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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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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6일 02시 21분 등록

애인(愛人)

 

나는 당신이 자기 스스로와 가장 친한 사람이길 바라고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사람 때문에 행복하길 바라며

불확실한 인생이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천개의 문제, 하나의 해답 / 문요한 -

 

동해로 가는 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길가에 핀 벚꽃들이 예뻐 보여 잠시 걷고 싶었거든요. 햇살은 따사롭고 지나가는 차도 없었으며, 아이들은 뛰고, 벚꽃 길은 평화로웠습니다. 길가에 있는 정자에 잠시 앉았는데 바로 옆에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벚꽃 길에 피어있는 작은 살구꽃..‘허..예쁘다!’처음에는 화려한 벚꽃들의 유혹에 끌렸지만, 결국 수줍어하듯 은근한 매력을 지닌 미인에게 마음을 주었습니다. 분홍의 살구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강릉의 바다는 푸르름입니다. 신발을 벗고 아이들과 함께 발목까지만 들어 갔는데도 온 몸이 떨려 왔습니다. 시린 소금물에 젖은 발을 모래 속에 파묻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에 달구어진 한낮의 모래는 달달하고 기분좋은 부드러움입니다. 옷을 입은 채로 모래 위에 누웠습니다. 온 몸으로 햇살을 받고, 바닷바람을 느끼니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파도치는 소리와 함께, 비릿한 바다내음이 알수 없는 시원함과 상쾌함을 주었습니다.

 

근래 한달 간 마음에 먹구름이 끼어 있었습니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사람과 환경 때문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했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상황으로 주변환경이 바꿀 수 없다는 마음이 나를 지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이란 지나친 피로를 요구합니다. 내가 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언제였는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적이 언제였는지? 바다에 발을 담가본 적이 얼마만인지.. 모래사장에 대자로 누워, 따뜻한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 본 적이 언제였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해보니 내가 너무 피곤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제보다 나아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위의 모토를 가진 변화경영연구소의 전체총회가 강릉에서 있었습니다. 새로운 8기 연구원들이 모든 연구원들 앞에서 자신들의 장례식을 치루는 첫번째 입학수업이자, 책을 펴낸 연구원들의 출간 파티, 그리고 춤과 노래가 함께 하는 봄소풍 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체험하는 슬픔과 새로운 탄생의 설렘이 있었고, 치열하게 공부했던 일년을 떠나보내고 홀로이 길을 떠나야 하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모두를 유쾌하게 했던 장기자랑과 춤이 있었고, 산고의 고통 끝에 얻은 출간과 축하가 있었습니다. 음악과 인생에 대한 통찰이 있었고, 선배들의 애정과 스승의 사랑이 더해졌습니다.

 

나를 찾고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어제보다 아름다워지겠다는 것은, 사회와 직장에서 만나는 얕은 관계에 절망하면서, 해가 더해갈수록, 쉽지않은 다짐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 쉽지 않은 다짐을, 마음 속에 담고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수줍은 살구꽃과 푸른 바다를 닮았습니다.

 

누군가의 독백같은 하모니카 소리와 함께 하루가 저물어 갈 때, 달빛 맑은 강릉의 밤바다를 보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애인(愛人)’종착점이 있는 것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목표도 아니지만,‘사람을 사랑하고 생을 찬미하는 것’그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사월의 봄 밤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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