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조직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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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 탈출>을 기억하시나요? 이 영화의 포스터에 이런 문구가 있었죠.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두려움은 당신을 감금하고, 희망은 당신을 자유롭게 한다." 저도 대학생 때 보았으니 아주 오래 전 영화입니다. 갑자기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최근에 다시 읽게 된 <경영의 미래>라는 책에 있습니다. 작년에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짧은 문구로 갈무리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다시 읽으면서 "뭔가를 두려워하는 한 우리는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힌 죄수와 다를 바 없고, 희망을 품는 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있다"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머리 속에서 오버랩 되었습니다.
때는 1940년 말, 잘나가던 은행 간부 앤디는 어느 날 아내가 외도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내와 그 정부를 쏴 죽이려고 권총까지 준비했지만, 그는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누군가가 아내와 남자를 쏴 죽이고, 앤디는 살인 누명을 쓰고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습니다. 그리고 악명 높은 쇼생크 감옥에 수감되게 되는데요. 영화는 앤디가 감옥에 수감된 후 탈옥하기까지의 20년 세월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은 원하건, 원치 않건 적당히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게 됩니다. 문제는 원치 않는 환경임에도 만성적이 되면 익숙해진다는 것이지요. '원치 않은 익숙함'이라는 말을 쓰고 보니 단어의 조합이 아이러니하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영화의 배경인 감옥은 그런 '원치 않는 익숙함'과 그런 환경에 적응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인간의 모순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원치 않았던 기나긴 익숙함, 그것에 길들여짐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가장 가슴 아팠던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브룩스라는 노인이 등장합니다. 그는 50년간의 쇼생크 감옥에서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브룩스는 어느 날 출소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바깥세상에 적응하며 살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교도소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토록 바깥세상을 동경했지만 그가 맞이한 새로운 생활은 두려움 자체였습니다. 결국 브룩스는 출소 후 자살을 택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합니다.
감옥은 물리적인 환경으로서 제약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물리적 환경에 의해서만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지요. 머리 속, 마음 속에서 정해 놓은 무수한 제약과 한계들이 우리들을 한계 짓고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알은 새의 세계다"라고 말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게리 해멀의 책 <경영의 미래>는 미래에 유효한 경영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영의 관습이라는 감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야기 한 구절을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패러다임의 죄수들이다. 관리자들은 목표를 달성하기에 앞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여전히 테일러의 방식대로 일하고 있고, 베버가 만든 조직구조에서 살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경영과제의 대부분은 과거에도 이사회나 경영회의에서 논의되던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발전은 효율성과 관료제에 기초한 경영 패러다임에 의해 현재까지 강요 받고 있다."
게리 해멀은 현대 경영에 몸 담고 있는 대부분의 리더들이 과거의 성공 방식을 너무나 맹신하고 있다고 말하죠. 더불어 그 성공방식이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믿음은 근거 없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주도할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상위 1%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아이디어보다는 기존의 방법에 따를 것을 강요하고, 실험보다는 계획과 예측이 중시되는 현장이 바로 20세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길들여져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지요.
브룩스의 자살소식을 전해들은 레드(모건 프리먼)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잘 알아둬, 이 철책은 웃기지. 처음엔 싫지만 차츰 익숙해지지.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벗어날 수 없어. 그게 길들여진다는 거야." 레드의 독백과 같은 이 말은 <경영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게리 해멀의 의지와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길들여진 것에 의문을 품고, 벗어나지 못하면 혁신은 이룰 수 없습니다. 태어나려고 하는 모든 것이 기존의 세계를 깨뜨려야 하듯이 혁신은 과거를 지배한 패러다임의 저 바깥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책의 내용을 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은 영화의 내용을 되새기면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앤디(팀 로빈스)는 레드(모건 프리먼)에게 탈출을 암시하는 말을 전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자유나 희망이 없는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하나,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바쁘게 살거나 아니면, 바쁘게 죽거나"
미래를 상상하고 혁신할 수 없다면 경영의 미래는 어떻습니까? 저자는 20세기 경영모델에 집착하고 혁신을 포기한 기업을 일컬어 "만성 성인병에 시달린 사람처럼 그들은 허약한 몸에서 벗어난 생활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혁신(革新)이 없는 삶은 재생(再生)이 없는 삶입니다. 당신의 조직은 미래를 상상하지도, 혁신을 시도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오늘을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끝>
길들여진다는 거야, 길들여진다는 거야, 길들여진다는 거야.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
나는 때로 본능적으로 길들여지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 무언가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얽매여야 하는 것도.
지금처럼 살아야겠습니다. 쭈욱~~
처음 영화장면이 나와서 '엇, 루미언니 글인가?'라고 잠시 착각..
그러나. 아래로 내려갈수록.. ㅋㅋ.. 아님을 확실히 깨달음.
경영의 미래를 이렇게 영화와 묶어서 풀어놓으니, 이해하기가 훨씬 쉽네.
이번 글을 보니, 오라버니의 감성세포들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 같다능!!!^^
참, 루미언니 글에 단 댓글을 보고 생각했다.
'지금도 글 잘쓰면서, 왜이리 욕심이 많아!?'라고...ㅋㅋㅋ
음음. 좋아좋아.
오빠의 글을 읽고 나서야 <경영의 미래>를 알게 되었어.
책을 읽은지 반년 만에 깨닫게 되는 구만...ㅋㅋㅋㅋ
나도 그 영화를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이쁜 오라버니들은 없지만..
오빠가 말한 그 장면이 남았다. 목멘 장소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두었던 것도.
노력해서 땅굴을 파라는 것보다, 비 맞으며 손을 뻗는 것 보다
더 기억에 남은 장면이었지.
일을 하게 되면서 "세뇌" 외에 동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회사의 신념과 가치를 자꾸만 나에게 세뇌시키려는 것 같아서.
살짝 구경간 신인사원 연수는 말 그대로 군대를 생각하게 하는 세뇌의 장이었지.
그때 문득 사샤 언니와 오라버니가 생각났다.
오빠 책이 참 잘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