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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8일 11시 36분 등록
 

변신이야기 

                                                        오비디우스 ․ 이윤기 옮김


1. 저자에 대하여


* 그의 생애

 오비디우스는 기원전 43년부터 기원후 17년 또는 18년까지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치 주’의 ‘술모(술모나)’에서 지방의 부유한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당시의 많은 기사층 출신의 자녀들처럼 오비디우스는 일찍 로마로 유학하여 정치가가 되기 위한 필수교육인 수사학(변론술)과 웅변술을 배웠다. 그는 로마에서 웅변술의 대가였던 아우렐리우스 푸스쿠스와 포르키우스 라트로에게서 수사학을 사사한 뒤 잠시 법관으로 관료 생활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신분 계층이라면 시간만 지나면 따 놓은 당상이었던 원로원직을 과감히 포기하고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법정변론을 하려 해도 "말이 저절로 시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시인이 되고자 결심한 때에 그는 문인들을 후원하는 메살라 코르비누스에 발탁되어 당시의 유명 문인들과 교류를 갖게 된다. 티불루스 등의 시인 서클에 가담, 당시 유행했던 엘레게이아풍의 연애시로 필재를 휘둘러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연애의 농락술을 교훈시풍으로 엮은 《사랑의 기술(Ars Amatoria)》이 풍속을 문란케 하는 책이라 하여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노여움을 샀다.

 그 후 연애시와는 결별하고 이야기시의 제작에 몰두하여 필생의 대작 《변신이야기(Metamorphoses)》를 완성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헌정하려던 《행사력(Fasti)》을 제작 중이던 서기 8년 황제로부터 돌연 로마 추방을 선고 받았다. 오비디우스 자신은 귀양당한 원인에 대해 <어떤 시구와 어떤 과실> 때문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바로 이 시구는 큰 율리아를 찬양하는 시구이고, 과실은 율리아의 애인 노릇을 한 일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책 참고) 만년은 전반이 화려했던 것에 비해 비참했다. 흑해 연안의 벽지 토미스에서 호소와 애원이 담긴 서신을 고국에 띄우며 10년을 보내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 그의 작품

1.《사랑도 가지가지 Amores》(3권)는 초기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엘레게이아(애도가)의 시형으로 이루어지고, 코린나라고 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연애의 노래가 실려 있는데, 이것은 실재한 시인 자신의 특정한 애인이라고는 여겨지지 않고, 작품에는 기교적인 경향이 짙다.

2. 옛 전설 속의 유명한 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여류의 편지 Heroides》는, 신화적인 요소와 세속적인 풍습이 뒤얽혀 미묘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것은 시인이 출입하던 당시 로마 상류사회의 취미와 일치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경향은 《사랑의 기교 Ars Amatoria》(3권, BC 1)에도 나타나 있다.

3.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변신이야기 Metamorphoses》(AD 8)이다. 이것은 서사시의 형식으로 쓰인 15권의 작품으로, 케사르에 관한 이야기와 예로부터의 신화 ·전설 속의 변신이야기를 다루어, 하나의 신화 집대성이 되고 있다. 풍부한 상상력에 의하여 회화적인 묘사로 넘쳐흐르고 있으나, 신화를 다루면서도 거기에 나오는 인물은 당시 상류사회의 남녀를 느끼게 한다.

4. 추방당한 뒤, 《비가 Tristia》(5권, 8∼12)와 《흑해로부터의 편지 Epistulae ex Ponto》(4권, 12∼16)가 만들어졌는데, 변방으로 유배된 시인의 불행과 도시에 대한 귀환을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끝내 귀국은 허락되지 않았다. 지금 남아 있는 작품으로는 이밖에도 《달력 Fasti》 《사랑의 치료법 Remedia Amoris》 《여자의 화장법》 등이 있다. 그의 작품에는 사상적인 깊이는 없어도 세련된 감각과 수사(修辭)가 풍부하기 때문에, 르네상스 시대에 널리 읽혔고,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 그에 대하여

 그는 합리주의자이며 매우 지적인 사람이었다. 예를 들어 그는 유물론적인 시인 루크레티우스에게 본능적으로 공감했다. 그는 지나치게 회의주의적이었고 독자적인 지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시를 제외하고는 어떤 대의명분에도 헌신하지 못했다. 그는 시에 대한 신념 속에서 살고 죽었으며, 이 신념은 〈사랑 Amores〉에서 시작하여 유배지에서 쓴 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작품에 스며 있다. 시에 대한 그의 헌신은 절대적이었단다. 《변신이야기 Metamorphoses》만 읽어봤지만 그 안에서도 그는 시인의 소명을 잊지 않았다. 특히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부분은 정말 시적이다. 그는 낱말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와 언어를 다루면서 느끼는 기쁨을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며 누리는 기쁨으로 누렸다. 이런 특성과 함께 그는 넘쳐흐르는 상상력과 풍부한 독창력도 갖고 있었다. 인간성에 대한 그의 이해는 베르길리우스만큼 깊지는 않다 해도 그보다 더 넓었고, 아마 보통 사람에게는 오비디우스가 더 감동적이고 이해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공감하는 바이다.) 그는 다정한 친구이자 익살스럽고 이해심 많은 연인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문인이자 창조자이며 예술가였고, 가장 완전하고 정확한 의미에서의 시인이었다.

 고대에 오비디우스가 후세의 시문학에 미친 영향은 주로 기법과 관련한 것이었다. 그는 애가 2행연구(二行聯句)를 완성했고, 6보격을 모든 목적에 맞는 운율과 유창한 의사 전달수단으로 만들었다. 베르길리우스의 영향을 직접 받은 시인들조차도 거의 모든 시행에서 오비디우스의 영향을 드러내고 있다. 중세에 오비디우스는 대다수의 고대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신념과 지식의 원천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변형담〉은 그리스 신화의 풍요로움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통로를 제공했다. 그러나 중세뿐 아니라 그 후에도 그의 주된 매력은 그의 글이 갖고 있는 인간성(쾌활함, 동정심, 생기발랄함, 그림처럼 생생하고 감각적인 묘사)에서 나온다. 그는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시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음유시인과 궁정연애를 노래한 시인들, 초서·셰익스피어·괴테 및 에즈라 파운드 등이 그를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여자를 하나의 성(性)으로서 순수하게 좋아했다는 사실과 아울러 바로 이런 인간적 특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출처

<네이버 http://100.naver.com/100.nhn?docid=115367>

<http://www.yes24.com/24/goods/17364?scode=032&OzSrank=1>

<http://preview.britannica.co.kr/bol/topic.asp?article_id=b16a0857b>

<"오비디우스" 한국 브리태니커 온라인

http://preview.britannica.co.kr/bol/topic.asp?article_id=b16a0857b>

"오비디우스" 관련 인터넷 사이트

[영문사이트]

Recent Ovidian Bibliography

Metamorphosis

The Ovid Project: Metamorphosing the Metamorphoses

Who′s Who in the Metamorphoses of Ovid


* 그에 대한 개인적 평가

 <<변신 이야기>>는 변신하는 이야기가 무궁무진 펼쳐진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될 것 같다. 재밌다. 특히 금기시 되는 감정의 노예가 되어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아주 잘 묘사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랑에 대한 마음의 갈등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문명은 많은 부분이 변화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갈등, 사랑이야기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이 가진 어떤 욕망, 욕구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문체는 독자가 책의 내용에 더 빨려 들어가게 하는 효과를 준다. 특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다양한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많은 비유를 사용하여 문장을 이어나갔는데 비유법에 약한 나는 오비디우스가 존경스럽다. 특히 자연의 모습을 빌려와서 시간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단한 관찰력을 가졌을 것이다. 시인이 맞다.


 무엇보다 그는 부모의 반대에 무릅쓰고 안정과 명예를 버리고 시인이 된다. 이 부분에서도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신나게 살았을지 상상해본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오비디우스도 그런 면에서는 큰 복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정말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 각각의 사랑마다 절절한 노래를 불러주는데 시인이 아니라 법률가가 되었다면 변론 할 때마다 다 승소했을 수도 있겠다.


 오비디우스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는 다는 점에서 더 좋았다. 이윤기씨가 번역을 잘 해준 점도 있겠지만 읽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분노에 차기도 했다. 그가 이야기를 술술 풀어감에 있어서 거침없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다른 시들을 읽어보고 싶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1 서사 (序詞)

p15 마음의 원(願)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變身)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책 쓰기 전 하는 기도문. 나의 이야기도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2. 천지창조

p19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우리의 마음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우리 마음이 비었을 때 분명 무엇인가가 그 안으로 들어오게 마련이다. 비우면 분명 무엇으로 채워진다는 이치. 나는 비우고, 무엇을 채울까?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늘 시선을 땅에다 박고 다니는 데 비해 머리가 하늘로 솟아 있어서 별을 향하여 고개를 들 수도 있었다.


3 네 시대와 거인족

p20 한 처음은 황금의 시대였다. 이 세대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 내가 속한 공동체가 그러하길.......


p21 (그림 밑 해설)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은 족족 잡아먹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크로노스의 이러한 속상은 태어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 자체의 속성을 상징한다.


p23 이렇게 되자, 이 친구는 저 친구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고, 장인은 사위의 손을 안심할 수 없는 상태가 생겨났다. 형제간의 우애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아비는 지어미가 죽기를 목마르게 기다렸고, 지어미는 지아비가 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사악한 계모는 독초를 찧어 독약을 만들었고 자식은 아비의 점괘를 곁눈질하며 아비 죽을 날을 목 늘이고 기다렸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을 떠나자 마지막까지 이 땅에 남아 있던 불사의 처녀신 아스트라이아도 머리를 풀고 이 피 묻은 땅을 떠났다.


4. 이리로 둔갑한 뤼카온

p26 이제는 이 환부(患部)더는 손을 써볼 수가 없어요. 이 환부 때문에 온전한 곳까지 상할 위험이 있다면 칼로 이 환부를 도려내어 버려야 하지 않겠어요.

상처를 껴안지 말라. 나의 온전한 부분까지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상처를 도려내고 버려라. 사실 상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므로 상처 받지 말라. 무엇이 그토록 나를, 우리를 상처받게 했단 말인가. ‘상처에 대한 나의 생각’


5 인류를 멸망시키는 대홍수

: 노아의 방주의 스토리를 따왔다는 생각이 들었음


6 새 인류의 조상 데우칼리온과 퓌라

p38 두 사람은 여신이 맡긴 뜻이 이른 대로, 산을 내려가면서 옷으로 머리를 가리고 띠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다음 돌을 주워 어깨 너머로 던져보았다.

우리는 가끔 이해되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함.


7 왕뱀 퓌톤

p39 이는, 만물이 이 두 가지 요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인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8 월계수가 된 다프네

p44 아폴로의 가슴은, 타작마당에서 검불을 태우는 불길, 혹은 밤길 가던 나그네가 새벽이 되자 내버린 횃불이 잘 마른 울타리를 태우듯이 그렇게 타올랐다.

비유


p45 이리를 피하여 어린 양이 도망치듯이, 사자를 피하여 사슴이 달아나듯이, 비둘기가 독수리를 피하여 날갯짓하듯이, 만물이 그 천적 되는 것을 피하여 몸을 숨기듯이, 그대는 지금 그렇게 내게서 달아나고 있소.


9 암소가 된 이오. 백안의 거인 아르고스. 갈대가 된 요정 쉬링크스

p57 그대와 나는 영원히 이렇게 아름다운 소시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오.


10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

p60 나를 내려다보고 계시고, 내 말을 듣고 계시는, 찬연히 빛나는 태양에 걸고 맹세하거니와, 너는 네가 우러러보고 있는 태양, 온 세상을 밝히는 태양의 아들이다. 만일에 내 말이 거짓이면 그분이 내 눈을 앗아가실 것인즉, 내가 세상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러니 네 아버지를 찾아가거라. 네가 네 아버지 처소로 가는 일은 어렵지도 않고, 그 길이 그리 먼 것도 아니다. 우리 땅의 지경, 그 분이 솟아오르시는 곳, 그 곳에 네 아버지이신 그분이 계시는 곳이다.

우리들에게 아버지는 어떠한 상징으로 남아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화의 힘에서도 예로 등장했던 한 부분인 것 같아 이렇게 단락을 기록해놓는다.


