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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7일 10시 57분 등록

변신 이야기 (Metamorphoses)

(Publius Ovidius Naso , 이윤기 옮김, 민음사, 1998. 08. 05)

 

1. ‘나는 시인이다.’ (저자에 대하여)

 

오비디우스.JPG

Publius Ovidius Naso

Publius Ovidius Naso (BC 43~AC 17)         

 

번역가의 노고인가, 원판의 아름다움인가. 변신 이야기에서 소개되는 신들의 이야기는 2천년 전의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흥미진진함이 있다. 어떤 부분은 아예 한편의 시다. 그렇다. 오비디우스는 시인이다. 오비디우스는 로마에서 잠시 동안의 아우구스투스 집권 시에 관리의 경력과 변호사의 경력이 있는데, 당시 법정 변론을 하려 해도 말이 저절로 시가 되었다고 하는 어쩔 수 없는 시인이었던 모양이다. 법 앞의 시, 시 앞의 법. 멋진 사람임에 분명하다.

 

오비디우스는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치 주의 술모에서 지방의 부유한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당시의 많은 기사 층 출신의 자녀들처럼 오비디우스는 일찍 로마로 유학하여 관리가 되기 위한 필수교육인 수사학과 웅변술을 배웠다고 전해진다. 법조계로 진출하는 것이 부친의 소망이었으나 본인은 법률 공부보다는 詩作이나 화려한 사교를 즐기지 않았겠는가. 존경해 마지 않는다.

 

오비디우스는 얼마 간 아테네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세계의 중심은 페르시아에서 로마, 그리스로 이양되는 시기였으니 오늘날의 Pax Athenicana, Pax Romanicana 쯤 되지 않았겠 나하며 혼자 중얼거려 본다. 당시로부터 약 500년 전에도 헤로도토스라는 걸출한 역사가이자 여행가는 아테네의 자유의 공기를 흠뻑 마신 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때 아테네는 너무도 아름다운 도시였. 자유의 공기가 넘쳐났고 사람들은 토론하고 학문을 얘기했. 나는 아테네가 무척 마음에 들었. 당시 아테네의 왕 페리클레스였 그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적인 국가을 실천하시고 계셨던 분이지. 나는 그분을 열렬히 숭배한 나머지 그분의 실천에 같이 동참했다네.하며 아테네와 그 자유의 공기를 흠모에 마지 않았다. 오비디우스 역사 이와 같았을 게다.

 

한번 자유를 만끽한 이 젊은 시인은 다시 로마로 돌아가 관리가 되었지만 그 삶은 견디기가 힘든 것이었다. 이후 자기 삶의 방향을 전업 시인으로 정하였다. 당시, 문인들을 후원하는 ‘메살라 코르비누스'에 발탁되어 당시의 유명 문인들과 교류를 갖게 된다. 문학가들과의 교류는 곧 시인 서클에 가담하기에 이르렀고 그는 당시에 유행했던 연애 그의 유려한 필체로 녹여 대중의 명성을 얻었다. 이때 지었던 책은 유명하다. 소개하자면 '사랑도 가지가지', '여류의 편지', '흑해에서 온 편지', '사랑의 치료법' 등이 있다. 이름도 참 재미있다. 그러나, 연애에 대한 기교를 시적 형태로 엮은 [사랑의 기술(Ars Amatoria)]이 풍속을 문란케 하는 책이라 하여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노여움을 샀고 그는 그답지 않게 연애를 주제로 하는 詩作을 중단한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인류의 큰 선물이 되는 변신 이야기에 몰두하게 된다.

 

이후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으나 당시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는다. 그때가 AC 8년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이성원 교수의 추측은 이렇다.

 

오비디우스는 로마인들이 세운 제국 ‘Roma’의 철자를 거꾸로 하면 애욕의 신 ‘Amor’가 된다는 사실을 대단히 흥미롭게 여겼다. 제국을 이룩한 것이 궁극적으로는 무력에 의한 정복전 이었을 진대, 오비디우스는 폭력과 인간의 애욕이 동전의 양면이라고 느꼈음일까? 엄청난 제국을 이룬 로마는 문화적으로는 피정복국인 그리스의 압도적인 영향하에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마는 무엇인가? 그리스와 구별되는 로마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변신의 주제는 이러한 로마의 정체성 문제에 간접적으로 물음을 제기하는 장치가 된다. 로마를 바라보는 오비디우스의 시선에는 그래서 약간의 지적 희롱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아마도 이 점이 아우구스투스의 눈 밖에 나서 흑해 연안의 작은 마을로 추방되는 이유이기도 하였으리라고 짐작되고 있다.’

 

오비디우스에 대해 마무리 하자. 오비디우스의 위대함은 그가 단지 구전으로 전해지던 신화에 대한 집대성을 하였다는데 있지 않다. 여느 시대가 그러하듯 전쟁은 그 시대를 규정짓는 커다란 사건인데 지금 이 땅의 모습을 대변하는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이 60년 전의 한국전쟁이듯 그가 살았던 시대의 변곡점 또한 전쟁이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으로부터 시작된 대규모 전쟁뿐만 아니라 그리스 반도의 해변 국들 간의 전쟁, 로마의 토호세력간의 분쟁까지 사회의 모든 시선과 열정이 전쟁에만 몰두한 시기였다.

 

더구나 옥타비아누스라고도 불리던 아우구스투스는 로마 공화정의 첫 황제다. 이전에도 로마라는 국가는 존재하였으나 제국의 면모는 없었으며 카이사르와 술라에 의한 독재권으로 통치되던 나라였으니 제국의 면모를 처음으로 구축한 이가 바로 아우구스투스가 되겠다.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예수가 살던 시대의 통치자다. 예수라는 희대의 영웅을 속국에 인민으로 거느렸다는 것 자체로 그의 존재 가치는 빛을 발한다. 그러나, 예수라는 사람이 엎으려 했던 세계의 원흉이었으니 영웅의 탄생을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겠다. 이 시기의 전후하여 악티움 해전이 있었고 변방에서는 빈번한 전쟁이 있었고 황위를 둘러싼 내전도 계속 되었다. 그러나 바야흐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사람의 입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하던 때였으니 오비디우스는 이 시대를 통과하며 살았다.

 

오늘날과 비교해 보자. 모두가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회에 뜬금없는 신화를 얘기하고 난데없이 을 얘기하고 있는 것과 같다. 바꾸어 말해서 당시의 시대가 모든 남자가 전장에 나가 싸워야 하는 시대였음을 상기한다면 를 말하고 신화를 이야기했던 오비디우스는 르네상스가 그에게서 비롯되었듯 인류가 영혼으로 버틸 수 있었던 미네랄을 제공한 사람이었다. 오비디우스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2. ‘변신 이야기속으로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오비디우스의 언어, Ü : 나의 언어)

 

변신이야기 1

 

□ 마음의 원()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p. 15)

 

Ü 그가 이 말을 하던 순간이 나는 궁금하다. 이 글을 집필하던 시대적 배경에 대해 다시 한번 톺아본다. 옥타비아누스라고도 불리던 아우구스투스는 로마 공화정의 첫 황제다. 이전에도 로마라는 국가는 존재하였으나 제국의 면모는 없었으며 카이사르와 술라에 의한 독재권으로 통치되던 나라였으니 제국의 면모를 처음으로 구축한 이가 바로 아우구스투스가 되겠다.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예수가 살던 시대의 통치자다. 예수라는 희대의 영웅을 속국에 인민으로 거느렸다는 것 자체로 그의 존재 가치는 빛을 발한다. 그러나, 예수라는 사람이 엎으려 했던 세계의 원흉이었으니 영웅의 탄생을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겠다. 이 시기의 전후하여 악티움 해전이 있었고 변방에서는 빈번한 전쟁이 있었고 황위를 둘러싼 내전도 계속 되었다. 그러나 바야흐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사람의 입에서 우물주물거리던 때였으니 오비디우스는 이 시대를 통과하며 살았다. 장황하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앵글로의 세계관이 시작되었음을 우리는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잘 살펴보자.

