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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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5년 10개월>
사진 속 아이들은 민호가 틈만 나면 만나서 노는 동네 친구들입니다. 그 이름도 멋진 '강민, 휘찬.'
"민호야, 아빠랑 산책갈래, 휘찬이네 가서 놀래?" 하고 물으면 "휘찬이네 가서 놀래!"라는 대답이 나옵니다.
"아빠랑도 좀 놀자" 하고 말하면, "이따 집에 오면 놀자" 합니다. 안 놀자고는 안합니다.
솔직히 아빠가 놀아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요.
저의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30분 몸놀이를 하면, 제가 지쳐 벌렁 누워버립니다.
그에비해 친구들끼리의 놀이는 끝을 모릅니다.
팽이도 했다가, 블록 만들기도 했다가, 달리기도 했다가, 숨박꼭질도 하는 등 종목을 바꿔 끝없이 놉니다.
지난 주말엔 아파트 주민한마당 행사가 있어 낮에도 놀고 밤에는 강민이네 집에 가서 10시까지 놀았습니다.
휘찬이네 엄마의 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이 놀때 '정점 경험'이 있어야 한답니다.
'정점 경험'이란 함께 놀면서 공동의 카타르시스(또는 희열)를 느끼는 순간을 말한다네요. 나름 수긍이 가는 이론입니다.
보통 친구들끼리 놀아도 부모들이 자주 간섭을 한다거나, 그 시간이 짧으면 그런 경험을 하기 힘들답니다.
가만히 지켜봤더니 이 날은 '정점의 순간'이 자주 오더군요.
이제는 부모와의 관계를 넘어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중한 시기가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수평적 관계를 통해 부모가 가르쳐 줄 수 없는 사회의 규칙을 배울 것입니다.
더 크면 부모보다도 친구가 소중한 때가 올 것이구요.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찬란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아두는 것입니다.
'남자아이들'의 저 살아있는 표정을 보세요.
자기들이 마치 '파워레인져'나 '메탈블레이드'의 주인공이 된 듯한 완벽 빙의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