2 신들의 전성시대

1 태양 수레를 모는 파에톤

p62 태양신은 보라색 용포를 입고 빛나는 에메랄드 보좌에 앉아 있었다. 보좌 좌우로는 <날>, <달>, <해>, <세대>, 그리고 <시(時)>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사철도 있었다.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는 것은 <이른 봄>, 가벼운 차림에 곡식 이삭관을 쓴 것은 <여름>, 포도를 밟다가 나왔는지 발에 보라색 포도즙이 묻은 것은 <가을>, 백발을 흩날리고 있는 것은 <추운 겨울>이었다.


p66 이 아비가 어떻게 자식의 소원을 들어준답시고 자식 죽일 일을 시킬 수 있겠느냐?

p68 혹 내 말을 듣고 네 마음이 변하지는 않느냐? 변했거든 천마의 고삐를 놓고 내 말을 따르거라. 따를 수 있을 때 내 말을 따르거라. 미숙한 너에게 하늘로 오르는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네가 이 위험한 일을 해보겠다고 우기기는 한다만, 대지에 빛을 나누어주는 일은 나에게 맡기고 너는 그 빛을 누리기나 하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아비가 아들을 향해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있다. 인간은 저주가 되는 기회와 축복이 되는 기회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p70 그에게는 어디가 어딘지 위치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설사 분간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천마를 다스릴 수 없었으니 결국 분간이 되나 되지 않으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지혜와 더불어 제가 원하는 일이나 행동을 다룰 줄 아는 능력, 힘이 필요함. 준비되지 않았다면 무명의 시절을 더 견디고 갈고 닦는 것이 스스로에게 축복일 것이다. 분간이 되나 되지 않으나 마찬가지인 상황에는 놓이지 말아야 한다.


p78 아버지의 수레를 몰던 파에톤, 여기에 잠들다. 힘이야 모자랐으나 그 뜻만은 가상하지 아니한가.

헤스페리아의 요정들이 파에톤을 후히 장사 지내준 것은 파에톤의 아버지인 태양신이 얼굴을 가린 채 숨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날 하루만은 태양이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타오르던 불길이 세상을 비추었더란다. 세상을 태우던 불길이 하루만이나마 세상을 비추었다는 이야기가 묘하다. 그러고 보면, 재앙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익한 바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모양이다.


2 헬리아데스의 변신

p80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무껍질이 딸들의 입을 막았다. 이 나무껍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태양빛에 굳으면서 호박 구슬이 되어 가지에서 강물로 떨어졌다. 강물은 이 호박 구슬을 물 밑에 간직했다. 뒷날 로마 부인네들의 장신구가 된 호박 구슬이 바로 이것이다.


3 백조가 된 퀴크노스

4 칼리스토를 범한 유피테르

5 별이 된 모자

6 까마귀 깃털이 검어진 내력

7 말이 된 오퀴로에

8 수다쟁이 돌이 된 바투스 노인

[여보 노인장, 노인장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혹시 누가 노인장에게 가축 무리를 못 보았느냐고 하거든, 못 보았다고 대답하시오. 그리고 여기 잘생긴 소 한 마리가 있으니, 내가 베푸는 성의로 여기고 거두어주시오]

노인은 그 소를 받고는, 가까이 있던 돌 하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걱정 마시오. 그대 뜻대로 될 것이니. 저 돌이 고자질하는 일이 있으면 있었지, 내가 고자질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요비스의 아들은 짐짓 그 자리를 떠났다가 다른 사람으로 둔갑하고는 원래 자리로 되돌아와서 전혀 다른 목소리로 노인에게 물었다.

[여보세요, 할아버지, 이곳을 지나가는 내 가축을 못 보셨습니까? 보셨다면, 공연히 입을 다물었다가 도둑의 패거리로 몰리지 말고 내게 일러주세요. 일러주시면 황소 한 마리에다 암소 한 마리를 짝으로 붙여서 할아버지께 드리겠습니다]

상급이 곱절이 되었으니 노인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밖에. 그래서 노인은 이 변장한 메르쿠리우스에게 말했다.

[저기 저 언덕 밑으로 가면 찾을 수 있을 게요]

메르쿠리우스가 아폴로의 가축을 훔쳐 숨겨둔 곳이 바로 언덕 밑이었다. 메르쿠리우스는 기가 막혔던지 웃으면서 노인을 꾸짖었다.

[이런 사기꾼, 면전에서는 그러마고 해놓고 돌아서서는 딴소리를 해? 영감은 내 앞에서 나를 배신했어]

메르쿠리우스는 이 노인을 단단한 돌로 만들어버렸다. 오늘날 시금석이라고 불리는 돌이 바로 이 돌이다. 그래서 이 돌에는, 옛날에 거짓말하던 흔적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고 한다.


9 메르쿠리우스와 헤르세

p103 외모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메르쿠리우스였다. 그런데도 헤르세에 비하고 보니 어쩐지 초라한 것 같아 메르쿠리우스는 머리카락을 손질하고, 옷매무새를 매만져 술이 달린 옷 가장자리와 금장식이 겉으로 잘 드러나게 했다.

여자들이 자신의 옷매무새를 만지고 꾸미는 내적 동기를 무덤덤하게 표현해주는 부분이는 생각이 든다. 여자는 왜 꾸미는가?


10 질투의 화신이 된 아글라우로스

p105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p107 마음의 근심에 쫓기며 나날이 여위어가는 아글라우로스는, 흡사 뜨거운 햇볕 아래 놓인 얼음 덩어리 같았다.


p108 사실은 석상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이 아니고 석상이 되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석상이 되었는데도 돌의 색깔은 거무튀튀했다. 검은 마음의 물이 들어 그런 색깔로 변하게 된 것이다.

사람의 얼굴에도 마음이 드러난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그 사람의 컨디션, 상황에 따라 사람의 얼굴의 빛깔이 달라지기도 하고 표정이 그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좋은 마음을 가졌을 때 우리의 얼굴도 환하게 빛나는 것 같다


11 소로 둔갑한 유피테르와 에우로파

p108 대신의 지엄한 분부의 시행에 일각의 지체가 있을 수 없었다. 유피테르의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미 그 땅 임금의 소떼는 해변 쪽으로 내닫고 있었다. 소떼가 가는 해변은 그 나라의 공주가, 친구들인 튀로스의 처녀들과 자주 어울려 놀던 풀밭이었다.


p109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3 박쿠스의 탄생 외

1 카드모스의 망명과 테바이 건설

p117 결과적으로 보면, 아버지로부터 추방당함으로써 축복을 받은 셈이다.


p118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었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2 디아나와 악타이온

p118 젊은 악타이온은, 함께 산 속을 누비며 사냥하던 동무들에게 말했다.

[여보게들, 창칼과 사냥 그물은 우리가 잡은 짐승의 피에 젖고 말았네. 이만하면 오늘 몫으로는 넉넉하지 않은가? 내일 아우로라가 노란 마차를 타고 새 날을 베풀거든 또 와서 시작하세. 보게, 해가 하늘 중간에서 걸음을 멈추고 열기로 대지를 구워대고 있지 않은가! 오늘 사냥은 이 정도 하고 그물을 걷세]


p120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가 알몸을 들킨 이 여신의 뺨은, 태양빛을 받은 구름 색깔, 아니면 장밋빛 새벽의 색깔로 물들었다.

표현


p123 악타이온은 제 이름을 부르는 친구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으랴! 사냥개들 이빨에 찢기는 대신 진짜 사슴이 찢기는 것을 구경이나 하고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나 그는 너무나 분명하게 거기에 있었다.


3 유피테르와 세멜레

4 양성의 쾌락을 경험한 테이레시아스

5 미소년 나르키소스와 에코

p132~133 이때부터 에코는 날빛이 비칠 동안은 동굴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에코의 가슴에 내린, 나르키소스에 대한 사랑의 뿌리는 깊었다. 실연의 고통으로 몸부림칠 때마다 이 사랑의 뿌리는 나날이 깊어갔다. 격정이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에코는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갔다. 나날이 수척해지면서 온몸에 주름살이 생겨나기까지 했다. 이렇게 여위어가다가 여위어가다가 에코의 아름답던 몸은 그만 한줌의 재로 벼하여 바람에 날려가고 말았다. 남은 것은 뼈뿐이었으나 곧 이 뼈도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리자 마지막으로 소리만 남았다. 에코의 뼈는, 날아간 게 아니고 돌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이때부터 에코의 모습은 숲속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에코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나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에코의 목소리만은 살아 있으니 당연하다.


p134 그는 자기 자신을 아름다운 소년이게 하는 이 모든 것들에 경탄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물론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좇는 동시에 좇기고 있었다. 그는 격정으로 타오르는 동시에 태우고 있었다.


p135 나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자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고 내가 보는 내 사랑에, 나는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마침내 닿지 못하는구나. 이를 어쩌면 좋은가? 내 사랑이 나를 피하는구나.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저 넓디넓은 대양도 아니요, 먼 길도 산도 아니요, 성문의 빗장이 걸린 성벽도 아니다. 견딜 수가 없구나. 많지도 않은 물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으니, 참으로 견딜 수가 없구나. 내 사랑이 내 포옹을 바라고 있는데 어찌 이를 내가 모르겠는가? 내가 허리를 구부리고 그 맑은 수면에 입술을 갖다 대려고 하면 내 사랑도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내 입술을 마중하는데 어찌 내가 모르랴! 그대는, 우리의 입맞춤이 이루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 사랑을 갈라놓는 장애물을 참으로 하찮다고 할 것이다. 아, 사랑이여, 그대가 누구든 좋으니 내게로 오라.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자여, 왜 나를 피하는가?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려 할 때마다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 내 모습이 추해서, 내 나이가 많아서 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요정들이 나를 사랑했는데,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사랑의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으며 그림을 보듯하고, 그 마음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p136 사랑을 구하여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이냐? 구하는 것이 내게 있는데....... 내게 넉넉한 것이 나를 가난하게 하는구나. / 내가 사랑하는 것이 내게서 떨어져 나가게 하소서. 아. 슬픔이 내 힘을 말리는구나. 내게 이제 생명의 기운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는, 내 젊음의 꽃봉오리 안에서 죽어가고 있구나. 죽음과는 싸우지 말자. 죽음이 마침내 내 고통을 앗아갈 것이니....... 그러나 나는 죽어도 좋으니, 내가 사랑하던 것만은 오래오래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우리 둘은, 하나가 죽으면 나머지 하나도 따라 죽어야 할 운명.......

사랑이란 밑줄 친 부분 같은 것. 유언장을 쓰고 나니 그 마음이 더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어디로 도망쳐 이 무정한 것아! 너를 사랑하는 나를 버리지 마! 네 몸에 손을 대는 게 싫다면 손대지 않으마. 그러니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게만 해주어. 바라보면서 내 슬픈 사랑을 이별하게 해주어]


p137 수면에 이 가슴이 비치자 나르키소스는 다시 사무치는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따뜻한 햇살에 녹는 금빛 밀랍처럼, 아침 햇살에 풀잎을 떠나는 서리처럼, 그의 육신도 사랑의 고통 속에서 사위어가다 가슴 속의 불길에 천천히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p138 관이 준비되고, 화장단(火葬壇)이 마련되고, 불을 붙일 횃불까지 만들어졌지만, 나르키소스의 시신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요정들은 그의 시신 대신 흰 꽃잎이 노란 암술을 싸고 있는 꽃 (수선화) 한 송이를 찾아내었다. 


6 신들을 믿지 않는 펜테오스

7 돌고래가 된 뱃사람들. 광란의 박쿠스 축제

p142 이들의 경고는 오히려 펜테오스 왕의 광기에 불을 질렀을 뿐이다. 말하자면 이들의 노력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었다. 장애물이 없을 때는 조용히 부드럽게 산 아래로 잘 흘러가던 시냇물이,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포말을 날리고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p151 가을바람이, 늦서리를 견디며 간신히 가지에 매달려 있던 잎을 떨어뜨리는 듯 한 형국이었다. 


4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 

1 미뉘아스의 딸들

2 퓌라모스와 티스베

p158 하지만 사랑은 처녀를 아주 대담한 여자로 만드는 법이야. 

p160 티스베는 떨기 시작했어. 미풍이 수면에다 파문을 일으킬 때 바다가 떨듯이......./ 당신의 손, 당신의 사랑이 당신을 죽였군요. 이만한 일을 할 손이라면 내게도 있어요. 당신의 사랑에 못지않는 내 사랑도 이만한 상처를 낼 힘쯤은 내게 베풀어줄 거예요. 내가 죽어서 당신의 뒤를 따르면,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죽이고 당신의 길동무가 되었다고 할 테지요. 죽음이 당신을 내게서 떼어놓았지만, 이 죽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어요. 무정한 부모님들이시여. 내 부모님, 퓌라모스의 부모님들이시여. 원하오니 저희들 소원을 이루어지소서. 뜨거운 사랑과 죽음의 손길이 우리를 하나 되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를 한 무덤에 묻어주소서. 


3 베누스와 마르스의 밀통(密通) 

p162 천상의 빛으로 삼라만상을 비추는 태양신 솔도, 사랑에는 어쩔 수 없었던 적이 있어. 


4 레우코토에와 클뤼티에

p167 그래서 클뤼티에는 레우코토에가 태양신에게 순결을 잃었다는 소문을 퍼뜨렸지. 이 소문을 오래지 않아 레우코토에의 아버지 오르카모스의 귀에까지 들어갔어. 오르카모스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수밖에. 그는 딸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지. 레우코토에는 아버지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태양을 향해 팔을 벌리고 이렇게 외쳤대. 