 

□ 조물주가 어떤 신이었든 좌우지간 이 신은 혼돈을 이루고 있던 물질의 덩어리를 정리하고 구분하고 각각 그 있을 곳에다 배치한 뒤 우선 대지를 어느 쪽에서 보아도 그 모양이 똑같도록 거대한 공 꼴로 만들었다. (p. 17)

 

Ü 원형에 대한 인류의 생각이 시작된다. 처음, 시작, 자아, 영혼, 근본, 원형질

 

□ 이 밖에도 신은 맑고 투명한 아이테르를 만들었다. 이 아이테르는 무게가 없는 것으로서, 어떤 지상적인 것으로도 더럽힐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p. 18~19)

 

Ü 하늘에 대한 물리적 접근과 동시에 존재 너머의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이 관점은 과학적 인간 사유의 입장에서는 진보로 봐야 하겠으나 말하여질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있는 점에서는 천박한 후퇴라고 볼 수도 있을까. 아이테르는 푸른 하늘을 말한다.

 

□ 만물을 다스리는 조물주와 그 모양이 비슷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p. 19)

 

Ü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양만 비슷한 것으로 보아 이로써 인격신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 모양이라는 말에 담겨 있는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서 양태, 능력까지 포함된 의미로 해석해야 하나.

 

□ 이 시대에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이 시대 사람들은 형벌도 알지 못했고 무서운 눈총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다. 사람들은 판관 없이도 마음 놓고 살 수 있었다. (p. 20)

 

Ü 이로써 법은 인간의 발명품임을 알 수 있다. 원래 존재했던 가꾸어져 왔던 도덕이나 윤리, 규범과는 구분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맞는가.

 

□ 인간은 순결, 정직, 성실성 같은 덕목을 기피하고 오로지 기만과 부실과 배반과 폭력과 탐욕만을 좇았다. 높은 산에서 오 노릇을 하던 나무는 배 지을 재목으로 찍혀 내려와 타관인 바다의 파도 사이로 쫓겨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햇빛과 공기와 함께 모든 인간의 공유물이었던 땅거죽도 서로 제 땅이라고 우기는 이른바 땅 임자들이 그은 경계선으로 얼룩졌다. ~ 금속이 나돌자 사사로운 싸움은 전쟁으로 번졌다. 전쟁이 터지자 사람들은 피 묻은 손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p. 23)

 

Ü 나무가 배의 재목이 된다는 오비디우스의 표현이 참 재미있다. 이때 인간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무수히 발명하고 만든다. 금제의 리추얼을 시작하고 그 내면의 원천은 순수를 가장한 동아리화였다. 국가가 생기고 전쟁이 생겼다.

 

□ 괴악한 거인 기간테스가 천상에 군림할 욕심이 있어서 별보다 더 높게 산을 쌓아 올리고는 그 산을 딛고 천궁으로 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p. 24)

 

Ü 최초의 등반가를 발견한다.

 

□ 신들이 유피테프에게 보내는 사랑은 카에사르 사후 로마의 신민들이 아우구스투스 황제께 보낸 사랑에 못지않았다. (p. 27)

 

Ü 어느 시대건 최고 권력자에게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일은 빠질 없었나 보다.

 

□ 인류를 멸망시키는 대홍수

노토스는 젖은 날개를 펄럭이며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노토스의 수염은 비에 젖어 있어서 늘 무거웠다. 그의 백발에서는 늘 물이 뚝뚝 들었고 눈썹은 늘 안개로 덮여 있었으며 옷과 깃에서는 늘 물이 줄줄 흘렀다. 그가 그 큰 손으로 하늘에 걸린 구름을 건드리자 하늘에서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p. 30~31)

 

Ü 남풍은 폭우. 그 여름 대지를 두드려 패던 비는 노토스의 현현. 올해 장맛비가 내릴 적에는 노토스를 얘기하자.

 

□ 바다의 지배자 넵투누스는 역시 해신인 트리톤을 불렀다. 트리톤이 깊은 바다에서 솟아 올랐다. 그의 어깨에는 조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 수염에서 떨어진 물로 흠뻑 젖은 입술에 나팔을 대고 불어. (p. 34)

 

Ü 시인이 쓴 신화라 확실히 묘사가 남다르다.

 

□ 뤼카온이라는 금수의 행동을 제압하려 유피테르는 물로 인간세를 쓸어버렸고 그 중에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여신의 신탁을 받아 어두워진 세상을 구한다. 모두가 없어진 물산은 여신은 돌로써 다시 생성하였다. (p. 33~38을 정리하자면 이렇겠다)

 

□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들은 대홍수 뒤 땅에 남아 있던 습기가 햇볕에 뜨거워질 즈음에 저절로 생겨났다. (p. 39)

 

Ü 신화도 생명의 연원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는다. 생명은 저절로 태어나 저절로 가는 것이다. 이 저절로는 우리의 사유 밖의 사태이므로 우리는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삶은 저절로 고통스럽고 저절로 비루하고 저절로 눈물겨운데 우리가 느끼는 행복 또한 저절로 행복한 것이다.

 

□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인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p. 39)

 

Ü 대극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 대극의 한계를 초월할 때, 즉 물리적 대극의 결과로 물리적 생명이 만들어지는데 이 생명이 존재 너머의 세계를 알 수 있을 때, 인격신의 존재는 가능한 것인 것.

 

□ 그러나 아폴로가 다가가면 다프네는 달아났다. 바람보다 빠르게 달아났다. 아폴로가 뒤에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다프네는 걸음을 멈추지도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려고 하지도 않았다. (p. 45)

 

Ü 아폴로는 사랑해야 하는 운명을 다프네는 사랑을 져버려야 하는 운명을 쿠피도는 선사했다. 사랑이란 항상 이런 것인가. One side love. 연애시에 정통한 오비디우스는 이러한 신들의 사랑이야기에 몸 달아 하는 것 같다.

 

□ 다프네의 부드럽던 젖가슴 위로 얇은 나무껍질이 덮이기 시작했다. 다리는 뿌리가 되었다. 이제 다프네의 모습은 거기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눈부신 아름다움만 거기에 남아 있을 뿐. (p. 48~49)

 

Ü 첫 번째 변신이다. 다프네는 나무로 변신한다. 아프다. 사랑하지 못하게 되어서 비로소 사랑하게 되었다.

 

□ 유노는 유피테르의 누이이자 아내다. (p. 52)

 

Ü 헤라 여신은 제우스 신의 아내이자 누이였다는 거다. 변신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이 할 수 없는 모든 종류의 사랑이 아닐까.

 

□ 메르쿠리우스가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의 목을 베어버린 후 유노 여신은 아르고스의 눈을 수습하여 자기 신조인 공작의 깃과 꼬리에다 달아주었다. 그래서 이 공작의 깃과 꼬리는 지금도 별같이 빛나는 보석이 잔뜩 박힌 듯하다. (p. 57)

 

Ü 공작새 깃털에 있는 까만점들의 기원이겠다. 재미있구나. 수컷에만 있는 까만점.

 

□ 유피테르는 스튁스 강의 이름에 걸고 맹세했다. (p. 58)

 

Ü 이후 스튁스 강이 자주 등장하는데 결코 번복할 수 없는 약속, 죽음, 저승 등을 의미하는데 무서움보다는 내 마음에도 이런 배수진 같은 스튁스 강이 흘렀으면 빌어 보았다.

 

□ 인간인 파에톤은 신의 아들이라는 어머니의 말에 자신을 낳은 신이라는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이윽고 찾은 신은 태양신이다. 아비가 자식에게 소원하나를 말해보라 하는데 파에톤은 아버지가 몰고 다니는 태양 수레를 단 하루만 빌려달라고 애원한다.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마고 스튁스 강에 맹세한 태양신은 아찔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보통의 힘이 없으면 몰 수 없는 태양 수레를 파에톤은 제 젊음과 제 힘만 믿고 태양 수레에 올라 고삐를 받았다. 아버지에 비해 현격하게 가벼운 파에톤의 수레는 이를 끄는 하늘의 말들이 알아채고 익히 알던 괘도를 이탈하여 제멋대로 날뛰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대지는 불길에 휩싸이고 곡식은 파멸을 맞았다. 아이티오피아 사람들 피부는 새까맣게 되었다. 결국, 이 불길에 파에톤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태양신의 요정들이 그의 시신을 수습하고 비석을 세웠는데 비석의 명문은 이러했다.

