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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9일 11시 16분 등록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질이 있다. 이러한 기질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운명이다. 외향적, 내향적, 적극적, 소극적, 온순함, 성실함 등의 이러한 기질은 사람마다 다르며,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혹은 양면을 다 가진 것일 수도 있다. 나에게 가장 두드러진 기질은 외향적, 적극적, 유쾌함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만의 동굴로 숨어버리거나 한없는 심연 속으로 침참해 버리는 기질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기질은 서로 번갈아 나타나며 내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감정기복, 이것이 내게는 인생의 화두이다.


 감정기복 때문에 나는 20대를 고스란히 방황으로 보냈다. 23살부터 시작된 우울증은 26살까지 계절적으로 찾아와 내 일상을 폭풍같이 휩쓸고 지나갔다. 깊은 감정의 끝을 경험하고 나온 후의 회복기간은 정말이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정신적 고문의 시간이다. 의학적으로도 우울의 시간보다 이 회복의 시간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자살의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내면의 어둠과 싸우면서 지칠 대로 지친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현실로 돌아오면 뒤쳐졌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걷기도 힘든 몸으로 뛰게 된다. 그러니 그게 되나, 다시 지치고 쓰러져 죽음만을 생각하게 되는 상태로 떨어진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는 우울증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는데, 어머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이후 난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우울증이 환경의 변화와 정신적인 충격으로 감정의 어둠과 빛을 번갈아 경험하게 되는 조울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아마, 그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나의 감정기복을 병으로 인정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기 시작한 시기가. 어머님도 같은 기질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나에게서 우울증이 발현되고 나서 바로 진료를 받게 하셨으나, 나는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까지도 나의 감정기복을 병으로 인정하기 않았다. 벼랑 끝의 삶에서 오는 피로에 의해 육체와 정신이 방전된 것이라고, 여기서 회복되면 23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어머님의 죽음이후 난 삶에의 의지를 송두리째 잃어버렸고 그런 믿음은 사라졌다. 하지만, 죽을 수는 없었다. 이제 이 세상에 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뿐인 동생을 두고 죽는 다는 건 비겁하고 졸렬한 행동이었다. 그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죽을힘으로 살려했던 의지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우울이 빛과 어둠으로 나타났다. 28살부터 경험했던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나를 좌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쌓아왔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회사에서 나와야 했고, 지금까지 무엇보다 소중하게 지켜왔던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는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나만의 동굴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동굴 속에서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다짐했다. 억울했다. 감정기복이 내 삶의 숙명적 고난이라면 이겨내 보겠다고, 죽기 전에 이 고난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도 해 보지 않는다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진심을 다했다. 진료에도 투약에도 운동에도 내 감정을 살피는 일에도. 조금씩 노력의 대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나는 감정의 변화를 감지하여 조절하는 것에 성공했다. 보통은 6개월에서 1년을 주기로 심각한 증세가 보여왔으니 1년 반이라는 시간은 내게 미래에 대한 한줄기 희망이다. 
  
캠벨은 묻는다. “이 세상 누가 고통을 끊어보았답니까? 언제, 어디에서 그런 삶을 살아보았답니까?”

그리고 말한다. “고통에서 놓여나고 싶거든 고통이 곧 삶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말고 용감하게 인정하세요. 우리는 오로지 고통을 통해서만 고상한 존재가 될 수 있답니다. 이런 믿음을 가지세요.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우리에게 동화시키기가 까다로우면 까다로울수록 이것을 성취한 인간은 그만큼 더 위대해지는 거랍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우리가 삼켜버리는 악마가 그런 우리에게 권능을 부여합니다. 삶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돌아오는 상(賞)또한 그만큼 큽니다.”
 그리고 나를 위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당신 자신이 바로 당신의 창조주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게 한 것이 당신의 내부 어디쯤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걸 알아내면 당신은 이것과 함께 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당신 삶의 일부로 즐기면서 사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나는 앞으로 나의 내부 어디쯤에서 ‘감정기복’이 생기는 것인지 알아낼 것이다.

알아내 내 삶의 일부로 즐기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극복해 내리라.

그렇게 나는 내 안의 영웅을 깨워내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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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11:57:16 *.166.160.151

나라야...눈물이 난다.