처녀가 순결을 잃는다는 것을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순결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의문을 품고 답은 찾지 못한 부분이다. 

p169 그러다 사지는 대지에 뿌리로 박혔고 살갗에서는 파리한 잎이 돋아났대. 꽃이 되어버린 거야. 발그레한 살빛이 조금 남아 있는 얼굴에서는 제비꽃 비슷한 꽃이 피어올랐어.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데도 이 꽃송이만은 태양이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돌려. 클뤼티에의 모습은 바뀌었어도 사랑만은 변하지 않았던 거야. 


5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 

6 발고아한 아타미스와 이노. 티시포네

p179 암, 비록 적이지만 이를 못 본 척하는 것은, 한 수를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하다. 


7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 

8 영웅 페르세오스와 아틀라스

p191 진실의 힘이라는 것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 아니던가.


9 안드로메다와 바다의 괴물

p197 사막에 똬리를 틀고 있는 독사를 보고 뒤에서 이를 덮쳐 그 무지막지한 발톱을 이 독사의 목에다 박고, 독니를 쓰지 못하게 대가리는 뒤로 뒤집어 거머쥐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페르세오스도 이 괴물의 등을 공격하여 포효하는 이 괴물의 오른쪽 어깨에다 낫같이 꼬부라진 칼을 박았다. 


10 메두사 


5 무우사의 탄생 외 

1 피네오스의 반란

p204 이자는 그렇지 않아도 미남인데 옷을 어찌나 잘 입는지 이것 때문에 더욱 잘나 보이는 무사였다. 

p207 정의를 사랑하고 신들을 두렵게 여길 줄 아는 에마티온 노인도 이 싸움판에 있었다. 그는 나이가 많아 칼질은 하지 않았으나 폭도들을 저주하였으니 입으로 싸운 셈이다. 

p208 [그 넓은 땅은 그만두고, 네 누울 자리만큼 만 차지 하거라.]이렇게 말하면서 죽어가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p211 여기에서 돌이 된 폭도들 이름을 다 거론하자면 한이 없다. 요컨대 창칼 싸움에서 목숨을 부지한 폭도 수는 이백여 명이었고, 고르곤 메두사의 머리를 보고 돌이 된 폭도 수도, 따라서 이백여 명이었다. 

하지만 안들 무엇하고 후회한들 무엇하랴. 

p213 피네오스는 겁을 먹고 또 한차례 고개를 돌리려다가, 목이 뻣뻣하게 굳고 눈물이 굳으면서 대리석상으로 화했다. 대리석상이 되었는데도 겁먹은 그 얼굴, 용서를 애걸하는 그 표정만은 여전했다. 말하자면 이 석상은 손으로는 싸움에 진 것을 인정하고 얼굴로는 굴종의 순간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2 프로에토스

3 폴뤼덱테스

4 무사이를 괴롭혔던 퓌레네오스

5 무사이 아홈 자매와 피에리테스의 노래 겨루기 

p218 그런 것들과 겨룬다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입니다만, 겨루어 보지도 않고 승리를 양보한다는 것은 이보다 더 치욕적인 일이 아니겠습니까? 


6 플루토의 사랑. 케레스와 프로세르피나 

p223 프로세르피나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허리띠는 풀어지고, 치마 가장자리는 찢겨나가고....... 치마가 찢겨나가자 거기에다 따담았던 꽃은 우수수 떨어졌어. 어리고 순진한 프로세르피나에게는, 꽃 떨어지는 것 또한 눈물거리.


p226  케레스 여신이 외딸 프로세르피나의 허리띠를 알아보지 못할 리 있으랴. 여신은 허리띠를 보자마자 딸 잃은 설움이 복받쳐 새삼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는군. 하지만 울부짖는다고 어디 될 일이던가. 

p227 여신은 땅을 원망하다가 이번에는 실종된 딸의 유품을 보여준 트리나크리아를 원망했구나. / 비옥하기로 소문나 있던 그 고장 땅은 여신의 명을 받들어 황무지로 둔갑, 농부들의 희망을 저버려도 철저하게 저버렸고, 씨앗은 여신의 명을 받들어 싹을 틔우지 않거나, 싹을 틩더라도 곧 말라버렸다지. /

땅에는 죄가 없습니다. 만일에 땅이 입을 벌려, 따님을 납치한 자를 숨겼다면 그야 어쩔 수 없어서 그랬을 테지요. 저는 제가 고여 있는 이 땅을 용서하시라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 고장 요정이 아니고 엘리스의 요정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피사입니다. 여신이시여, 이 땅이 저에게는 타관입니다만 저는 어느 누구보다 이 땅을 사랑합니다. 지금은 이 아레투사의 고향, 이 아레투사의 고국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자비로우신 여신이시여, 원하옵건대 이 땅을 은혜롭게 하소서. 제가 고향을 떠나 저 넓은 바다를 건너 이곳 오르튀기아까지 온 내력은, 여신의 분노와 근심이 다소 가라앉은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이 말씀만은 먼저 여쭙겠습니다. 저는, 대지가 저를 위해 열어준 길을 따라 이곳까지 도망쳐 왔습니다. 대지 속 깊은 굴을 지난 저는 고개를 들고 낯선 별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곳에 이른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 두 눈으로 스튁스의 심연을 흐를 때였습니다. 따님께서는 슬픈 얼굴을 하고 계시었습니다. 표정에 공포의 그림자가 함께 어려 있었고요. 하지만 그분은, 저승  세계의 귀하신 왕비, 지하 세계 지배자의 배우자가 되어 계시더이다. 


p229 그러나 그대는 사상(事象)에 이름을 붙이되 온당한 이름을 붙여야 하오. 우리 딸을 데려간 자의 행위는 약탈행위가 아니라 조금 도를 넘은 사랑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그대가 동의한다면 이 사위 되는 자도 우리를 그리 불명예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비록 그에게 자랑할 것이 없다고는 하나, 아무나 이 유피테르의 형제일 수 있는 것은 아니오. 그러나 그에게 자랑할 만한 것도 없는 것도 아니오. 그는 이 세상을 상속받을 때 제비를 잘못 뽑아 이 천궁을 나에게 양보하고 저승 왕이 된 것뿐이오. 그대가 이렇게 우기니 프로세르피나를 마땅힌 천궁으로 데려와야 할 일이기는 하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소. 프로세르피나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야 하오. 나를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이것은 파르카에가 정한 법이니까. 


p230 저승을 흐르는 아케론 강의 뱃사공 카론(혹은 케이론). 고집이 세기로 유명하다.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그의 배를 탄 사람은 네 사람. 즉 테레우스와 페이리로스, 그리고 헤리클레스와 오르페오스이다. 아이네이아스와 오뒤세우스도 저승을 다녀온 것으로 되어 있으나, 카론의 배를 탔다는 말은 없다. 


7 아레투사가 샘이 된 내력

p233 외모가 아름답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스스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요정을 보면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아름다워보았자, 사내의 눈요깃감밖에는 더 될 것이 무엇이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6 신들의 복수

1 미네르바 여신과 아라크네의 솜씨 겨루기 

p242 아라크네는 벌떡 일어났다. 아라크네의 뺨은 잠깐 붉게 상기되었다가는 곧 핏기를 잃었다. 새벽의 손길에 붉게 물들었다가 해가 돋으면서 창백해지는 하늘빛 같았다. 아라크네는 제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오직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운명과 맞서려 할 뿐이었다. / 어찌나 열심이었던지 이들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까지 까맣게 잊고 일했다. / 무지개가 지닌 여러 가지 색깔을 띠는, 맞물리는 곳에서 하나로 보이지만 여기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이는 법이다. 


2 니오베의 아들딸들

p253 그만 하세요. 불평하시면 불평하시는 만큼 저 여자가 벌을 받는 시각이 지체될 뿐입니다. 

과연 신들의 복수라는 말이 맞다. 


3 개구리가 된 뤼키아 농부들

p258 늘 그러하듯이, 일이 이렇게 되면 라토나 여신에 관한 옛이야기도 자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법이다. 말하자면 저간에 있었던 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옛날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p260 왜 이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물이라는 것은 만물로 하여금 요긴하게 쓰라고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요? 자연이 공기와 햇빛과 함께 넘실거리는 물을 창조한 것은 어느 한 동아리만 이롭게 하자고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나는 물을 찾아 이곳에 왔습니다. 이 물에 대해서는 나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이렇게 무릎을 꿇고 여러분에게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사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물에 몸을 씻고자 하는 것도 아니요, 걷는데 지친 다리를 담그자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목을 축이자는 것뿐입니다. 나는 입이 말라 지금도 말을 못하겠습니다. 목이 말라 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물을 마신다면 이 물은 내게 넥타르나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 물을 마시게 해주신다면 여러분은 내 목숨을 살려주시는 셈입니다. 여러분은 나에게 이 물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생명까지 주시는 셈입니다. 바라건대 이 아이들에게도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보십시오, 이 아이들이 내 품에서 여러분에게 이렇듯이 가녀린 손을 내밀고 있지 않습니까? 

p261 그런데도 이들의 혀에는 남을 헐뜯는 버릇은 남아서, 심지어는 물밑에서까지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지껄이거나 남을 비방하려고 했습니다. 


4 산 채로 껍질을 벗긴 마르쉬아스

5 펠로프스의 왼쪽 어깨

6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p266 하기야 인간이 무슨 수로 한치 앞을 볼 수 있으랴! 

p267 필로멜라는 아름다운 옷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나 바탕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오히려 이 성장이 무색했다. / 필로멜라는 보는 순간 테레오스의 가슴속에서는 욕망의 불길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 불길은, 마른 옥수수 대궁이 아니면 건초 창고를 태우는 불길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테레오스의 가슴속을 번져갔다. 

p270 그의 모습은 발톱으로 메토끼를 채어 제 둥지에다 내려놓고, 오갈 데 없는 이 희생물을 탐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약탈자인 독수리와 흡사했다. 


p273 그러나 슬픔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역경과 곤경은 사람을 창조적이게 하는 법이다. 

프로크네는 쓰다 달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프로크네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연은, 한 마디 말로 그 반응을 나타내기에는 지나치게 슬픈 사연이었기 때문이었다. 말을 하고 싶어도 응분의 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슬픈 사연이었다. 프로크네에게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프로크네는, 복수할 계획을 세우는 데 온 정신을 쏟았다. 이 복수 계획은, 선악의 잣대를 깡그리 벗어난, 참으로 상궤를 멀리 벗어난 것이었다. 


p276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프로크네는 속으로 분을 감춘 채 복수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어머니의 마음 어쩔 수 없는 것. 이들이 가까이 다가와 그 가녀린 팔로 어머니의 목을 안고 뺨에다 입을 맞출 때는 프로크네의 마음도 흔들렸다. 프로크네는 마음의 고삐가 풀려가고 있는 데 당혹했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을 하는데도 프로크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복수의 결심을 어지럽히고 있음을 깨달은 순간 프로크네는 시선을 이 아들에게서 동생 쪽으로 옮겼다. 시선을 이리지리 옮기면서 프로크네는 마음속으로 자기 자신을 꾸짖었다. 

7 북풍신 보레아스 


7 영웅의 시대 

p283  하지만 아무리 내가 마음을 다져먹어도 까닭을 알 수 없는 짐이 나를 짓누르니 이 일을 어쩌지? 욕망은 나더러 이렇게 하라고 하고 이성은 나더러 저렇게 하라고 하니 이 일을 어쩌지?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나는 알고 있다.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나는 옳지 않은 길을 따르려 하고 있다. / 

하기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도 걱정할 수는 있는 법. 

p284 자매들은 나를 위해서 기도할 것이고, 신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신은 내 가슴에 계시다. 

p286 사랑하는 분만 믿고 따르면 만사가 형통할 테지. 

p288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내가 이러는 것은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인지 몰라서가 아닙니다. 사랑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랍니다. 내가 그대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위업을 이루시고 돌아가시게 되거든 나와 한 약속을 잊지 말아주세요. 


p289 아기가,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사람의 형상을 얻기까지 자라다가 모양이 완전해지면 세상에 나오듯이, 이 대지에서도 대지의 풍요로운 자궁 안에서 제 모습을 완전히 갖춘 인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2 아이손의 회춘

p292  달의 양쪽에 솟아난 두 개의 뿔이 만나 보름달이 되려면 사흘이 남아 있을 때의 일이었다. 


3 펠리아스 

4 메데이아의 도망

5 아테나이의 영웅 테세우스 

p306 당시 날빛을 쐰 적이 없는 이 개는 날빛 아래로 나오자 세 개의 머리를 내두르고 몸부림치면서 몹시 짖었는데 이 바람에 이 개의 입에서 들은 침이 바닥을 적셨다. 이 침이 굳어졌다가 기름진 대지에 뿌리를 박고 풀로 돋아나니 이 풀이 바로 그 유명한 독초가 된 것이란다. 이 풀이 단단한 바위 위에서만 자란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것을 <아코니톤>이라고 부른다. 새기면 <바위꽃>이 된다. 


