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 조회 수 2232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2, 당진, 사진/양경수>
"'물러남'은 그 자체로서 고귀한 것이나 그것은 또한 '되돌아옴'을 위한 것이다."
이 말은 <영성과 해방>을 쓴 신학자 로버트 M. 브라운의 말입니다. 영웅의 여정과 귀환을 떠올리는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물러남'은 먼 여행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의 일상과 전혀 다른 환상의 세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한 부분에 잠시 집중해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세계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지요.
'되돌아옴'이란 이 깨달음의 선물들을 다시금 우리들의 일상의 삶으로 가져오는 것을 말하는 것 이구요.
일상이 무의미하고 심심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전 사진기를 들고 세상을 잘라 봅니다.
사진 찍는 행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 부분에 잠시라도 집중하게 도와줍니다.
그러면 평범했던 세상이 환상의 세계가 될 때가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부리는 마술입니다.
쉬는 날 해질 무렵 동네 한 바퀴를 돕니다.
간척지가 많은 당진 풍광은 별것이 없지만 탁 트인 하늘은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
어느 순간, 전봇대 위에 해가 걸렸습니다. 그 모습이 세상을 밝히는 등대로 보입니다.
지평선은 수평선이 되고, 아파트들은 전기 줄이라는 항로를 따라 운항하는 배들이 됩니다.
자~ 이제 나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항해하는 선장입니다.
순풍에 돛을 올리고 등대와 별을 벗 삼아 홀로 키를 잡고 있습니다.
끝이 알 수 없는 수평선. 그러나 언젠가는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렇게 '물러남'을 통해 일상이 환상의 세계로 변해 오늘의 나에게 희망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