하는 것이다. 1장, “신화와 현대 세계”에는 캠벨의 학문과 철학이 집결 요약되어 있다. 이 부분은 캠벨을 개괄한 설명이자, 정리인데, 캠벨을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캠벨의 진가를 한 번에 알아챌 수 있는 기능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돌을 해치운 다음, 모이어스는 편한 마음으로 그 다음의 자잘한 사유를 자유롭게 이끌어낸다. 마치, 논문을 쓰면 그 논문의 서두와 본문, 결론을 첫 페이지에 요약해두는 abstract 페이지와 같다. 다분히 서구적 효율성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유용하다.
다만, 정말 깊이 새기고 싶은 생각, 특히 캠벨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자기 사상의 핵심이 된다고 여기는 부분을 굵은 글씨나 밑줄 글씨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좀 더 가독력이 높아졌으리라. 하지만 동일한 숲을 거닐더라도 각자를 감동시키는 풀과 꽃(심지어 바람, 냄새)가 다른 것처럼 무엇이 중요하다고 손으로 콕콕 짚어 주는 것은 캠벨의 스타일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너무 많은 밑줄을 긋게 될테니 줄을 긋지 않은 부분을 찾는 것이 더욱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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