6 아이코스와 개미 족(族)

p398 역시 이 세상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즐거움이란 것은 없는 것인가? 그래서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아들을 되찾게 된 것을 기뻐하는 아이게오스 왕의  마음 한구석에도 근심이 한 자락 남아있었다. 


p315 희생 제물들이 이 모양이니 이런 제물의 내장에 생명의 진실이 깃들여 있을 리 없고 생명의 진실이 깃들여 있을 리 없으니 신들의 뜻을 알아낼 수 없을 수밖에요. 생명의 진실이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하면, 병이 들어 이런 짐승의 내장이 다 썩어버렸더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희생을 할 때는 ‘생명의 진실이 깃들여’ 있는 것을 내놓아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최선, 최고의 것을 얻어내려고 할 때는 ‘진정성’을 가지고 제물을 바쳐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7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p322 원래 사랑하는 사름들의 가슴에는 불안이라는 게 도사리고 있는 법입니다. 


p323 나는 한 사람에게만 사랑을 바칩니다. 그분이 어디에 계시든, 나는 그분께 드릴 사랑밖에는 간직하고 있지 않습니다. /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정도면, 아내가 정숙한 여인이라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겠소? 이 이상의 정절을 요구하는 사내가 어디에 있겠소?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소. 그래서 더욱 집요하게 다가섰소. 마치 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처럼요....... 나는, 선물의 양과 질을 올리면서 말하자면 더 나은 선물을 약속하면서 하룻밤만 동침할 것을 졸랐소. 결국 나는 내 아내의 마음속에 갈등을 일으키는데 성공하고 말았고, 내 행복이 거기에 걸린 줄도 모르고 아내를 취하는 데 성공한 나는 이렇게 소리를 지러주었소. 

눈물 나는 장면이다. 나도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더 가슴 아픈 장면이다. 괜한 짓으로 다신의 사랑에 파멸을 가지고 온 욕심, 욕망, 시험, 의심. 사랑에 그런 것이 왜 필요한가? 사랑의 속상에 깃든 질투, 확인받고 싶어함 등의 무용함이 자세히 묘사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p328 사랑이 깊어지면 귀가 얇아지는 법이오. 


8 인간의 시대 

1 니소스와, 조국을 배신한 스퀼라 

p335 성문에는 성문 수비대가 있고, 성문의 열쇠는 아버지에게 있다. 아, 이 일을 어쩔고, 슬픈 일이다. 내게 두려운 존재는 아버지뿐이고, 내 소원의 앞을 막는 이 역시 아버지뿐이라는 것은......., 아, 아버지만 계시지 않는다면…….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의 신이 되어 저 자신의 뜻을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지 않는다. 누군들 나와 같이하려 하지 않겠는가. 욕망이 내 욕망만큼 강렬하다면 누군들 사랑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깨뜨리지 않겠는가. 그래, 깨뜨려야 할 것이다. 기꺼이 깨뜨려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남들은 용감하게 그것을 깨뜨리는데 나는 왜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나는 할 수 있다. 불길 사이로도 지날 수 있고, 칼의 숲 사이로도 지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내 아버지의 머리카락에서 단 한 올의 머리카락만 잘라내면 된다. 내게는 황금보다 더 소중한 단 한 올의 머리카락. 이 보랏빛 머리카락이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므로 이 머리카락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것을 나에게 베풀어 줄 것이므로. / 

잠이, 인간의 가슴에 깃들인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재우는 이 평화로운 시간을 틈타, 스퀼라는 살며시 아버지의 침실로 숨어들어가 그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2 미궁(迷宮)과 아리아드네의 관(冠)

p342 테세우스는,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이 미궁으로 들어갈 때 명주실을 풀면서 들어갔다가 이 괴물을 죽이고는 그 명주실을 잡고, 아무도 살아나온 사람이 없는 이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3 하늘을 나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p344 이카로스, 내 아들아. 내 단단히 일러두거니와 하늘과 땅의 한 중간을 겨냥하여 반드시 그 사이로만 날아야 한다. 너무 올라가면 태양의 열기에 깃이 타버릴 것이요,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깃이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꼭 하늘과 바다 한 중간을 날도록 하여라. 목동자리, 큰곰자리, 칼을 배들고 서 있는 오리온자리 같은 별자리에는 신경을 쓰지 말라. 나를 잘 보고 내가 하는 대로만 하여라. / 아들에 대한 사랑은 이 아버지의 손을 몹시 떨리게 했다. 이윽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도 모르고 입을 맞추었다. 


4 자고새가 된 페르딕스 

5 칼뤼돈의 멧되지 사냥

6 알타이아의 복수와 멜레아그로스의 죽음

p361 현장에 있기는커녕, 궁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던 멜레아그로스에게 그 불이 옮아 붙었다. 그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불길에 타고 있음을 알았다. 멜레아그로스는 불굴의 용기로 그 고통을 참아내려 했다. 그러나 참을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죽어가고 있음을, 불명예스럽게 죽어가고 있음을 알고는 슬퍼했다. 그래서, 치명상을 입고 죽어간 안카이오스를 부러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연로한 아버지의 이름, 형제들의 이름, 누이들의 이름, 그리고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어쩌면 어머니의 이름도 불렀을 것이다. 불길이 소진되자 그의 고통도 끝났다. 남은 불길 아래로 흰 재가 가라앉자 그의 숨결은 대기 속으로 증발했다. 


7 산비둘기가 된 멜레아그로스의 누이들 

p361 그 높은 칼뤼돈 땅이 슬픔에 젖어 고개를 꺾었다. 슬퍼하는 데 노소가 따로 없었고 애통해하는 데 지위의 고하가 따로 없었다. 


8 아켈로오스와 테세우스. 섬이 된 페리멜레

9 필레몬과 바우키스

p366 세상을 오래 살아 생각이 익을 대로 익은 노인 렐렉스가 침묵을 깨뜨리고 이런 말을 했다. 

“신들의 힘을 누가 장차 측량하랴. 신들께서는 능하지 않은 바가 없으시다네. 신들께서는, 당신들께서 바라시는 바는 언제 어디서든 이루어지게 하신다네.”

p367 이 노부부는, 가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라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네. 


p369 식사가 끝나자 바우키스 할멈은 상을 치우고 후식을 내어놓았네. 호도, 무화가, 쪼글쪼글하게 마른 대추, 오얏, 향긋한 사과, 갓 딴 듯한 포도가 바구니에 담겨 나왔지. 식탁 한가운데엔 꿀이 묻어 반짝거리는 벌집도 나와 있었네만 뭐니뭐니해도 귀하고 귀했던 것은 유쾌한 어울림, 주인 내외의 따뜻한 대접이었네. 


p369 우리는 신들이다. 나그네 대접할 줄 모르는 네 이웃들은 곧 큰 벌을 받을 것이다. 그 자들은 큰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너희들은 이 재앙을 피할 수 있게 해주리라. 이 집을 떠나 우리와 함께 뒷산으로 오르자. 

p371 신들을 사랑하는 자는 신들의 사랑을 입고, 신들을 드놉이는 자는 사람들로부터 드놉임을 받는 법이거니. 


10 아구병에 걸린 에뤼식톤


변신이야기 2

9 헤라클레스 외 

1 아켈로오스와 헤라클레스

2 데이아네이라와 마인(馬人) 네소스

3 헤라클레스의 최후

p29 슬픔에 잠긴 그대들의 얼굴을 모니 내 마음이 흡족하오. 내가 은혜를 아는 인간들의 절대자이자 왕으로 불린다는 것이 오늘처럼 만족스러운 날은 없소. 나는, 그대들 역시 나처럼 내 아들을 지켜주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오. 그대들은 저 아이가 이룬 위대한 업적으로 저 아이를 대견하게 여기는 모양이오만, 그 영광은 나로 인한 영광에 다름 아니오. 그러나 그대들이 온 마음으로 슬퍼해야 할 일인 것만은 아니오. 저 오이타 산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모든 것을 정복한 헤라클레스는 그대들이 바라보고 있는 저 불길까지 정복할 것이오. 저 불카누스의 권능이 태울 수 있는 것은 저 아이가 제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 뿐이오. 저 아이가 내게서 받은 것은 영생 불사하는 것이니 저런 불길에 탈 리가 없소. 나는 이제 지상에서 한살이를 마친 저 아이를 이 천상으로 불러오려 하오. 나는 그대들 신들이 모두 기뻐하리라고 믿소. 혹 헤라클레스가 천궁으로 올라와 신이 되고, 이런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을 반가지 않을 이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런 이이게도 사감(私感)은 있을지언정 저 헤라클레스에게 그런 특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오.  

p31 뱀이 낡은 껍질을 벗고 새 비늘이 반짝이는 새 껍질로 거듭나듯이 티륀스의 영웅도 필멸의 육체를 벗고 불사의 몸으로 거듭났다. 인간의 오체를 벗고 새로운 생명을 얻은 그는 이전보다 더욱 위엄 있는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4 알크메네의 해산과 갈란티스 

p33 나는 목석이라도 돌아앉게 할 만큼 애절하게,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5 드뤼오페와 로티스

 p35 자기의 팔자를 알 리 없는 드뤼오페 언니는 이 호숫가로 갔습니다. 


6 되젊어진 이올라오스. 테바이 전쟁

7 뷔블리스와 카우노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p43 이올라오스가 잃었던 젊음을 되찾은 것, 칼리로에의 두 아들이 때 아니게 장성하여 청년이 된 것은 다 운명의 여신께서 그리하셔서 된 것이지 이들이 혹은 뇌물을 썼거나 떼를 썼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은 아니오. 

p46 잠들어 꿈을 꾸면 너울을 벗은 욕망이 저를 사로잡아 그 뜨거움으로 저의 뼈마디를 녹이더이다. 저를 질투하여 밤은 서둘러 새고, 그래서 제 꿈은 짧기가 그지없어도 그 일만 생각하면 그 기억이 제 몸을 저리게 하나이다. 

하늘에는 하늘의 법도가 따로 있다고 하실 테지요만, 하늘에 하늘의 법도 따로 있고 땅에 땅의 법도가 따로 있다면, 하늘의 법도로 인간을 다스리시려 하시는 것에 장차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p47 내가 어떻게 이런 것을 다 알고 있지? 내가 왜 이런 예를 들고 있는 것이지? 내게 대체 어쩌려는 것이지? 안 된다, 안 된다,  이렇게 부정한 생각은 안 된다. 내 사랑은, 오라비에 대한 누이의 사랑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오라버니가 먼저 나를 사랑했다면? 나는 아마 오라버니의 부정한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을 테지. 그렇다면, 나는 왜 먼저 호의를 보이면 안 되느냐? 어차피 저쪽에서 요구해 왔어도 거절하지 못했을 터인데? 뷔블리스, 너는 네 입으로 이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네가 고백할 수 있겠느냐? 할 수 있다. 사랑이 나를 물러서지 못하게 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부끄러워서 말을 못한다면, 은밀하게 써서 이 뜻을 전하면 되는 것이다. 

갈등하는 감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므로 서 읽는 독자도 그 마음이 느껴지게 한 부분이다. <변신이야기>에는 이러한 부분이 많아 책을 읽는 독자가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글을 쓸 때 배워야 할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p51 내가 이렇게 조롱을 당해도 싸지! 어쩌자고 내 상처 난 가슴을 그에게 내보였던가! 어쩌자고, 가만히 속으로 앓아야 할 내 가슴의 병을 이다지도 경솔하게 사연으로 적어 보냈더란 말이냐? 먼저, 내 속을 드러내고 거절당해도 손해가지 않을 방법으로 그의 의중을 떠보았어야 했던 것을....... 먼저 돛으로 바람을 떠보고 바다로 나섰어야 하는 것을. 바람을 떠보지도 않고 돛을 올리고 바다로 나섰다가, 배가 돌섬을 받고 난파하는 바람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 것이 내 신세로구나. 

p52 어쩌면 내가 보낸 심부름꾼이 실수를 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오라버니에게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접근하는 시각을 제대로 고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은데 불쑥 편지를 내민 것인지도 모른다. 

타이밍의 중요함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이라는 단서로 수많은 해석과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랑의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p52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가는 데까지 밀고 나아가보자. 이로써 내 희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는 있을지언정 내 죄가 이로써 더 무거워질 까닭은 없다 


p54 소나무가 송진을 내어놓듯이, 제퓌로스의 부드러운 숨결이 돌아오면 얼어 있던 대지가 맑은 물 같은 역청을 내어놓듯이, 포에부스의 피를 받은 이 뷔블리스도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뷔블리스는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그 몸이 하나도 남김없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바람에 그만 샘으로 변하고 말았다. 