꼭 한번 안아주고 싶다. 지금

언젠가 내 친구가 이야기했다. 그 친구한테 좋은 일이 있어서

곁에 있으면 안아줄텐데, 그랬더니 그친구왈...만날때까지 아무한테도 안기지 않을테니

만나면 안아주라. 그러마고 했다.

그러고는 안아주었는지는 기억이 없네.

우리가 사는 우주 어디쯤에서 우리의 인연이 닿았는지 모르지만

지금 여기에 함께 있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은지는 내가 알아서 공부하고.

주말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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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13:05:54 *.128.69.77

길수형님,

글을 쓸때도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형님의 '눈물이 난다'에 왈칵 쏟아져 내렸어요.

칼럼을 올리기 까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아...

이거 메일로 보낼까.

괜한 편견을 가지게 하지는 않을까?

칼럼 ... 다시쓸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올렸습니다.

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기에 형님과 제가,

그리고 사부님과 팔팔기가 함께 있으니까요.

 

아마... 이번 주말 저는 장례식에서

많은 눈물을 흘릴 거 같습니다.

그때.. 안아주세요. 꼬옥... 

제 흐느낌이 남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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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15:14:14 *.114.49.161

나라짱(짱 그러면서 나는 면접여행 때 받은 카드에 씌어 있던 영어처럼 손가락 두 개를 세워봐요)

저도 그 싸움, 조금은 이해합니다.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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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23:39:09 *.192.218.71

콩두언니,

사실 전 연구원에 들어온 이유가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함입니다.

이 싸움을 위한 새로운 가족이 필요했고,

그래서 사부님은 제게 기회를 주셨다 생각합니다.

함께가자는 언니의 말.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제가 손내밀때 따듯하게 잡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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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17:34:40 *.51.145.193

아픔이 많으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들어드리는 것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 토해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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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23:43:59 *.192.218.71

재용오빠,

가끔은 가만히 들어주는 사람이 제 구원이 되지요.

제가 이런 글을 쓸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가슴으로 느껴줄 수 있는 여러분이기에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다 토해내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다려주실거지요?

가볍지 않을 거거든요. 제가 다 토해낼 수 있는 그 때.

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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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19:56:00 *.118.21.153

나라 ~

해결되지 않은 감정

케케 묵어 너를  때로  괴롭히는 감정이 

널 요동치게 만드는 거겠지....

 

알아내고 극복하고 반드시 네 안에 잠자고 있는 영웅을 이끌어 낼 것을 믿는다

힘내고 ~ ㅎㅎ

 

내가 안아주고  싶었는데...ㅎㅎ 길수 행님이 선수쳤다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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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23:46:27 *.192.218.71

성희언니,

전 밝은 모습 속에 많은 상처와 아픔을 가진 사람입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가끔씩은 울컥울컥 가슴을 칩니다.

이제는 그럴때 혼자있지 않으려 합니다. 그때... 안아주세요.

몇 번이고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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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0 00:20:13 *.142.242.20

언니......

언니..... 사랑해요. 

나는 언니를 오래 보지 않았기에, 

함부로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오래 본 사람보다도 더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우면서도, 너무 소중한 

언니 내면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사랑'한다고, 이야기 할 수 밖에요.

난 길수행님, 성희언니가 안아주는 틈바구니에껴서 

언니에게도 안기고, 또 행님과 큰언니에게도 안겨야겠습니다. 


함께, 고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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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0 13:04:21 *.128.69.77

세린아...

언니의 이야기가 세린이에게

무겁게 다가가진 않았을까 염려되지만..

그런 걱정을 안하련다.

음... 언니는 말이야. 팔팔이가 되면서

이제 이 사람들은 내가 평생 봐야하는 가족.

이렇게 마음으로 받아들였어. 그러니까 보여줄 수 있는 걸꺼야.

 이제 내 동생이 된 세린. 언니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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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4 01:25:34 *.229.239.39

나도 뒤 늦게 기어들고 싶네. 이유를 간단하게라도 말 하면...혹시 '심통'날까봐..조바심이 생겼다. 이제서야 늦장 부리다가 들어와서 집나간 집에 홀로 들어와 놀고간 흔적보며... 나도 한마디 남겨야것지..했다. 나라야... 글을 쓴다는 것이 아픔을 덜 해준다는 것을 ....나는알았다. 이렇게라도 글을 쓰며,위로하고,또 힘을 낼 너 안의 거인을 일깨우는 지적 수련이 우리를 만나게 했구나...사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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