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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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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0일 01시 38분 등록

다독(多讀)은 많이 읽기입니다. 여기서 ‘많이’는 책의 종류와 책 한 권을 읽는 횟수를 말합니다. 두보(杜甫)의 시에 나오는 ‘다섯 수레의 책은 읽어야 한다(須讀五車書)’는 말과 공자가 <주역>을 거듭 읽어서 죽간(竹簡)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은 다독에 대한 강조입니다.

 

정독(精讀)은 깊이 읽기입니다. ‘깊이’라 함은 그저 천천히 꼼꼼히 읽는 게 아니라 뜻을 새기며 읽는 걸 말합니다. 깨닫기 위한 독서입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길주(洪吉周)는 독서에 있어 “재주는 부지런함만 못하고, 부지런함은 깨달음만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똑똑한 머리보다 근면한 독서가 낫고, 깨우치며 읽는 것이 최고라는 뜻입니다.

 

조선 중기의 인물 김득신(金得臣)은 <사기>의 ‘백이열전(伯夷列傳)’을 1억 1천1백 번을 읽었습니다. 당시 1억은 10만을 의미합니다. 그는 갑술년(1634년)부터 경술년(1670년)까지 즐겨 읽은 옛글 36편의 독서 횟수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고문36수독수기(古文三十六首讀數記)’라는 글입니다. 그는 1만 번 이상 반복해서 읽은 책들을 꼽고는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장자>와 <사기>, <대학>과 <중용>을 많이 읽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읽은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글에는 싣지 않는다. 만약 뒤의 자손이 내 ‘독수기’를 보게 되면, 내가 독서에 게으르지 않았음을 알 것이다.”

 

당시 독서가 묵독(默讀)이 아닌 소리 내서 읽는 성독(聲讀)임을 감안하면 기막힌 독서벽((讀書癖)입니다. 김득신만큼은 아니지만 걸출한 옛 문사(文士)들 중에 좋은 책 몇 권을 수백 수천 번 읽은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정민 교수는 “옛 사람들이 말하는 다독은 이 책 저 책 많이 읽는 독서가 아니라, 한 번 읽은 책을 읽고 또 읽는 다독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쯤 되면 다독은 정독과 같습니다. 정독의 창조적 반복이 다독입니다.

 

정민 교수는 <일침>에서 ‘우작경탄(牛嚼鯨呑)’ 독서법을 알려줍니다. 소는 여물을 빨리 먹어 일단 배를 채운 뒤 여러 번 되새김질해서 완전히 소화시킵니다. ‘우작’은 ‘소가 되새김질하듯 읽는 독서법’입니다. “한 번 읽어 전체 얼개를 파악한 후, 다시 하나하나 차근차근 음미하며 읽는 정독”입니다.

 

‘경탄’은 고래가 큰 입을 벌려 바닷물과 물고기 등 온갖 것을 통째로 삼킨다는 뜻입니다. 물은 이빨 사이로 빠져나가고, 물고기들은 고래 뱃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고래의 큰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경탄도 부지런히 반복해야 합니다. 독서에 비유하면 다독입니다. 정민 교수는 “‘고래의 삼키기 독서법’은 강렬한 탐구욕에 불타는 젊은이의 독서법이다. 그들은 고래가 닥치는 대로 먹이를 먹어치우듯 폭넓은 지식을 갈구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에 따라 정독과 다독 둘 중 하나를 강조하기도 하고, 젊을 때는 다독을 중년 이후에는 정독을 권하기도 합니다. 내게 정독과 다독은 크게 다른 독서법이 아닙니다. 양자택일의 문제도 아닙니다. 정독과 다독은 상호보완적 관계입니다. 다양한 책을 읽어야 편협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좋은 책을 고를 수 있습니다. 정독해야 책을 소화할 수 있고, 재독(再讀)해야 깊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훌륭한 책 한 권만 한 양식(糧食)이 없고, 좋은 책도 소화해야 존재에 득이 되고, 깨달음이 있어야 삶에 보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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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 저, 일침, 김영사,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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