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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7일 07시 21분 등록

한해살이의 변신이야기

                                                                                                                                                                  최 세 린


 뜨거운 1박2일의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입학여행은 마치 3박4일간 다녀온 여행처럼 느껴졌다. 여행은 많은 추억들을 내 마음에 아로 새겼다. 입학여행. 단어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오리엔테이션, 엠티 등 새로운 곳에 들어가면 가게 되는 여행들이 있는데 그 이름을 있는 그대로 ‘입학여행’이라고 부르니 봄냄새가 물씬 풍긴다.  향기롭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날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주차장에서 나는,  낯가림이 심하진 않지만 소심한 성격에, 사람들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하지만 환한 미소를 부르는 얼굴들 앞에 좀 더 당당해져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책을 쓰러 왔습니다. 선배를 닮아 좋은 책 쓰고 싶습니다.”라고 소개를 마치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준(8기 연구원 동기)이 옆에 앉는다. 입학여행이 시작됐다. 나는 버스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달려갔다. 1기 연구원 선배부터 8기 연구원 동기들까지 그리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신 구본형 사부님,  ‘음악과 인생에 대하여’를 강의하러 함께 동행해주신 이만방 선생님의 마음 구석구석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음이 갈래갈래 나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으로 내 마음을 보내고 싶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 마음에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여긴 이상하다. 사람들이 모두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하고, 서로를 존재하게 한다. 이 사람들 뭔가? 근데 이 곳에서 이리 편안하게 좋아하고 있는 나는 뭔가? 나도 이상해진 건가? 원래 인간의 공동체가 이래야 하는 것인가?’ 


 생각은 문득 떠오르더니 스쳐지나갔다. 뭐 더이상 생각하고 따지고 원인을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없었다. 난 그저 그 안에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해지면서 또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있었기에 그것을 그냥 받아들였다. 그러니 아주 편안했다. 


 그 날 오후, 나는 죽었다. 세상에서 마지막 작별 편지를 읽는 시간에 나는 죽었다. 나는 슬퍼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보다 앞서 죽은 동기들 뒤를 따라야 했기에 그랬을까? 다른 사람들의 슬픔까지 다 안고 죽고 있었다. 나의 죽음보다 앞서 죽은 동기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유언장을 읽었다. 난 그때 한 번 변신했다. 죽었으니 변신 할 수 밖에. 변신의 결과는 사부님 앞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회가 달았다. ‘왜이리 맛있노.’ 원래도 회를 좋아하는데 회를 더 좋아하게 됐다. 꿀보다 달았다. ‘죽고 나니 먹을 것이 이렇게 달구나.’ 싶었다. 


 그 날 밤 나는 춤을 췄다. 원래 리듬감이 좀 있다. 나는 내가 어떻게 보여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내가 춤을 추면 ‘의외성’을 발견이라도 한 듯 이야기 한다. 꼭 이와 비슷하게 말한다. ‘보기와 다르게 춤 좀 추네요.’ 기대감을 많이 심어주지 않았던 터라 나의 작은 움직임이 사람들에게 크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걸 좋아하는 욕망을 갖고 있나보다. 춤을 추러 다니진 않지만 춤추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에 춤춘 것에 대해서는 변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변신을 위해 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표정이었다. 나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춤에 임했다. 작은 변신에 성공했다. 구본형 사부님도 이시간에 변신하셨는데(내 입장에서) 새내기 연구원들의 장기자랑이 끝나자 폭죽을 들고 오셔서 ‘퐁!’ 하고 터뜨려주셨다. 폭죽 세레모니는 내게 큰 선물로 다가왔다. 기쁘게 해드린 것 같아 좋았다. 