 

아버지의 수레를 몰던 파에톤, 여기에 잠들다. 힘이야 모자랐으나 그 뜻만은 가상하지 아니한가.’ (p. 61~78 요약)

 

Ü 어찌됐건 모험은 모험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 헬리아데스(파에톤의 누이)도 나무로 변하게 되는데 그 어미 클뤼메네가 이를 막으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나무로 변해가는 딸을 나무에서 벗겨내려 애쓰면서 나뭇가지를 꺽어 보았는데 꺽인 자리에서 액체가 흘렀다.

 

어머니, 저를 다치지 마세요. 제발 꺽지 마세요. 나무로 둔갑했어도 제 몸의 일부랍니다. , 어머니 안녕히.’

 

이 말이 끝나자 나무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태양빛에 굳으면서 호박 구슬이 되었다. 뒷날 로마 부인네들의 장신구가 된 호박 구슬이 바로 이것이다. (p. 80)

 

□ 소로 둔갑한 유피테르와 에우로파 (요약, 칼럼 인용, written by 구본형)

(p. 108~111)

 

어느 날 에우로페Europe는 시녀들과 함께 시돈의 해변에서 놀고 있었다. 그녀는 웃음이 꽃처럼 퍼지는 들판에서 수선화와 히아신스, 장미꽃과 백리향을 꺽고 있었다. 벼락과 천둥의 신 제우스가 그녀를 보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다. 제우스는 초승달 모양의 새하얀 뿔이 달린 황소로 변해 에우로페에게 다가왔다. 그 소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남풍에 녹지 않은 백설처럼 희고, 목의 흰 살은 더할 나의 없이 튼튼하고, 뿔은 장인이 공들여 닦아 놓은 듯 반짝였으며, 눈빛은 부드럽고 표정은 평화로웠다. 황소는 바닷가의 황금빛 모래 위에 그 흰 몸을 눕히기도 하고 다가와 슬그머니 머리를 들어 밀기도 했다. 처음 에는 황소를 두려워하던 에우로페가 살짝 손으로 황소를 만져 보고 두 뿔에 꽃다발을 걸어주었다. 그러다가 점점 대담해져 드디어 엎드린 황소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황소는 등을 등에에게 물린 듯 관능적 신음소리를 내며, 바다를 향해 치달렸다. 흰소는 이내 파도에 휩싸였고, 에우로페는 오른 손으로 수소의 뿔을 잡고 왼손으로는 짐승의 몸을 짚은 채 떠나온 들녘을 뒤돌아보지만, 심술궂은 북풍의 신 보레아스가 입김으로 풋내나는 처녀의 젖가슴을 흔들며 휘파람을 불어댈 뿐이었다.

 

에우로페.JPG  

수소는 에우로페를 태우고 바다를 헤매다 드디어 크레테에 정착하게 되었다. 황소를 타고 에우로페가 방랑했던 지역이 그녀의 이름을 따서 지금의 유럽 Europe이 되었다. 에우로페는 이 섬에서 미노스와 그 형제들을 낳았다. 그리하여 크레테인들은 황소의 자손들이 되었다. 크레테인들에게 황소는 신성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크레테의 황소 의식은 현재 스페인의 투우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그것은 오히려 늘 크레테의 지축을 흔드는 화산과 지진의 신을 형상화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황소를 바라보았다. 동양에서처럼, 그들은 황소와 하나가 되고 싶어했고, 또 그리스인들처럼 황소로부터 해방되고 싶어했다. 그들의 황소 의식은 그것을 죽이지 않고도 황소와 더불어 함께 희롱하며 지내는 것이었다.

 

그레테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말한다.

 

"황소와의 직접적인 접촉들은 그레테인들의 힘을 키웠으며 육체가 지닌 유연성과 매력, 활활 타오르면서도 냉정하고 정확한 동작, 욕정의 훈련, 그리고 힘찬 황소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샘솟는 정력을 가꾸었다. 이렇듯 길들지 않은 야수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인간의 미덕이 두려움에 승리를 거두는 숭고한 놀이로 변형되었다. 크레테인들은 황소를 적이 아니라 동지로 여겼기 때문에 황소를 죽이지 않고도 승리를 거두었다. 만일 황소가 없었다면 크레테인들은 그토록 튼튼하고 매혹적인 육체와 그토록 용맹한 정신력을 얻지 못했으리라. 그렇게 위험한 놀이를 견뎌내려면 잠을 못자는 굉장한 훈련과 담력을 쌓는 훈련을 거쳐야하지만, 경기의 비법을 체득하면, 동작 하나하나가 단순해지고, 확실해지고, 우아해진다. 희망이 없이도 두려움 없이 그렇게 황소와 심연을 마주하는 이 영웅적이고 장난스러운 눈을 나는 '크레테의 시선'이라고 부른다" (2012.01.13 마음의 편지 중에서, written by goo)

 

□ 왕뱀은 이따금씩 시체에서 흐르는 피를 빨았다. 시체를 빨다가 머리를 쳐들 때마다 왕뱀의 혀 끝에서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p. 115)

 

Ü 그려지는 구술, 묘사. 멋진 시인이다.

 

□ 그러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흙덩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이랑 사이에서 창 날이 쑥 돋아났고 다음에는 깃털 술이 달린 투구가 솟아올라 왔다. 오래지 않아 어깨와 가슴, 그리고 무기를 든 손이 올라왔다. 무장한 병사들이 올라온 것이었다. (p. 117)

 

□ 디아나와 악타이온

 

그에게 죄가 있었다면 길 잃은 죄밖에 없었다. 오늘 사냥은 이 정도 하고 그물을 걷세(악타이온). 사냥 친구들은 악타이온의 제안을 옳게 여기고 사냥을 끝내었다. 이 산에는 소나무와 잎이 뾰족한 삼나무가 덮인 골짜기가 있었다. <가르가피에>라고 불리는 이 골짜기는 사냥의 여신 디아나에게 봉헌된 성소였다. 디아나 여신은 사냥 다니다 지치면 곧잘 이곳으로 와서 이 맑은 물에다 몸을 닦고는 했다.

 

어느 날, 디아나 여신은 이렇게 몸을 닦고 있을 동안 사냥을 끝마친 카드모스의 손자 악타이온은 처음 들어온 숲이라서 길을 잃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이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발가벗고 서 있던 요정들은 난데없이 들어온 사내의 모습에 놀라 젖가슴을 가리며 숲이 울릴 만큼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가 알몸을 들킨 이 여신의 뺨은 태양빛을 받은 구름 색깔 아니며 장밋빛 새벽의 색깔로 물들었다. 여신은 청년의 얼굴에 이 복수의 물방울을 뿌리면서 재난을 예고하는 주문과 다를 바 없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자 이제 할 수 있겠거든 어디 디아나의 알몸을 보았다고 해보아라!’

 

그러나 물방울이 튄 곳에서는 장수하는 동물로 소문난 사슴의 뿔이 돋았다. 이어서 그의 목이 늘어났고 귀의 가장자리가 뾰족해졌으며 손은 앞발로 변했고 팔은 앞다리로 변했다. 곧 몸에서는 털이 돋아났다. 이어서 여신은 이 청년의 가슴에다 공포의 씨앗을 뿌렸다. 악타이온은 달아났다. 달아나면서도 그는 자기가 그처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데 놀랐다. 물 위에 비치는 자기 얼굴과 뿔을 보고 그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p. 118~121)

 

Ü 왜 하필 사슴인가. 왠지 억울한 눈망울, 길 잃은 죄로 우연히 여신의 알몸을 보게되었을 뿐이라는 말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억울한 슬픈 사슴.

 

□ 세멜레는 인간이었다. 세멜레의 육체는 인간의 육체였다. 인간의 육체는 이 천궁의 신이 내뿜는 광휘를 견딜 수 없었다. 세멜레는 이 유피테르의 광휘 앞에서 새카맣게 타죽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유피테르는 이 세멜레의 뱃속에 들어 있던 아직 달이 덜 찬 아기를 꺼내어 자기 허벅다리에 넣고 실로 기운 뒤 남은 달을 마저 채워 꺼냈다고 한다. 유피테르는 이 아기의 이모인 이노에게 맡겨 은밀하게 기르게 했다. (p. 127)

 

Ü , 유피테르의 사랑을 받던 인간, 세멜레. 유노의 질투로 계략에 빠져 유피테르의 신성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유피테르는 그 신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벼락을 차고 세멜레 앞에 서게 된다. 그래서 연약한 세멜레는 이 벼락의 빛을 견디지 못하고 타죽는 이야기다.