8 남자가 된 여자, 이피스 

p59 이피스여! 정신을 차리고 이 어리석은 생각, 쓸데없는 생각일랑 털어버려야 한다. 너 자신도 속이지 말고, 남들도 속이지 말고, 네가 무엇으로 태어났는지 잘 생각해 보아라.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보고, 여자인 네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사랑하여라. 사랑에의 욕망을 낳고 이 욕망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희망이다. 그러나 네 경우, 자연은 너에게 그런 희망을 허락하지 않았다. 네가 바라는 그 달콤한 포옹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세상의 눈길도 아니요, 의심 많은 지아비의 질투심도 아니며, 너의 그 엄격한 아버지도 아닐 것이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 역시 너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들과 인간이 너를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의 사람이 될 수 없고, 너 또한 행복할 수가 없을 것이다. 


10 오르페우스의 노래 외 

1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p65 채 피기도 전에 져버린 에우뤼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이어주십시오. 저희들 산 것들은, 산 것들의 동아리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p69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여자보다는 오히려 나이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말하자면 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인생의 봄과 갓 핀 인생의 꽃을 사랑한 것이다. 

아, 왜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봤을까? 그 순간만 잘 참으면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어차피 살아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어차피 아내는 남편과 다시 이생으로 부활할 수 없었기에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았던 걸까? 안타깝고 속상한 대목이다. 처음 잃었을 때보다 더 슬펐을 두 번째의 상실감. 그것을 어찌 견뎌야 할지 내 마음이 다 아려온다.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다. 


2 퀴파리소스의 비극

p72  네가 남을 위하여 슬퍼하고,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웃의 벗이 되고자 하니 나 또한 너를 위하여 슬퍼하리라. 


3 미소년 가뉘메데스 

4 꽃이 된 휘아킨토스

p74 어느 날, 태양이 시간으로 보아 가버린 밤과 장차 올 밤의 한가운데 들어(정오, 한낮), 가기도 멀고 오기도 먼 그런 시각이었다. 

p76 한번 대가 부러지면 다시는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대지를 향하여 고개를 꺾는 오랑캐꽃이나 양귀비나 백합처럼 휘아킨토스의 고개도 아래로 내리 꺾였다. 

/ 생각 같아서는 너를 살리고 내가 대신 죽고 싶구나. 대신 죽을 수 없으니 함께 죽고 싶구나. 그러나 나는 신인지라 운명의 법에 매여 죽을 수가 없다. 나는 살아 있고 너는 죽었으니 너는 영원히 나와 함께할 것이다. 너의 이름은 영원히 내 입가를 맴돌 것이다. 내가 수금 가락을 고를 때 노래할 때, 내 노래와 내 가락이 너를 부를 것이다. 내 너를 새 꽃으로 만들되 내 흐느낌을 그 꽃잎에다 아로새기리라. 후대에 영웅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영웅이 너와 인연을 맺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의 너의 꽃잎에서 그 영웅의 이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5 봄을 파는 프로포이티데스, 케라스타이 

6 퓌그말리온의 사랑

p81 그러나 가장 아름다울 때는 역시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을 때였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기원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재밌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7 몰약이 된 뮈라

p84 뮈라는 제 진심이 무엇인가를 깨닫고는, 이 사악한 욕망과 싸우면서 이런 푸념을 했다. 

/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이것이 어찌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있겠으며, 인간만은 이러저러한 것을 근심하여 갖가지 금제를 만들어놓고 자연이 허락한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p85 신들이시여, 그러나 저는 박복한지라 그런 땅에서는 태어나지 못하고 제가 태어난 땅의 미풍양속으로 인하여 이렇듯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p86 아서라, 이 죄에서 놓여날 수 있을 때, 아직은 죄를 짓지 않았을 때, 마음에서 사악한 생각을 비우고, 전지전능한 자연의 법을 어기는 길에서 물러서거라. 

p87 산 사람들은 모두 근심과 걱정의 짐을 벗어놓고 잠이 든 한밤이었다. 

/ 허리를 무수히 찍힌 채, 도끼의 마지막 일결을 기다리면서 어디로 쓰러질지 몰라 사방을 둘러보는 나무처럼, 뭐라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끝없이 망설였다. 

p91 금수초목이 잠들고, 소몰이자리가 수레를 몰고 큰곰자리와 작음 곰자리에 들었을 시각이었다. 


8 아도니스의 탄생

p95 세월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는 법이다. 그리고 세월만큼 빠른 것도 없다. 


9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아도니스의 변신

p104 아도니스, 너도 생각해 보아라. 이 히포메네스가 나에게 감사 표시로 제물을 바쳤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 그런데도 이 자각 없는 것은 나에게 제물을 바치기는커녕 그 명예를 내게 돌리는 데도 인색했다.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무시당한 데 대해 몹시 화가 났던 나는 이것들에게 본때를 보여 장차 나를 대하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남기고자 했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을 치기로 했던 것이다. 



11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 

1 오르페우스의 죽음 

p112 오르페우스는 지복의 들판을 뒤져 에우뤼디케를 찾아 그 품에 껴안았다. 이들은 나란히 이 지복의 들판을 거닐었다. 여기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이따금씩 뒤따라오는 에우뤼디케를 뒤돌아보아도 이를 시비하는 자가 없었다. 

다시 만난 사랑. 짠하다. 


2 미다스 왕의 봉변 

p114 박쿠스 신이 소원을 하나 대라고 하자 미다스 왕은 이렇게 말했다. 

“제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황금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박쿠스 신은, 그보다 나은 소원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p115 마다스 왕이 이 황홀한 꿈에 잠겨 있는데 시종이 음식상을 마련했다. 상에다 고기를 차리고 빵을 차린 것이었다. 그러나 왕이 먹으려고 빵을 집자 빵은 딱딱하게 굳어져 금이 되었다. 배가 고파 고기를 먹으려고 한입을 베어물면 금으로 변한 고기에는 그의 이빨 자국만 났다. 그는 이러한 선물을 준 박쿠스 신의 포도주에다 물을 타서 마시려고 했다. 그러나 이 포도주는 그의 입술 사이로 들어가다 말고 굳어져 금덩어리가 되고는 했다. 엄청난 부자가 되는 판인데도 미다스는 슬며시 겁이 났다. 그는 이루어진 지 얼마 안 되는 이 소원이 싫어 어떻게든 이를 모면해 볼 궁리를 했다. 

p116 황금에 눈이 어두웠던 너의 그 어리석은 욕망을 씻으려거든 사르디스에서 가까운 강으로 가거라. 그 강으로 가서 뤼디아 물길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 그 물이 발원한 곳에 이르거든 네 머리와 몸을 담그고 네 죄를 정하게 씻어라. 


3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4 라오메돈과 트로이아 축성(築城)

5 프로테오스의 예언. 펠레오스와 테티스

6 케이크스에게 몸붙인 펠레오스. 다이달리온의 변신

7 돌이 된 이리 

8 케위크스의 난파 

p128 그가 정작 마음을 쓰는 것은 자기가 지은 죄와 네레이데스들의 복수였다. 

p131 바람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섭지 않을지 모르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것이랍니다. 

아는 것이 힘일 때도 있지만 모르는 것이 약이 때도 있다. 

p133 알퀴오네는 자신의 일부가 사라진 그 방을 돌아다보면서 새삼 눈물을 흘렸다. 

p134 흡사 파성추에 얻어맞는 허름한 성벽 같았다. 자기를 겨누는 창칼을 향하여 돌진하는 용감무쌍한 사자처럼, 바람에 쫓겨 온 파도도 그 앞을 가로막는 배의 옆구리를 향해 돌진했다. 

p135 뱃사람들 중에는 우는 사람도 있었고, 망연자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시신을 찾아 장례나 치러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보이지도 않는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리고 신들에게 기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버지와 형제들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집과 아이들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집에 남겨두고 온 것을 생각한다는 것만은 다 같았다. 케위크스가 생각한 것은 오직 알퀴오네뿐이었다. 케위크스의 입가를 맴돈 것은 오직 알퀴오네라는 이름뿐이었다. 케위크스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알퀴오네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나라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9 잠의 신과 꿈의 신

p138 이 흑단 침대가 바로 잠의 신 솜누스의 잠자리였다. 솜누스는 여기에 누워있었다. /  금방이라도 다시 감길 것 같은 눈이었다. 

p140 폭우와 함께 불어온 남풍이 아이가이움 바다에서 우리 배를 산산조각으로 부수었고, 파도는 내 입술이 부르는 그대의 이름을 씻어갔다. 


10 알퀴오네와 케위크스의 전신

11 잠수조가 된 아이사코스

p147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사랑하는 마음이 그 몸을 가벼워지게 했네. 아이사코스는 보다시피 목과 다리가 긴 새가 되었네. 이 새는 물을 좋아하네. 물에 뛰어들기를 좋아해서 이름조차 잠수조라네. 


12 트로이 전쟁 외

1 이피게네이아 

2 퀴크노스의 전신

p152 이 세상 한가운데, 말하자면 땅과 하늘과 바다 한가운데, 이 땅과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려다보이고 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다. 

/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 <실수>, 터무니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3 카이네오스가 남자가 된 내력 

4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 족의 싸움

p167 아름다운이라는 것은 말이네, 보는 눈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달라. 


5 넬레오스의 아들 12혀제 

6 아킬레오스의 죽음


13 유민의 시대

1 아킬레오스의 유품

p187 그러나 하늘에 계신 신들은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내려다보고 계십니다. 그래서 남에게 도움을 베풀기를 거절한 오뒤세우스에게, 남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기게 했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미는 구원의 요청을 거절했던 오뒤세우스가, 그래서 이번에는 구원의 요청을 거절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서 오디세우스는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불리한 선례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p191 내가 이렇게 드리는 말씀을 웅변이라고 할 수 있다면, 나는 내 웅변이 사감을 지어내는 웅변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자주 여러분을 이롭게 하는 데 쓰였던 이 웅변이 지금은 그 주인을 변호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든, 자신이 지닌 재누를 써서 제 주장을 펴야 하는 것이니까요. 

p193 다시 말하면, 우리의 가문을 보고 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용기로써 이루어낸 업적으로 평가해 주시라는 것입니다. 

/ 이 자라에서는 단지 우리들이 이룬 업적만이, 오직 업적만이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p196 그러나 그는 민중의 대의를 위하여, 아우의 불명예를 씻기 위하여, 자신이 맡은 총사령관이라는 직위에 충실하기 위하여, 이로써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그는 딸을 희생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p198 나는 분연히 일어나 적이 무서워 도망치듯이 철군의 무리에 합류하려던 내 전우들을 꾸짖어, 잃었던 용기를 되찾게 해주었습니다. / 자, 아이아스여, 우리 그리스 진영에 그대를 찬양하는 동시에 그대를 훌륭한 전우로 여기는 자가 있겠소? 


p203 우리는, 개전 초에는 각각 아내와 어머니에게 사랑을 바쳤지만 그 나머지 동안은 여러분을 위해 신명을 바쳤습니다. 여러분, 나는 나 자신의 과오를 변명하는 데 실패할망정, 저 위대한 영웅이 나와 함께 매도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p206 그대에게는 힘은 있되 지혜가 없소만 나는 오래전부터 지혜로운 자로 불리던 사람이오. 

그대는 싸울 수 있는 사람이오만 아트레오스의 아들들은 나와 상의한 연후에야 싸울 때를 정하오. 그대는 그대의 몸으로만 우리 그리스 군을 섬기지만 나는 온몸과 옴 마음으로 그리스 군을 섬기오. 키잡이는 노잡이보다 나은 법이고 장수는 졸병보다 귀한 법이오. 따라서 나는 그대보다 낫고 그대보다는 귀한 사람이오. 나의 지력은 나의 체력보다 윗길인데, 내 힘은 바로 이 지력에서 나오는 것이오. 

p207 장수들은 오뒤세우스의 웅변에 술렁거렸다. 웅변의 힘은 과연 위대했다. 영웅 아킬레오스의 유품인 이 무기는 이 웅변가인 오뒤세우스의 차지가 되었으니까....... 


