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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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4년>
집에 와보니 민호가 엄마에게 크게 혼났다고 말합니다.
"그래 기분이 어땠어?"
"나빴는데, 지금은 엄마가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좋아."
민호는 아빠를 위해 장난으로 벌서는 포즈도 취해주었습니다.
"민호야, 엄마가 민호를 혼낸 건 민호가 미워서 그런게 아닌거 알지?"
"엉, 알아, 우린 가족이잖아. 가족은 감옥가도 사랑하는 거잖아."
"잉? 감옥이라니?"
순간 얼마 전 민호에게 해준 공자와 한비자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양을 훔친 아버지를 자식이 신고했습니다. 초나라의 섭공이 그를 정직한 자식이라고 말하자, 공자는 '자식이라면 숨겨주는 것이 정직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진나라의 한비자는 다릅니다. 국정의 실무를 맡은 재상이 아버지를 신고한 자식을 죽였습니다. 한비자는 재상의 행동에 대하여 "군주에게 정직하지만 아버지에 대하여 옳지 않다" 하였습니다. 공자는 효를 최고의 윤리라고 생각했다면, 한비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원리가 정직임을 먼저 밝혔습니다. 그리고 효라는 것은 가족 간의 이해일 뿐이라고 선을 그은 셈입니다. 무작정 자식을 죽인 재상보다는 인간적입니다만 가족 간의 정을 사회로 확대하진 않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공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형법 151조에 친족과 가족이 범죄자인 식구를 숨겨주어도 처벌하지 않는다고 예외조항에 써놨거든요. 민호에게 이렇게 길게 설명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아빠가 감옥가도 아빠 자체를 미워하진 말아 달라'는 의미를 전했었습니다.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러니 인간이 가족이라는 최초의 관계를 통해 '사랑'을 나누는 것이 당연합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셀은 "인간은 가족을 통해서 최초로 '함께 있음'과 '연결됨'을 경험하게 된다." 고 했지요. 그렇다고 이 최초의 경험이 끝까지 가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라는 관계만큼 실패가 많고, 복잡한 것도 없으니까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하정우가 소주를 마시며 친척인 최민식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섯 번 징역 살았는데... 그래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마, 가족 말고는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 최민식은 이렇게 대답하죠. "우리 동지적 관계를 넘어 한 몸이 되자. 넌 주먹, 난 머리!" 이것은 순수한 사랑이 아닙니다. 자기 이익을 위한 협상에 불과합니다. 영화에서 최민식은 돈과 권력을 위해 친척관계를 최대한 이용합니다. '가족 간의 사랑을 사회적으로 잘못 확대하면 이렇게 되는 구나' 라고 생각하니 씁쓸했습니다. 말 그대로 '가족 이기주의'였습니다. 그래서 사사로움이 없는 법치를 강조한 한비자의 진나라가 전국시대를 통일할 수 있었나 봅니다.
현실이 아무리 그래도 이상주의적인 저의 성향상 공자에게로 마음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저에게 사랑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행동하는 것 입니다. 가족 안에서 이해에 얽히지 않는 사랑을 경험하고, 이것을 사회로 확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서로 먹고 먹히는 정글 같은 세상이 아니라, 서로 돕고 위하는 유토피아를 그립니다. 아내마저도 이런 저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말할 때가 있지만요. 자, 당신은 공자와 한비자의 생각 중 어떤 쪽이신가요?
난 공자.
가족이라면 숨겨줘야 하는 게 아닐까?
적어도 사람은 그런 구석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무슨 일을 해도 허용받고, 아무 이유없이 사랑받는 그런 공간 하나는 필요하지 않을까?
가족 마저도 세상과 같은 잣대를 나에게 들이댄다면 혼자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이상주의자. 현실을 모르고 꿈속에 사는 사람.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
현실의 냉혹함을 아는게, 흔히 말하는 계산하고 재는 게 어른이 되는 거라면
난 그냥 피터팬으로 살래. 피터팬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내면 되는 거지.
다른 이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생긴 모양대로 살아야 즐거운 거 아니겠어?
우리 이상주의자 오라버니를 응원하며~~~!~!~!~!~!~! 홧팅이얌~!!!!!!!!
저는 공자쪽이요. 제가 양을 훔친 아버지의 아들이라면 저는 무척 괴로울 것입니다. 저는 남의 양을 훔쳐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정치인이 된다면 좀 달리 선택할 수도 있겠죠.
이런 상황이 닥쳐봐야 고민이 진지해지고 어떤 결정을 내일지 알지요. 예전에도 공자쪽 편이었나 봅니다.
저는 도둑질을 아니지만, 하여간 아버지께서 남들에게 나쁜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우리 아버지를 나쁜 사람이라고 했을 때, 그 사람들이 미웠습니다. 왜? 내 아버지니까. 그리고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깨져버렸죠.
자신의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아버지와 관계가 끊어지는 것보다는 나와 잘 모르는 사람들의 관계가 깨지는 쪽이 마음이 편하긴 한데..... 그건 어느쪽을 선택하든지 괴로운 일이지요.
공자나 한비자가 여러사람이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정치)에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과 그것을 어느 범위에서까지 지키느냐 하는 것을 묻는다면 너무 어려워요. 공자나 한비자는 아주 큰 범위의 뭔가를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제 사사로운 정을 이야기 하구요.
나도 공자에 더 기우는듯.ㅋㅋ.. 한비자는 넘 야박하다..
물론 정치에서는 한비자와 같은 이들이 많아야지.. 그래야 나라가 이모양 이꼴이 안되지.ㅎㅎㅎ.
위에 정화언니에 단 댓글이 몹시 인상적... '가족과 아빠와 아들'이란 쉬운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는 양갱 오라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웃겨...
캐릭터는 1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견고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진리야.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건. 그지?? 그래서 난 물탱 경수오빠가 좋다!!! ㅋㅋㅋ
(나 뭐래니.. 어제 마신 술이 아직 안 깼나봐.ㅎㅎㅎ)