 

□ 유피테르의 애정 행각을 쫓으려 유노는 에코 요정에게 유피테르의 행적을 묻게 되는데 에코의 수다로 그만 유노는 유피테르를 놓쳐버린다. 화가 난 유노는 에코에 형벌을 내린다.

 

나를 속인 그 혓바닥, 그냥 둘 줄 아느냐? 앞으로 너는 한마디씩밖에 말을 할 수가 없다. 그것도 남의 말을 되받아, 내가 그렇게 만든다.’

 

그런데 어느 날 동무들과 헤어져 인적 없는 숲속으로 혼자 들어온 나르키소스를 보고는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러나 나르키소스는 에코를 외면한다. 에코는 나날이 수척해지면서 온몸에 주름살이 생겨나기까지 했다. 이렇게 여위어가다가 에코의 아름답던 몸은 그만 한줌의 재로 변하여 바람에 날려가고 말았다.

 

이때부터 에코의 모습은 숲속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에코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나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에코의 목소리만은 살아 있으니 당연하다. (p. 129~133)

 

Ü 시인 김명수의 앵무새의 혀라는 시의 시상은 에코의 이야기에서 발화되었나?

 

앵무새 부리 속에 혓바닥을 보았느냐?

누가 길들이면 따라 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 아닌 말을 단 한 번 하고 싶은

분홍빛 조봇한 작은 혀를 보았느냐?

 

□ 마른 목을 축이려고 샘물을 마시던 나르키소스는 또 하나의 참으로 이상한 갈증을 느꼈다. 물에 비친 아름다운 영상이 기이한 그리움을 지어낸 것이었다. 그는 물에 비친 그림자를 실체로 그릇 알고 그 그림자에 반해버린 것이었다. 물에 비친 제 모습에 넋을 잃은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샘 가에 앉아 있었다.

 

아 그랬었구나. 내가 지금껏 보아오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이 일을 어쩔꼬. 사랑을 구하여야 하나? 사랑 받기를 기다려야 한. 사랑을 구하여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 구하는 것이 내게 있는데. 신의 예언에 따라 나르키소스는 푸른 풀을 베고 누워 죽음을 맞이하였다. 장례를 치르려는 순간 나르키소스의 시신은 보이지 않고 요정들은 그의 시신 대신 흰 꽃잎이 노란 암술을 싸고 있는 꽃 한 송이를 찾아내었다. (p. 134~138)

 

Ü 그 꽃은 수선화다. 수선화의 꽃말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다.

 

□ 어머니에게 팔이 잘린 자리를 보여주며 판테오스(신의 존재를 부정한 자)는 말했다.

 

어머니 보세요. 아들이 이 꼴이 되었습니다.’

 

이 꼴을 본 그의 어머니 아가베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머리채가 휘날리도록 머리를 뒤로 젖혔다가는 자기 머리로 아들의 머리를 받아버렸다. 펜테오스의 머리는 산산이 부서져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피 묻은 손으로 그 머리의 조각을 주워 들고 아가베가 외쳤다.

 

보아라, 우리가 이겼다. 내가 승리했다!’ (p. 150~151)

 

Ü 변신 이야기는 인간이 할 수 없는 모든 종류의 사랑이 나열되는데 또한 인간이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천륜의 죄도 낱낱이 기술된다. 인간이 인간으로 하여금 금기를 강요할 때 터져 나오는 터부에 대한 반항이다. 이 이야기는 탄생의 자궁의 주인 제 어미에게 다시 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영광을 받은 펜테오스다.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신에 대한 불경이라기보다는 내 좁은 시각으로는 인류의 자주적 삶을 염원한 존재다.

 

□ 박쿠스 신은 브로미우스(거칠고 소란스러운 자), 뤼아에오스(시름을 덜어주는 자), 포뤼고노스(거듭 태어난 자), 뉘세오스, 튀오네오스, 레나에오스(포도나무를 심는 자), 뉘텔리오스(밤에 얼굴을 붉히는 자), 이아쿠스(부르짖는 자), 에우한(부르짖는 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p. 153)

 

Ü 2천년 전의 사람이 생각하는 술에 대한 관념이다. 지금과 다를 것이 없구나. 참고로 술의 신 박쿠스는 늙지 않는다고 한다. 즐거우면 늙기 힘들다. 그래서다. 술 자리는 항상 즐거워야 맛이다. 뭐 그리 심각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 사랑하는 애인의 손수건이 사자의 피로 물들어 있자 이내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도 자결한다. 그러나 애인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으로 인한 오해로 애인이 자결한 것을 알게 되자 자신도 자결하고 사랑을 확인한다. 이 두 애인이 죽은 자리에 뽕나무가 자라고 그 열매 오디를 맺었다. 이 오디가 익으면 붉은 색깔로 변하는 것은 신들이 이 연인들의 기도를 들은 증거다. (p. 159~161 요약)

 

□ 메르쿠리우스와 베누스 사이에서 난 아들은 인물이 아주 좋았다. 그 이름은 헤르마프로디토스. 어느 날 요정 살마키스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보고 한 순간에 욕정에 빠졌다. 애인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았는데 결국, 호수에서 놀고 있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보고는 옷을 벗고 덮쳤다. 결국, 신들은 이 두 육체를 하나로 만들었고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요정과 합일 되어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반남성, 반여성의 육체, 어지자지로 변했다. (p. 171~176)

 

Ü 어지자지는 이러쿵 저러쿵의 의미다. 영어로는 a hermaphrodite.

 

□ 겁벌의 집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티튀오스, 물이 가까이 있으나 이 물이 자꾸만 도망치는 바람에 영원히 물을 마실 수 없는 탄탈로스, 굴려올려 놓은 돌이 다시 굴러내려오는 바위와 영원히 씨름하는 시쉬포스, 영원히 불바퀴를 돌리는 익시온, 사촌이자 지아비인 신랑을 죽였던 벨로스는 밑 빠진 독에다 영원히 물을 길어다 부어야 하는 형벌을 받고 있다. (p. 180~181)

 

Ü 환장하겠다.

 

□ 환각, 망각, 눈물, 범죄, 광기, 살의 이런 것들을 잘 섞어 만든 고약이 있었다. (p. 183)

 

Ü 잘 섞으면 무엇이 될까? ‘열 길 사람 속이 되지 않을까.

 

□ 이 독약을 먹은 사람이 있다. 아타마스는 아내를 암사자로 보고 그 뒤를 쫓았다. 아내의 품에서 아버지 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아들 에라르코스를 빼앗았다. 아타마스는 방실방실 웃고 있던 이 아기의 발목을 잡고 물매 돌리듯이 몇 차례 돌리다가 발목을 놓아 버렸다. 아기는 석벽에 부딪치면서 머리가 깨어져 죽었다. 이 꼴을 보고 있던 아기 어머니 이노도 발광했다. 아들 잃은 슬픔과 티시포네의 독약이 이노를 발광하게 한 것이었다. 이노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남편에게서 도망쳤다. (p. 184)

 

Ü 이런 모습이 되는구나. 그 독약.

 

□ 오늘날까지도 이 배암은 인간과는 사이가 좋은 배암으로 불린다. 이들은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 전생(前生)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p. 189)

 

Ü 신화에서 뱀은 아이들의 동화책의 무당벌레처럼 자주 등장한다. 허물을 벗는 것, 물의 감정을 가진 동물로 인간들은 이 동물을 사랑과 증오를 모두 느끼며 좋아한다. 또는 싫어한다. 

 

변신

 

아틀라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순간부터 저 자신의 체구만큼이나 큰 바위 산으로 변해갔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나무가 되었고 어깨는 능선이 되었으며 머리는 산꼭대기가 되었고 뼈는 바위가 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 해서 산이 된 그의 몸은 사방으로 뻗어나기 시작하여 (다 신들의 뜻이었다.) 수많은 별이 박힌 하늘이 그 어깨 위에 얹힐 때까지 자라났다. (p. 193)

 

Ü 잔인함에 놀란 거인의 두려움, 산이 우리를 미리 압도하는 이유인가.