2 트로이아 왕비 헤쿠바의 최후 

p211 돈이라는 것은 성한 사람도 유혹하는 법인데 마음이 맑지 못한 사람을 그대로 둘 까닭이 없다. 

p212 그러나 내게 마지막 소원이 하나 있다. 내 어머니에게만은 내가 죽었다는 것을 당분간 알리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내 어머니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나의 죽음이 아니라 당신의 죽음이겠지만, 내 죽음으로 크게 상심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상심하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게 죽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다. 


p213  마지막 소원을 더 듣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하겠다. 만일에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 어머니에게 알려야 할 경우 내 주검은, 다치지 말고 그대로 다 내 어머니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내 어머니는, 물론 돈이 있으면 돈으로 사실 것이지만 돈이 없으니까 아마 눈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다. 


p214 헤쿠바는 딸의 가슴에 난 상처에 소금기가 밴 눈물을 쏟으며 죽은 딸의 입을 입맞춤으로 봉하고 가슴을 쳤다. 얼마나 쳤던지 헤쿠바의 가슴은 이미 멍들어 있었다. 헤쿠바는 그 멍든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음에 섞어 이렇게 외쳤다. “아가야, 이 어미의 희망이었던 아가야! 너까지 이렇듯이 죽었으니, 이제 내게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구나. 네 몸에 난 상처는 너의 상처이자 나의 상처이기도 하다. 다시는 자식이 피흘리는 꼴을 보지 않으려 했더니 결국은 너마저 피를 흘리고 죽었구나. 너만은 칼날 아래 이슬이 되지 않을 줄 알았더니.” 


p215  나는 도대체 왜 살아 있는 것이냐? 나는 왜 살아서 어정거리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늙고 병든 내가 무슨 좋을 꼴을 보겠다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무정한 신들이시여, 왜 이 늙은이의 죽음을 유예하시는지요? 더 보아야 할 주검이 있나이까? 


p216 슬픔과 고통이 목구멍을 막고, 눈물을 말려버린 것이었다. 바위처럼 버티고 선 채 헤쿠바는 모래 바닥과, 하늘과, 죽은 아들의 얼굴과, 아들의 몸에 난 상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들의 몸에 난 상처에는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표정이 굳어지는 것으로 보아 복수를 결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헤쿠바는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치를 떨면서, 자신이 예전과 다름없는 일국의 왕비이거나 한 것처럼 복수를 결심하고, 복수의 방법을 생각하는 데 온  마음을 쏟았다. 잡은 먹이를 다른 짐승에게 도둑맞고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서성이다가 이윽고 그 도둑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암사자처럼, 헤쿠바도 분노와 슬픔에 사로잡힌 채, 나이도 자기가 처한 형편도 잊고, 배은망덕하게 자기 자식을 죽인 트라키아 왕 폴뤼메스토르의 궁전을 향하여 걸음을 옮겨놓았다. 


p218 불쌍한 트로이아 왕비의 비극은 트로이아 유민(流民)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그리스 인들, 심지어는 신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유피테르 대신의 누이이자 아내인 유노 여신까지도 헤쿠바의 불행을 가슴 아프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신들의 마음을 움직이기까지 한 사연. 나에게도 그런 사연이 있을까? 그것이 절실함일까? 


3 멤논의 주검에서 날아오른 새들 

4 아니오스와 식객이 된 아이네이아스

p222 그러나 사람의 팔자 시간문제라더니, 지금은 무자식 신세가 되었습니다. 

제 아들이 안드로스 왕은, 평소에 누이들을 끔찍이도 위하는 오라비였으나 대가 약한지라 나라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하여 누이를 이들에게 내주었더랍니다. 이 대가 약한 녀석을 어쩌면 좋습니까? 누가 이 녀석을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한 평생 살면서 어떤 칼이 내게 들어와도 변한 없이 지켜야 할 신념하나는 가지고 있어야지. 대가 약하면 안되지. 


5 스퀼라 

p227 좋은 과실이 많이 난다는 파이아케스 인들의 나라 : 오뒤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들렀다가 환대를 받았던 지상의 낙원 같은 나라. 마음보다 더 빨리 달리는 배로 오뒤세우스를 고향 이타카까지 실어다준 사람들도 바로 이 파이아케스 인들이었다. 

p227 이곳에서 헬레노스로부터 이들의 장래에 관한 예언을 들은 이들은 다시 시켈리아를 바라고 돛을 올렸다.


6 갈라테이아와 아키스의 슬픈 사랑

p229 부모님은 이 아키스를 끔찍이도 사랑했지만, 나는 부모님 이상으로 이 아키스를 사랑했다. 내가 사랑한 인간은 오직 아키스뿐이었으니까. 

사랑을 알고 난 뒤부터  폴뤼페모스는 가슴에 불이 붙었는지 양떼고 동굴이고 도무지 아는 체를 하지 않아. 폴뤼페모스가 흉측한 제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고, 남들 눈에 들려고 애를 쓰기 시작한 게 이즈음부터였어. 나뭇가지를 꺾어들고 머리를 빗는가 하면, 낫으로 수염을 깎고는 맑은 물에 제 모습을 비추어보고는 울지를 않나, 웃지를 않나. 이러기 시작하고부터는 이 피에 굶주려 있는 것 같던 폴뤼페모스는 아무것도 죽이지 않았어. 지나가는 배들도 무사히 그 섬을 지나갈 수 있었고. 

사랑은 그런 것. 괴물도 변하게 만드는 것!  

p231 오, 갈라테이아여, 넓은 풀밭에서 아름답기로 쳐도 으뜸이고 곱기로 쳐도 으뜸인, 백설같이 흰 매발톱꽃 꽃잎보다 희고, 오리나무 보다 더 키가 크고 더 의연하며, 수정보다 더 투명하고 어린아이들보다 더 천진한 갈라테이아여, 만나면 겨울의 햇살보다, 여름의 응달 다 더 반갑고, 보면 키 큰 백양나무를 보는 것보다 더 마음이 시원해지는 갈라테이아, 잘 익은 능금보다 붉고, 잘 익은 포도보다 달콤하고, 백조의 깃털이나 갓 만들어낸 건락(乾酪)보다 보드라운 갈라테이아여, 어디로 도망치려하는가, 손질 잘한 뜰보다 아름다운 그대여

역시 시인이다. 아름답다. 다 따라 써야지

 갈라테이아여, 그대는 길들이지 않은 송아지보다 거칠고, 나이 먹은 참나무보다 단단하고, 바다보다 무정하고, 버드나무 진보다 쓰디쓰고, 바위보다 드세고, 강보다 요란하고, 공작새보다 오만하고, 불보다 뜨겁고, 돌밭 다듬는 써레보다 더 튼튼하고, 어미 보다 엄하고 대양보다 귀가 어둡고, 밟힌 뱀보다 무자비한 갈라테이아여, 그러나  이런 것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사냥개에 쫓기는 사슴처럼, 바람처럼 빠르게 달아나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그러나 그대가 내게서 달아나는 것은 나를 모르기 때문. 그대가 나를 알면 달아난 것을 후회하리라. 그대가 나를 알면 낭비한 시간을 아까워하고, 그대가 나를 알면 내 품에 안기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굴이 있으니까, 좋은 돌이 이루어낸 산자락의 굴이 있으니까. 여름에는 햇볕도  닿지 못하고, 겨울에는 추위가 파고들지 못하는 굴이 있으니까. 내게는 포도송이 늘어진 포도나무가 있고, 이 포도나무에는 금빛 포도송이도 다려 있고, 보랏빛 포도송이도 달려 있으니까. 내게는 모든 것이 넉넉하다. 내 집에 오면 그대는 그대 손으로 응달에서 익은 딸기도 딸 수가 있다. 가을이 면, 버찌와 자두도 있고, 물이 많은 흑딸기는 물론이고 갓 따낸 밀랍같이 말랑말랑한 노랑 딸기도 있다. 그대가 내 아내가 되면, 밤이 주렁주렁 열린 밤나무, 열매로 가지가 휘어지는 양매나무도 그대의 것이다. 


p232 갈라테이아여, 내 말만 듣고 믿으려고 애쓸 것은 없다. 와서 보면 알게 될테니까.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물론 듣기만 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겠지?)

이놈들을 보는 순간, 언젠가 내 사랑하는 이에게 주어야겠다고 해두었는걸. 

나는 그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니. 

p 233 그러니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내 애달픈 구애를 물리치지 마시라. 그대 앞이 아니면 내가 누구 앞에 무릎을 꿇으랴. 유피테르와 천궁과 벼락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에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아름다운 네레이드여, 그대뿐. 그대가 보내는 비웃음은 유피테르의 벼락보다 내게는 무서운 것이다. 그대가 조롱하더라도 그 조롱이 그대의 천성에서 나온 것이라면 견디지 못할 것이 무엇이랴. 


7 글라우코스

p238 나는, 어쩌면 풀에 신비한 효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풀잎을 하나 뜯어 씹어보았다. 풀에서 나온 즙이 혀끝에 닿자마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물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견딜 수가 없어서, 

<땅이여, 안녕, 내가 영원히 다시 밟지 못할 땅이여, 안녕.>

이렇게 부르짖고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우리가 꿈을 발견하는 순간도 이러하지 않나? 풀잎 하나 씹어 보았을 뿐인데 이전과는 다른 삶으로 뛰어들어버리는 글라우코스처럼, 우리의 삶도 그런 순간이 일어나도록 풀잎 하나 씹어보아야 한다. 

p239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는 내가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전과는 전혀 다른 글라우코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 내 비록 바다 신들의 동아리가 되었고 내 모습이 이렇게 변했다만 그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무엇하랴. 원컨대 그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꿈과 인정(사랑)의 조화. 우리 삶에 이루어지기를. 


14 로물루스와 레무스 외 

1 스퀼라와 마녀 키르케 

p242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을 앓기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그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던질 생각이 있거든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세요. 아직은 늦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과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외모에 자신을 가지세요. 하늘에서 빛나 는 태양신의 딸인 나는 이래봬도 여신이랍니다. 

p243 스퀼라가 살아 있는 한, 바다에 들풀이 돋고, 산꼭대기에 해초가 자랄지언정 스퀼라에 대한 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2 원숭이가 된 케르코페스

p246 일행이 유능한 키잡이를 잃은 것은 이 근처에서였다. 

키잡이 : 베누스 여신은 일행의 안전을 약속하는 대신 인신 공양을 요구했다. 이 인신공양에 희생된 것이 유능한 키잡이 팔리누로스였다. 팔리누로스는 갑판에 있다가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후일 아이네이아스가 저승에서 만난 팔리누로스는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것이 원통했던지 어디를 가든 키를 들고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3 쿠마에의 시뷜레 

p248 그대가 쌓은 미덕의 앞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p250 오래오래 살다보면 언젠가는 내 몸이 한 움큼도 못 되게 오그라지고 내 사지 역시 오그라져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날이 오겠지요. 누가 나를 보고,  한때는 사랑을 받았고, 심지어는  신까지 즐겁게 해준 적이 있는 여자라고 하겠습니까?  


4 아이네이아스,아 카이메니데스를 구하다

5 풍신(風神) 아이올로스의 선물. 오뒤세우스와 키르케

6 피쿠스와 카넨스

p259 그 동안 눈으로 본 것도 많고 귀로 들은 것도 많아. 

p261 야누스 : 로마의 고대신. 원래는 문(門)의 신이다. 문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종점인 동시에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신에게는, 서로 반대쪽을 향하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이 상징적 성격  때문에 제의(祭儀)때는 늘 신들의 선두를 차지한다. 지나간 해와 새해를 동시에 접하고 있는 달인 1월을 <야누아리우스(영/재뉴어리)>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야누스의 달>이라는 뜻이다.  

p263 그대가 누구신지 모르나 나는 그대의 사람이 도리 수가 없어요. 나는 이미 다른 여성의 포로가 된 몸, 오래오래 이렇게 포로로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운명이 여신이 나와 야누스의 딸 카넨스를 떼어놓지 않는 한, 혼외(婚外)의 사랑을 유혹하여 사랑의 맹세를 깨뜨리게 하지 마시오. 

7 새가 된 디오메데스의 부하들

p268 하다 보면 슬픈 기억이 또 한 번 나를 괴롭히겠지만, 내가 여기까지 흘러와 이렇게 몸 붙이고 살게 된 이야기를 할 터이니, 청컨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p269 두려움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오히려 그 역경을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 역경을  밟을 수 있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베누스 여신이 내 말을 듣고 있다고 하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 베누스 여 신이 디오메데스의 부하들을 증오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이 그렇지만, 나는 할 말을 하겠다. 우리는 여신의 증오를 비웃어주자. 우리는 여신의 증오를 비웃어줄 만큼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p271 이 야생 감람나무 열매를 맛보면 누구든 그 목동이 얼마나 야비한 인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욕지거리를 한 야비한 혀가 녹아 이 열매의 맛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남을 것인가.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가. 잘 살아야지. 


8 아이네이아스의 배. 아르데아 

p274 슬피 우는 새들의 모습에서 패망하는 도시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9 신이 된 아이네이아스 

p274 천궁의 신들 중에는 트로이아의 유민인 이 아이네이아스를 좋아하지 않는 신들도 있었으나, 그의 불굴의 용기만은 칭찬하지 않는 신이 없었다. 심지어는 유노 여신까지도 해묵은 감정을 눅이고 아이네이아스를 찬양했을 정도였다. 

내가 가진 어떤 가치가 신의 찬양을 받을 만한 것일까? 그런 키워드 하나 가질 수 있다면 잘 산 것일 터인데. 


