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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달력 숫자의 일상이 젖어갈 때 동료와 함께 회사근처 식당에 들렀다.
“아줌마. 갈매기살 한 접시하고 소주 한 병 주세요.”
처음 들리는 곳이라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무언가가 내 눈에 번쩍 뜨인다.
‘어라, 저게 뭐지.’
주방 위쪽에 현수막으로 커다랗게 쓰여 있는 글귀.
웃긴다.
색다른 문구. 사업주 자신의 철학을 이렇게 매장에 걸어놓은 것은 처음 본다.
그래서일까. 괜히 고기 맛이 남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은.
메아리와 함께 따라놓은 술 한 잔을 들이킨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실 칠판 옆에는 항상 이런 문구가 벽에 붙여 있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는 글귀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지만 죽어라고 외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의 무서운 매가 동반 되었었기에. 그런데 얼마나 지독하게 암기를 하였었으면 그토록 많은 시간이 지난 작금에도 가끔씩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일까.
자신 혹은 단체의 나아갈 지표를 새긴 문구를 사명서 라고 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느 곳으로 향해야할지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가슴에 뜨거움으로 간직한 이 사명 선언문은, 칠흑같이 어두운 바닷길에서도 한 점 등대의 불길과 같이 우리를 인도한다.
불혹으로 들어선 어느 해. 공식적인 중년의 아저씨로 등단되는 시기이다.
새해 첫날. 가장 먼저 한일은 앞으로 10년 동안 하고 싶은 꿈들을 시각화하는 보물지도의 작업과 함께 스스로의 지표로 삼을 선언문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강점으로 내세울만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하나.
어떤 탤런트로써 다른 이들에게 보시(布施) 할 것인가.
남들이 써놓은 거창한 내용들을 여러 샘플로 읽어 보았지만 그것은 내 옷이 아닌 것 같았다.
무엇으로 정할까.
다니던 회사를 나와 다른 업에 종사할 무렵 관련된 자격증 이수를 위한 과목중 미술치료라는 것을 수강하게 되었다.
“자, 지금부터 본인을 나타낼 수 있는 사물 하나를 정해 봅니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습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라?
쉽지 않은 화두의 고민 속에 참석한 이들의 발표가 시작 되었다.
귀걸이, 안경, 시계, 옷, 가방, 구두 등.
두근거리는 가운데 내 차례가 되었다.
“목소리요!”
그랬다. 나를 나타내고 나를 표현하고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써 나는 목소리를 내세웠고, 그것을 살아온 세월만큼의 한 뼘만큼 기다란 목의 성대를 통하여 처음으로 힘 있게 세상에 내어 놓았다.
목소리.
목소리는 살아 있는 생물의 내면에서 보이지 않게 존재하다가 적당한 시기와 환경의 때가 되었을 시 외부로 그것이 발산되어지는 매개체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떨림의
믿음의
가벼움의
주눅 든
비굴함의
당담함의.
목소리를 통한 말은 그를 표현하는 상징이 되고,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표징이 되고, 인격을 나타내는 기준이 된다.
볼펜을 들고 나는 한 줄로 간단명료하게 작성 하였다.
“나의 목소리로 세상을 밝게 합시다.”
나는 목소리로써 먹고 사는 직업을 지향한다.
나는 목소리로써 사람들에게 힘을 새롭게 하고
희망을 솟게 하며
다시금 자신안의 자신을 일어서게끔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옛날 광야에서 외치는 누군가처럼 외친다.
나의 목소리로써
나의 울림으로써
나의 음성으로써
세상에 나의 존재를 알린다.
저희는 어제 행사로 마감이 하루 늦춰졌습니다. 하루 미뤄졌다고 열심히 공부하기 보담, 쎄게 더 놀았어요. 전력질주로 출근해서 눈꼽 붙인 채 칼럼 게시판에 들어왔어요. 시계처럼 제깍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넘버 96 글에 존경의 종을 댕댕 울립니다. 스마일이 아니라 목소리라구요? 미술치료 시간이니 목소리를 어떻게 그리셨을까 궁금해하며 읽어갔습니다. 나의 사명선언서를 생각해봐야 겠네요. 국민교육헌장과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고 있는 (그런데 저거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외우고 있으면 불끈함 비스무리한 게 올라오던데 말입니다 ) 또 다른 공식적인 중년 아줌마 1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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