 

□ 암몬 신의 뜻으로 공주 안드로메다가 지나치게 아름다움을 뽐낸 왕비의 죄값을 대신 물고 있었다. 페르세오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공주에 반했고 궁지에 몰린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기로 하고 공주의 부모로부터 결혼 약속을 받아 내었다. 괴물로부터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해낸 페르세오스는 바다의 괴물을 메두사의 머리를 이용하여 굳어버리게 했는데 이것이 산호다. 오늘날까지도 산호는 대기에 닿으면 돌이 되는 이러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물 속에서는 식물인데 수면 위로 나오면 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p. 194~198)

 

□ 이어서 페르세오스와 안드로메다의 결혼식 날, 그의 영웅적 행적을 인정하지 않는 무리들과 싸움을 벌이고 전세가 열세로 기울자 페르세오스는 무리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내어 보인다. 그 머리를 본 사람들은 모두가 석상으로 변한다. (p. 199~213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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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무를 추고 있는 아폴론과 아홉 무사이, 발다시레 페루치 그림>

음악과 예술을 주관하는 아홉 무사이가 한자리에서 뛰어 놀고 있다. 아홉 무사이의 이름은 나팔과 물시계를 들고 다니는 영웅시와 역사 담당인 클레이오. 지구의를 들고 다니는 천문시 담당 우라니아. 가면을 들고 다니는 비극시 담당 멜포메네. Dntmss 가면이나 목양신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자주 그려지는 희극시 담당 탈리아, 합창 담당 펠릅시코레. 연애시와 서정시 담당 에라토. 유행가를 담당하는 에우테르페, 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다니는 무언극 담당 폴륌니아, 오르페오스의 어머니이자 서사시와 웅변을 담당하는 칼리오페, 이들의 어머니가 이겅의 여신 므네모쉬네라는 사실은 고대의 문학 예술이 주로 인간의 기억을 통하여 구전되어 왔음을 암시한다. (p. 218)

 

Ü 9개의 제목을 달고 있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이 기억의 소산이었구나.

 

□ 까치 변신

아홉 무사이와 요정은 노래 대결을 펼치고 서로를 모욕하였는데 끝내 신녀를 비웃었던 아홉 무사이들은 웃음소리는 울음소리가 되었다. 손가락 끝에서는 깃털이 돋기 시작했고 이 깃털은 곧 온 팔을 덮었다. 입이 있던 자리에서 뾰족한 부리가 돋아났다. 이렇게 해서 수다쟁이 까치가 된 것이다. 저 까지는 그때의 그 버릇이 남아 여지껏 저렇게 수다를 떨어대는 것이다. 쉴새 없이 깍깍거리면서도 깍깍거리고 싶다는 욕망에 쫓기고 있는 것이다. (p. 237~238)

 

□ 아라크네는 그 유명한 베 짜는 재간으로 신과 대결하였다. (p. 244)

 

Ü 이 장면은 벨라스케즈의 그림 <실 잣는 여인들>에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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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 잣는 여인들], 벨라스케즈 1657,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미네르바 신과 대결하는 아라크네 모습이 그림 뒤 편에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은 그 신화의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미술사 최초로 속도를 묘사했다는 데 그 위대함이 있다. 그림에서 보이는 물레의 형태는 물레의 바퀴살을 그리지 않음으로써 또는 희미하게 그림으로써 이 물레가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게끔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유심히 살펴 보면 물레가 돌아가는 부드러운 소리까지 상상할 수 있겠다.

 

□ 신들에게 미움을 샀던 니오베에게 신들은 니오베의 아들과 딸 14남매를 모조리 죽인다. 그리고 니오베는 돌로 화하게 했다. 이제 니오베는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고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었다. 몸속에서도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니오베의 혀는 입천장에 달라붙어 침묵하는 돌이 되었고 핏줄에서는 맥박이 사라졌다. 몸속의 장기도 남김없이 돌이 되었다. 돌이 된 니오베가 내린 곳은 산꼭대기였다. 돌이 된 니오베는 오늘날까지도 여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p. 258)

 

Ü 이제 돌을 보고는 니오베를 생각하자. 돌에는 자식잃은 니오베의 슬픔이 있었고 이 돌의 어미는 다름아닌 니오베였다.

 

□ 왜 나는 저분과 맞서는 황소를 충동질하면 안 되고 땅에서 돋아난 무사들과 잠들지 않는 용을 편들면 안 되는 거지? 그래 안 된다. 하지만 신들이시여 저분을 도우소서. 아니다, 아니다. 기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손을 써야겠다. 하면 나는 내 아버지의 왕국을 배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중얼거리는 메데이아의 눈 앞에 덕, 효심, 순결, 같은 것들의 환영이 나타났다. (p. 284~286)

 

Ü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여서는 왜 안 되는 것인가. , 효심, 순결은 마음이 시키는 일을 가로막고 있다. 삶의 금제와 터부가 행복을 얼마나 앗아가고 있는가. 춤추고 노래하고 마시자. 시간이 없다.

 

□ 이 수레에 오른 메데이아는 수레를 끄는 비룡의 목을 쓰다듬고는 목 위에 얹힌 고삐를 가볍게 챘다. (p. 294)

 

Ü 영화 아바타의 토루크 막토에 오르던 주인공을 보는 듯

 

□ 신화에 나오는 검은 양은 저승의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이다. 천상의 신들에게 제사를 드릴 때는 제단을 쌓지만 저승 세계의 신들에게 제사를 드릴 때는 제단을 쌓는 대신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다 제물을 놓는다. (p. 295)

 

Ü 왜 그럴까. 하늘과 땅의 존재 너머에 있는 것은 곧 우리 안에 있는 데 말이다.

 

□ 메데이아는 이아손의 아버지인 이아손을 다시 살린다. 약이 들어간 지 오래지 않아 그의 하얗던 수염이 그 흰 빛을 잃더니 곧 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의 노구에서 보기에 거북하던 모습이 사라지면서 살빛이 되 살아났다. 주름살에 덮여 있던 그의 살갗은 다시 근육으로 부풀어올랐고 그의 사지는 늘어나면서 힘줄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신들도 지켜보았고 박쿠스는 이 약을 메데이아로부터 얻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p. 297)

 

Ü 이 또한 변신이다. 신이 그 약을 가져갈 만큼 신이나 사람이나 가장 바라고 바라는 변신은 바로 청춘이다. 그리고 영원히 사는 법이다.

 

□ 이 처녀는 바라던 돈을 손에 넣고는 발도 검고 날개도 검은 갈가마귀가 되었다. 이 새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돈을 좋아한다. (p.309)

 

Ü 갈가마귀에게는 빛나는 물건을 둥지로 물어다 모으는 습관이 있다. 돈귀신으로 비추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끝없이 빛나는 물건을 모으는 갈가마귀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다.

 

□ 사랑이 깊어지면 귀가 얇아 지는 법이라오. (p. 328)

 

□ 미노스는 자기 아내가 낳은 이 구역질나는 괴물을 제 궁전의 귀퉁이에 수많은 우회로와 굴곡으로 사람들의 눈을 홀리는 아주 이상한 미궁을 지어 가두었다. 그 괴물의 먹이로 로마에 사는 테세우스가 미궁 속으로 들어갔고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미궁으로 들어갈 때 명주 실을 풀면서 들어갔다가 괴물을 죽이고 미궁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 테세우스와 공주는 섬에서 살다가 테세우스가 떠나버리는 바람에 공주는 혼자 섬에 남았다. 박쿠스 신이 이를 보고 이 공주를 하늘로 올려 왕관자리를 만들었다. (p. 339~343)

 

Ü 유피테르는 황소로 둔갑하여 에우로페를 취하고 미노스를 낳았다.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는 나무 모형으로 만든 소 안으로 들어가 황소와 사랑을 나누고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 이카로스 내 아들아. 내 단단히 일러두거니와 하늘과 땅의 한 중간을 겨냥하여 반드시 그 사이로만 날아야 한다. 너무 올라가면 태양의 열기에 깃이 타버릴 것이요.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깃이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잘 보고 내가 하는 대로만 하여라 (p. 344)

 

Ü 무모함을 빗대어 이카로스의 날개 신화를 많이 비유한다. 하지만 우리는 율법과 계율에 반대하고 우리 삶의 천복을 찾아 나서야 하지도 않겠는가.

 

□ 제 아우들을 죽인 사람에 대한 복수, 그 사람이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이후다. 참을 수 없는 운명의 장난 (p. 359~361)

 

Ü 인간이 할 수 없는 사랑과 더 이상 운명 지어 질 수 없는 삶이 신화에서는 중요하게 등장한다. Amor fati.