10 포모나와 베루툼누스, 아낙사레테의 전신

p 280 베르툼누스의 사랑고백

1. 그대는 이 양반의 첫사랑이자 하나뿐인 애인이랍니다. 그 양반 말로는, 이 세상에 자기 온 삶을 바칠 만한 여성은 그대뿐이라고 합니다. 

2. 게다가 그대와는 취미도 같아요. 그 양반은 그대가 가꾼 열매를 가장 먼저 손에 넣은 분이고, 그대의 땀이 밴 그 열매를 손에 들고 그대를 느끼는 분이랍니다. 

3. 그러나 정말 그 양반이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가꾼 과실이나 과수원의 풀밭이 아니라 바로 그대랍니다. 

p281 말하자면 이 공주를 보는 순간 뼛속까지 태워버릴 듯 한 사랑의 불길로 타올랐던 것이지요. / 이미 사랑의 욕망은 이성으로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 하지만 아낙사레테는, 아기양 별자리가 잠길 즈음에 끓어오르는 바다보다 잔인했고, 노리쿰 대장간에서 벼른 쇠붙이나 땅바닥에 박힌 돌보다 더 단단했어요. 

(아기양 별자리가 잠길즈음 : 폭풍의 계절인 동지 직전)

p282 하지만 내 사랑에는, 그대도 어쩔 수 없는 힘이 있어요. 그대도 언젠가는 내 사랑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될 것이오. 그대도 언젠가는 내가 그대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오.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내 사랑의 노래를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내 사랑의 불은, 내 생명의 불이   꺼질 때까지 타오른다는 걸 알아야 하오. 

p283 시종들은 이 청년의 시신을 청년의 어머니인 과부에게로 매고 갔어요. 청년의 어머니는 아들의 차가운 시신을 받아 안고는 몸부림쳤지요. 어머니가 자식의 주검을 슬퍼하는 광경이야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p284 자, 요정 아가씨, 이 이야기를 마음속에 따담고, 남의 사랑은 본 척도 않는 그 오만한 마음을 버리세요. 버리시고 그대를 사랑하는 분에게 사랑으로 화답하세요. 그래서 복을 지으면 봄서리는 그대 과수원의 열매눈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고, 여름의 태풍은 그대 과수원의 꽃을 날리지 않을 거예요. 


11 로물루스와 헤르실리아 


15 카에사르의 승천 외 

1 뮈스켈로스. 로크톤

p291 박식한 누마는 사비니 족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해박한 지식을 구사하여 보다 심원한 우주의 본질에까지 파고들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학문에의 열정에 사로잡힌 그는 일찍이 고향 쿠레스를 떠나 옛날 헤라클레스를 환대한 적이 있는 도시 크로톤에 이르렀다. 


2 퓌타고라스의 가르침

p295 그는 심오한 사상으로, 인간 세계에서는 아득히 먼 신들에게 다가갔으며, 자연이 인간에게는 베풀지 않았던 그 나름의 독특한 심안으로 사물을 볼 수 있었다. 희대의 천재성과, 지칠 줄 모르는 탐구의 열정으로 사물의 본질과 원리를 인식한 그는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그는, 경탄의 눈길을 보내면서 묵묵히 듣고 있는 제자들에게, 우주의  기원, 만물의 근원, 자연의 정체, 신들의  속성,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까닭, 번개와 천둥의 정체, 이 번개 및 천둥과 유피테르와의 관계, 천둥과 바람이 구름을 찢는 소리와의 관계, 별들의 운행에 관한 법칙, 지진이 일어나는 까닭,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가르쳤다. 

p297 그 풍만한 젖으로 우리에게 양유를 주고, 그 부드러운 털을 우리의 옷감으로 주는 이 양, 죽어서보다는 살아서 인간에게 더 유익한 짐승이 왜 죽어야 합니까? 

p299 나는 이 땅, 이 무지한 땅을 떠나 저 하늘에 높이 뜬 별 사이를 여행하기를 즐깁니다. 구름 위에서, 저 거인 아틀라스의 어깨 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향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인간을 내려다보며 운명의 두루마리 펼쳐 보이고,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 쫓기고 있는 인간에게 이렇게 말하기를 즐깁니다. 

p300~302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강물에, 어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순간이 있던가요? 물결은 다른 물결에 밀립니다. 그 다른 물결은 또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앞에 있는 물결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물결은 밀고 밀리면서 흐르는 것입니다. 앞에 있던 것은 뒤로 처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 옵니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입니다. 밤이 끝나고 아침이 시작되면, 빛나는 아침 햇살이 밤의 어둠을 이어받는 것을 아시지요. 만물이 깊이 잠든 한밤의 하늘 색깔과, 새벽별이 나타날 때의 하늘 색깔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하늘 색깔은, 아침의 전령사(傳令使)인 새벽의 여신이 하늘을 새벽빛으로 물들일 때가 다르고, 하늘을 태양신 포에부스에게 넘겨줄 때가 다릅니다. 아침에 땅 밑에서 솟아오를 때도 붉고, 지평선 너머로 질 때도 붉던 태양신의 낯빛도 땅과는 멀리 떨어진 하늘 한가운데 있을 때는, 그곳 공기가 맑기 때문에 하얗게 보입니다. 밤하늘의 달도 같은 모양으로 뜨고 지는 것은 아닙니다. 달이 차는 중이면 오늘보다는 내일이 크고, 기울고 있는 중이라면 내일보다는 오늘이 큰 법입니다. 

 네 계절이 차례로 바뀌는 것을 눈여겨보셨습니까? 이 네 계절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합니다. 초봄은, 유아기와 같아서 부드럽고 따사롭습니다. 아직은 튼튼하지도 곧지도 못하지만, 초봄의 밭에서 자라는 곡물은 농부들의 가슴을 희망으로 채워줍니다. 식물이라는 식물은 다 꽃을 피우고, 기름진 땅은 색색의 꽃을 한 아름 안고 봄을 노래하지만, 나뭇잎에는 아직 힘이 없습니다. 봄이 자라 여름으로 접어들면 계절은 젊은이를 연상시키게 됩니다. 일 년 중 이때만큼 튼튼한 계절, 풍부한 계절, 뜨거운 계절, 작열하는 계절은 없습니다. 청춘의 시절이 끝나면 가을이 계절을 이어받습니다. 가을은 풍요와 성숙의 계절입니다. 청춘기와 노년기 사이에 드는 계절,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계절입니다. 이어서 노년 의 겨울이 추위에 떨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옵니다. 머리가 빠지거나 백발이 된 모습을 하고 다가옵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육체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내일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 혹은 오늘의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어머니 태속에 있던 시절이 있습니다. 인간이 될 것이라는 약속만을 받은, 씨앗 같은 상태로 말이지요. 자연은 참으로 섬세한 손질로 이 씨앗을 하나의 형상으로 빚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이 너무 비좁아 우리가 몸부림을 치면, 자연은 우리를 우리의 집에서 텅 빈 공간으로 밀어냅니다. 날빛 아래로 태어난 아기는 연약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 시기가 끝나면 아기는 짐승처럼 사지로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또 이 시기가 지나면 아기는, 떨리는 다리, 불안정한 다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 다리로 섭니다. 옆에 무엇이 있으면 잡고서라도 말이지요. 그러다 튼튼한 다리로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재빠른 다리로 세상을 달립니다. 이윽고 청년을 보내고 중년을 보내면, 우리는 노년에 이르는 비탈길, 인생의 황혼으로 통하는 내리막길에 서게 됩니다. 

퓌타고라스의 생각에 감탄, 그리고 그 생각을 이렇게 잘 묘사하여 표현해준 오비우스에게도 감탄한다. 어찌 이렇게 자세하고도 구체적이며 쉽게 읽히면서도 밑줄을 긋게 할 수 있을까? 태아를 일컬어 인간이 될 것이라는 약속만 받은 씨앗이라고 표현한 것에 나는 경이를 표한다. 인간이 될 것이라는 약속만 받은 씨앗. 나도 이런 표현 한 번 만들어 내고 싶다. 

p303 영속하는 우주는, 형상의 질료가 되는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의 두 가지, 즉 흙과 물은 무거워서 가라앉습니다. 반면에 나머지 두 가지, 즉 공기와 공기보다 가벼운 불에는 무게가 없어서, 가두는 것이 없으면 위로 솟아오릅니다. 이 네 가지 원소가 비록 공간적으로는 떨어져서 존재하나 만물은 이 네 원소에서 비롯되고 필경은 이 네 원소로 복귀합니다. 흙은 마멸의 과정을 거쳐 물에 분해되고 물은 증발하면 공기와 바람이 되며, 밀도가 희박해지면 공기 역시 무게를 잃고 상승하여 불에 합류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역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 원소는 같은 순서를 역으로 밟아 원상으로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농도가 짙어진 불은 응고하여 공기가 되고, 공기는 물이 되며 물은 압력을 받으면 흙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처음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모양으로 변화하는 것이 좋을까?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지금 공부를 잘하더라도, 지금 공부를 못하더라도, 지금은 재능이 없는 것 같더라도, 지금 재능이 많은 것 같더라도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나도 내가 글 쓰는 재주는 조금도 없다고 생각했고 한줄 이상 쓰기가 어려웠던 적이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엄마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언니와 내가 어릴 적 글쓰기 대회에 나가면 상을 다 휩쓸 수 있었다.) 지금은 글을 쓰지 않으신다. 엄마에게 있었던 재능이 내게 조금씩 옮겨지는 것 같다. 쓰다 보니 A4 한두 장은 쓸 말이 생겼고, 읽다보니 고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처음 모양은 글쓰기와 상관없는 모양이었지만 지금 나는 변했다. 그 처음 모양이 영원하지 않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생각해본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合)은 변하지 않습니다. 


p304 나는, 같은 형상을 영원히 그대로 간직하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보십시오. 시대도 황금의 시대에서 철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땅 역시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한때는 단단한 땅이었던 곳이 바다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다였던 곳에서 땅이 솟아오르는 것도 보았습니다. 조개껍데기가, 바다에서 먼 곳에서 발견되는 수도 있고, 옛날의 닻이 산꼭대기에서 발견되는 수도 있습니다. 흐르는 물 때문에 한때는 벌판이었던 곳이 골짜기가 되는 수도 있고, 홍수에 씻겨 산이 벌판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늪지가 모래와 자갈뿐인 황무지가 되기도 하고, 사막이 호수가 되기도 합니다. 자연은, 어느 곳에서는  계절이 봄이게 하는가 하면, 또 어느 곳에서는 봄이 오는 것을 막아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강은, 자신의 흐름을 가로막은 땅 밑의 장벽에 갇혀 있다가 갑자기 땅 거죽을 뚫고 분출하는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땅 속으로 잦아들어 빈 하상(河床)만 남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땅 거죽에 난 틈으로 잦아들었던 뤼코스 강이, 거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홀연 그 모습을 나타내는 일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에라시노스 강도, 땅 속으로 흘러들어갔다가 아르고스 평원에서 깊고 힘찬 강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나는, 뮈소스 강도 카이코스 강처럼, 원래의 하상을 버리고 다른 강에 합류했다고 들었습니다. 시켈리아에 있는 아메나노스 강도 여느 때는 바닥의 모래를 나르며 힘차게 흐르다가도 이따금씩은 물을 말리고 하상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원래 아니그로스강의 물은 음료수로 쓰이던 물입니다만 지금은 이 물에다 손을 넣는 사람도 없습니다. 시인들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말에 따르면 저 켄타우로스가, 몽둥이를 메고 다니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화살을 맞고 다친 상처를 이 강물에 씻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피타고라스는 계속해서 자신이 믿고 있는, 자신의 신념,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를 대고 있다. 나만의 시각으로, 나만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근거들, 이유들을 찾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유 없이 강렬하게 믿어지는 무언가가 있음을 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나의 생각과 신념을 전달할 때 비루하더라도 몇 가지 그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그것이 그냥 믿어졌던 것이더라도 ‘그냥 믿어지는 때가 있다.’라는 주장을 할지언정 생각을 뒷받침 해주는 저장고를 따로 마련해 두어야겠다. 피타고라스는 계속해서 말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p308 원래 불이라는 것은 탐욕스러워서, 끊임없이 태울 것을 요구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태울 것이 없는데 무엇을 태우겠습니까? 결국은 이 화산도 굶다보면 황량한 굴 하나만 남길 것입니다. 


p311~312 그대들이 잘 알다시피, 나라라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나라 가운데엔 세월이 흐를수록 강대해져 가는 나라도 있고, 쇠퇴의 길을 걷는 나라도 있습니다. 트로이아는 그 많은 인명을 잃으면서도 그 전쟁의 돌개바람을 10년간이나 버틸 수 있을 만큼 국력도 있고 인구도 많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트로이아가 있던 자리에는 폐허뿐입니다. 이 폐허가 된 나라가 가진 재산으로는 무덤이 있을 뿐입니다. 한때는 만방에 그 이름을 떨쳤던 스파르타, 한때는 번영의 상징이었던 도시 국가 뮈케나이, 그 장하던 암피온의 성채와 케크롭스의 도시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스파르타는 논밭이 되었고, 뮈케나이는 쑥밭이 되었습니다. 테바이에 오이디푸스의 이름말이고 무엇이 남았습니까? 판디온의 도시 아테나이에 그 이름 말고 남은 것이 무엇입니까? 


p313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p314 그는 이렇게 가르쳤으나 사람들은 그의 귀한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많은 근거들을 제시하며 자신의 이론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의 귀한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네 사회도 그렇지 않나 싶다. 우리는 종종 올바른 길로 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에 따라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분히 만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올바른 것을 선택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는 것일까? 피타고라스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르침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오비디우스가 말하든 귀한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은 맞다. 역시 실천의 문제인가? 교육의 효과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다. 


p316 제발 고정하시오. 슬퍼해야 할 사람이 그대 하나뿐인 것은 아니오. 그대가 당한 것과 비슷한 슬픔을 당한 사람들 생각도 좀 하시오. 그러면 그대의 슬픔은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오. 


