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고맑은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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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한창입니다. 소셜네트워크에도 꽃이 피어날 정도로 짧은 봄에 피는 꽃은 봄이 인간에게 주는 향기인거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 순천 선암사에 다녀왔습니다. 선암사의 대웅전은 불국사의 대웅전과 같이 오래된 멋이 숨어 있었습니다. 절을 따라 난 길에는 고목들의 숲이었습니다. 따뜻한 남도의 봄은 고목에서 자라나는 새순은 마치 흑백 사진에서 물감이 번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올해 봄이 저에게 주는 메시지는 일탈입니다. 지루한 일상이 아닌 똘끼있는 일탈을 꿈꾸라고 귀찮을 정도로 말을 겁니다. 회사의 주간 회의 때 부서 분위기 쇄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교환했습니다. 기존과 다르게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감시의 눈초리보다는 아이디어를 존중해주는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홍승완 연구원의 편지가 생각났습니다. 제 뇌는 최신 CPU의 클럭을 돌파하여 셀 수 없을만큼의 연산이 이루어졌고 재미있을거 같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습니다. 제 아이디어는 도발의 수준을 가뿐히 넘어갔기에 폐쇄적인 분위기인 조직의 눈치를 보고있는데 '더 이상 할 말 없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목요일부터 비 온다고 하는데요. 윤중로 벚꽃이 너무 이쁘다고 합니다. 사다리 타서 한 팀에 2명씩 꽃구경가게 하는 건 어떻까요?'
제 예상대로 분위기는 절망에 가까웠고 저는 한 순간에 바보가 되어 버렸습니다. 박웅현 ECD만큼의 피드백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분위기는 아직 그렇습니다.
제 의도는 지쳐있는 직원들의 위로 차원이라면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하고 진정한 백수는 낮술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고 하니 직장인들에게는 업무시간에 땡땡이를 쳐주게 하면 재미나지 않을까였습니다. 저에게는 땡땡이가 학창시절 최고의 재미였습니다. 어느 회사는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양재천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점심시간이 훌쩍지난 시간에도 선정릉에는 넥타이 부대가 웃음꽃을 피워 봄꽃과 일체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 아쉬웠습니다.
박웅현 ECD가 후배에게 준 짧은 글이 제 주위에 계속 머물러 있습니다. “꽃 피어 올라오니 기쁨이고, 곧 꽃 지리니 슬픔이다. 봄은 우리 인생을 닮았다.”
다음 주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잠시동안의 즐거움은 봄처럼 새롭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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