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샐리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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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아스와 오뒤세우스의 스피치 배틀
‘이윽고 오뒤세우스가 일어났다.
오뒤세우스는 한동안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장수들을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역시 그는 탁월한 웅변가였다.
오뒤세우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타이밍을 포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이아스의 웅변이 끝났다.
오디세우스는 바로 분기탱천한 마음으로 자신을 변호하려 달려 들지 않았다.
한동안 바닥을 내려다 본다. 그리고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든다.
자신의 웅변을 기다리는 청중- 장수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드디어 운을 떼기 시작한다.
10여년 전에 분당에 있는 중형교회를 가 본 적이 있다. 이천명쯤 모이는 중대형 교회였는데, 목사님의 설교 시작이 참 특이했었다.
목사님이 단상에 오른다. 그 분은 바로 설교를 시작하는 법이 없다.
우선 일이층에 가득찬 신도들을 왼편부터 시작하여 오른편 그리고 이층까지 모두 한번 휘둘러 본 후 설교를 시작하신다.
그 잠시의 1,2분의 정적은 목사님의 설교를 기다리기에 충분했고 그 시간 성도들이 목사님에게로 집중되는 에너지는 놀라웠다.
지금은 출석인원 5천명이 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펠라스기 인들이여, 만일에 신들께서 내 기도와 그대들의 기도를 들어주셨더라면, 우리가 아킬레오스의 유품을 둘러싸고 벌이는 분쟁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킬레오스여, 그대가 살아 있더라면 그대는 아직도 이 무기로 싸우고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대와 함께 싸우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모이신 장수 여러분, 가혹한 운명이 우리와 아킬레오스를 이렇게 갈라놓은 이상.....”
이 대목에서 오뒤세우스는 눈물 닦는 시늉을 하고 말을 이었다.
오뒤세우스는 청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청중의 감성을 요리 할 수 있는 웅변가였다.
우리가 모두 사랑했던 큰 장수 아킬레오스를 잃은 슬픔을 자극시키며 초반부에서 청중을 같은 공감대로 묶는대 성공한다.
스피치의 성공여부는 초반 2-3분 안에 성패가 갈린다. 처음에 청중을 어떻게 집중시키고 얼마나 청중을 사로잡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 시절에 이미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가? 웅변을 하고 있는 목적이 무엇인가?
상황은 아이아스와 오뒤세우스가 아킬레오스가 남긴 유품이 각자 자기 차지가 되야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자리다.
목적은 웅변을 잘 해서 아킬레로스의 유품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뒤세우스는 아킬레오스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 웅변을 시작하고 있다.
논리적인 접근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그 시작을 하는 장면이다.
예전 7-80년대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재미없는 시간들이 있었다. 광고가 언제 끝나나 하며 텔레비전을 시청했던 기억들이 우리에겐 있는 것이다.
그런데 “SK의 사람을 향합니다.” 시리즈를 시작으로 감성광고가 등장하며 광고판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감성이 녹아져 있고 스토리가 들어가면서 광고가 재미있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알았다. 이성, 논리를 뛰어 넘는 힘이 감성이라는 것을....
“무기로 싸우는 자에게만 공이 있고, 머리로 싸우는 자에게는 공이 없는 것은 아니오.
따라서, 상은 무기로 싸워 공을 세운 사람에게만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오.”
아이아스여, 우리가 싸움에서 이기자면 그대의 오른팔이 필요하오, 그러나 그대에게는 그대의 갈 길을 일러줄 내가 필요하오.
그대에게 힘은 있되 지혜가 없소. 나는 오래전부터 지혜로운 사람으로 불리던 사람이오.
그대는 싸울 수 있는 사람이오만 나와 상의한 연후에야 싸울 때를 정하오.
그대는 그대의 몸으로만 그리스 군을 섬기지만 나는 온몸과 온 마음으로 그리스 군을 섬기오,
키잡이는 노잡이 보다 나은 법이고 장수는 졸병보다 귀한 법이오.
나의 지력은 나의 체력보다 윗길인데, 내 힘은 바로 이 지력에서 나오는 것이오,
스피치 배틀을 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 즉 경청을 잘 해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뒤세우스는 잘 듣는 사람이었다.
아이아스는 계속 자신의 힘을 강조하며 오뒤세우스를 사기꾼, 협잡꾼, 비겁한 자라고 몰아붙인다.
말을 잘하고 영리한 오뒤세우스는 아이아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잘 드러내 청중에게 다가갈까를 생각했을 것이다.
위 문장은 거의 웅변의 마지막 부분이다. 나에겐 지략이 있지만 당신에겐 힘이 있음을 인정해주는 부분도 뛰어난 전략이다.
체력이 있는 장수와 지력이 있는 장수 과연 청중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이 엄청난 세월을 뛰어 넘은 나에게도 감동적인 연설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이 연설을 들은 장수들이 오디세우스의 손을 들어 준 것은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강점 약점도 인정하고, 아이아스의 강점과 단점을 일일이 열거하며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 것이다.
명 연설은 이렇게 완성되어 지는 것이다.
웅변의 힘은 과연 위대했다.영웅 아킬레오스의 유품인 무기는 이 웅변가인 오뒤세우스의 차지가 되었으니까
그러나 아이아스는 분노로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슬픔과 분노가, 어느 누구도 정복하지 못하던 아이아스를 정복한 것이다.
아이아스와 오뒤세우스의 스피치 배틀은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슬픔, 분노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아이아스가 자결 하는 바람에
21세기 우주시대를 살아갈 글로벌 리더들은 Win-lose 가 아닌 Win -Win 할 수 있는 높은 의식 수준의 스피치 배틀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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