5 역질(疫疾)로부터 로마를 구한 아스클레피오스

p323 세월이라는 것은 기억을 좀먹게 하는 것입니다만 여신들에게서는 이 내막을 소상히 아실 것입니다. 


6 카에사르의 승천

7 결사(結詞)

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不死)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초판에 부치는 역자 후기] 오비디우스의 유쾌한 경망(輕妄)

P337 아버지의 희망을 저버리지 못해 오비디우스는 짧은 기간 관리 노릇을 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세월을 보내기에는 오비디우스는 지나치게 재주 있는 사람, 유쾌한 사람, 유복한 사람이었고, 로마는 지나치게 관능적인 도시, 호화로운 도시, 평화로운 도시였습니다. 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명예에 견주면 관리로서 누릴 수 있는 영달이 참으로 하찮음 것임을 깨달은 오비디우스는 곧 기지(機知) 놀음이 통하는 문단으로 진출, 오래지 않아 그 방면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때부터 오비디우스는 풍족한 유산, 빛나는 기지, 엄청난 기억력, 반듯한 사교술을 가로세로로 구하사면서 일약 문단과 사교계의 총아가 됩니다. 


p342 인류 2천 년 문화의 두 대궁 중 한 대궁은 기독교적 인식체계를 바탕으로 한 문화인데, 그 인식체계에 물들지 않은 고대의 인식체계, 그리스도 이전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읽는 것은 신선한 읽기의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하늘이 열리던 때의 아득한 때와 우리가 사는 때의 사이에 가로놓인 긴긴 세월이 소거(消去)되는 듯한 희한한 경험도 가능하게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시대와 지금이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 나는 오비디우스가 자신이 살던 시대와 그가 살지 않는 다음 세대들간의 간극을 아주 많이 좁혀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 느끼는 있는 그대로를 아주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해주었기 때문이다. 신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신화를 썼지만 우리네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참 놀랄 일이다. ‘그 때’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아득한 옛날에 지어진 책이 21C를 살고 있는 내게 생생하게 전달되고 감동을 줄 수 있다니 놀랍다. 그것의 연결고리가 되었던 이윤기 선생님은 마치 시대를 연결 짓는 하나의 도구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은 단편적이고,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 유기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확실하다. 긴 역사 가운데 내가 살았던 한 토막을 떼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과거와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길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깝고도 아득한 신화이야기가 재밌게 다가왔다. 아! 그렇다면 나는 어떤 연결고리로 내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갑자기 생각한다. 나는 과거의 무엇을 현재의 내 것으로 만들고 미래의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있는 매개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나인 동시에 나로부터 흘러갈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도구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나는 피타고라스가 학파가 만든 직각삼각형의 빗변과 나머지 두 변 사이의 관계를 전달하고 있는 매개체 인 것 같기도 하다.



3.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개인적으로 목차 구성이 자세한 것이 좋다.  ‘변신이야기’라는 큰 주제 아래 15권의 책이 변신이야기를 다 담으면서 한 권 안에 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 놨다. <<변신이야기>>는 깨알 같은 변신이야기가 수두룩하게 쌓여있는 거대한 창고다. 하지만 변신이 큰 주제인 것은 아니다. 변신은 많은 등장인물들이 변신했기에 공통점으로 큰 줄기를 맺는 장치일 뿐 주제가 변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큰 주제로 자리 매김 했으며, 그 아래 변신하는 사람,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아주 짤막하게 소개 된 부분들에도 따로 소제목을 붙였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각 이야기를 나열했을 뿐 큰 스토리 뼈대를 갖고 있지는 않다. 얼기설기 섞어 짠 구멍 큰 니트 같은 느낌이다. 제 1부에서 제 15부까지 내용 중 제8부에 나오는 인간의 시대는 인간의 시대라는 큰 틀에 맞는 꼭지들이 등장했는지 의문이 간다. 인간의 시대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았는데 영웅이 곧 인간이고 인간이 곧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변신이야기를 쓴다면 왜 나무로, 새로, 짐승으로 변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써주고 싶다. 각 사람마다 또는 신들마다 사연이 있고, 다르게 변신을 하는데 그 내용마다의 특징을 아직 잡아 내지 못해서 인지 오비디우스 작가 마음대로 변신을 시키는 것인지 궁금한 부분이다.


 또한 <<변신이야기>>는 성서의 내용을 많이 따온 부분이 보이는데 성서처럼 천지창조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다가 나중에는 병렬적 나열에 불과한 이야기들로 구성이 된다. 다시 쓴다면 시대적, 역사적 사건의 순서에 맞춰 앞과 뒤 연관성을 좀 더 짙게 가지고 가도 좋을 것 같다. 즉 각각의 부(剖)와 부의 연결고리를 좀 더 탄탄하게 엮어주는 구조가 생긴다면 전체적으로 대 서사시를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는 한 주제 안에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큰 덩어리를 주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변신이야기도>> 옴니버스 형식이 아니라 좀 더 줄거리가 탄탄한 큰 이야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2. 감동적인 장, 절

 비유법을 사용한 부분들은 대부분 내 마음을 무찔러들었다. 나는 글을 쓸 때 비유법을 거의 쓰지 않는다. 비유법을 써도 적절하지 않다. 오비디우스의 시적 비유, 은유법은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인용하고 싶은 부분들을 모았다.


p19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p26 이제는 이 환부(患部)더는 손을 써볼 수가 없어요. 이 환부 때문에 온전한 곳까지 상할 위험이 있다면 칼로 이 환부를 도려내어 버려야 하지 않겠어요.


p107 마음의 근심에 쫓기며 나날이 여위어가는 아글라우로스는, 흡사 뜨거운 햇볕 아래 놓인 얼음 덩어리 같았다. (뜨거운 햇볕 아래 놓인 얼음 덩어리가 어떻게 되겠는가? 서서히 녹아 제 모습을 잃고 고체에서 액체가 되는 것이다. 마음의 근심에 쫓긴 인물을 표현하는데 적절할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p136 그러나 나는 죽어도 좋으니, 내가 사랑하던 것만은 오래오래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p260  물이라는 것은 만물로 하여금 요긴하게 쓰라고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요? 자연이 공기와 햇빛과 함께 넘실거리는 물을 창조한 것은 어느 한 동아리만 이롭게 하자고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나는 물을 찾아 이곳에 왔습니다. 이 물에 대해서는 나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 물을 마시게 해주신다면 여러분은 내 목숨을 살려주시는 셈입니다. 여러분은 나에게 이 물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생명까지 주시는 셈입니다.


p261 그런데도 이들의 혀에는 남을 헐뜯는 버릇은 남아서, 심지어는 물밑에서까지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지껄이거나 남을 비방하려고 했습니다. 


p266 하기야 인간이 무슨 수로 한치 앞을 볼 수 있으랴! 

p273 그러나 슬픔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역경과 곤경은 사람을 창조적이게 하는 법이다. 

p284 자매들은 나를 위해서 기도할 것이고, 신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신은 내 가슴에 계시다. 

p323 나는 한 사람에게만 사랑을 바칩니다. 그분이 어디에 계시든, 나는 그분께 드릴 사랑밖에는 간직하고 있지 않습니다. / 


p335 잠이, 인간의 가슴에 깃들인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재우는 이 평화로운 시간


변신이야기 2

p51먼저 돛으로 바람을 떠보고 바다로 나섰어야 하는 것을. 바람을 떠보지도 않고 돛을 올리고 바다로 나섰다가, 배가 돌섬을 받고 난파하는 바람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 것이 내 신세로구나. 


p213 내 어머니는, 물론 돈이 있으면 돈으로 사실 것이지만 돈이 없으니까 아마 눈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다


p269 두려움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오히려 그 역경을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 역경을  밟을 수 있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p300~302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달이 차는 중이면 오늘보다는 내일이 크고, 기울고 있는 중이라면 내일보다는 오늘이 큰 법입니다. 

초봄은, 유아기와 같아서 부드럽고 따사롭습니다. 아직은 튼튼하지도 곧지도 못하지만, 초봄의 밭에서 자라는 곡물은 농부들의 가슴을 희망으로 채워줍니다. /나뭇잎에는 아직 힘이 없습니다. / 일 년 중 이때만큼 튼튼한 계절, 풍부한 계절, 뜨거운 계절, 작열하는 계절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어머니 태속에 있던 시절이 있습니다. 인간이 될 것이라는 약속만을 받은, 씨앗 같은 상태로 말이지요. 자연은 참으로 섬세한 손질로 이 씨앗을 하나의 형상으로 빚어냅니다.

 

3. 참고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 <83>변신이야기-오비디우스 : 이성원 서울대 교수가 쓴 칼럼 전문


 <<변신이야기>>는 성서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서양문학의 전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들 수 있을 거란다. 중세 후기 이미 뚜렷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문예 부흥기 이르면 오비디우스의 영향은 절정에 달한다고 한다.


 <<변신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를 집대성해 후대인에게 전해준 결정적인 문헌이다. 그러므로 이 저술은 문학작품이면서 동시에 신화기록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실제로 후대에 알려진 그리스 신화는 많은 경우 이 작품을 원전으로 하며, 널리 읽히는 불핀치나 해밀턴이 서술한 그리스 신화도 모두 오비디우스를 풀어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문학작품을 탄탄한 구성과 주제적 통일성의 관점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 앞에서 절망할 것이라고 했다. 각 이야기는 모두 변신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뚜렷이 어떤 주제적 통일성을 차직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은 매우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 이야기에 이어 다음 이야기가 나와야 할 어떤 필연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우며 오비디우스는 그때그때 편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점이 그다지 흠이 되지 않는다.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의 원천은 경탄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도록 교묘하게 짜인 그리스 신화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전체적인 주제를 들자면, 이 작품에 수록된 것은 결국 사랑과 애욕(愛慾)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이요, 인간을 미치도록 사랑한 신의 이야기, 불멸의 신을 짝사랑하다가 끝내 이루지 못한 인간의 이야기, 동성애, 자기애, 아버지와 딸 간의 또는 오누이 간의 사랑 등 사회적으로 용인된 또는 금기시된 모든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이 작품 전편에 걸쳐 펼쳐진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오비디우스는 인간 심리의 다양한 측면을 탐색한다. 오비디우스의 세계에서 꽃과 나무, 새, 돌, 메아리 등 자연계의 사물과 자연현상에는 모두 사랑, 증오, 질투, 분노, 복수심 등 어떤 사연이 간직되어 있다. 그 애틋한 사연의 결과 인간은 어찌할 수 없이 그런 것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애욕은 인간이 피할 수도 없고, 거역하거나 저항할 수도 없는 존재조건이라는 생각이 이 작품에 짙게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비디우수는 로마인들이 세운 제국 ‘Roma’의 철자를 거꾸로 하면 애욕의 신 ‘Amor’가 된다는 사실에 대단히 흥미롭게 여겼다. 제국을 이룩한 것이 궁극적으로는 무력에 의한 정복 전이었을진대, 오비디우스는 폭력과 인간의 애욕이 동전의 양면이라고 느꼈음일까? 엄청난 제국을 이룬 로마는 문화적으로 피정복국인 그리스의 압도적인 영향 하에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마는 무엇인가? 그리스와 구별되는 로마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변신’의 주제는 이러한 로마의 정체성 문제에 간접적으로 물음을 제기하는 장치가 된다. 로마를 바라보는 오비디우스의 시선에는 그래서 약간의 지적 희롱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아마도 이 점이 아우구스투스의 눈 밖에 나서 흑해 연안의 작은 마을로 추방되는 이유이기도 하였으리라고 짐작되고 있다.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665/3/70070000000665/20050709/8208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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