 다음 날 오전, 책을 쓴 선배들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내 마음이 꿈틀거리며 나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내가 연구소 문을 두드린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작년에 쓴 ‘너는 가능성이다’라는 가제를 가진 초고를 고치고 싶어서였다. 물론 지금도 이 초고를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1기 홍승완 선배가 출간되지 않더라도 완성해 놓으라는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것 뿐만이 아니다. 내 마음에 강력하게 무찔러 들어온 것은 <<천개의 문제, 한개의 해답>>의 저자 1기 문요한 선배의 ‘첫 책 쓰기 위한 5가지 팁’ 대담 중에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야 한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것을 써라.’


 나는 5년이 넘도록 비정규직, 한해살이를 하고 있다. 한 해 한 해 나는 재계약이라는 문서를 접한다. 만약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 수십군데 심지어 백군데에 달하는 학교에 나의 이력을 공개하는 지긋지긋한 짓을 매년 10월 말부터 새해 2월 말까지 해야하는 수고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물론 3년 째 한 학교에 있지만 매년 다른 학교로의 탈출을 시도하기 때문에 매해 4개월 씩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좀 더 나은 조건, 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나서는 철새처럼 날아다니며 부단히도 애를 썼다. 이것이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것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도 꿈을 꾸며 살 수 있는, 꿈을 향해 많은 도전과 시도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내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해야겠지만)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나다운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이 바라보는 세상, 읽는 책에서 얻는 영감, 꾸는 꿈 등 나의 입장에 보는 새로운 시각을 창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정말 엄청난 발견이자 변신의 시작을 알리는 생각이다. ‘너는 가능성이다’에 갇혀 있었던 사고가 변신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소재가 되지 않더라도 나는 나를 더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비정규직, 청년 실업 문제는 아주 보편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선배의 말을 다시 한 번 마음에 깊이 새긴다. 더군다나 꼭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첫번째 한명석 선배의 강연은 더욱 나를 힘나게 했다. 평범하지만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는 책도 이 세상에 나와주면 좀 어떤가. 망설이지 말고 먼저 움직여야겠다. 한해살이는 정면으로 승부하기를 다짐해본다. 네번째로 강연해준 <<니케이 미소를 보았는가>>의 작가 김성렬 선배의 팁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해낸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훈련과 수양의 계획을 세워본다. 


 입학 여행에서 나는 사람 풍경을 많이 보았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전나무 숲길에서, 다목적실에서, 5층 스카이라운지에서,아침 바다 앞에서, 아우라지에서 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사람들과 어울렸다. 


 예부터 강과 산이 수려하고 평창군 도암면에서 발원되어 흐르고 있는 구절쪽의 송천과 삼척군 하장면에서 발원하여 흐르고 있는 임계쪽의 골지천이 합류되어 "어우러진다" 하여 아우라지라 불리우고 있는 아우라지에서 ‘터닝포인트’가 무엇인지 들었다. 벽과 싸우지 않고 나는 내 길을 간다. 그러다 보면 벽이 있는 곳에서 멀어지면서 벽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출렁이게 되겠지. 한해살이가 어떻게 변신하게 되는지 그 변신이야기의 서막이 열렸다. 기대하시라. 

To be continued

IP *.142.2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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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7 12:19:06 *.51.145.193

'죽고 나니 먹을 것이 이렇게 달구나' 키햐하~ 멋진 말.

여행은 꿈 같았지요. 꿈 같았습니다.

춤을 출때 온 몸이 울분을 토하듯 쏟아내는 걸 옆에서 보았습니다. 멋졌습니다.

세린님의 책 또한 이와 다르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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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7 12:41:15 *.36.72.193

^.^ 춤을 다 추고 팔팔이들이 진정하고 앉았는데

오빠가 이렇게 말해줬지요 "예쁘네요. 예뻤습니다."

 

그 말 속에서 나는 진정성을 느꼈습니다. 내가 열심히 즐기려고 한 것이

한 사람에게 전달됐다 싶어 난 나를 더 아름답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ㅎㅎ

얼른 5월 오프수업 날 왔으면.

재용오빠와 함께 할 수 있으니~!

 

thanks a 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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