 

□ 처녀의 아비 에뤼식톤은 딸이 둔갑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번번이 딴 주인에게 딸을 팔았더랍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처녀는 말로 둔갑하여 때로는 새, 황소, 사슴으로 둔갑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에뤼식톤은 이렇게 되돌아온 딸을 되팔아 허기를 메우어 나갔더랍니다. 그러던 어느날 준비된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은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는 이야깁니다. (p. 378)

 

Ü 제 몸을 뜯어 먹고 하나의 눈만 남은 힌두신의 이야기가 포개어진다. 이렇게 유사하다. Axis mundi 세계의 축은 스스로 그리고 바로 여기서 움직인다.

 

변신 이야기 2

 

□ 유노의 그리스 식 이름은 헤라다. 헤라클레스는 이 헤라가 부과한 열두 가지 난사를 무사히 치러냄으로써 헤라를 욕되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헤라를 영광되게 했다. 헤라클레스라는 말은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이다. (p. 31)

 

□ 아, 이 아기를 이 가지에서 거두어 가다오. 데리고 가서, 잘 보살펴주고 우유를 먹여주고 자라거든 내 가지 밑에서 놀 수 있게 해다오. 말을 하게 되거든 이 어미에게 슬픈 사연이나마 이런 말을 하게 해다오.

 

우리 엄마는 이 나무 안에 숨어 있대요.’

 

이 한 마디를 하게 해다오. 아이가 물가에 가지 않도록 해주고 나무에서 함부로 꽃을 꺾지 않게 해다오. 열매가 달리는 나무는 모두 여신들의 몸이라는 것을 가르쳐다오. (p. 37)

 

Ü 모든 열매는 여신의 몸이었다. 열매를 취할 때 리추얼이라도 행해야 하는 건가. 마음속으로는 하도록 하자.

 

□ 아우로라, 즉 새벽의 여신은 휘페리온의 딸로 알려져 있으나 팔라스의 딸이라는 전승도 있다. 이 아우로라는 트로이아 황 라오메돈의 아들 티토노스를 유괴하여 지아비로 삼고는 유피테르 대신에게 청을 넣어 이 티토노스에게 불사의 은혜를 베풀어달라고 했다. 유피테르는 이 청을 받아들여 티토노스에게 불사의 은혜를 베풀어주었다. 그러나 아우로라가 유피테르에게 기도할 때 청춘까지 베풀어줄 것을 기도하는 것을 잊었기 때문에 티토노스는 쪼글쪼글 늙은 채로 영원히 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p. 41)

 

Ü 빼 먹어서는 안 된다. 그 때나 지금이나. ‘흉터를 자랑스러워하는 폴리네시아의 전사들처럼 누군가와 완벽하게 닮으려면 상처까지도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김영하 빛의 제국중에서)

 

□ 크레타 섬의 도시국가 크소소스와 인접한 파이스토스에 릭도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출산이 임박한 아내에게 그는 딸은 우리에게 짐이 될 뿐이오. 불행히도 나는 딸을 먹여살릴 만큼은 넉넉하지 못하오. 만일 딸이 태어나면 그 아이는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오. 나도 좋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오. 다 가족을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니 나를 용서하기 바라오. (농경 사회의 생산력은 남자다) 생명은 태어났다. 딸아이였다. 그러나 아내 텔레투사는 남편에게 아들이라고 속였다. 딸 아이 이피스가 열세 살이 되던 해 부모는 혼인을 서둘렀다. 이안테라는 여인이 이피스의 신부가 되기로 하였다. 질질 끌어오기만 하던 혼례식을 겨우 하루 앞둔 날의 일이었다. 텔레투사는 딸 이피스를 데리고 신전으로 가서 자신의 머리와 이피스의 머리에서 댕기를 풀고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채 제단을 치며 울부짖었다.

 

여신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하게 보시고 저희들을 도와주소서

 

그런데 갑자기 그의 피부색이 변했다. 얼굴 생김새도 바뀌었다. 이피스의 근육에서도 힘살이 부풀어올랐다. 이피스는 여자라기보다는 남자 같았다. 실인즉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자였던 이피스는 그 순간에 남자로 변한 것이었다.

 

처녀로서 약속드렸던 이피스의 제물을,

청녀이 된 이피스가 드리나이다.’

 

다음날의 새벽이 온누리를 밝히자 혼인 예식이 시작되었고 베누스 여신과 유노 여신과 휘메나이오스 신이 이 자리를 빛내었다. 청년 이피스는 이안테를 아내로 맞았다. (p. 55~62)

 

Ü 남자가 된 여자. 이피스의 이야기다. 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 그 상상력에 혀를 내 두른다.

 

□ 오르페우스의 노래

 

꽃다운 나이에 뱀에 물려 청춘의 꽃을 마음껏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채 피기도 전에 져버린 에우뤼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이어주십시오. 저희들 산 것들은 산 것들의 동아리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모두 이 곳으로 와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 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인간은 이 곳에 와서 영원히 이곳의 신이신 저승 왕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오르페우스가 수금을 타며 이런 노랫말로 노래를 부르자 핏기 없는 저승의 망령들까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시쉬포스도 바위에 앉아 잠시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저승 왕은 오르페우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즉 에우뤼디케를 데려가되 저승 땅을 다 벗어나 아베르노스를 다 벗어나기까지는 에우뤼디케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에 오를페우스가 뒤를 돌아다본다면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혹시나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하던 오르페우스는 근심과 걱정ㅇ과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뒤를 돌아다보고 말았다. 두 번째로 죽어가면서도 에우뤼디케는 남편에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 동안 오르페우스는 어떤 여자도 가까이하지 않고 은거했다. 오르페우스는 여자보다는 오히려 나이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말하자면 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인생의 봄과 갓 핀 인생의 꽃을 사랑한 것이었다.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 사람들에게 이런 풍습을 맨 처음으로 전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 63~69)

 

Ü 동성애의 역사적 정당성이다. ‘이 풍습에 대해서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도 한번 소개 되어 졌다.

 

□ 오르페우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화장하는베누스.JPG  

[1644, 벨라스케즈, 화장하는 베누스]

 

책에는 벨라스케즈의 그림이 유난히 많이 소개된다. 벨라스케즈의 그림에는 유독 reflection이 강한다. 거의 모든 그림에 거울이 등장하는데 그 거울 속에는 항상 인물이 묘사되어 있다. 아래 그림은 그가 그린 <시녀들>이라는 작품이다. 소설가 박민규는 이 그림을 보고 죽은 왕녀의 파반느라는 재미있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시녀들.JPG

[1656, 벨라스케즈, 시녀들]

 

□ 퓌그말리온의 사랑

 

이렇게 사악한 삶을 사는 여자들을 본 퓌그말리온은 자연이 여성들에게 지워놓은 수많은 약점이 역겨워 오랫동안 여자를 집 안으로 불러들이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그러나 정말 혼자 산 것은 아니고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솜씨로 만든 눈같이 흰 여인의 상아상과 함께 살았다. 어느 날 그 상아가 진짜였으면 하고 바랐는데 놀랍게도 그의 손 끝에서 갖가지 모양이 빚어지는 휘메토스 산의 밀랍같이. 깜짝 놀란 퓌그말리온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자기가 무슨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였다. (p. 80~82)

 

□ 베누스 여신이 이 청년에게 반하게 된 내력은 이렇다. 베누스 연신의 아들 쿠피도는 어느 날 화살통을 멘 체로 어머니에 게 입을 맞추려다 화살통 위로 비죽이 솟아오른 화살촉으로 그만 어머니 베누스 여신의 젖가슴을 찌르고 말았다. 화살촉에 찔리는 순간 인간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 이 여신은 하늘보다도 아도니스가 좋았던 것이다. 

 

베누스까지도 반하게 만들었던 너의 젊음, 너의 그 아름다움, 너의 그 매력도 사자나 멧돼지나 그 밖의 사나운 들짐승의 눈이나 사나운 성정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다. 멧돼지는 그 무서운 엄니로 전광석화같이 공격하고 사자는 포악하여 언제나 인간을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기다린다. 내 너에게 이르거니와 이런 짐승들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여신은 아도니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런 놈을 만나거든 내 너에게 당부하거니와 몸을 피하도록 하여라. 어느 날 아도니스는 멧돼지를 만났다. 맷돼지는 날랜 걸음으로이 아도니스를 따라잡았고 그 엄니로 청년의 사타구니를 찍어 누런 모래밭에다 굴려버린 것이다.

