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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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종일 깜찍한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 아침 비온 후 차분함이 봄 날의 들뜬 기분을 가라 앉혀 줍니다.
이번 주에는 몸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많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고 사람들을 만나도 재미도 없고 ....
어제 점심거리를 사러 집 앞 마트엘 갔습니다. 평소처럼 내가 좋아하는 먹을 거리가 놓여 있는 곳만
두리번 거리다 평소 입맛에 맞는 것만 사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문득 왜 마트 이곳 저곳에 놓여 있는
다른 존재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내 중심적으로만 보고 왔을까?
며칠 전 저녁 조그만 모임엘 다녀왔습니다. 8명이 모였는데 3분외에는 새롭게 만난 분들이었습니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음에도 난 많이 어색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왜 이리 어색하지? 왜 이리 딱딱하지?"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몇 달 전 어떤 분께 '교수님은 사람들을 차별하시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었고, 지난 학기 강의평가에엔 어느 남학생이
"예뻐하신 여학생들에겐 점수를 잘 주시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땐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요즘 들어선
이 말들이 심각하게 다가 옵니다.
난 나름 겸손한 사람이라 생각해 왔는데 오늘 새벽 문득 난 '오만과 편견'이 심한 교만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쩐지 삶에서 살아 있음의 떨림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감각이 무디어져 죽어가는 것 같았는데 이젠 조금 실마리를
찾은 느낌입니다.
'아름다운 것이 진리다'를 나름 신봉해왔습니다. 빼어나고 수려한 그러면서도 순수함을 간직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 온 것은 좋은 것이나 이외의 아름다움은 무시하고 살아 왔습니다.
만물은 본디 아름다운 것인데 나의 스타일만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각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눈뜬 장님으로 귀머거리로 살았습니다.
이젠 삶에서 만나는 모든 것에 'Yes'를 외쳐야 겠습니다. 학생들에게 'open your heart!' 'see and feel the beauty of Being!'이라고
했는데 나는 여태 close my heart였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을 맛보는 삶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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