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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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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7일 00시 05분 등록

조선왕조의 정궁(正宮)인 경복궁(景福宮)의 심장은 근정전(勤政殿)입니다. 근정전은 임금의 즉위식, 과거시험, 문부백관의 조하(朝賀), 외국 사신 접견 등 국가의 중대한 의식과 행사를 거행하던 정전(政殿)이자 법전(法殿)입니다.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건축물의 이름을 ‘근정(勤政)’, 곧 ‘부지런하게 정치하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복궁 내 주요 전각의 이름을 지어 올리라는 태조 이성계의 명을 받든 이는 정도전입니다. <태조실록> 4년 10월 7일자를 보면 정도전이 임금에게 ‘근정’의 의미를 풀이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천하의 일이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부지런하지 못하면 폐(廢)하게 됨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이어서 그는 <서경(書經)>에 나오는 문장과 중국의 순(舜)임금과 우(禹)임금 등의 이야기를 빌려 부지런함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경전과 역사적 사례를 근거로 근면의 미덕을 강조한 것입니다. 정도전은 임금에게 전하고 싶은 바를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러나 임금으로서 부지런해야 하는 것만 알고 부지런해야 하는 바를 모르면, 그 부지런하다는 것이 오히려 번거롭고 까탈스러움에 흘러 보잘것없는 것이 됩니다.”

 

부지런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무엇에 근면할지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에서 “이 점은 예나 지금이나 통치자가 범하는 가장 큰 과실(過失)의 근원이다. 이는 대통령부터 회사 사장, 가정의 가장까지 새겨들을 말”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부지런해야 할까요? 정도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아침엔 정무를 보고(聽政), 낮에는 사람을 만나고(訪問), 저녁에는 지시할 사항을 다듬고(修令), 밤에는 몸을 편안히 하여야(安身) 하나니 이것이 임금의 부지런함입니다. 부디 어진 이를 찾는 데 부지런하시고, 어진 이를 쓰는 것은 빨리 하십시오. 신은 이로써 (근정전의) 이름 하기를 청하옵니다.”

 

임금이 부지런할 바로 휴식을 꼽고 있습니다. 중요한 일을 할수록 쉴 줄 알아야 한다, 매일 도끼 가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유홍준 교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쉴 때는 편히 쉬는 것이 부지런함에 해당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 인생의 여백을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도전은 확실히 상수 중의 상수였다.” 상수(上手)는 고수와 같은 말입니다. 유홍준 교수는 말합니다.

 

“답사에 연륜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경구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였다.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무수한 상수(上手)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의 가치를 밝혀낸 이들도 내가 따라가기 힘든 상수들이었으며,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필부 또한 인생의 상수들이었다.”

 

유홍준 교수의 설명을 듣고서야 나는 무릎에 손이 갔습니다. 그에게 정도전이 ‘인생도처유상수’의 증거였다면 내게는 그가 ‘상수 중의 상수’입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 : 인생도처유상수>를 읽으며 문화유산을 만든 고수들에게 감탄했습니다. 문화유산의 멋을 맛있게 펼쳐놓는 저자의 내공에 또한 감탄했습니다. ‘인생도처유상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야말로 ‘인생도처유상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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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 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 창비,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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