 

이 말 끝에 베누스 여신은 아도니스의 피에다 향기로운 넥타르를 뿌렸다. 신주가 뿌려지자 아도니스의 피에 젖었던 노란 모래에서 거품이 일었고 잠시 후에는 여기에서 핏빛 꽃이 피어났다. 그러나, 이 꽃은 피기가 무섭게 곧 지고 말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을 연상하여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라고 부른다. 오르페우스의 기나긴 이야기는 이로써 끝났다.

 

Ü 즉 바람꽃이다. 바람꽃에 대한 신화는 하나 더 있다.

 

옛날, 꽃의 신 플로라에게는 아네모네라는 아름다운 미모의 시녀가 있었다.
아네모네를 염치도 없이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사랑을 하였다
.
이 사실을 안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멀리 포모누의 궁전으로 내쫓았다
.
그러나 제피로스는 바람을 타고 곧 그녀를 뒤쫓아가서 둘은 깊고 뜨거운 사랑에 빠져들었다
.

새로 변한 플로라는 두사람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그 광경을 보고 질투에 불탄 나머지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었다. 슬픔에 젖은 제피로스는 언제까지나 아네모네를 잊지 못하고 매년 봄이 오면 늘 따뜻한 바람을 보내어 아네모네를 아름답게 꽃피운다고 한다. 그래서 아네모네는 바람꽃이라고도 하게 되었다.

 

바람꽃.JPG

(바람꽃, 아네모네)

 

□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신의 판정에 불복한 죄로 귀가 당나귀 모양으로 변한 미다스의 왕은 그 귀를 감추려고 전전긍긍하였다. 그러나 머리를 손질하는 이발사에게까지 그 귀를 감출 수는 없었다. 이발사는 이 사실을 알고는 말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감히 발설할 수 없어 속을 끊였다. 결국 견디다 못해 들판으로 나가 구덩이를 파고 고함을 지른 후에 다시 구덩이를 덮었고 이발사는 편히 잘 수 있었다. 그런데 훗날 그 구덩이에서 갈대가 돋아나기 시작했는데 남풍에 흔들릴 때마다 제가 자란 땅에 묻혔던 임금님 귀에 대한 주인의 비밀을 누설한 것이다. (p. 118)

 

Ü 시대를 달리하고 지역, 국가, 민족을 달리해서 이 이야기는 똑같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일까. 무소불위의 권력으로만 알았으나 알고 보니 웃기지도 않더라는 기득권에 대한 기득권의 조소일까.

 

델포이의무녀.JPG


    [델포이의 무녀, 미켈란젤로]

 

Ü 헤로도토스을 읽을 때부터 나는 그녀를 언제 한번 보고 싶었다.

 

□ 동굴 한 가운데엔 흑단 침대가 하나 있고 이 위에는 깃털보다 보드라운 보료가 깔려 있었다. 이 흑단 침대가 비로 잠의 신 솜누스의 잠자리였다. 솜누스는 여기에 누워 있었다. 솜누스의 옆에는 수많은 꿈의 신들이 누워 있었다. 꿈의 신들은 벌판에서 거둔 옥수수, 숲의 나뭇잎 혹은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그 수효가 많았다.

 

만물을 쉬게 하시는 잠의 신이시여, 신들 가운데서도 가장 평화로운 신이시여, 산 것들의 마음을고요하게 하시고 산 것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흉내낼 수 있는 꿈을 보내소서 (p. 138)

 

Ü 잠이 들어야 꿈을 꾼다. 삶에 최면이 걸리지 않으면 현실에 패배한다. 꿈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내 안의 솜누스여 일어나라.

 

□ 트로이 전쟁

 

) 파리스는 프리아모스와 헤쿠바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헥토르의 아우. 이 파리스를 도화선으로 트로이아 전쟁이 터지는 경위는 이렇다. 다른 신들은 다 초대를 받은 펠레오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혼자만 초대를 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신들의 자리에다 사과 한 알을 던지면서 사과의 임자는 여신들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말한다. 평소에 은근히 아름다움을 뽐내던 유노 여신, 베누스 여신, 미네르바 여신은 서로 자기가 그 사과의 임자라고 주장한다. 유피테르가 여기에 끼여 들어 이다산에서 양치기 노릇 하는 파리스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누구인지 가려달라고 부탁하자고 제안한다. ‘파리스의 심판이라고 불리는 이 심판에서 파리스는 자기에게 그리스 최고의 미녀를 주겠다고 약속한 베누스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는다. 이때의 약속에 따라 베누스 여신이 파리스에게 준 그리스 최고의 미녀는 그때 이미 네멜라오스의 아내가 되어 있는 헬레네였다. 파리스가 이 헬레네를 꼬여 트로이아로 데리고 가자 메넬라오스는 아내를 되찾으려고 군대를 일으켜 트로이아를 치는 데 이것이 저 유명한 트로이아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는 양쪽 진영의 영웅들을 편드느라고 신들도 편이 갈려 서로 싸우게 된다. (p. 148~149)

 

□ 파마(소문의 신)가 사는 집은, 소리를 잘 울리는 청동으로 지어져 있다. 그래서 오고가는 말로 집 안은 늘 시끄럽다. 침묵과 고요라는 것은 이 집 안에 없다. 고함소리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시끌시끌, 웅성우성 하는 소리가 있을 뿐이다. (p. 152)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 실수연발, 터무니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살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파마 여신 자신은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루 알아내어 온 세상에 그 소문을 퍼뜨린다. (p. 152)

 

□ 익시온은 천상의 잔치에 초대받자 당돌하게도 유노 여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죄를 범한다. 유피테르가 이를 눈치채고 구름으로 유노의 형상을 빚어 천궁 안을 걸어 다니게 하자 익시온은 이 가짜 유노를 취하게 된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유피테르는 이 익시온을 저승으로 보내어 영원히 도는 불바퀴에 매달리게 한다. 그러나 구름으로 빚어진 가짜 유노는 이 익시온의 씨를 받아 자식을 지어내는데 이들이 바로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인 켄타우로스라는 것이다. (p. 160)

 

□ 아킬레오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킬레오스가 태어나자마자 이아기의 발목을 잡고 스튁스 강물에다 담그었다가 꺼냈다. 이로써 아킬레오스는 불사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 테티스가 손으로 쥐고 있었기 때문에 발목에는 스튁스 강물이 묻지 않았다. 그래서 아킬레오스는 불사의 권능을 얻었지만 이 발목 부분만은 여느 인간의 몸과 다름이 없었다. 말하자면 이 발목 부분이 아킬레오스의 치명적인 급소인 것이다. 이때 파리스가 쏜 화살은 바로 아킬레오스의 급소인 발뒤꿈치에 명중했다. (p. 177~178)

 

□ 일곱 겹 황소 가죽 방패의 주인인 아이아스 (p. 181)

 

□ 바다에 들 수 없는 곰자리

 

큰곰자리, 작은곰자리는 유피테르의 사랑을 받다가 곰으로 변한 요정 칼리스토와 그 아들의 별자리다. 유노는 자기가 벌을 내려 곰으로 전신시킨 칼리스토 모자가 별자리로 박히는 것을 시샘하여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에게 부탁하여 이 모자의 별자리를 바다에는 들지 못하게 했다. (p. 202)

 

□ 장수들은 오뒤세우스의 웅변에 술렁거렸다. 웅변의 힘은 과연 위대했다. 영웅 아킬레오스의 유품인 무기는 이 웅변가인 오뒤세우스의 차지가 되었으니까. (p. 207)

 

Ü 세 치 혀가 항상 무던한 진중함을 압도하는 장면을 역사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어찌 오늘의 이 나라에까지 그 장면은 변하지 않고 계속되는가.

 

□ 누가 뭐라고 하든 이 칼만은 내 것이다. 아니다, 오뒤세우스는 이 칼까지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필요한 것은 이것뿐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이것뿐이다. 트로이아 군의 피를 부르던 이 칼이, 이제 아이아스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정복할 수 없는 이 칼의 주인, 아이아스의 피를 부를 것이다. (p. 208)

 

Ü은 아이아스의 신념이자 19세기 프랑스 뒤레프스 대령을 옹호하는 에밀 졸라의 용기다.

 

□ 태양이 황도대의 열두 궁을 돈 뒤에도 (p. 220)

 

Ü 1년이 지난 뒤에도

 

□ 유민들은 신들이 싸운 곳이라는 암브라키아 땅 (p. 226)

 

Ü *) 이 땅을 두고 아폴로와 디아나, 그리고 영웅 헤라클레스가 소유권을 주장한 일이 있다. 이때 판관으로 뽑힌 크라갈레오스라는 사람은 소유권이 헤라클레스에게 있다고 판정했다가 아폴로의 성미를 건드려 돌로 전신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가까운 악티움에는 유명한 아폴로의 신전이 있다.

 

□ 자기 허벅다리가 개 대가리로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퀼라는 처음에는 그게 자기 몸의 일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지 몸을 움츠리고는 이 개 대가리를 떼버리려고 했다. 처녀인 스퀼라가 개 대가리, 그것도 입을 벌리고 짖어대는 개 대가리를 무서워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p. 243~244)

 

□ 아이네이아스의 유모 카이에타가 죽은 것은 이곳에서였다. 아이네이아스는 유모를 후하게 장사지내고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진 비석을 세워 주었다.

 

효성이 지극해서 만인의 본이 되는 내 양자가 한때는 그리스 인들이 지른 트로이아의 겁화에서 나를 구해내더니 오늘은 나를 법도에 따라 화장하여 이렇듯이 장사지내 주었구나 (p. 266)

 

□ 투르누스 생전에는 그 막강한 힘과 부를 자랑하던 도시 아르테아도 무너졌다. 성채는 이방인들의 손에 무너져내렸고 성읍은 불바다가 되었다. 그 불바다에서 그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본적이 없는 한 무리의 새들이 날개에 묻은 재를 털며 날아올랐다. 슬피 우는 새들의 모습에서 패망하는 도시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 새들의 이름과 이때 패망한 도시의 이름이 같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아르데아는 이로써 날개를 치며 제 운명을 슬픈 울음으로 우는 새가 된 것이었다. (p. 274)

 

□ 당시 이 도시에는 사모스 사람이 하나 있었다.

 

*) 사모스 사람은 오늘날 우리가 퓌타고라스 학파의 아버지로 알고 있는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 퓌타고라스를 말한다. 오비디우스가 쓴 이 책에는 퓌타고라스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기원전 550년 전후에 사모스에서 태어난 퓌타고라스는 기원전 530년에 사모스를 떠나 크로톤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크로톤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는 젊은 시절에 이집트 승려들, 동방박사로 유명한 페르시아의 마기, 인도의 바라문으로부터도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가르친 메템프쉬코시스(윤회설)는 아이네이아스가 저승에서 안키세스로부터 배운 것과 일치한다. 수는 만물의 근본 원리이며 침묵을 사랑하고 살생을 삼갈 것을 가르친 그는 제자들에게 질문을 용납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비디우스는 이 퓌타라스의 철학, 특히 영혼 윤회설에 관한 가르침을 장황하게 소개함으로써 이 변신이야기의 철학적 기초를 돋보이게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p. 295)

 

□ 포에부스의 피를 받은 이 신사는 배에서 내려 이 섬으로 들어갔다. 신이 뱀의 모습을 버리고 신의 모습을 드러내자 로마의 역질은 그것으로 끝났다. 이 신이 로마를 구한 것이다. (p. 329)

 

□ 카에사르는 이제 죽어야 한다. 그러나 그냥 죽는 것이 아니다. 죽어서는 신이 되어 하늘에 오르게 되어 있고 인간은 신이 된 카에사르를 위해 신전을 세우게 되어 있다. 카에사르의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고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다하게 되며 아버지를 살해한 자들과 복수전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가 되면 우리를 제 편으로 끌어넣어 싸우게 된다.

 

각주*) 아우구스투스는 카에사르의 양자가 되고 그 이름을 물려 받아 카이우스 율리우스 카에사르 옥타비아누스가 된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로마 황제는 카에사르라는 칭호로 불리게 된다. (p. 333)

 

□ 결사 (結詞)

 

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늘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p. 336)

 

 

이윤기 선생님의 멋진 번역에 감사 드립니다.

 

3. ‘변신의 힘(내가 저자라면)

 

큰 아이가 요즈음 변신 로보트에 환장해 있다. 그 덕에 우주를 누비던 로보트가 이내 람보르기니로 바뀌는 모습을 자주 본다. 조각 조각이 위태하게 이어져 관절을 이루고 그 관절이 앞으로도 움직이고 뒤로도 움직인다. 그렇게 한 참을 가상의 적과 싸우다가 로보트는 관절을 완전히 구부리고 꺽고 대가리를 심장쪽으로 쏙 처넣어 람보르기니가 되었다. 그리고는 굉음을 울리며 유유히 사라지고 제 딴의 스피드를 즐긴다.

 

그러나 유치한 이 변신은 우리의 시공을 초월하고 있다. 우주에서 지구를 지키다가 돌연 지구로 내려와 텍사스(미국의 패권주의가 바다 건너 무던한 직장인의 이미지까지 침투하였다. 할리우드는 이미 전세계를 갉아 먹고 있다.) 선인장이 그득했다가 없어지곤 하는 황량하지만 쭉 뻗은 도로 한가운데를 질주한다. 변신의 힘은 이리도 한계 지어지지 않는 인간의 상상력과 같다.

 

인류의 상상력은 오비디우스가 살았던 시대를 전후하여 가장 왕성했다. 예수와 석가도 이 시대를 살던 사람들 아닌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이러한 성인(聖人)의 영향력에 비견할 만한 하다.

 

성서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서양문학의 전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면 오비디우스의 영향은 절정에 달한다.

2천 년이 지났음에도 대중이 열광하는 주제가 그리스/로마 신화인 걸 보면 걸작 중에 걸작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 책을 처음 접하여 탄탄한 구성과 주제적 통일성의 관점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 앞에서 절망할 것이다. 각 이야기가 모두 변신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뚜렷이 어떤 주제적 통일성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은 매우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 이야기에 이어 다음 이야기가 나와야 할 어떤 필연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우며, ‘오비디우스는 그때그때 편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신화라는 얼개는 오비디우스의 구성력을 상쇄시키고도 남음이다. 흥미진진함으로 치자면 현대 소설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영문학자 이성원 교수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평가한 내용을 잠시 들여다 보자.

이 작품에 수록된 것은 결국 사랑과 애욕(
愛慾)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이요, 인간을 미치도록 사랑한 신의 이야기, 불멸의 신을 짝사랑하다가 끝내 이루지 못한 인간의 이야기, 동성애, 자기애, 아버지와 딸 간의 또는 오누이 간의 사랑 등 사회적으로 용인된 또는 금기시된 모든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이 작품 전편에 걸쳐 펼쳐진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오비디우스는 인간 심리의 다양한 측면을 탐색한다. 오비디우스의 세계에서 꽃과 나무, , , 메아리 등 자연계의 사물과 자연현상에는 모두 사랑, 증오, 질투, 분노, 복수심 등 어떤 사연이 간직되어 있다. 그 애틋한 사연의 결과 인간은 어찌할 수 없이 그런 것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애욕은 인간이 피할 수도 없고, 거역하거나 저항할 수도 없는 존재조건이라는 생각이 이 작품에 짙게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절한 지적이다. 그래서 책의 구성은 이렇게 바꾸어 본다면 독자들은 이 책에 더 깊은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선, 책을 1, 2권으로 나누지 않는다. 나눈 이해할 수 없고 독자들도 읽기 어렵다. 한 권으로 만들자. 대신 1부와 2부로 구분하여 변신이야기_전쟁’, ‘변신이야기_사랑으로 크게 구성하자 책을 관통하는 두 가지 주제를 전쟁과 사랑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서술의 형태가 대폭 바뀔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자. 2권의 트로이아 전쟁, 1권의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등의 이야기는 전쟁의 이야기다. 그 외 주제는 사랑으로 배치하고 각각의 이야기에 맞게 제목을 구성한다. 예를 들면 아네모네 이야기의 제목은 바람꽃의 전설이런 식이다.

 

구성을 바꾼다 해도 신화라는 이야기의 얼개는 바뀌지 않는다. 그 강력한 감정의 흡인력은 2천 년을 거슬러 완성한 인류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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